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남몰래(?) 진행시키던 4인치 굴절자작 프로젝트가 완료되었습니다.
사실 제 경우는 장용님 케이스에 비하면 말이 자작이지 거의 파트조립이라고 해야 하는 것이 바른말인 것 같습니다.
제원은 다음과 같습니다.
렌 즈 : Antares Air spaced Achromat, D: 105mm, Clear Aperture 100mm, FL: 1300mm, F/13, fully MgF2 Coated
경 통 : 두랄루민 가공, 내경 100mm, 외경 104mm, 2t, 2단 연결방식
연결구 : 셀+경통, 경통1+경통2, 경통2+포커서 연결용, 듀랄루민 가공후 아노다이징 처리
접안부 : 중국제 Crayford 2인치 포커서 (1.25 어뎁터 포함)
밴 드 : 두랄루민 레이저 절단후 수가공
사진 A에서 보시다시피 진짜 깁니다. 아마 4인치 짜리 중에는 국내에서 제일 긴 경통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
- 렌즈
렌즈는 사실 족보가 확인 안된 제품(Antares Optical Instruments에서 Research Grade Objective Lens라는 이름으로 공급하며 자기들은 일본에서 수입하는 물건이라고 합니다)이며 북미지역 5~6군데에서 Retail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RR Achromat을 구입하려 했는데, 박경남님께서 Sky Objective사가 더 이상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정보를 주셔서 부랴부랴 대안으로 찾은 물건 되겠습니다.
렌즈 + 콜리메이션 렌즈셀 + 후드 일체를 구입했으며 렌즈셀과 후드는 Synta제품입니다.
성상에 대해서는 뒤에 말씀드리겠습니다.
- 접안부
렌즈구입이 확정된 후 접안부를 구하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국내에서 굴절 접안부를 구하기 쉽지가 않더군요. 물론 고급제품이야 꽤 있지만 돼지목에 진주를 걸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고생하던중 추현석님께서 MY000에서 중국제 Crayford접안부를 팔고 있다고 정보를 주셔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중국제라 그런지 표면처리가 부실해서 많이 거칠지만 움직임은 기존에 쓰던 어떤 렉앤피니언 보다 훨씬 부드러웠습니다.
- 경통
렌즈와 접안부가 도착하는대로 경통을 구하기 위해 이곳저곳 기웃거렸으나 역시 경통만을 팔고자하는 사람은 없더군요. 어쩔 수 없이 자작하기로 하고 정보를 구하던 중 장용님이 구로공구상가 근처 조각집을 알려줘서 가보게 되었습니다.
물건이 있기는 한데, 일단 상당히 무른 알루미늄이었고, 두께 또한 5t 짜리여서 포기하던 중 성광 박사장님이 파이프를 가지고 계신 것이 있어서 파이프 구입 및 가공(두께 절삭, 탭가공, 연결구 가공)을 의뢰하여 완성시켰습니다. 가공 도중에 정보교류에 빵꾸가 나서 생각했던 것보다 길게 경통이 나와 다시 한번 처리를 하였습니다.
워낙이 긴 경통이어서 운반에 문제가 있을 것 같아 2단으로 분리가 가능하도록 하였고 연결 해체시 마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연결구는 모두 아노다이징 처리하였구요.
이거 만드느라고 1:1 축적의 설계도를 컴퓨터로 그리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CAD를 쓸 능력이 안되서 엑셀에 광로를 그리고 도형그리기로 파트 하나하나를 레고블럭처럼 객체로 그려 나갔는데, 나중에 수정시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되더군요.
완성된 경통은 2차가공시 생긴 기스를 빼고는 상당히 미끈합니다. 조만간에 분체도장을 의뢰할 예정입니다. 사실 뽀대는 누드가 좋은데 터치감도 않 좋고 기스도 많이 생기더군요.
내부는 처음에 식모지를 3M락카로 고정시켰는데, 싸구려 식모지를 써서 그런지 절단부에서 보푸라기가 계속 발생하고 경통내부가 좁아서 작업하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무광흑색락카로 깔끔히 처리하였고 시간날때마다 배플로 사용할 플라스틱 판을 오려내고 있습니다. 이거하면서 배플설계에 대한 이해가 많이 늘었습니다.
- 경통밴드
제일 고생이 많았던 부품입니다. 처음에는 당근 기성품을 구하면 되겠지 했는데, 알고 봤더니 통상 말하는 4인치 밴드는 전부 내경이 114mm 더군요. 굳이 구할려면 신타 등 중국제에 쓰는 물건을 구해야하는데, 이건 별도구입이 안되는 제품이었습니다. 거의 2~3주를 기다려보다가 포기하고 자작으로 발길을 돌렸는데, 이것도 쉽지가 않더군요.
처음에는 두꺼운 알미늄 판재를 절곡해서 만들까 생각했는데, 경첩이 보기 싫어서 판재를 링모양으로 따내서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밴드설계는 마쳤는데, 이걸 가공해주는 집이 별로 없었습니다. 머신가공이나 워터젯은 너무 비싸고 그나마 제일 싼게 레이저 가공인데 레이저는 알루미늄을 5mm이상 가공할 수 없다더군요. 최소한 10mm정도는 되어야 힘을 받을 텐데 난감했습니다. 그래서 레이저집 아저씨와 고민해서 5mm짜리를 2개씩 만들어서 붙여쓰기로 하고 가공에 들어갔습니다.
이것 하면서 느낀건데, 두꺼운 자재의 레이저가공은 별로 권장할 만한게 아니더군요. 앏은 판재는 상당히 깔끔하게 절삭되는데 두꺼운 재료는 상당히 거칠거칠합니다.
레이저는 2차원가공만 가능하고 10mm 이하의 구멍은 가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연결나사구멍은 어쩔 수 없이 제가 모두 수작업으로 뚫어야 했습니다. 밴드가 두개이고 위아래로 2개, 두 개씩 붙이니까 총 8개에 개당 7개의 구멍을 뚫으니까 무려 56개! 일좀 쉽게 할려고 테이프로 두개씩 붙여놓고 뚫어도 24개를 뚫어야 하는 작업입니다. 진짜 하루 왠 종일 구멍만 뚫었습니다. 다 뚫고 나니까 손은 저려고 어깨는 결리고, 눈은 침침하고...
그래서 만든 밴드가 위의 사진의 밴드입니다. 상당히 거칠고, 투박하며 연결할때도 불편함이 많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가대에 올려보니 그런대로 튼튼하게 경통은 잡아주더군요.
아마 더 좋은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항상 만들어 놓고 후회하는 버릇은 고쳐지지 않는 듯 합니다.
- 테스트
사실 렌즈구입하면서 “이거 사기당하는거 아닌가”, “장초점이라지만 아크로매트인데...”하고 고민 많이 했었습니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짤막짤막한 사용기만이 있었고, 혹시 싸구려 중국제를 속이고 파는게 아닌가 우려도 되고...
다행히도 테스트 결과는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XQ-8과 비교했을 때 월면상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초점이 맞지 않았을 때는 색수차가 조금 보이다가 정확히 초점이 맞으면 색수차가 완전히 사라지고 상당히 콘트라스트가 높으면서도 안정적인 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조만간에 달이 차기 시작하면 디카로 찍어볼 예정입니다.
목성상은 XQ-8보다 매우 똘똘한 상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굴절식이라 그런지 울렁임이 훨씬 적어서 안정적으로 관측이 가능하더군요. 좀더 자세한 테스트를 위해서는 5mm 정도의 짧고 아이릴리프가 긴 아이피스를 구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경통설계시 정립미러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길이를 결정하다보니 바로우를 쓰기가 어정쩡한 길이여서 고배율 테스트를 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포커서를 완전히 당기고 바로우를 연결하면 보이기는 하는데, 영 자세가 안나와서 거의 눕다시피 해야 합니다. 웹캠으로 사진촬영을 해보려고 했는 아파트 베란다에서는 웹캠이 자꾸 걸거젹 거려서 도저히 찍을 수가 없더군요.
단점도 있습니다. 초장초점이다 보니 피어가 너무 절실합니다. 경통이 가볍다보니까 중심축이 중간 위족에 위치하게 되고, 이 상태로는 고도가 조금만 올라가도 자꾸 삼각대에 걸리고 좁은 베란다 같은 경우는 삼각대 위치가 제한적이어서 돌리기조차 어려운 구조입니다. 그리고 삼각대를 다 빼고 올려도 쪼그려 관측을 해야 합니다. 피어 자작이나 해볼까 고민 중입니다.
이상으로 4인치 굴절 자작기를 마치겠습니다.
그동안 도움을 주신 장용님, 방장님, 그리고 경통가공을 도와주신 박사장님께 감사 드립니다.
유준규 - 훌륭합니다. 다음번 관측회에서 한번 볼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장용 - 도움이라뇨.. 제가 한게 뭐 있다구. ^^ 정말 멋지게 완성된거 축하드립니다. 특히 밴드를 보니 감동적입니다.
엄태준 - 고맙습니다. 천망동 회원분들과 강좌자료들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작업이었습니다.
이만성 - 고생이 많았지만 얻은 것이 더욱 많았겠습니다. 밴드를 5mm 두 장을 쓸 수 밖에 없군요. 괜찮은 방법입니다.
박한 - 늦게나마 축하...
첫댓글 제글이 아니군요.
ㅎㅎ 정말 옛날에 천망동에 올려 놓았던 제 4인치 굴절 자작기군요.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하신 분들은 아래를 참고하세요.
http://speedoftime.net/2005/02/23/%EC%9E%A5%EC%B4%88%EC%A0%90-%EA%B5%B4%EC%A0%88%EB%A7%9D%EC%9B%90%EA%B2%BD-%EC%9E%90%EC%9E%91%EA%B8%B0-13/
http://speedoftime.net/2005/03/03/%EC%9E%A5%EC%B4%88%EC%A0%90-%EA%B5%B4%EC%A0%88%EB%A7%9D%EC%9B%90%EA%B2%BD-%EC%9E%90%EC%9E%91%EA%B8%B0-23/
http://speedoftime.net/2006/04/10/%EC%9E%A5%EC%B4%88%EC%A0%90-%EA%B5%B4%EC%A0%88%EB%A7%9D%EC%9B%90%EA%B2%BD-%EC%9E%90%EC%9E%91%EA%B8%B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