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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一 章. 하늘을 나는 매라면
(一)
푸른 하늘에 실구름이 살갑게 흐른다. 흔들리는 마음처럼 가느
다랗게 흩어져 있지만, 온갖 푸념을 늘어놓아도 좋을 성싶은
구름 조각. 언덕에는 파릇한 새싹이 가득하고, 그 너머에는 끝
없는 들판이 펼쳐졌다.
여인이 뛰어온다. 긴 머리가 이마를 살짝 가리고 흘러 한 자락
은 가슴에, 또 한 자락은 어깨 위로 늘어졌다. 흰 옷감에 잿빛
무늬가 얼룩진 편복(便服)은 봉긋한 가슴을 열어 헤칠 듯 위태
로워 보였다.
머리칼을 매만지는 섬세하고 기느다란 손가락, 땅을 쳐다보는
눈길, 살짝 벌어진 입술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여인은 돋아나는 봄풀처럼 상큼한 냄새를 풍겼다.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는 산새들의 지저귐이었고, 배 속같이 하얀 이를 드러
내고 웃는 미소는 환한 햇살이었다.
일어나서 마주 달려가고 싶었다. 달려가서는 손을 꼭 잡고, 아
니 있는 힘껏 껴안고 풋풋한 내음을 맡고 싶었다. 그러나 움직
이지 못했다. 발에 철추(鐵錘)라도 달아 놓은 듯 땅에 붙박혀
떨어지지 않았다.
"이리 와. 이리 와서 안아 줘. 사랑한다면 말을 해. 행동을 보
여줘. 마음은 알아. 하지만 나는 그걸로 만족할 수 없어. 말
로, 행동으로 감동시켜 봐. 그만한 자신도 없어? 호호호...!"
가까이 다가온 여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잡힐 듯 말듯... 여인은 좀처럼 다가오지 않고 주위를 맴돌았
다.
그는 계속 빈 바람만 움켜잡았다.
탕! 탕! 탕...!
반여량(潘麗 )은 문 두드리는 거친 소리에 눈을 떴다.
일어나기 싫었다. 전신이 물 먹은 솜처럼 무거웠다. 머리는 깨
어질 듯 지끈거리고, 말라 버린 혓바닥에는 침 한 방울 고이지
않았다.
탕! 탕! 탕...!
문을 두드리는 작자는 꽤나 끈질긴 놈인가 보다. 근 일다경(一
茶頃)이나 지났는데도 계속 저 짓을 하고 있으니.
반쯤 떠진 눈으로 지저분한 천장을 바라보았다.
집쥐들...
숭숭 뚫린 지붕 틈으로 보이는 우중충한 하늘...
울적한 마음을 달래주는 듯 한바탕 폭우를 쏟아 낼 기세였다.
벌컥!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두드리다 지친 손님이 문을 밀치고
들어서는 모양이다.
반여량은 눈동자를 돌려 불청객을 쳐다보았다.
키가 컸다. 덩치도 우람했다. 열린 문 너머로 보여야 할 풍경
이 그의 몸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어깨 뒤로 삐죽이
솟아 나온 검은 분명히 보였다. 무인(武人)?
"반여량인가?"
"..."
"가자."
"..."
"일어서라."
"..."
"일어서라니까!"
반여량은 귀찮다는 듯 등을 보이며 돌아누웠다.
"상(喪)이 났거든 다른 집으로 가. 단잠 깨우지 말고..."
가던 정마저 떨어질 만큼 멋대가리 없는 말투였다.
그러나 불청객은 돌아가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보폭(步幅))
이 일정한 걸음으로 차분히 다가왔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술병이 발길에 채여 귀에 거슬렸다.
"정중히 데려오라는 명(命)만 없었어도...운이 좋은 줄 알아
라. 패주(覇主)님께서 부르신다. 어서 일어나라."
순간, 반여량은 눈을 부릅떴다.
강서성(江西省)에서 패주라고 불리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 곽
가장주(郭家莊主) 곽모천(郭摸天) 뿐이었다.
우연찮게도 현 무림을 주도하는 구파일방(九派一幇)은 모두 장
강(長江) 너머에 있었다.
하남성(河南省)에 소림사(小林寺), 개방( ). 사천성(四川
省)에는 아미파(峨嵋派), 점창파(點蒼派), 청성파(靑城派)가
자리했고, 섬서성(陝西省)에도 화산파(華山派), 종남파(終南
派), 공동파( 派)가 세(勢)를 다퉜다. 하다못해 멀리 서장
자치구(西藏自治區)에까지 곤륜파(崑崙派)라는 대문파가 존재
했다.
문파가 없는 성(省)은 산서성(山西省) 뿐.
반면에 장강 이남은 뚜렷한 문파가 없었다. 호광성(湖廣省)에
무당파(武當派)가 있다지만 장강(長江)을 기점으로 나눌 때는
역시 강북이었다.
강서성(江西省), 절강성(浙江省), 복건성(福建省), 광동성(廣
東省), 광서성(廣西省), 귀주성(貴州省).
비옥한 토지가 무주공산(無主空山)으로 버려진 셈이다.
곽모천은 많은 신화를 일구어 내며 강서 무림계를 장악했고,
정신적 지주가 되었다. 그가 지닌 권력이나 힘은 무소불위(無
所不爲) 바로 그 자체였다.
"곽가장..."
반여량은 신음처럼 되뇌었다.
무림이란 세계는 모르지만 곽가장주의 명성은 익히 들은 터였
다.
그런데 왜? 왜 찾아왔을까?
상이 났으니 염(殮)을 해달라고?
아니다. 그것 때문에 육백여 리나 떨어진 남창(南昌)에서 상방
(上坊)까지 자신을 찾아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럼 감여(堪與:풍수)를 해달라고? 그것도 아니다. 남창에는
이름난 감여가(堪與家:중국에서는 지관(地官)을 감여가라 부
름)들이 수두룩하다. 그럼 왜?
"누가 죽었나?"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후후후! 누가 죽었냐고? 그건 가보면 알 일이고...건방지구
나. 패주님이 부르신다는 말을 듣고도 누워 있다니."
무인은 호협한 성격인지 목소리가 걸걸하고 우렁찼다. 본인은
작게 말하는 것이 분명한데 조그만 초옥이 떠나갈 듯 윙윙거렸
다.
"누가 죽었다 해도 지금은 안 돼. 이따가 신시초(申時初: 15시
~16시)쯤에 다시 와."
그는 아무 감정도 없는 목석처럼 방 한구석을 바라보았다. 하
지만 그가 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눈을 감을 수조차 없는
뼈아픈 상실감에 공허한 눈길을 던지고 있을 뿐이다.
"뭣이라!"
이번에는 호통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큰 목소리에 고함까지 질
러대니. 뱃속에서부터 쥐어짜낸 듯한 일갈에는 당장이라도 목
을 베어 올 듯 진득한 살기(殺氣)가 묻어 나왔다.
"..."
"..."
잠시 긴장된 순간이 흘렀다.
"좋다. 이따 신시초에 다시 오지. 그 동안 목욕이나 해라. 땀
냄새, 술 냄새가 몸에 푹 절었어."
무인은 당장 데려가지 않으면 안 될 듯이 말하더니 이번에는
뜻밖에도 순순히 물러섰다. 반여량에게서 강렬하고도 무거운
절망을 읽은 탓일까?
무인이 물러간 다음에도 반여량은 한동안 어둠을 바라보며 누
워 있었다.
곽가장주가 왜 불렀지 하는 의문 따위는 이미 머릿속에서 지워
진 상태였다. 그가 보는 것은 오직 한 여인의 영상이었다.
'한한( )...'
* * *
"흑흑흑! 어머니!"
상복을 입고 처량하게 우는 한한을 보는 순간 반여량은 심장이
멎는 충격을 받았다. 아름다웠다. 구슬프게 우는 여인이 이토
록 가슴에 와 닿기는 처음이었다.
나이는 자신과 엇비슷해 보였다. 이제 갓 열대여섯? 그녀는 또
래의 소녀가 지니지 않은 신비함을 풍겨 냈다. 그 만큼 아름다
웠다.
"소저, 장지는?"
"없어요. 뒷산에 모실 거예요."
"뒷산은 물이 흘러서..."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시던 곳이에요."
한한은 서릿발 같은 음성으로 단호하게 일축했다.
반여량은 그 심정을 이해했다. 어느 사람처럼 선산(先山)이 있
는 것도 아니고, 명당을 고를 처지도 아닌 바에야 뒷산에밖에
더 묻으랴. 하지만 그런 궁색함을 말로 표현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했으리라.
"관은?"
"최고로 좋은 관이 뭐죠?"
"자단목(紫檀木)으로 만든 관이 있는데..."
"그것보다 더 좋은 관은 없나요?"
"석관이 있는데 값이 비싸서..."
"돈은 염려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석관으로 해주세요."
정녕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본 한한의 집안사정은 그리 넉넉
하지 못했다. 허름한 초옥에 살림살이라고 해봐야 길에 내다
버려도 누가 주워가지 않을 초라한 의궤(衣櫃)가 고작이었다.
일가 식솔은 보이지 않았고, 조문객(弔問客)도 마을 사람들이
고작이었다. 친척이나 하다못해 동네 사람들 중에서 금전적인
도움을 줄 만한 사람은 눈을 부릅뜨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
다.
"소저, 음택(陰宅:무덤)은 고인이 편한 마음으로 쉴 수 있는
곳이면 됩니다. 굳이 석관을 쓰지 않아도..."
정중하게 충고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멸시 어린 눈길이었다. 네
깟놈이 무엇을 알겠냐는 투였다. 결국 한한의 뜻대로 뼈만 남
은 노인네를 석관에 모셨다.
돼지도 잡았다. 찢어지게 가난한 살림에 유일하게 돈이 될 수
있는 가축이었다. 그것도 단 한 마리.
하지만 한한은 아무 미련 없이 돼지를 잡아 동네 사람을 대접
했다.
"이렇게 찾아주셔서 고마워요."
"쯧쯧! 고생 고생하더니 기어이 가는구먼."
"이제 편안하실 거예요."
"그렇겠지. 그런데 앞으로 너희들 고생이 심하겠어."
"아뇨. 저희는 고생하지 않을 거예요."
한한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행동도 당차고 야무졌다. 악문
이빨사이로는 어떤 결의도 엿보였다.
"쯧쯧! 시집이나 보내고 갈 것이지."
상가(喪家)는 북적거렸다.
거지도 발길을 놓지 않는다는 권롱촌(圈籠村).
닭이나 오리처럼 지저분한 곳에서 헤어 나올 줄 모른다는 뜻에
서 붙여진 마을 이름이었다. 가축이라도 너댓 마리 있으면 부
자 축에 속했고, 한한처럼 돼지라도 있으면 부러움을 받는 마
을이었다.
고기는 일 년 열두 달 구경을 할 수 없었다. 혼인이나 장례와
같은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에서도...
그런 그들에게 돼지 한 마리는 정녕 먹을 것이 없었다. 하지만
진득하게 우러나온 고깃국물이라도 마시기 위해서 거동이 극히
불편한 노인네까지 조문이랍시고 들어섰다.
반여량은 한한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가슴에 싸하게 다가오는 전율, '이 여자다.' 하는 느낌, 이성
(異性)에 눈뜰 한창 나이에 꽃같이 아름다운 여인을 보자 무심
히 흘려 버릴 수 없었다.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녀를
처음 보는 순간, 뭉클하게 와닿은 감정이 중요했다.
반여량은 이런 감정을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홍석(紅石)에서 한 마장쯤 떨어진 곳이 명당이지. 그곳에 모
시도록 하세."
촌장이 하는 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었다. 팔십줄에 들
어선 노인네는 아직도 기력이 왕성했다. 마을의 대소사는 항상
앞장서서 주관했고, 특히 장례식에서 묘터를 점지해 주는 일은
관습처럼 행해왔다.
먹고 살 것도 없는 처지에 감여가를 부를 만한 돈이 어디 있겠
는가. 마을 사람들은 그나마 풍수를 조금 아는 듯한 촌장의 말
을 믿고 따랐다. 그런데.
"아니에요. 감여가가 곧 올 거예요. 장지는 그때 가서 정해
요."
"감여가?"
"언니!"
놀람과 의아함에 가득찬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장례는 마을 사람들 사이에 비아냥거리였다.
"이봐, 분향했어?"
"했지."
"그럼 봤겠네?"
"석관 말야?"
"응."
"햐, 말로만 듣던 석관을 보니 과연 좋기는 좋더구만. 반지르
하고 묵직해 보이는 것이..."
"이 사람아, 장례 한 번 치르고 기둥 뽑힐 일 있어? 에긍! 아
무리 철딱서니 없는 계집애들이지만 석관이 뭐야, 석관이. 뱁
새가 황새를 따라가려다가는 가랑이가 찢어지는 법이여."
"거참 사람도. 아, 동전 한 닢 보태준 것 없으면서 뭘 그래.
그저 구경이나 하고 고깃국이나 마셔 둬. 아이구! 어찌 이거
배가 싸르르 하니 아파 오네."
"쯧쯧! 말라 비틀어진 창자에 기름기가 급하게 들어가니까 그
렇지. 어여 뒷간이나 갔다 와."
사람들이 둘 이상 모인 곳이면 으레 들리는 수군거림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한술 더 떠서 감여가까지 부른단다.
"언니, 도, 돈이..."
"교교! 너는 어머니가 저승에서까지 가난하게 사셔야겠니? 그
렇게 궁상맞게 구니까 네 모양이 이렇지."
"그래도..."
"닥치지 못해! 너는 가만히 앉아서 눈물이나 흘리고 있어."
'언니, 우리도 살아야 하잖아.'
교교는 끝내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남겨준 돈 은화 닷 냥. 어머니가 평생
에 걸쳐 모은 돈이었다. 어머니는 돌아가시면서 덜덜 떨리는
손으로 모은 돈을 건네 주셨다. 그런 돈을 화려한 장례와 바꿔
버리다니.
진시(辰時)가 넘을 무렵 감여가가 도착했다. 육순을 넘긴 듯한
초라한 몰골의 평범한 노인이었다. 그가 감여가라는 흔적은 머
리에 쓴 문사건과 손에 든 나경(羅經:나침판, 주공(周公)이 발
명, BC 1105년 죽음)밖에 없었다.
"흠! 산세를 보아하니 물이 많아서...쯧쯧! 명당을 잡기가 힘
들겠어. 적어도 은자 열 냥은 받아야겠는데 돈이 없을 것 같
고... 보시하는 셈치지. 닷 냥만 내게."
힐끔 눈치를 보는 것이 선금을 달라는 투였다. 그럴 것이다.
권롱촌에서 은자 닷 냥을 지불할 사람은 없다고 봐야 한다. 아
니, 마을 전체를 뒤져도 그만한 돈은 나오지 않으리라. 하지만
감여가가 자리를 잡아주는 데 은자 닷 냥은 통상적인 금액이었
다.
한한은 빙긋 웃으며 전낭에서 은자 닷 냥을 꺼내 건네 주었다.
"은자 닷 냥이래."
"와! 그만한 돈이 있었어?"
또 한 번 웅성거림이 들리고 탐욕과 질시 어린 눈초리가 전낭
을 향했다.
감여가는 은화 표면에 새겨진 자호(字號)를 확인하고는 입을
벌리며 실실 웃었다. 사실 권롱촌에서 장사가 났다는 말을 듣
고는 떨떠름한 기분이었다. 없는 사람이 죽었으면 거적에 둘둘
말아 아무 곳에나 묻을 일이지 감여는 무슨 감여란 말인가. 그
저 아무 곳이나 점지해 주고 몇 푼 안 되는 행채(行債)나 받을
요량으로 들린 걸음이었다.
"걱정 말게. 내 틀림없이 가장 좋은 명당을 구해 줌세."
감여가는 마을 장정 중 힘깨나 씀직한 서너 명을 골라 산으로
올라갔다.
"석관 값이 얼마죠?"
"닷 냥이오."
"저...동전...인지 아니면..."
"...!"
반여량은 부끄러움에 볼을 발갛게 물들인 채 고개를 푹 숙인
교교를 바라보았다.
'언니와는 전혀 다른 성격이군.'
"은자라면..."
"은자라면? 말씀해 보시오."
"드릴...돈이 없어요."
차마 못할 말을 꺼낸 듯 교교의 고개는 점점 아래로 수그러 들
었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소?"
반여량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교교의 고개가 발딱 들려졌다.
돈이 없다고 말하면 틀림없이 성을 내면서 난장판을 벌이리라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음성이 부드러웠던 탓이다.
"감여가에게 지불한 돈은 적은 돈이 아니오. 솔직히..."
교교는 무슨 말인지 직감했다. 솔직히 이런 빈곤한 집에서 그
만한 돈을 어떻게 장만했냐는 물음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흑! 죄송해요."
교교는 설움이 북받치는지 눈물을 주르륵 쏟아냈다. 듣지 않아
도 알 만했다. 평생 동안 입을 것 안 입고 먹을 것 안 먹으면
서 모은 돈이란 것을.
"아무리 그래도 은자 닷 냥은 큰돈인데...어떻게 벌었소?"
"자, 자수를 놓아서..."
"자수? 한낱 자수로?"
"내, 내화호(內畵壺)..."
교교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지 말을 꺼낼 적마다 볼을 붉혔
다.
반여량은 내화호라는 말에 교교를 다시 바라보았다. 그는 자연
스럽게 손을 보았고, 교교는 그런 눈길을 의식했는지 황급히
손을 등뒤로 감춰 버렸다. 하지만 반여량은 분명히 보았다. 거
칠게 갈라진 손을.
내화호란 옥병 안에 집어 넣는 자수를 말한다. 병이 작으니 당
연히 자수도 작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큰 화폭에 그린 그
림을 보는 것보다 선명하게 보여야 한다. 세심하고 꼼꼼한 성
격, 그리고 바늘을 천직인 양 들고 앉은 여인이 아니면 놓을
수 없는 자수였다.
"좋은 재주를 가졌군."
"저...석관 값은...?"
반여량은 교교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한한이 입은 옷은 귀한 비단 옷이다. 하지만 교교는 수십 번도
더 기운 누더기를 걸치고 있다. 한한은 물 한 방울 묻히지 않
은 깨끗한 손이지만, 교교는 바늘에 찔리고 오랜 세월 바늘을
잡아 굳은살이 박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여인은 언니
를 전혀 원망하지 않는다.
"석관 값은...?"
"돈이 없다는 데야 어쩌겠소? 하지만 언니가 자신있게 요구했
으니 두고 봅시다."
"감사부터 드릴게요."
교교는 허리를 깊숙이 숙여 보이고는 총총히 달음질쳐 사라졌
다.
* * *
"허허허! 어떤가? 이만하면 아마 이 산에서는 제일 명당일 게
야."
자신있게 말하는 모습이 득의양양했다. 그럴 만했다. 감여가가
말해준 자리는 과연 명당자리처럼 보였다.
뾰족한 산봉우리에서 급격하게 흘러 내린 산맥이 완만하게 굽
어지는 산등성이. 권롱촌이 발 아래 굽어보이고, 마을 앞 텃밭
을 희롱하며 흐르는 시냇물이 정겨웁게 다가왔다.
"어머니! 흑흑...!"
교교는 정말 어머니를 보내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치밀었는지
관 앞에 쓰러지며 처절하게 흐느꼈다. 그러나 한한은 달랐다.
냉정해진 얼굴로 사위를 돌아본 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군요. 어머니도 좋아하실 거예요."
그때였다.
"이곳에 고인을 모시면... 소저는 밤에 잠을 못 이룰 게요."
뜻밖의 소리였다.
감여가가 정해준 묘혈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사람은 단연코
없었다. 그것은 같은 감여가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각
법문(法門)마다 풍수를 보는 견해가 달랐고, 자신이 익힌 풍수
가 절대적이라고 주장하지도 못했다. 모르면서도 아는 척하면
서 상대를 인정해 주고 나도 인정받는 세상이랄까.
"네 이놈! 장의 주제에 어디서...어허!"
감여가는 안색이 붉어진 채 거침없이 노기를 드러냈다.
마을 사람들도 분노한 표정이었다. 흐느껴 울던 교교마저 고개
를 들고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망인을 음택에 모시는 마당
에 무슨 망발이란 말인가.
반여량은 정감 어린 눈으로 한한을 바라보면서 말을 이어 나갔
다.
"목을 걸라고 하면 걸어도 좋지만... 한 자만 더 깊이 파 내려
기면 물이 솟구칠 게요. 이곳은 전형적인 수렴(收斂)이 있는
곳. 하지만 수렴뿐이라면 고인이 불편할망정 안택(安宅)은 있
는 셈이죠."
"뭔가요? 수렴보다 더한 것이 있다는 말인가요?"
"그렇소. 도시혈(逃屍穴)이라고 들어봤는지 모르겠소?"
한한은 호기심 어린 눈망울을 한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
나 감여가는 도시혈을 아는지 황급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
리고 이내 안색이 하얗게 탈색된 채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도, 도시혈... 이곳이 도시혈... 왜 몰랐을까? 왜 알아보지
못했을까? 허허허...!"
허탈하게 웃어 젖힌 감여가는 품속에서 전낭을 꺼내 땅바닥에
떨군 후 휘적휘적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거대한
둔기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사람처럼 마냥 위태해 보였다.
"도시혈이 뭐죠?"
이제 모든 사람의 귀와 눈은 반여량에게 향해졌다. 감여가가
실성한 사람처럼 중얼거린 말에서 진실을 깨달은 것이다.
"도시혈이라면 조금 어려울 게요. 하지만 시신이 없어진다거나
엎어진다거나 좌향(坐向:시신이 놓이는 방향)이 틀어진다는 말
을 들어보았을 게요."
"어떻게 그런 일이!"
반여량은 한한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뗄 수가 없었다. 그녀
와 이런 이야기나마 나눌 수 있는 것이 즐거웠다. 사람들이 무
슨 눈으로 보든 말든 그는 한한에게 향한 눈길을 거두지 않았
다.
"신기한 일은 아니오. 땅은 겨울을 겪으며 얼고 봄이 되면 녹
게 되어 있소. 그럴 때마다 땅은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면서 조
금씩 이동하죠. 어느 땅이나 이동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정도가 심한 땅에 묘를 쓰면..."
"어떻게 알았죠? 나경도 없으면서."
반여량은 손을 들어 주위에 있는 나무들을 가리켰다
과연 나무들은 여느 나무들과 달리 약간씩 기울어져 있었다.
"감여를 아세요?"
반여량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다른 말로 반문했다.
"이 산에 올라와 본 적이 있소?"
"네. 자주 올라왔어요."
"가장 마음이 편했던 장소가 어디요?"
"다 그게 그거 아닌가요?"
순간 반여량의 얼굴에 암울함이 스쳐갔다. 하지만 그 기색은
너무 찰나간에 떠올랐다 사라져 아무도 눈치챌 수 없었다.
"교교 소저, 소저는?"
"여기서 조금 더 올라가면 큰 노송(老松)이 있어요. 거기..."
"거기가 바로 명당이오."
"네에?"
"부모 자식간에는 서로 기운이 통하는 법이오. 자식이 편안함
을 느낀 자리라면 부모도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 것. 그곳에 묘
를 쓰겠소?"
"어쩔 수 있어요? 감여가도 이미 가버렸는데."
한한은 못마땅한 눈으로 동생을 쏘아보고는 먼저 발길을 옮겼
다. 그녀에게 동생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니, 자신을 뒷받침
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였다. 그런 동생이 자신보다 나은 부분
이 있다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노송까지 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반여량은 땅에 돈이라도 떨어뜨린 사람처럼 세밀하게 훑어 나
갔다. 이윽고 한 부분에 이르렀을 때 우뚝 걸음을 멈춘 그는
한한과 교교를 향해 손짓을 했다.
"이곳에서 사방을 둘러보시오. 마음이 편한지."
"참 편하군요."
교교는 정말 마음이 편해졌는지 볼위로 흘러 내리는 눈물을 소
매로 훔쳐 닦았다. 하지만 한한은 앵돌아진 채 먼 산만 바라보
았다.
"소저, 어느 방향이 가장 마음에 드는지?"
"저쪽이요."
교교가 가르킨 방향은 권롱촌이 아니라 야트막한 둔덕이 있는
곳이었다.
"잘 잡았소. 그쪽은 남향이라 볕이 잘 들 게요."
반여량이 처음으로 잡아준 묘혈이었다. 하지만 이 일이 입을
통해 한집 두집 건너갈 줄은 본인 자신도 미처 몰랐다.
"그럼 셈해 볼까요? 석관 값이 닷 냥, 감여 값이 닷 냥, 모두
열냥이군요. 장의 값은 얼마나 쳐드리면 되죠?"
반여량은 대답할 수 없었다. 초롱한 눈망울이 가슴 시리게 다
가왔다.
이런 여인에게 돈을 받다니. 안 될 말이다. 그녀와의 사이에
그 어떤 것도 존재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현실은 냉엄했다. 한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사부에
게는 뭐라고 말할 것인가.
"추운가요?"
한한은 나긋한 손을 들어 입술을 문질러 주었다.
향긋한 냄새, 부드럽게 와 닿는 감촉!
손가락을 입 속에 집어넣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참아냈다. 아
니, 확 끌어안고 싶은 욕념(慾念)을 참아냈다.
"부의(賻儀)가 예상외로 적게 들어왔어요."
부의는 들어오지 않았다. 계란 몇 줄, 나물 몇 단이 고작이었
다.
"조금만 참아줘요. 반드시 갚아드릴 테니. 그럴 수 있죠?"
반여량은 결국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때, 처음으로 영원히 잊
지 못할 율금향을 맡았다. 얼굴이 부딪칠 듯 바싹 다가앉은 그
녀의 몸에서 풍기는 향기를.
사부는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다. 늘 그랬다. 반여량은 사람이
할 도리와 하지 않을 도리를 명확히 알기에 어떠한 행동을 하
던 간에 믿어 주었다.
"네가 썼다면 쓸 일이 있었겠지."
이것이 사부가 한 모든 말이었다.
물론 감여해 준 사실도 모른다. 만일 감여해 주었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날로 죽여 버릴지 모른다. 감여는 정성스럽게 가르쳐
주면서도 사용하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시켰다. 이유는 나중에
야 알았다.
동기감응 감여는 이단(異端)으로 낙인 찍혔다는 사실을.
텅 빈 공간에 혼자 앉은 반여량은 엄습해 오는 고독감을 떨칠
수 없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고독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한한과 헤어진 지 두 시진도 지나지 않
았건만 낭중보옥(囊中寶玉)을 잃어 버린 듯 허전했다.
'이것뿐인 인연이었어. 이것뿐인...'
반여량은 다리를 오므려 새우등을 한 채 침상에 드러누웠다.
그로부터 나흘 뒤, 한한이 대관장의(大關葬儀)의 문을 밀치고
들어섰다.
"어, 어떻게 여기를..."
"저번에 도와줘서 고마워. 인사도 제대로 못했잖아."
"고맙기는요."
"나가. 만두 사줄게."
방실 웃는 모습이 무척 화사해 보였다. 어머니를 잃은 아픔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상중(喪中)이면서 비단 옷을 걸친
것도 불효였다. 하지만 반여량은 그런 점을 애써 외면했다.
그녀를 따라간 것이 잘못일까? 지울 수 없는 사랑의 열병(熱
病)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섭섭할 때도 있었다.
장례를 치르려면 며칠이고 밖에 나가 있어야 한다. 혹여 상가
가 멀기라도 하는 날에는 열흘이고 보름이고 좋았다. 그러나
한한의 끝없는 욕심을 채워 주기 위해서는 아무리 먼 여정도
마다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난 한한이 너무 반가웠다. 그래서 달음박질하여 손
이라도 덥석 잡을라치면 질색을 하며 몸을 사렸다. 시신을 만
진 손으로 누구를 만지냐는 것이다.
한한은 씀씀이가 헤펐다.
무엇이던 마음에 드는 물건을 보면 수중에 넣어야 직성이 풀렸
다. 교교가 밤을 밝혀가며 촉촉히 수놓은 자수는 지분(脂紛)과
비단옷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낭비벽은 줄어들지 않았다.
교교는 조금도 서운해 하지 않았다.
언니는 뛰어나게 아름다운 만치 그만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에 백분지 일에도 미치지 못하는 자신은 뒤치다꺼
리가 당연하고.
"시신이나 염해서 먹고 살겠어? 그래도 요즘은 낫겠네? 감여까
지 한다며? 얼마나 벌어?"
"먹고 살 만큼은 벌어."
"피잇! 사는 것도 어떻게 사느냐가 다르지 뭐."
"어떻게 살고 싶은데?"
"황후(皇后)처럼."
"하하하!"
"나 이대로 내버려 둘 거야?"
"..."
"이대로 내버려 둘 거냐구?"
"조, 조금만 기다리면..."
"언제까지? 나 늙어 죽을 때까지?"
"조, 조금만..."
"호호호! 바보. 누가 한량없이 기다려 준대? 흠...! 좋아. 우
선 상방 성내에 집 하나 장만해 줘. 설마 구더기가 스멀거리는
권롱촌에서 기다려 달라는 말은 아니겠지?"
그로부터 이틀 뒤, 한한과 교교는 상방성 내에 있는 방세 칸짜
리 조그만 집으로 이사했다. 그것도 반여량이 있는 돈 없는 돈
모두 끌어모아 장만한 집이었다. 그러나,
"장의는 이런 집밖에 못 구하는구나."
한한이 첫발을 들여놓으며 흘린 소리였다.
똑똑똑...!
가볍게 문을 두드리며 들어서는 황노(黃)를 보자 반여량은 자
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또?"
"헤헤헤! 요즘은 얼굴을 자주보네."
황노는 능글맞게 웃으며 은자 한 냥이라고 적힌 한지(韓紙)를
들이밀었다. 볼 것도 없이 한한의 글씨체였다.
"휴우...!"
가볍게 한숨을 내쉰 반여량은 은화 한냥을 꺼내 황노의 손에
쥐어주었다.
"헤헤 너무 부담이 되지? 다음에는 안된다고 그럴까?"
"아닙니다. 오죽 마음에 들면 그랬겠어요. 주세요."
"그래도 돼?"
"그럼요."
반여량은 미련했다. 그때라도 제정신을 차렸어야 했는데.
한한이 은화 한 냥으로 산 물건은 팔릉병(八稜甁), 개편완(開
片碗), 피구화병(皮球花甁) 등 자기(瓷器)들이었다. 범인(凡
人) 네 식솔이 한 달 동안 넉넉하게 생활할 수 있는 돈을 일순
간에 써버린 것이다.
하지만 반여량은 행복했다.
한한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세상 모든 것을 얻은 듯 들뜬 기
분이 되었다. 부모의 정을 받지 못하고 고독하게, 한스럽게 살
아왔기에 한 여인에게 쏟는 애정은 그만큼 지독했다.
해질녘만 되면 찾아오는 손님들. 그들은 한결같이 한지 한 장
씩을 들고 들어섰다. 반여량은 부지런히 셈을 치렀고, 염을 하
고 감여를 해서 번 돈은 한푼도 남지 않았다.
한한을 풍족하게 해주기 위해서 반여량은 장의 외에도 사부가
금지시킨 감여를 해야만 했다. 장의 값은 동전 열 문이지만 감
여 값은 은자 닷 냥이니까.
한한이 상방성에 들어온 지 삼 년.
그 동안 반여량은 염만 할 때보다 더욱 궁색해졌고, 반대로 한
한은 열두 칸짜리 대저택으로 이사했다. 단 한마디, '나를 기
다리게 하려면 이만한 저택은 사주어야지' 라는 한마디 때문
에.
어느 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쉽게 찾아온 사랑은 또 그렇게 믿
어지지 않을 만큼 빨리 사라졌다.
"호호호! 교교 많이 기다렸어?"
요염한 음성과 함께 문이 부서질 듯 거칠게 열렸다. 곧이어 향
긋한 주향(酒香)을 물씬 풍기며 비단으로 몸을 감싼 여인이 들
어섰다.
가을하늘처럼 서늘한 눈, 맑고 투명한 이마, 붉고 앙증맞은 입
술, 백옥처럼 깨끗한 피부를 가진 한한. 술을 마셔서인지 발그
스레하게 붉어진 양볼이 그녀의 아름다움에 더욱 짙은 색채를
더해 주었다.
한한은 권의(圈倚)에 앉아 있는 반여량을 보는 순간 엄동설한
처럼 낯빛을 굳혔다.
"또 왔어? 허! 정말 지겹네."
기가 막히다는 표정이었다.
"한한."
"싫다고 했잖아. 다시 보기 싫다고 돌대가리야? 그렇게 말귀를
못 알아들어? 응? 이건 또 뭐야? 누가 가구를 이렇게 바꿔놨
어? 교교, 집안 물건을 함부로 손대지 말라고 했잖아."
한한의 화풀이는 애꿎게도 한구석에 앉아 다소곳이 자수를 놓
고 있는 교교에게 떨어졌다.
"언니, 반공이 오늘 하루종일 움직인 거야."
"흥! 반공? 반공, 좋아하시네. 시신이나 염하는 장의 주제에
무슨 공(公)이야?"
한한은 미친 듯 날뛰기 시작했다. 분을 이기지 못해 파르르 떨
면서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던지는 광란은 아무도 말릴 수 없
었다. 제 성질대로 되지 않으면 반쯤 미치고 마는 성격을 익히
아는 까닭이었다.
"언니! 왜 이래?"
교교가 나서서 말리려 했지만 활활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쏟아
붓는 격이었다.
"저리 안 비켜!"
쫘악!
힘껏 따귀를 얻어맞은 교교는 모래성처럼 허물어졌다
그녀는 한 번도 언니에게 대든 적이 없었다. 어디에 내놔도 손
색이 없는 언니에 비해 아버지를 닮아서인지 용모가 수더분한
교교는 늘 언니가 어려웠다.
"언니, 제발 그만해. 언니."
반여량은 엉거주춤하게 일어선 그대로 못박힌 듯 서 있었다.
"안 갈 거야? 호오! 그깟 돈 몇 푼 줬다고 이래도 되는 거야?"
한한은 파랗다 못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눈꼬리를 파르르 떨었
다.
이제는 완전히 알았다. 아니, 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을 재확
인 했을 뿐이다. 한한이 완전히 떠났다는 현실을.
"간다. 그리고 네 말대로 다시는 오지 않겠다.... 행복해라."
"호호호! 이거 고마워서 어쩌지? 병신! 내 걱정은 말고 너나
잘 살아. 가려면 곱게 갈 것이지. 뭐야, 이건? 너 두고 보자는
경고야?"
그렇게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화가 나고, 애간장이 끓
어도 아끼고 사랑하는 한한에게 거친 말을 할 수 없었다. 손찌
검이나 막된 행동은 더더욱 생각하지 못했다.
"병신! 네가 뭔데? 내 애인이라도 돼? 꼴값 떨고 있네. 아휴!
지겨워. 전생에 무슨 원수가 졌기에 이렇게 끈질겨..."
반여량은 골목을 완전히 돌아설 때까지 패악소리를 들었다.
너무 늦게 알았다. 그녀에게 새로운 사내가 생겼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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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갑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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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합니다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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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감 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즐독 ㄳ
감사합니다 .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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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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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읽었습니다
즐독.감사합니다.
항상 감사 합니다.그리고 잘 보고 갑니다~~~
여인의 마음은 조석 변 이라더니 ??????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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