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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이었던가.. 좀 시간이 흐르긴 한건데..
톡 보면서 제가 가장 열 내며 가장 후기를 기다렸던 사연이에요
나중의 나의 일이 되지 말란 법 없어요. '림'들도 나중에 이런일이 닥쳤을때 어리석게 넘어가는 일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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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문제로 고민이 되던중 아시는 분이 글을 한 번 올려서 다른 사람들
이야기도 좀 들어라고 알려주셔서 그 분의 아이디로 올립니다.
제 이야기가 조금 길고 장황하더라도 좋은 의견 주셨으면 합니다.
제 나이는 올 해 29입니다. 결혼할 남친의 나이는 33입니다.
연애는 6년간 했으며 양쪽집에는 서로 연애하고 있다는 사실만 아셨습니다.
양쪽 모두 이젠 나이가 있으니 결혼을 해야하지 않겠냐하셔서
상견례 자리를 마련해서 2주전에 상견례도 하였습니다.
대학 졸업후 취직하여 제가 모은 돈은 8천이 조금 안됩니다.
상견례 전에 남친에게 결혼 자금 어느 정도나 되는 지를 물었더니
현재 약 5천정도 된다고하며 어머니가 모두 관리하신다고 합니다.
저는 제가 관리했습니다.
저의 집은 서울에 중류층으로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일수도...)
다만 부모님이 워낙 알뜰하셔서 노후 준비는 충분히 넉넉히 하신것을
알고 있습니다. 집안에 딸 만 둘에 제가 맡이라서 걱정도 되셨겠지만
저와 동생도 그걸 알기에 대학 졸업후 남들이 괜찮다라고 충분히 이야기하는
직장에서 근무하면서 생활비도 일정부분 드렸는데 그 돈을 저축해서
통장으로 만들어두셨더라구요. 감사했습니다. (남친도 알고 있었습니다)
결혼하면 받지않고 드리고 갈 생각입니다. (약 5천 정도 됩니다)
그동안 특별한 싸움도 없었고 당연히 결혼까지 이어지리라 생각을해서
였는지 상견례가 큰 문제를 만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상견례 장소를 63 빌딩에 있는 장소로 정하고 (남친이 원하더군요)
제가 상견례 음식값은 반반 부담하자고 했습니다.
남친이 별 말 없이 알았다고해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남친은 위로 누나 한 명과 아래도 여동생이 한 명있습니다. 외아들입니다.
식사중에 이런 저런 말씀이 오갔고 시어머니 되실 분이 나이도 있고하니
각자 벌은 것으로 알아서 준비하게 하자하셔서 저희쪽에서도 알겠다 그렇게
하자 했습니다.
그 후에 시어머니가 남친에게 물어보시더군요..
'너 얼마나 모아놨냐?'...
전 분명히 남친에게서 자기가 모은 돈을 엄마가 관리한다고 들었기때문에
본인이 관리하는데 얼마인지 모르는게 말이 안되는데 왜 그러시는지 이해가
안갔습니다.
남친은 시어머니 얼굴만 쳐다보면서 아무말도 없이 그냥 밥을 먹더라구요.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더니
예비 시어머니께서 다시 말씀을 하셨습니다
'모아논 거 없으니 어쩌겠어요. 일단은 그럼 우리집에서 당분간 집안 일도
배우다가 돈 모아서 내보내는 걸로 하겠습니다. xx (접니다)는 모은돈이
1억 3천정도 된다니까 그걸로 예단하고 혼수하면 충분하겠네요.
훌륭한 따님 두셔서 기쁘시겠어요'
저 솔직히 어이가 없었지만 상견례 자리라서 아무소리 못했습니다.
아버지 얼굴, 어머니 얼굴 모두 너무 안좋으셨지만 아무 소리 안하시고
좋게 말씀하시고 자리에서 일어나셨습니다.
거의 끝날 무렵에 남친에게 식대 계산하자고 눈짓을 하고 미리 나왔는데
남친이 안나오더군요. 어쩔수없이 일단은 제 카드로 계산했습니다.
어른들 다 가시고 남친에게 살짝 커피숍에서 이야기 좀 하자고 했습니다.
너무 서운하고 묻고 싶은것도 많았지만 우선 커피 마시면서 마음을 달래고
식대 계산할 때 왜 안나왔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상견례는 원래 여자쪽에서 내는 거라던데?' 이럽니다.
더 따지자니 좀 치사스러워지는 것 같아서 그건 그냥 넘어갔네요.
그리고 상견례중에 나온 이야기를 물었습니다.
결혼 비용 엄마가 관리하고 있으시다더니 어떻게 된거냐하니까
'난 엄마가 따로 모으신 줄 알았는데 생활비로 쓰셨데..아들이 회사다니면
그정도 생활비는 드려야 하는게 맞을거 같고..대신에 우리집에 들어가 살면
엄마가 3년후에 우리 월급 모아서 집사주신다고 하셨어' 이러는 겁니다.
우리 월급 모아서?? 이게 뭔가요..저 나이에 비해서 월급도 좀 넉넉한 편이고
남친보다 많이 받는다고 유세부리는건 아니지만 당연히 제가 관리해야 하는거
아닌가요? 돈이없어 시댁과 함께 살아야한다면 그럴수도 있겠지만
또 함께 살면 생활비는 당연히 드려야겠지만 왜 우리 월급을 어머니가 관리하신다고
하는건지..
그래서 싸웠습니다. 전 절대 그럴수없다했고..왜 어머니가 내가 모은 돈의 금액을 아는것이냐
5천만원은 우리 부모님 노후에 보태라고 할거다했더니
너희부모님은 딸만 둘이라서 미리 노후 준비하셨을거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돈도 없는데
5천이 적은돈도 아니고 왜 안가져오냐..너도 다른 여자들처럼 속물이냐 이럽니다.
그깟 돈 가지고 치사하게 굴지마라..또 이럽니다.
싸움을해도 결론이 안나서 집에 돌아갔더니..아빠는 방에서 소주들고 있으시고
엄마는 식탁에 앉아서 같은 자리 계속 닦기만 하시더라구요..
너무 죄송하고 눈물도 나고..
엄마 딱 한 마디 하셨네요..꼭 그남자여야 하겠냐고..
싸우고 다음날 또 만났습니다. 언제 싸웠냐는 것처럼 다른 소리는 하나도
안하고 웃으면서 맛있는거 먹자고 해서..제가 별로 입맛이 없다고 했더니
예비 시어머니가 저 아주 맘에 드신다고 2달안에 결혼식 올리라고
우리집에 이미 전화하셨답니다..너무 황당했습니다.
이건 아니지 않나요? 상견례후에 불거진 문제를 해결도 안했는데
그런 전화를 왜 하냐고 했더니 결혼하려면 이것저것 준비할것이
많으니까 저를 배려해서 빨리 알려주신거라네요.
그러면서 덧붙여서 하는 말이 혼수랑 예단이랑 하는데 시간 걸린다고
엄마가 다음주부터 너랑 같이 다니시겠다더라 합니다.
원래 혼수랑 예단을 시어머니와 함께 보러다는것도 아닌거 같던데
아직 상견례 이후에 문제도 있는데..자꾸 이러면서
웃는 남친을 보니까 뭔가 멍하면서 자꾸 부모님 생각만납니다.
이 남친이 저에게는 거의 첫 남친이고 결혼도 할꺼라고 생각했었는데
자꾸 이건 아닌거 같고 또 남친 말처럼 제가 나이가 들어서 세상
물질적인 것에 너무 밝아져서 그런가싶기도하고..
아이디를 빌려준 언니는 펄펄 뜁니다. 그런 자식은 발로 차라고 합니다.
그런데 세월이 6년입니다. 정도 들었고 결혼못하게되면
이미 많이들 알고 있는데 어떻게볼까 걱정도되고..
제가 좀 소심한 사람이라서 그런가봐요..
다음주부터 시댁에 돌릴 예단 같이보러가야한다고 제 전화번호까지
물어서 남친이 알려드렸다는데..
어떻게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방금 예비 시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예단때문에 오늘 저녁 퇴근할때쯤 근처에서
보자하시네요..기다리신다고..
갑자기 너무 두렵고 어른이신데 뭐라 말씀드려야 할 지 모르겠고..
아이디 빌려준 언니는 자기도 따라 나가겠다고 하고..
제가 공사에 다녀서 퇴근 시간이 일정한거 아시니까 늦게 끝난다고 말씀드려도
안될거 같은데..일단은 네네 하기만 했어요..
후기 1
어제 퇴근전까지 많은 분들이 올려주신 글 꼼꼼하게 잘 읽었습니다. 아이디를 빌려준 언니가
왜 저에게 이곳에다가 글을 올리라고 하셨는 지 이해가 가더군요.
나이 29이면 꽤 많은 걸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그게 아니었어요..
그동안 연애하면서 왜 이런 문제에 대해서 깊게 대화하지 않았는지
나는 그 사람의 무엇을 보고 있었는 지 모르겠더군요.
왜 저는 이사람만 쳐다보고 이 사람과 당연히 결혼을 할꺼라고만 생각했는지
모르겠습니다.
6년 연애에 쌓인 정이 무섭고 이번일 전에는 저에게는 한결같은 남친이었기 때문에
큰 잡음없이 결혼할거라고 생각했는데..세상일이 맘과 같지 않네요.
꼭 읽어보라는 다른 분들의 글도 읽어보았고 (파혼하신 분 글이요) 후기들도 읽어봤습니다.
우선 어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퇴근 시간이 다가오니 초초해지더라구요..아이디를 빌려준 언니는 따라나오겠다는 걸
제가 말려서 저만 갔습니다. 화장실에서 언니가 제 손을 꼭 잡고 마지막으로 한 말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이거 하나만 기억해라. 니가 너의 아빠에게 어떤 딸이었는 지만 기억해.'
저의 부모님은 평생 교직에 몸 담고 있으신 분들입니다. 특히 아빠는 외아들에게
시집와서 딸만 둘을 낳아 구박받을 어머니를 생각해 본인이 직접가서 정관 수술을
받으실 정도로 엄마와 저희에게 끔찍하셨어요.
특히 저에게는 더 각별하셔서 가끔 점심도 사주러 오시고 퇴근도 함께하자면서
근처에 가끔 오셨었기 때문에 이 언니도 아실 정도로 다정다감하신 분이세요.
언니에게 아빠 이야기를 듣는 순간 눈물이 왈칵 났습니다.
아빠를 위해 정신차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깟 6년을 못잊어 이렇게
궁상맞게 구는 제가 싫었죠. 읽었던 꼬리말들도 하나하나 머리속에서 다시
떠올려봤습니다.
그리고 그분을 뵈었죠..
예비 시어머니이 말씀하시는 동안 우선 계속 듣기만했습니다.
- 맡딸이라 부모님이 시집보내는거 지금 너무 서운하실텐데..이럴때는 니가
빨리빨리 준비해서 신경 안쓰이게 해드리는게 좋다
- 부모는 나이든 딸이 시집안가고있으면 그것때문에 더 늙는다
- 부모님께는 아들하나 더 생긴거라고 위로드려라
처음에는 이렇게 저의 부모님을 위로하는 듯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 조용히 있었습니다.
다시 말씀을 이어가시더군요..
이미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과 주변 친인척들에게 다 전화 돌려서 xx (남친) 결혼
한다고 며느리가 너무 이쁘고 참하다고 말하셨다더군요.
거기에 붙여서 이모님께서는 좋은 며느리만나 시어머님 밍크랑 소원하던 명품백도
받게 생겼다고 부러워하신다는 말씀과 목사 사모님이 잘 아는 한복집있다는 말씀까지..
너무 밝게 웃으시면서 이런저런 말씀 계속하시는데 정신이 멍하더군요.
우리 xx 가 상견례 후에 신혼인데 일단은 나가 살다가 합치는걸 생각해달라고
했다..그래서 생각해봤는데 우선 집을 구하려면 큰 목돈이 들어가야하고
우리는 그정도의 여유는 없고..서울에서 집값이 얼마나 비싼지는 너도 잘 알거다..
우리 xx 가 넌 아주 생각이 깊고 알뜰하기때문에 큰거 바라지 않을거라고 하더구나..
너도 당연히 신혼을 즐기고 싶겠지..시어미랑 살면 좀 불편할거고..
지금 우리 아파트도 좀 많이 비좁긴할거거든..
아마 너의 부모님도 니가 비좁은 아파트에서 시부모와 사는건 원치 않으실꺼다
혼기를 넘기려고 하는 큰 딸을 위해 준비도 하셨을거고..
그래서 내 생각에는 지금 우리집이 좁으니까 우리가 돈을 좀 마련하고
사돈께서 준비하신 니 이름 상가를 팔아서
그 돈 합쳐서 2층짜리 단독으로 옳기면 어떨까 생각해봤는데..그러면
1층하고 2층 나눠쓰면 되니까 훨씬 편하지 않겠니? 이렇게 말씀을 하셨네요.
순간 너무 화가 났습니다. 큰 딸을 위한 몫이라니요? 제 이름의 상가요?
그건 엄마가 아빠 몰래 아빠 은퇴하실때 선물로 주시거나 만약을 위해
저와 제 동생 이름으로 각각 작은거 하나씩 준비하신건데..
이걸 어떻게 예비 시어머니이 아시는 건지 그걸 어떻게 탐내시는건지
너무 화가나고 울컥해서 다리가 다 떨리더군요..
상가 제 명의로 할때 명의자가 꼭 있어야한다고해서 남친과 데이트중에
이야기하고 잠깐 엄마한테 갔었는데..그걸 남친이 이야기한거 같았습니다.
그 이후로 상가에 대한 이야기를 한적도 없었는데..남친도 이야기꺼낸적이
없었는데..
더 있다가는 테이블을 엎고 나올거같아서 입술 깨물고 말씀드렸습니다.
'상가는 이름만 제것이지 부모님 은퇴하신 후에 연금처럼 쓰실려고
하신거고 곧 명의 바꿀꺼예요. 그리고 결혼은 아직 부모님께서
허락을 하신게 아니라 사귀는 사이에 양가 어른들 얼굴이나 뵙자고
마련한 자리였던 것이라 좀 더 xx 랑 상의하고 부모님과도 이야기 나눠보고
천천히 생각하고 싶어요.'
그 분 안색이 확 변하시더라구요..
부모 마음은 내가 더 잘안다..말만 그렇게 하실뿐이지 딸내미 결혼위해
준비하신거다..곧 있으면 30 넘는데 불효라고
지금은 딸 보내기 섭섭한 마음에 아무소리 안하시는거고..30넘어간
딸 보내는게 얼마나 고통인줄 아느냐하시면서 20분을 넘게 계속 말씀하셨지만
저 더이상 대꾸 안하고 인사하고 나왔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남친에게서 걸려온 전화도 안받았습니다.
받을수가 없었어요. 통화해서 화내고 따질까도 생각했지만
흔들릴까봐 두려워 전화 안받고 집으로 곧장왔습니다.
다녀왔다고 인사드리려고 했는데 눈물이 자꾸 떨어져서
소리가 안나오더군요..
제 눈물에 당황하셨는 지 어서 들어가라는 엄마를 뒤로하고
방에 들어와 울었습니다.
정리해야겠지요..그 사람, 그 사람과의 6년을 지우려고 합니다.
아침에 출근하기전에 전화해서 오늘 저녁에 만나자고 했습니다.
이별을 말해야겠지요.
퇴근전까지 틈틈히 꼬리글들 다시 읽어보고 또 읽어보고..
부모님 생각해서 제 뜻을 말하려고 합니다.
저 잘할수 있겠지요....
후기 2
너무 많은 분들이 읽으셨고 꼬리글을 달아주셔서 감사하기도 하고
한편 이러다가 아는 분들이 보실까봐 겁이 나기도 합니다.
원래 조금 소심한 성격이라고 스스로도 생각은 했었는데
이번 일 겪으면서 그동안 참 편하게 살았고 부모님 그늘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 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왜 6년 동안 저의 재산에 대해 남친에게 자세히 말했는가를 물으신 분들이
있으신데 결혼을 하려고 마음먹은 상태였고 결혼후에 장기적인 계획을
미리 세워놓자는 남친의 의견에 따라 저의 돈을 직접 관리하는 저의
통장 내역은 남친에게 알려줬고 (물론 엄마가 만들어주신 5000만원 통장은
집에 놓고 갈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때는 남친도 별 말이 없었구요)
남친의 통장 내역을 묻자 엄마에게 물어봐서 알려주겠다고 했는데
상견례 전까지 확인을 안해줘서 계속 묻기가 어려워 몰랐던 것입니다.
저의 월급은 남친의 약 1.8배가 되는데 이것도 장기 계획 이야기할때
알려달라고 해서 알려줬고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더군요.
연애 6년 동안 저희는 돈 문제에 대해서는 특별히 대화하지 않았습니다.
남친도 착실하게 근무를 하고 있었고 저보다 적을게 분명한 남친의
월급을 묻기도 어려웠습니다. 저는 그것이 배려라고 생각했습니다.
성실하게 생활하고 받아오는 월급이라면 액수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항상 감사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제 점심 시간에 아빠가 찾아오셨지요. 우리 큰 딸과 모처럼 맛있는 거
먹자고 하셔서 근처 식당으로 갔습니다.
감자탕을 시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아빠 눈에는 우리 큰딸이 세상에서 엄마 다음으로 이쁘다..그런데 이런 이야기하면
딸바보라고 학생들이 그러더라 그래서 내가 직접 보면 그런 소리 못한다고 큰소리
쳤다고 하시면서 계속 웃기만 하셨습니다. 미스코리아 내보낼려다가 나쁜 놈들이
보고 달라붙을까봐 안내보냈다고 농담도 해주셨습니다..
눈물이 났지만 이악물고 참았습니다.
퇴근후 남친과 만났습니다.
보자마자 남친이 어디 아프냐고 걱정스럽게 묻더군요.
예비 시어머님께서 남친에게 제가 결혼 문제로 심난해서 아픈거 같다고
하셨답니다. 맏 딸이니 얼마나 부모님 문제로 마음이 쓰이겠느냐
결혼전에는 여자들 모두가 그렇게 혼란스럽고 겁도내고 몸도 아프고
그런거라고 걱정되서 잠도 안온다하셨답니다.
많이 위로해주고 따뜻하게 해줘라하셨답니다. 장인 장모한테도
잘하라고 하셨답니다.
제가 묻고 싶은 말을 물었습니다.
왜 어머님이 내 통장 금액과 상가 명의를 알고 있느냐했습니다.
신혼집 이야기를 하셔서 자기가 말씀드렸답니다.
결혼하면 한 집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도 여러 경제 상황
고려해서 말씀드린 것이라 합니다.
합가는 원치 않는다고 했더니 그래서 2층 단독을 생각한 것이랍니다.
2층 단독이 합가와 다를것이 무엇이냐고 했더니
자기가 어머님과 상의를 했는데 결혼후 아이를 낳으면 제 사회 생활을
위해서 어머님이 전적으로 아이를 봐 주실것이라 저를 생각해서
만든 아이디어라고 합니다. 예비 시어머님은 요즘은 여자도 사회 생활을
잘 해야 하는 시대라고 하셨답니다.
상가는 내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지 않느냐했더니
장인 장모에게 물어보면 분명 주실거다합니다. 양가중에 한쪽이 기울면
서로 받쳐줘야 나중에 장인 장모 체면도 서고 그걸 이미 생각하고 계실거다합니다.
절대 그럴수없고 그건 부모님 노후를 위한 자금이고 5천도 집에 드리고 갈것이다
했더니 왜 너희 부모님 노후를 지금 걱정하느냐합니다.
우리가 자식인데 우리가 잘 살면 부모님 노후 걱정없고 더구나 선생님들 연금
많이 나오는거 알지 않느냐 두 분이 모두 선생님이신데 그 연금 생각하면
금액적으로는 노후에 절대 문제가 없고 다만 자식이니 우리가 잘 살고
자주 찾아뵙고 하는 것이 효도라 합니다. 자기는 우리집의 아들처럼 할것이라
합니다.
왜 혼수에 1억 3천이라는 큰 금액이 들어가느냐 난 그런 호화 혼수 할수없다했더니
친인척이 상당히 많고 선생 집안의 며느리에 공사 다니는 며느리면
그 정도는해야 양쪽 집안 모두 체면서는 일이고 대부분의 금액은
새로 들어갈 집의 가구와 전자 제품을 바꾸는데 사용해서 모두 함께
쓰는건데 너무 속좁게 생각하지 마라합니다.
우리 부모님이 교직에 있으시니 더욱 호화 혼수는 안되는거 아니냐
이건 옳지않다 했더니 교직에 있으신 분들이니 더욱 기본적인 예절에
신경쓸거다 딸이 어렵게 살게되면 좋을 부모가 어디 있느냐고 합니다.
없는거 빌려서 하는것도 아니고 있는것으로 하는것인데
너무 예민하게 니것내것 따지는거 아니냐고 합니다.
나는 양가 부모님께 신세 지는것도 싫고 우리힘으로 살고 싶고
그럴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하니 부모 자식이 남이 아니고
받았으니 나이드시면 우리가 효도하면서 살면 되는것을 왜 남처럼 이야기
하느냐고 합니다.
한쪽에서만 바라는게 옳은 일이냐했더니 한쪽에서만 바라는게 아니고
자기 부모님들 돈 없는게 죄도 아니고 열심히 사셨지만 못배워서
좋은 직장 못얻어서 없는 것이기 때문에 더 잘해야한답니다.
빈부의 차이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고 저를 생각하는 예비 시어머님의
인품을 생각하랍니다.
덧붙여 저에게 섭섭하다고 하더군요. 예전에 배운 지식인들은
일부러라도 더 노동자들 사이에 들어가 함께 살려고 노력하고
빈부의 격차를 줄이려고 노력했는데 양가 차이나게 사는게 좋으냐고
되 묻습니다. 계층간 갈등을 좁히는 것이 사회의 갈등을 줄이는 것이라며
저는 다를거라 믿고 자신의 6년과 평생을 모두 저에게 사랑과
신뢰로 바칠것라고 항상 다짐했는데 속상하다더군요.
세상의 많은 여자들이 돈을 따라 움직이는데 이게 정상적인 것이
아니라 사랑없는 속물 근성이고 남녀평등은 외치면서 남자집은
여자보다 잘 살아야 한다는 모순적인 말을 떠들면서 저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합니다.
섭섭해하시는 저의 부모님을 뵈러 예비 시어머님이 곧 저희집을
방문하신다고 합니다.
저 절대 안된다고 했습니다. 우선은 이 결혼에 대해서 서로의 의견이
너무 다르고 계층간 갈등을 좁히려고 결혼할 생각은 없다고 했습니다.
우리 부모님은 사랑하는 딸의 배우자를 원하는 것이지 사회 운동가를
원하는게 아니다고 말해줬네요.
저보고 무책임하게 집안에 다 알려놓고 6년의 세월을 접으라는 소리냐며
설득을 계속하려고해서 당분간 연락하지 말고 지내자고 했습니다.
절대 안된답니다. 사회와 요즘 세태에 대한 구구한 이야기들 더 이상
듣고 있을수가 없어 나오려고 했더니 잡더군요.
이럴수록 혼자있으면 안되고 함께 있어야 한답니다.
자신이 따로 저의 부모님도 찾아뵙겠다고 합니다.
더 이상 서로 힘들게하지 말고 찾아오지도 말고 무엇이 맞는 생각인지
왜 내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지 생각해보라고 해답을 못찾으면
우리 사이는 안된다고 인정하고 정리하자고 했습니다..
이 남자..못받아들이네요...전화 계속옵니다..
집으로 찾아오거나 학교로 찾아간다고 하는데 걱정이 됩니다.
견뎌야하는데 무섭기도하고 더 큰 상처가 될까봐 마음이 무겁습니다.
무책임하다는 그의 말에 저 역시도 반성을 하게되었지만
전화 진동이 울릴때마다 힘이 듭니다.
마지막 후기
어찌보면 짧은 기간이겠지만 이제서야 후기 올립니다.
바로 후기 올리고 싶었지만 변덕을 부리는 제 마음이 싫었고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읽으셨는 지 알아챈 친구들도 몇 명 있어서 용기내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꼬리 올려주신 것들 꼼꼼히 읽고 혹시나 약해질 때면 다시 읽고는 합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마지막 글을 올린후 계속되는 남친의 전화때문에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습니다.
많은 분들의 말씀처럼 부모님이 단호히 막아주셨으면 하는 마음도 조금은 있었습니다.
아마 그 마음 밑 바닥에는 혹여 결혼을 하게되더라도 적극적으로 막지않은 부모님을
원망해도 그 응석을 받아주시지 않을까하는 어리석음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야기를 다 들으시고 아빠가 말씀하시더군요.
사람이란 모두 자기에게 편리한 쪽으로 생각하기때문에 본인이 반대를 하는것이
딸을 가진 부모가 부리는 욕심이 아닐까, 남의 귀한 자식을 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파렴치한 인간으로 몰아가는 것이 아닐까, 저의 남친이 본인의 애제자 였다면
어떻게 생각했을까 고민을 많이 하셨기에 바로 반대를 하지 않으셨답니다.
하지만 저와 남친의 이야기를 들으시고 이 결혼은 뒤 볼것없이 접으라 하셨습니다.
살면서 돈이 굉장히 중요하다 돈 없이 사랑만으로 살수 없다는 건 나이를 먹으면
더 뼈져리게 알게된다. 너의 남친에겐 너 만큼 많은 돈은 없지만 내 딸에게 돈이
있고 다행히 우리도 은퇴 준비가 되었기에 문제없다 하지만 결혼 생활에 가장 중요한
건 상대에 대한 배려다. 좋은 말로 설득하려고 하기전에 잘 듣고 배려하게는
결혼 생활에서는 사랑보다 중요하다. 사랑없이 돈과 서로에 대한 배려가 있는 결혼은
허락할 수 있지만 서로에 대한 배려없이 돈과 니가 사랑이라고 믿고있는 젊은 날의
어리석음을 들고 결혼하게 부모로써 놔두고 싶지 않다 하셨습니다.
6년의 시간이 길고 실패없는 인생을 살고 싶다고 느껴서 또는 헤어짐으로 실패했다고
느끼는게 싫어서 결혼을 강행하는 건 시험 답안지에 밀려 쓴 거 확인하고도 밀려썼던
시간이 아까워서 다시 답안지 작성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하셨습니다.
부모님과 아주 긴 대화를 나누고 다음날 회사 앞으로 찾아온 남친 (예비 시어머니의
전화는 일부러 받지 않았습니다)과 만났습니다.
제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한국 여성들의 이기주의와 사회적 계층 갈등에 대한 말을
시작하더군요. 한국 여자들은 신데렐라를 꿈꾸고 사회가 양극화 되어가는 것이
문제라는 것은 알면서도 자신은 그 계층 상류에 들어가기를 원한다. 결혼하면
시댁사람이라는 전통은 구시대라고 말하면서 부자집 남자 만나서 집안에서
편하게 있기를 바라는 구시대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
분가를 원하면 우선 큰 주택을 구입해서 시부모님 살게하고 너랑 나랑은
신혼 분위기를 낼수있게 월세를 알아보자 그리고 나중에 니가 우리 부모님 편해지면
그때 함께 살자. 지금 큰 주택을 사는것에 너의 돈이 들어가는 걸 원치 않으면
하지마라 나중에 하면된다 등등...
솔직히 이것이 그동안 내가 만나온 남자인가 싶더군요. 이정도로 유창한 말솜씨를
가지고 있는 줄 몰랐었더랬습니다. 아니 그동안은 이 유창한 말솜씨가 저에 대한
사랑이라고 믿었는 지 모르겠습니다.
제 평생 가장 큰 용기와 힘을 내서 말해줬습니다. 내 돈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고 아무리 생각해도 니가 사랑하는 건 내 돈이다.
너의 사회적 계급을 올려줄 다른 여자를 찾아라
내 힘으로는 너를 상류층으로 끌어줄 생각도 없고 능력도 안된다.
그리고 나는 니가 사회운동가였는지 몰랐다 계속 그 일해라고
해줬습니다.
멍해져있는 그사람을 뒤로하고 집에 돌아왔고 그 후로도 명절 전까지도
그 사람은 계속 전화를 했습니다.
오늘도 점심 시간에 걸려온 전화 받지 않았습니다.
1월에는 그쪽집에서 선물도 택배로 보냈더군요.
중간에 집에도 찾아오고
부모님의 학교까지도 찾아간 걸 알고 있지만 부모님도 저도 더 이상은
서로가 걱정 할 말을 하지 않습니다.
남친이 술먹고 찾아왔을때도 있었지요. 힘이 약한 저를 대신해서
함께 일하는 언니는 본인의 남편과 남편 친구까지 불러내서 막아주었고
(그 친구분은 판에서 우연히 저의 글을 읽었던 다른 분에게서 내용을 어느정도
들었던 터라 집까지 바래다 주시고 지금은 저의 친구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눈만 마주치면 힘내라고 눈짓을 해줍니다.
6년의 세월 길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2개월이 어찌보면 더 긴거 같네요.
시간이 흐를수록 저의 어리석음은 더 선명하게 다가오지만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그만큼 커집니다.
돌아보니 좋은 친구들이 참 많았습니다. 시간내서 친구들도 더 만나고
이번 여름에는 부모님과 여행도 갈 생각입니다.
벌써 여행가이드 북을 사서 매일 밤마다 읽으시는 부모님을 보면서
행복합니다.
혹시라도 결혼을 예정하셨는 데 파혼이 두려워 아닌걸 그냥 덮고 넘기시려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어쩌면 다시 사랑하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어쩌면 좋은 결혼
상대를 만나지 못할 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희망을 품을 기회는 있습니다.
그냥 덮고 결혼했다면 지금의 희망은 없겠지요.
헤어질 당시에는 죽을것 같았지만 지금 잘 살고 있습니다.
다만 그 사람과 그 사람의 가족들이 언제까지 시간 낭비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안타깝습니다. 이 글을 본다면 혹시라도 본다면 내일부터 시간 낭비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앞으로도 힘내서 잘 살겠습니다
진짜 결혼할때 여자쪽을 너무 벗겨먹으려고 하는 시댁이 꽤 되는거 같아요 진짜 짜증남 이 글 시댁식구며 예비신랑이며 그지근성 쩌네 나도 저런 그지들 만날까 걱정된다
정말 이해가 안가는게...결혼식 체면차려야하나요? 그럴바에라면 신랑될사람과 조용한곳에 둘만가서 식올리겠어요 ..글쓴분의 남친같은 신랑이라면 당연히 헤어질듯.. 그나마 다행인게 저는 좀 정떨어지면 그간의 정이 얼마였건간에 단칼에 베어버릴수있는 사람이란게 참 감사하네요...ㅋㅋㅋㅋㅋ
아 진짜 다행이다 ... 읽으면서 진짜 열받아서!!!!!!!!!!!!!!!! 자기 부모님만 부모님이고 장인,장모님은 뭔가요. 장인,장모님께 드릴 돈도 자기네 집에 다 쏟아부어야 하나. 그리고 결혼식에 거참 ... 체면 차리네. 그럴거면 본인이 진작에 돈을 모았어야지. 어머님이 제대로 관리하는지도 모르면서. 자기 돈을 이런식으로 관리하는 사람이랑 결혼해도 결국 여자분 등골만 휠 듯. 뭐 그런 남자가. 와 진짜 ... 어떻게 자기의 잘못과 자기네 집의 태도는 생각도 안하고 여자분의 태도와 돈에만 관심이 있는지. 6년이란 시간이 아깝지만, 더 후회하기 전에 끝내신 걸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아오 상견례때 돈 안낸거 부터 짜증나 준니 엄마말 잘듣네 아 짜증나!!!!!!!!!
사회운동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양가상견례 자리 음식비 반반씩 부담하기로 해놓고선 여자분이 다 낸거부터 맘에 안들었는데 내리면 내릴수록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 그래도 저 찌질남이랑 정리되서 진짜 다행이네요 ㅠㅠ부디 여자분 부모님처럼 좋은 부모님 두신 개념남 만나서 결혼하시길 ㅠㅠㅠ
멋있어..
큰 주택을 구입해서 시부모님 살게하고 너랑 나랑은 신혼 분위기를 낼수있게 월세를 알아보자<- 이건 도대체 무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슨 심보야 도대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혼할 남자라는 놈은 여자가 계속 다시생각해보고 싶어하는데 끝까지 집을 포기못하네... 지가못사주는 부모님집을 왜 여자한테 사내라고 하냐고.. 집도여자가 내고 혼수도1억3천을하래;; 그거 다 갖고싶다고 말은못하고.. 계층간의 화합드립 ㅋㅋ 거지근성에 진짜 신분상승욕구까지 쩐다 진짜.........;;3-4번 봐도 재밌고 교훈이 되는 글임..... 나도 결혼할 때 고민되면 네이트톡써야지;;
아 진짜...아 진짜....아진짜....남자쪽 어머니 완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