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을 품은 동악산은 장원급제자나 성인이 탄생할 때마다 진동하거나 하늘에서 음악소리가 들려서 움직일 동(動) 풍류 악(樂)을 쓰는 신령스런 산이다. 전주 송광사나 남원 실상사의 불상이 나라에 불길한 징조가 있을 때마다 땀을 흘리는 징후를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동악산 최고봉인 성출봉(聖出峰·일명 형제봉) 아래에 원효대사가 길상암을 짓고 원효골에서 도를 닦고 있을 때 열여섯 아라한들이 그를 굽어보는 꿈을 꾸고 성출봉에 올랐더니 아라한 석상들이 솟아있어 길상암에 모시자 육시(불교에서 하루를 여섯으로 나눈 독경시각)만 되면 하늘에서 음악이 울려 퍼졌다고 전해온다.
동악산(動樂山·735m) 계곡이 성출계곡과 동악계곡과 더불어 삼남 제일의 암반계류로 추앙받는 것은 묵객들이 몰려들어 청류동 암반계류의 절경마다 일곡(一曲)에서 구곡(九曲), 그리고 청류동(淸流洞), 단심대(丹心臺), 낙락대(樂樂臺) 등의 지명을 짓고 시 구절을 새겨놓고는 그 절경에 취했기 때문이다. 특히 청계(淸溪)계곡은 양대박 의병장이 식솔 200명과 머물면서 호를 청계(靑溪)라 했다. 그러나 선조들은 물 맑은 계곡이 4곳이라는 의미로 사수(泗水)계곡으로 불렀다.
▲ 시루봉 암릉의 대슬랩 아래로 삼기면 들판이 내려다보인다.
정상에서 조망은 북으로 남원 고리봉과 만행산, 임실 원통산, 서로는 순창 설산, 괘일산, 강천산, 추월산, 병풍산, 남으로 통명산, 백아산, 무등산, 모후산, 조계산이 한눈에 훑어지고, 호남의 젖줄 섬진강과 풍요로운 곡성들녘을 굽어보는 조망산행과 울창한 송림의 삼림욕, 철쭉이 흐드러진 아기자기함, 스릴 넘치는 암릉산행, 수려한 계곡산행 등 비록 산은 낮지만 갖출 건 다 갖춘 명산이다. 특이한 것은 동악산 정상(735m)보다 동쪽에 있는 두 개의 성출봉(758.5m)이 더 높고 유서 깊은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산줄기는 호남정맥 연산에서 나뉜 곡성지맥이 꾀꼬리봉을 지나 차일봉에 이르면 두 갈래를 친다. 남쪽으로 모후산 줄기를 보낸 뒤 동으로 뻗어가며 대명산을 지나 통명산에서 북쪽으로 가며 최악산과 동악산을 일으키고 매봉에서 섬진강으로 잦아든다. 물줄기는 모두 섬진강에 살을 섞고 광양만에서 남해에 골인한다.
삼기중학교에서 최악산~동악산으로
이번 산행은 임채인 곡성 화월산악회 회장, 광주 백계남씨, 무등산닷컴 김환기씨의 안내로 호남지리탐사회 박영근, 김영래, 김영섭(영광인쇄소 대표), 양흥식, 최병옥, 장혜경, 김효열씨(김안과원장) 등이 제1코스를 답사했다.
삼기면 27번 국도에서 삼기중학교 옆 시멘트도로를 진입하면 괴소리 2구 마을회관 앞 주차장에 닿는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27번 국도변에서 10여 분 걸어야한다. 마을회관 아래 담장이덩굴이 무성한 집 우측 골목으로 접어들어 시멘트 농로가 끝나는 지점의 하동정씨 묘소 뒤가 산행들머리다.
주민이 알려준 뾰족한 시루봉을 향해 소나무숲에 들면 솔향기가 그윽하고 풋풋한 나뭇잎들이 봄의 향연을 노래한다. 시누대숲을 지나 철쭉이 만발한 숲길을 지나 전망바위에 오르면 삼기면과 통명산이 한눈에 내려보인다(괴소 2구에서 30분 소요).
능선에 버티고 있는 날카로운 두 바위 우회로를 버리고 스릴 넘치는 암릉을 올라서면 최악산 정상이다. 사방이 막힘없이 좋은 조망을 즐기고 암릉을 내려서면 ‘초악산’으로 잘못 표기한 표지판을 만난다. 완만한 능선을 걸으면 지나온 최악산 암릉과 성출봉(형제봉)이 우뚝 섰고, 송림이 울창한 능선을 걸으면 동쪽으로 동악산이 다가온다.
▲ 배넘어고개에서 동악산으로 가다가 만나는 대문바위.
성출봉(1봉)으로 가는 길목의 거북바위를 발견한 김영래 고문이 감탄사를 연발한다. 곧이어 삼거리 안부로 내려서면 동쪽 성출봉(2봉)으로 가는 길을 만난다. 광주 문규환씨 리본을 만나고 발걸음을 재촉하면 대장봉(서봉 744.5m)에 닿는다(괴소2구에서 2시간30분 소요). 서쪽에 입면 대장리가 있어 대장봉, 또는 성출봉 서쪽이라서 서봉으로 불린다. 훼손된 표지판의 지명과 거리를 재정비했으면 좋겠다.
50분 동안 느긋하게 오찬을 즐기고 나니 몸이 나른하고 오수가 밀려온다. 송림을 내려서면 실크로드에 버티고 선 두꺼비바위를 보고 김영섭씨가 섬진강으로 뛰어들 기세라고 한다. 북쪽 도림사 험로, 서쪽 배넘어재와 동악산을 알리는 안내판을 지나면 솔향기 그윽한 송림을 거쳐 배넘어재에 닿으면(괴소2구에서 3시간 소요, 점심시간 50분 제외) ‘북쪽 동악산, 남쪽 도림사, 서쪽 약천 2.0km’ 안내판이 있는 사거리다.
거대한 암벽으로 이루어진 대문바위를 통과하던 양흥식 대장이 바위에 끼어서 빠져나가기 힘들다고 너스레를 떨자 최병옥씨가 카메라를 들이댄다. 곧이어 동악산 갈림길(괴소2구에서 3시간55분 소요)에서 동쪽으로 향하면 서쪽 도림사와 청류동 하산길이 있고, 삼각점(남원 11)을 만난다.
▲ 동악산 정상.
녹슨 철계단을 올라서면 계단설치 때 용접하고 난 발전기를 방치해서 흉물스럽다. 가파른 암릉을 지나면 무인산불감시초소가 마중 나오고 동악산 정상이다(괴소2구에서 4시간10분 소요). 거대한 돌탑 위에 설치한 돛단배가 앙증맞고 곡성군에서 설치한 표지석이 있다. 정상에서 남쪽은 도림사~월봉리, 동쪽은 번개바위~교촌리 하산로가 있다.
▲ [위] 동악산 사수폭포로 내려서는 암릉길 뒤로 섬진강 건너 고리봉이 펼쳐진다. [아래] 사수폭포 동악산 삼거리로 되돌아와서(동악산에서 15분 소요) 북으로 내려가면 버려진 헬기장 두 곳을 지나고 울창한 송림에서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식혀준다.
버려진 묘소 2기에서 북으로 내려서면 28번 이정표(동쪽 삼인봉~청계동, 북쪽 사수암계곡~청계동)가 있는 갈림길에 선다(동악산에서 35분 소요). 북쪽 사수계곡으로 내려서면 눈앞에 섬진강 너머로 고리봉 암릉이 춤을 춘다.
곡성군에서 등산로를 정비하고 나무계단(동악산에서 1시간25분 소요)을 설치한 곳을 내려서면 거대한 암벽 사이 계곡의 너럭바위로 시원스런 물줄기를 내뿜는 사수폭포에 닿는다. 무속인들이 버리고 간 촛불과 음식 쓰레기들이 계곡물을 오염시키고 사수계곡의 등산로를 시멘트로 만들어 안타깝다.
▲ 사수폭포 하산암릉길에 보이는 카멜레온 바위. 설상가상으로 임진왜란 때 청계 양대박 의병장이 의병을 양성했던 자리는 곡성군에서 화장실을 설치해서 유서 깊은 문화유산이 하나 둘 사라져가고 있었다. 양대박 의병장 유허비와 매표소가 있는 도로에 닿으니 잿빛으로 빛나는 섬진강이 버선발로 마중 나온다(동악산에서 2시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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