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의상 "~선수" 내지 여타 존칭과 존대말은 생략하겠습니다.
* 저는 모 농알못 KEB하나 팬님의 겸손한 표현과는 달리 진짜 농알못입니다. 관전평도 아니고 감상평이라고 해 두고 싶습니다.
* 저는 어느 한 팀의 열렬한 팬이나 안티가 아닙니다. 잘 하는 편 우리편. ㅎㅎ
아직 순위도 큰 의미가 없고 탐색전 단계라고 할 수 있지만, 오늘 경기는 리그 단위로 많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OK저축은행(원래 팀을 별명으로 부르지 않으려 하지만, 여기는 도저히 옥저라는 엄청난 네이밍을 피할 수가 없다!)의
첫 경기이자, 서수원 칠보체육관에서의 개막전, 결국 기존팀의 인기는 그대로 있는 상황에서 막내 아닌 막내 옥저가
얼마나 처지지 않고 레이스에 참여하는지 살펴보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경기장에 직접 가본 것도 아니고, 이벤트와 단체관람이 잔뜩 있는 날이므로 평가를 유보해야 한다..
그러나 이거 한 마디만 하자. 그동안 산업이 얼마나 성의없게 팀을 생각해 왔는지는 한 경기를 보고도 알 것만 같았다.
정식 스폰서도 아닌, 네이밍 스폰서만으로도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나? 한 마디만 한다며
하나도 옥저도 많은 선수들이 변화를 겪었다. 그리고 각 팀의 리더가 팀을 떠났다.
오늘 경기를 꼭지별로 돌아보면-
1쿼터가 박빙인 듯 아닌 듯 했지만, 노현지의 스타트가 심상치 않았다.
"컨디션이 좋을 때" "패스를 잘 받고" "시야가 열린" 노현지의 3점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다. 전제조건이 너무 많은 거 같은데
거꾸로 말하면, 컨디션이 안 좋지만 뛸 선수가 없어서 풀타임을 뛰거나,
패스를 어렵게 받게 하거나, 시야 근처를 가리는 수비를 하면 노현지의 3점은 간간하게 바뀐다.
이런 유형의 선수가 지향할 수 있는 길은 대체로 2가지가 있다.
더 열악한 상황에서도 3점을 착착 꽂는 강이슬형과, 추가적인 무기로 인사이드 패스와 스틸 수비 그리고 전술지시의 강아정형.
그런데 여기는 사실 넘기 힘든 벽이 하나 있는데, 무슨 유형이든간에 와이드 오픈 3점은 왠만하면 꽂힌다는 두려움을
상대 수비에게 줄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 그게 없으면 와이드 오픈도 조금 줘가면서 막으면, 나머지 루트도 막으려면 막는다.
그런데 오늘 노현지는 1쿼터에서 갑자기 2점슛 개인기를 2개나 보여주었다. 페이크 후 원드리블 점퍼, 스텝 앞으로 빼면서 뱅크슛.
(저걸 4쿼터 내내 할 수 있으면 김단비(신)..)
노현지가 3점만 기다리고 있지는 않다는 이미지가 생겼고 경기 내내 이 이미지가 하나의 수비에 큰 부담을 주었다.
한채진은 해가 바뀌어도 스틸과 루즈볼 허슬과 팀파울 이용의 3박자는 명불허전.
그냥 대충 내맘대로 계산으로 저 3박자 플레이만으로 매 경기 팀에 +5점은 하는 느낌이다.
강이슬은 수비 약점을 일부 보완했다. 물론 3쿼터 반쯤 지나니까 다리 풀리고 도로 후들거렸지만, 지금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강이슬의 상태도 이해해 주고 싶다.
고아라는 공격 약점을 일부 보완했다. 물론 3쿼터 반쯤 지나니까 슛 낮아지고 도로 갑갑해졌지만, 아직 내 팀이 내 팀이 아닌
고아라의 입장도 이해해 주고 싶다. (일단 헤어스타일은 완전히 삼성에서 하나가 됐다)
근데.. 강이슬과 고아라가 합쳐진 3번이 되면 참 좋은데, 분명히 안 겹치는 스타일인데도 묘하게 같이 뛰면 겹치는 느낌이 든다.
하나는 올해도 실험하는 해는 아니다. 강이슬 고아라를 같이 잘 쓰는 법을 늦어도 12월부터는 보여줘야 한다.
하나를 KBSN에서 "다크호스"로 표현해 줬는데, 매년 다크호스면 그냥 다크한 거야.. 부디 알을 깨고 나와주기를 기대한다.
단타스는 폼만 따지면 작년 한창 좋을 때만큼은 아니었다.
그러나 발목이 안 좋아도 어깨 스핀으로 로우포스트를 지배하는가 하면, 3점이 몇 개 흔들리니까 2:2로 바로 전환해 준다.
작년에도 느꼈지만, 이 선수는 장점이 많은 선수지만, 그 중에 하나만 꼽으라면 나는 BQ라고 하고 싶다.
엄청난 크로스오버나 비하인드 백패스나 더블클러치를 하는 경우는 없는데, 기본 플레이마다 2%씩 좀 더 센스있게 한다.
그런데 2쿼터에 터졌던 옥저가 3쿼터에 부진한 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다미보다 김소다미의 비중이 더 큰가?
3쿼터는 단타스가 못했다기보다, 적극적으로 뛰던 옥저 선수들이 단타스가 오니까 오히려 소극적으로 뛰어서인거 같다.
옥저 선수들은 이걸 기억해야 한다. 지금 리그에서 한 발 물러서서 경기하면서도 옥저가 리드할 수 있는 전력의 팀은 없다.
조금 미안한 얘기지만 매 쿼터를 4쿼터 후반같이 생각하고 뛰어야 비로소 1승을 건질 수 있는 팀이 옥저다.
백지은의 부진은 의외다.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는 건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잃을 것이 많은 선수도 아니라고 봤는데.
빨라졌지만 힘이 좀 빠진 백지은이 되고 보니 좀 색깔을 잃은 느낌?
아직 한 경기니까 더 지켜봐야겠지만, 염윤아가 진짜 없고 보니 가드가 아니라 3, 4번에서 말썽이다.
고아라 김단비 백지은, 그리고 강이슬인데.. 고아라는 아쉬운대로 달리기나 리바운드에서 염윤아의 공백을 "얼추" 메우는데,
아직도 젊은 선수 위주의 팀이라 그런지 전체적으로 염언니의 공백이 크게 느껴진다.
가드도 사실 각각은 나쁘지 않았는데, 이환우 감독에게 미안하지만 쓰리가드의 조합은 아직도 아직도 아직도 못 찾았다.
만약 한 명만 쓰자면 그래도 김이슬인데, 외국인도 그렇고 국내선수도 그렇고 신지현에 더 잘 궁합이 맞게 팀이 짜여져 있다.
외관은 신지현이 빨라보여도, 김이슬의 최장점은 빠른 트랜지션을 가능케 한다는 건데 공은 손보다 빠르다
속공을 놓치면 김이슬의 최장점을 버리는 것이다. 세트오펜스에서 살리려면 위치선정이 받쳐줘야 하는데
강이슬의 컨디션 난조와 온볼플레이어 신지현, 그리고 2대2보다는 개인 포스트업 위주의 인사이드까지,
김이슬이 비교적 잘 안 되는 플레이가 주요 공격 루트였다. 돌파의 장점은 단타스와 옥저의 장신군단(!)이 부담을 주었고.
준수한 가드가 많아 각각의 단점 보완도 좋지만, 그보다는 장점을 살려야 할 팀 상황이다. 정 자신없으면 트레이드가 답이고..
2쿼터 위주로 나온 정선화를 하나가 백지은으로 막으면, 김단비가 포스트의 진안과 돌파의 구슬 양쪽 모두 체크까지는 안 된다.
작년보다 코트 시야가 발전했다는 전제로 이수연을 써야 할 듯 했는데, 요 메모를 적는 사이에 이수연이 투입되었다.
근데 2쿼터는 일단 하나가 코트 넘어와서 옥저가 공 돌리는 단계에서 잔실수를 너무 자주 해서..
이수연이 뭘 보여주고 말고 할 게 별로 없었다. 아직 공격이나 수비를 캐리할 정도는 아니지만,
오늘 경기를 보니까 하나는 이수연의 발전이 절실하다.
그래도 2쿼터용 식스맨으로 기회를 줄 정도의 가능성은 충분히 보여 준 몇 분 출전이었다.
안혜지가 MVP인 건 격려 차원도 있어 보인다. 그 이경은을 대체한 선수라는 스토리텔링이 있는데,
고품격 스토리텔링 방송 KBSN의 주목을 당분간은 계속 받을 거 같다.
안혜지는 일단 발이 리그 탑이다. 그러다보니 자기 발로 공간 다 만드니까 김소담과의 궁합이 의외로 좋았다.
오늘 몇 번쯤 김소담만 코트 한 구석에 서성거리다가 안혜지가 반대쪽을 헤집고 김소담에게 연결해서
슛찬스를 만들어주는 장면이 나왔다. 이런 걸 오프더볼 아이솔레이션이라 할.... 리가 없잖아. 여기서 조금만 더 움직이자 소담양.
옥저는 이경은 이적의 빛과 그림자가 있겠지만, 어쨌든 여러 선수가 모아서 빛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 보기 좋았다.
칠보체육관의 칠보는, 원래 팔보(8가지 보물)가 있는데 하나를 팔아먹어서 칠보가 된 거라던데,
오랜 기간 팀을 대표한 선수가 떠났지만 옥저에도 보물들이 남아있다는 걸 앞으로도 계속 보여주길 바란다.
그리고 네이밍 스폰서만이 아니라 정말 스폰서가 나타날 수 있도록.. 지나간 고난들이 칠보 전진을 위한 육보 후퇴가 되었길 바란다.
여섯 걸음이나 후퇴하다니 KDB가 잘못했네
박빙인 경기는 중간에 마진을 주는 점수가 나는 팀이 확 유리하다. 안혜지의 3쿼터 버저비터가 그러했다.
근데 나는 2쿼터 버저비터 노골에도 큰 의미를 두고 싶다.
농구는 한 경기에 공격을 워낙 여러 번 하기 때문에, 유의미한 노골도 아주 중요하다.
2쿼터 5.7초 남기고 노현지가 적당한 거리의 점퍼까지는 이어갔었다. 이런 걸 자꾸 해야 상대 수비가 곤란하다.
안 들어갈 때 안 들어가도 패턴이 다양했던 옥저가 이기고
들어갈 때 들어가더라도 패턴이 단순하니 하나가 졌다.
마지막 자유투는 심판의 선물 맞는 거 같다. (뇌물이라고까지는 표현하지 않겠음.)
그게 하필 시즌 자유투 90%쯤도 찍을 수 있는 한채진이었다는 게 하나의 큰 불운.
농구에서 가장 큰 점수차는 원포제션 남았을 때 3점차와 4점차 차이인데.. 옥저가 이길만하기는 했지만 명승부의 마무리가 김샜다.
오랜만의 감상평이라 주절주절 말이 너무 많았다. 그래도 사심으로 딱 한 마디만 더 하자.
"사실은 2년짜리 연패를 끊었어! ㅠㅠ" 마지막에 ㅠㅠ때문에 또 두 마디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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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반갑습니다. 그리웠어요. 올 시즌도 같이 즐겁게 농구 이야기 나눠요. ^^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감사합니다!!! 전반전 최고의 장면이 저도 그 3점이었던 거 같아요. 진안 선수까지 잘해 주면 이제 옥저도 장신군단 될 거 같아요.
개막 3경기 중 가장 꿀잼이었고 시즌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막판 심판 판정이 게임에 먹칠을 했네요.
은경이님 글 오랜 만에 보니 반갑습니다.
김기웅 아나운서가 오버 좀 섞어서 경기가 챔결 같다고 했죠. 그만큼 두 팀의 전력이 박빙으로 보였습니다.
심판은 마지막에 아쉬운 건 아쉬운 거고, 전체적으로 지난 시즌보다 휘슬을 더 부는 느낌입니다. 뭐가 됐든 일관성 있게 해 주면 좋겠고.. 선수층이 얇은 리그니까 굳이 고르자면 휘슬을 너무 안 부는 것도 좀 별로인 거 같았어요.
저도 반갑습니다. ^^
오랜만에 글보니 방갑네요 제가 경기를 4쿼터 5분 남기고 보아서 경기평에 대해서는 그닥 할말이 없구요 일단은 옥저가 연패꾾은것은 추카드려요~~
4쿼터 5분이면 핵심은 보신 거 같은데요? ㅋㅋㅋ 1쿼터 박빙 2쿼터 옥저 3쿼터 하나 4쿼터 박빙이었어서.. 마지막이 3점차였다면 더 더 꿀잼이었을 듯!
신지현 보다는 김이슬이 1번에 설 때 더 안정적이라 느낀건 저만 그런건가요?
신지현 vs 김이슬만 놓고 보면 저도 동의합니다. 근데 오늘 경기 기준 전체적인 팀플레이는 신지현 가드일 때 더 잘 이루어진 느낌은 있더라구요. 안혜지 선수가 원체 빠르니까 반대로 하나는 서수빈 선수가 조금만 플레이타임을 가져갔다면 또 어땠을까 싶네요.
전 신지현이 훨씬 나아보이던데요. 김이슬 나오자마자 쓸데없는 파울해서 바스켓 카운트 주고 이후에 또 어이없는 파울, 패스는 좋지만 실책성 플레이가 될 수 있죠. 신지현은 속공전개 빼고는 공격력에서 김이슬보다 훨씬 좋기땜에 신지현이 플러스 요인은 훨씬 많아보여요
저도 신지현에 한표....
상대진영에서 흔들면서 찬스만들기도 하고,
무엇보다 죽은패쓰는 안뿌리는듯....
김이슬은 어쩌다 한번 좋은 패쓰가 나오고
나머지는 죄다 타이밍 죽은 패쓰들만 해서...
꿀잼 글이네요
크크 감사합니다
글 진짜 재밌네요. 잘 쓰십니다:) 보는 내내 공감했습니다!!
오 그러셨군요 공감 감사합니다!! ㅎㅎ 첫 경기는 기사로만 봤지만, 삼성팬이시면 올해 젊은 듀오 기대 좀 해 봐도 될 듯요!
반가운 감상평글 잘 읽고 갑니다.
저도 농알못입니다.
농알못끼리 보듬고 갑시다. ^^ 참, 부디 올해 박지수 선수가 다치지 않고 시즌을 치르고 다시 WNBA에도 더 인정받으면서 나갈 수 있길 바랍니다.
마지막 자유투가 심판의 선물 같다.. 저도 그렇게 느낌..
엄청나게 빡치는 상황인데.. 체념한듯 담담하게 애들 불러다가
뻔한 작전 지시하면서 멋적어 하는 이환우 감독이 인상적이었어요.
(올해 얼굴빛이 다소 환해진듯.. 저승사자 느낌 없어짐..ㅋㅋ)
약간 "이번 수비는 니들 잘못 아니다" 라는 말을 방송이라 차마 못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어차피 팀파울 남고 12초에 에이스까지 헤매는 상황에서 감독이 목청 높여봤자 선수들 멘붕만 되겠죠.
하나가 준비를 많이 하긴 한 거 같은데, 아직 실전에서 안 나오네요. 앞으로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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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감상평을 읽으니까 진짜 리그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ㅋㅋ
kylie님도 반갑습니다 ㅎㅎ 초반이지만 재미있는 스타트를 끊네요~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자주 감상평 올려주세요!
ㅎㅎ올해도 평일 경기들은 챙겨서 볼 생각입니다. 토마스 선수의 빈 왕좌를 차지할 외인선수는 누가 될 지도 궁금하네용
반갑습니다. 시즌이 시작되었다는게 은경이님 글 보고 다시 한번 더 알게 되네요. ok저축은행..이름만 바뀐게 아니라 정말 새로운 팀으로 바뀐거같았어요. 마지막 심판판정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정말 같은 선수들이지만 다른 팀의 느낌이 들더라구요.
시즌 첫 경기를 이겼다는 게 선수단 분위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줄 것 같더군요. 최종 순위에 관계없이 지난 시즌만큼 무기력하진 않을 듯해요. 저도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