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과 사진은 딱 한 달 전,
북한산 원효봉을 오르고 계곡에서 쉬며 볼더링을 하고 있는 외국인에 대해 간단히 써 둔 것이다.
*** 어느 한 외국인 Rock Climber의 고집? 집념? 집착? ***
어느 한 외국인 Rock climber 가 Bouldering을 하고 있었다.
Bouldering이란 로프 없이 오르는 높이가 낮은 바위,
즉 로프 없이 볼더 또는 암벽 밑의 부분에서 뛰어 내릴 수 있는 높이까지 클라이밍 하는 것으로,
매우 역동적이고 어려운 난이도가 높은 클라이밍이다.
로프를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으므로 안전을 위해,
볼더 밑에 Bouldering Pad (휴대용 매트)깔고 한다.
마당바위에 누워 망중한인 우리들 위쪽 바위에서 그는
Bouldering 을 수십번을 시도하고 실패하고...
이제는 계곡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었다.
"그가 과연 성공을 할 것인가 못할 것인가"의 관심거리다.
나는 누워서 힐끔힐끔 광경을 살폈다.
정말 그는 바위에 잠시 붙었다 떨어지길 반복한다.
힘이 다했음이 틀림없을진데 고집인지, 집념인지, 집착인지
아무튼 포기할만도 한데 끝까지 시도를 한다.
'저거, Bonehead아냐?'라고 생각하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곳으로 다가갔다.
* Bonehead (머리는 쓰지 않고 용감무쌍하기만 한 새내기 클라이머)
가까이 바위로 가서 자세히 살폈다.
직경이 1/2 inch정도인 Bolt 볼트가 하나
손가락 하나정도 들어갈 구멍 한개만이 있었고,
볼트 위로 한 팔정도의 길이 위치에 아주 작은 크랙이 각각 세개가 있었다.
그는 볼트에 왼손 중지를 끼고 오른손으로 한 크랙을 잡고,
몸을 위로 밀어 부치며 두 다리를 바위에 갔다 대는 순간
툭 떨어지길 반복한다.
나머지 두개의 크랙 위치까지는 역부족이다.
물론 그정도의 연습으로도 손가락과 발가락의 힘,
암벽을 오르는 기술을 익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겠지만
마지막 피치까지 자신의 목표와의 싸움을 것이다.
V ratings (볼더링의 난이도, V0 ~ V14 등급으로 나눔)은
이정도면 쉽지는 않는 편이지만 여기까지 와서,
것두 한국인들로 둘러싸여 시범을 보일정도면 해내야 되지않을까?
아마 이런 생각은 그나 우리들이나 마찬가지일테다.
바지 허리에 Chalk Bag 을 차고
Chalk Up (손에 쵸크를 바름, 미끄럼을 방지로)을 반복하고 것두 모자라,
볼트내에도 칫솔에 초크 가루를 묻혀 넣고, 암벽화 바닥에고 묻히고,
시도를 하지만 결과는 매번 실패다.
나는 침만 꿀떡꿀떡 삼키고 있었다.
머리속에 계산이 딱 서는데,
근데 그 계산으로만 되는 것도 아니고, 순간의 동작과 힘으로 밀어 부치는 게 문제다.
20대 학창시절 왕년의 기술과 힘(?)이 남아 있을리는 없고,
시험해 볼 수도 없고, 맘 같아선 함 해보고 싶은데ㅎ...
만약 기적이라도 일어나 내가 성공한다면 그의 체면이 말이 아닐 것이다ㅎ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다ㅎ
도봉산 진입로에서 석굴암 방향으로 가는 길목에 이정도 난이도의 바위가 있다.
그곳에서 손가락, 암벽화가 하얗도록 쵸크파우더를 발라 가며,
볼더링 연습을 수십번도 했었던 적이 있었다.
또한 손가락의 힘을 기르기 위해 Push Up을 했고,
버스를 타고 빈자리가 있어도 앉지 않고,
한 손가락씩 번갈아 가며 손잡이를 잡아었다.
암튼 바위에 미치면 이렇다.
참으로 옛날 얘기다.
이 싯점에서 왜 서글퍼지는 거야?
친구들도 덩달아 다가왔다.
친구, 왈 "야, 니가 함 올라 봐!"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림의 떡이지ㅎ"
우리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가 성공하기를 바라며 하산을 늦추고 지켜보았다.
계속되는 실패에 계곡을 빠져나왔다.
다만 그가 성공하기만을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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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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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하산해서 산입구 호프집에서 한잔하고,
차를 타려고 내려가는데 우리 앞쪽으로 그의 뒷모습이 보였다.
Bouldering Pad 를 매고 내려가고 있는 그의 뒷모습에서,
왠지모를 쓸쓸함, 측은함이 느껴졌다.
이는 아마도 그가 성공하지 못했음을 짐작한 내 마음에서일게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고.
꼭 바위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삶이 다 그런 것 아닌가! 시도하고 실패하고 그리고 또 도전하고...
암튼 그의 집념과 도전정신은 살만했다.
첫댓글 그렇죠? 어쩌면 등반은 우리의 인생이나 똑 같은 과정일 것입니다.실패의 좌절에서 또 도전하고...성공한다면 그 이상의 어떤 희열을 느끼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자신의 한계를 느끼는, 좋은 글과 사진 잘 봤습니다^^
그분 집념이 부러운데요? 그런 정신으로 무엇을 못할까 하는 생각이듭니다
마나슬루님 것에 이어 실패했기 때문에 더 실감나는 글을 잘 보았습니다.
한가지에 미치면 그정도는 아무것두 아니지만서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