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스토리] 동방삭 편: 제4회 진지하게 마지막 절창을 부르다
(사진설명: 동박삭의 석상)
제4회 진지하게 마지막 절창을 부르다
어느덧 동방삭은 힘도 없어지고 늙기도 했다. 황제의 신변에서 평생을 멋지게 산 그는 임금을 섬기는 것은 호랑이와 동행하는 것과 같다는‘반군여반호(伴君如伴虎)’의 근심이 전혀 없이 시종 웃으며 즐겁게 살았다.
삼복의 날씨는 열기가 덮쳐와 참기 힘들었다. 어느 하루, 동방삭은 몸이 불편함을 느꼈으나 여전히 한무제를 수행해서 신령에게 제사를 지냈다. 한무제가 제육(祭肉)을 잘라서 여러 신하들에게 내리라고 대관승(大官丞)에게 명을 내렸으나 아무리 기다려도 그 관리가 오지 않았다.
동방삭은 이렇게 생각했다.
“날씨도 더운데 일찌감치 고기를 나누지 않으면 고기가 상하겠다.”
생각을 마친 동방삭은 검을 뽑아 스스로 고기 한 점을 잘라내고는 말했다.
“이것은 폐하께서 내리신 것이니 나는 먼저 돌아간다.”
말을 마친 동방삭은 고기를 가지고 집으로 가버렸다.
이튿날 동방삭은 몸이 아팠으나 여전히 조정에 나갔다. 한무제가 입을 열었다.
“어제 누군가 사사로이 고기를 잘라 가지고 돌아갔다고 들었는데 누군지 빨리 나서서 스스로 반성하시오.”
동방삭이 자리에서 일어나 모자를 벗고 무릎을 꿇고 말했다.
“동방삭이여 동방삭이여, 폐하의 하사품을 그렇게도 빨리 받고자 했으니 얼마나 무례한가! 날씨가 더워 고기가 상할까 걱정했으니 얼마나 총명한가! 검을 뽑아 고기를 잘랐으니 얼마나 용감한가! 고기를 많이 안 잘랐으니 얼마나 청렴한가! 제육을 아내에게 주었으니 얼마나 어진가!”
동방삭의 말에 한무제는 참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했다.
“그대를 반성하라고 했는데 어이하여 자화자찬하시오? 하지만 그대 말이 맞소. 상을 내려라!”
그리고 동방삭의 집에 술 1섬(1섬=10말)과 고기 100근(1근=0.5kg)을 내렸다.
감동을 받은 동방삭이 갑자기 근엄한 얼굴로 아뢰었다.
“<시경(詩經)>에는 ‘쉬파리 앵앵 날더니(營營靑蠅) 울타리에 앉았네(止於樊). 의젓한 군자여(岂弟君子) 참소를 믿지 말지어다(無 信讒言)…참언은 기준이 없어서(讒言罔極) 사해가 난리에 빠지네(交亂四國)’라고 썼습니다. 폐하께서 부디 간신을 멀리 하시고 참언을 듣지 마시기 바랍니다. 소신은 몸이 불편해서 이만 폐하께 작별인사를 올립니다.”
동방삭의 얼굴색이 안 좋은 것을 본 한무제가 급히 대꾸했다.
“얼른 돌아가서 쉬시오. 얼굴색이 아주 안 좋으니 아마도 더위를 먹은 것 같소.”
휘청거리며 걸어 나가는 동방삭을 보며 한무제는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졌다.
“동방삭이 오늘 좀 이상하네. 그의 충고가 전혀 익살스럽지 않고 너무 진지하네 그려.”
한무제는 이어 큰 소리로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항상 장난기 있던 사람이 갑자기 진지하게 충간하니 마음이 편치 않네.”
이튿날 아침, 동방삭의 아들이 황제에게 부고를 올렸다. 동방삭이 지난 밤에 병사했던 것이다. 한무제는 크게 놀랐다.
“속담에 ‘새는 죽기 전에(鳥之將死) 슬프게 울고(其鳴也哀) 사람은 죽기 전에(人之將死) 참 말을 한다(其言也善)’더니 그래서 동방 대부가 어제 그렇게 진지하게 간언을 했군. 짐은 왜 그걸 생각하지 못했을까!”
진심 어린 그 충간(忠諫)은 해학의 삶을 산 동방삭의 마지막 절창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