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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중앙일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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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하고픈곳 스크랩 [산행지] [납량특집/계곡산행] 만월봉 합실골~영골~가마소계곡 르포
박순기 추천 0 조회 9 07.08.08 13:1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납량특집/계곡산행] 만월봉 합실골~영골~가마소계곡 르포
 
심산유곡의 신비함plus 대간의 웅장함
합실골~만월봉~영골~부연동~법수치리 원점회귀 산행
 

 ▲ 천연의 미를 보여주는 합실골 중단부의 ‘리틀 이과수폭포’. 물, 바위, 나무, 햇살. 그리고 사람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다.

시위를 바짝 잡아당긴 활처럼 휜 백두대간 응복산(鷹伏山·1,359.6m)~만월봉(滿月峰·1,280.9m)과 복룡산(伏龍山·1,014.5m) 능선 안쪽에 형성된 합실골은 여전히 꾸밈이 없었다. 아니 3년만에 다시 찾았는데도 새롭고 신비로움은 오히려 더했다. 태곳적 아름다움이란 바로 이런 게로구나 하는 표현이 딱 맞아떨어지는 골짜기다.


바위협곡 안에 기묘한 형상의 폭포와 소가 연이어지며 아름다움을 과시하면서도 시설물은커녕 징검다리조차 제대로 놓인 곳이 없을 정도로 사람 손을 타지 않고, 골 양옆이 가파른 절벽이나 사면으로 이어지는가 하면 지계곡이 여럿 나타나 수시로 지형도를 들여다보게 하는 등의 탐험적 요소까지 갖추었으니 마니아급 산악인들에게는 한여름 산행대상지로 최고인 계곡이다.



무념무상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합실골


▲ 울창한 숲속을 가르는 합실골(초입부).

합실골~만월봉~영골~가마소계곡~법수치리 원점회귀 산행을 계획하고 날짜를 언제로 잡을 것인가 망설였다. 장마철 취재산행시 가장 중요한 것은 날씨다. 특히 협곡산행은 폭우시 위험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마철 일기예보는 하루 앞을 제대로 못 맞출 적이 많아 예보를 믿었다가 당황한 적이 많다.


올해도 매 한가지였다. 7월 첫째 주말로 잡았다가 장맛비가 주말에 퍼붓는다는 뒤바뀐 일기예보를 믿고 서울을 출발한 4일 영동고속도로는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비가 억수같이 퍼부었다. 그래도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그 말이 딱 맞았다. 전주에서 출발한 임봉근씨와 강릉에서 합류한 오후 5시경부터 먹장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빠끔히 열리더니 하조대를 거쳐 법수치리로 들어설 즈음에는 하현달과 반짝이는 별들이 법수치리 계곡을 밝혀주었다.
“아니 이게 뭐야, 길이 없잖아. 시작부터 물에 빠져야한단 말야!”


▲ 미지의 세계로 들어서는 분위기를 자아내는 합실골(중단부).

합실골에서 1km쯤 못미친 광대골 입구에서 하룻밤 지낸 뒤 이튿날 오전 8시30분경 일행 4명은 심산유곡의 절정을 자랑하는 합실골로 들어섰다. 마지막 민가(합실민박 033-673-2962)를 지나 전나무숲길을 거쳐 합실골로 내려선 뒤 첫 도강지점은 커다란 바윗덩이로 이어지는 징검다리를 밟고 건널 수 있었으나 두 번째 도강지점에는 밟을 만한 돌이 전혀 없다. 일행 중 유일하게 등산화를 신고 있는 노영수씨는 “뭐 이런 데가 다 있냐”며 툴툴대지만 아무 소용없는 일. 한숨을 푹 몰아쉬더니 물에 젖을 만한 것은 모두 비닐에 싸 배낭 속에 집어넣은 뒤 발을 물 속에 풍덩 담그고 만다.


어제 내린 비로 물이 제법 불었다. 급하게 흘러내리는 계류는 바윗덩이를 넘어설 때는 우리를 집어삼키거나 핥퀴기라도 하려는 듯 혀를 날름거린다. 그렇지만 누구 하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다. 오히려 반갑다는 표정이다. 장딴지 정도의 평균수위가 바닥이 푹 꺼지면서 허리까지 빠져들어도 시원스럽다는 표정이고, 바위벼랑길은 미끄러지는 순간 깊은 물에 잠기는 상황이건만 그래도 얼굴빛이 환하다.


▲ 바위벼랑을 끼고 소 위로 오르려다 풍덩 빠지고도 환한 미소를 짓는 임봉근씨.
골짜기는 소와 바위벼랑으로 막히면 건너편으로 희미한 산길이 나타나 인도해주고 끊길 듯 좁아지다가 갑자기 터지면서 너럭바위가 반갑게 맞아준다. 울창한 숲에 묻히고 옥빛 계류에 잠기고 우렁찬 물소리에 귀가 멀면서 무념무상의 세계로 빠져든다. 간간이 쏟아지는 햇살은 짙푸른 나뭇잎을 투명하게 하고, 우리 얼굴에 퍼부으며 마음을 맑게 해준다. 장마통에 이런 날 이렇게 깊고 자연미 넘치는 골짜기를 거슬러 오르는 것은 분명 산꾼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일 것이다.

▲ 된비알로 이어지는 만월봉 동릉을 타고 대간에 올라선 취재팀.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이는 계곡물을 수시로 가로지르고 카메라 셔터 소리가 연신 들려오는데 이건 또 웬 일.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햇살과 함께 장대비가 쏟아진다. 이것마저도 좋다. 얼굴에 땀이 맺힐 즈음 시원스레 비가 퍼부으니 말이다. 커다란 나무들이 세월을 이기지 못한 채 계곡에 가로눕고 나뭇가지들은 물에 몸을 담그려고 긴 가지를 옥빛 물을 향해 뻗고 있지만 계곡물은 누가 몸을 담그건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제 갈 길로 향하고, 그 물을 거슬러 오르는 우리들은 여유롭기만 하다.

▲ 길이 끊어지면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야 했다. 폭우 이튿날이라 수위가 높은 편이다.

오전 11시25분, 물줄기를 거슬러 오른 지 3시간 가까이 지나고 있는데도 누구 한 명 지루하다거나 힘들다 하는 이가 없다.
가옥 축대 흔적을 지나고 지계곡 합수목을 지나 가파른 사면길을 5분쯤 올랐을까, 저마다 입이 쩌억 벌어지면서 계곡으로 내려선다.
합수목 위쪽 주계곡에는 그림 같은 폭포가 장식하고 있다.
거무죽죽한 바위는 짙푸른 이끼 옷을 입고 그 위로 물고기 비늘을 연상케 하듯 포말을 퍼붓는다. 신비경이 따로 없다.


아름다운 소녀가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달려오는 형상의 ‘리틀 이과수폭포’를 지나 30분쯤 더 걸었을까, 이번에는 쌍폭이 앞을 가로막는다. 합수목이다.
왼쪽 지계곡을 무시하고 곧장 뻗은 합실골로 들어서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진다.
골이 한층 좁아지고 가팔라지다 대간에서 차가운 바람이 불어대는 것일까. 아니 좁은 골 따라 물이 거세게 쏟아지면서 동승한 물바람일지도 모른다.


지형도란 어느 한 순간 무릎을 치게 만든다.
특히 합실골처럼 길이 거의 없는 골짜기를 따르다 예상지점이 지형도와 딱 맞아떨어지면 더욱 뿌듯해진다. 3년 전 하산길에 하룻밤 묵었던 심마니 모덤터는 그 후 아무도 묵지 않았는지 비닐은 한쪽으로 치워놓은 그대로이고 바닥은 비바람에 깎여나가 울퉁불퉁해져 있다.


▲ [좌]더덕 한 뿌리로 약술을 담그는 일행. [우]7월 초인데도 아직 덜 센 곰취에 식은 밥과 고추장,김치를 얹었다.
“오늘 이거 너무한 거 아니야? 간식 한 번 안 먹고 올라왔잖아.”
골짜기 풍광에 사로잡혀 오르다보니 어느 누구도 배고프다는 소리도 간식 먹자는 말도 꺼내지 않은 채 마지막 합수목까지 올라섰건만, 그제서야 볼멘소리가 나온다. 모두들 노영수씨가 모덤터에 닿기 전 따온 곰취에 식은 밥과 고추장을 얹어 맛있게 먹고, 끓여낸 라면까지 배불리 먹고 나서야 얼굴이 환해진다.
“어휴 장딴지에 쥐가 나.”
“무릎 다 나가겠어.”
▲ 멧돼지가 하도 비벼대 껍질이 벗겨져 나간 참나무 밑둥치.

합수목에서 만월봉까지는 그야말로 코가 닿을 만큼 가파른 능선이다. 게다가 길은 중간중간 끊어지고, 날카롭게 날을 세운 바위가 나타나 애를 먹이는가 하면 멧돼지가 마구 파헤쳐놓은 지대가 나타나 등줄기를 서늘하게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땀은 비 오듯 하고 반면에 말이 점점 없어지다 2시간쯤 지나 경사가 죽어들자 겨우 얼굴빛이 돌아온다. 어느 샌가 머릿속까지 뒤흔들던 물소리는 사라져 버렸고, 대신 산새소리가 바람을 타고 숲을 파고들고 있다.


“그럴 줄 알았어. 이 일대가 멧돼지 목욕탕이라니까.”
산길 주변은 마치 포크레인으로 파헤친 듯 엉망이고, 소나무들은 밑둥치가 껍질이 벗겨진 채 빤질빤질하다. 그러다 아예 누가 밭을 일구기라도 하려고 다듬어놓은 듯 널찍한 터에 이르자 노영수씨는 소나무와 물이 솟아 진흙탕을 이룬 웅덩이를 가리키며 “송진이 많이 나는 소나무에 몸을 비비고, 진흙물에 뒹굴면서 몸을 씻어낸다”고 멧돼지 목욕습관에 대해 얘기해주며, “멧돼지가 너무 많아 생태계가 망가질까 걱정”이라 말한다.

 

거대한 응복산 일원은 멧돼지 소굴

▲ 물을 따르는 것인지 점점 더 깊은 숲으로 파고드는 것인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물줄기를 벗어난 이후 2시간 반 동안 된 산행을 한 뒤라 지친 상태였으나 한 줄기 바람에 표정이 살아난다.
우리가 올라온 만월봉 동릉과 대간과 만나는 지점 맞은편에는 잘 생긴 주목 한 그루가 수호신인양 딱 버티고 있다.
 
호젓한 능선길 따라 만월봉 정상에 올라서자 북으로 응복산이 바라보인다(16:30).
매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도 크다. 전설 속의 새 붕(鵬)일지라도 저만할까 싶을 정도다.
응복산은 덩치가 매우 큰 산이다. 구룡령에서 동진한 대간이 남쪽으로 트는 지점에 솟은 응복산은 능선도 여러 가닥으로 뻗치고, 북으로 미천골, 서로 통마람, 그리고 동으로 광불동과 합실골과 같은 깊고 긴 골짜기를 형성하여 북한강 상류뿐 아니라 양양 앞 바다로 흘러드는 남대천의 주류를 이룬다.
게다가 숲이 울창하고 대간 외에 알려진 등산로가 거의 없다는 점 등의 이유 때문에 멧돼지와 같은 산짐승들이 들끓을 수 있는 것이다.

▲ 가마소계곡 물줄기를 따르며 환한 미소를 짓는 노영수씨.

 

굵고 힘차면서도 부드럽게 뻗어나간 대간은 보는 것만으로도 힘과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 준다. 대간에 올라서자 우리 앞을 막 지나간 흔적도 보이고 만월봉을 내려서자 대관령부터 대간 구간종주산행 중이라는 조선대 산악부원들이 공터에 앉아 쉬고 있다. 어제와 그제 퍼부은 비에 고생한 탓인지 일행 중 새내기로 보이는 두세 명은 말도 잃고 표정도 없다. 그런데도 대장격인 부원이 초코파이를 건네며 인심을 베푼다.
“오늘은 이쯤에서 끊는 게 어때. 9시간 걸었으면 됐잖아. 더 걸으면 무릎 다 나간다니까.”

▲ 호젓한 분위기의 만월봉~신배령 능선길.
 
1121m봉 직전 안부에 도착하자 모두들 오늘 산행을 끝내자고 아우성이다. 그리곤 무릎, 발목, 허리 등 각자 아픈 부위를 핑계대며 배낭을 내려놓는다. 페트병과 물병을 들고 조개골 상류로 내려가 산삼 썩은 물로 채우고 얼음처럼 차가운 물로 몸도 씻고 다시 안부로 올라섰건만 저녁 때 맛있게 마시겠다고 점심 때 더덕을 집어넣은 소주가 인기가 없다. 그보다는 어서 빨리 잠에 취하고픈 표정들이다. 
 
이튿날 아침 7시30분 새소리 들으며 경쾌하게 대간을 따른다. 노영수씨는 발목이 아파 압박붕대를 감은 상태인데도 흥겹기만 하다. 노씨는 식물박사답게 박쥐취, 참나물 등 숲속의 나물들을 일일이 설명하고, 우리들은 팔다리에 부드러운 풀을 스치며 걷는다.
 
멧돼지 소굴 같은 능선길을 따르다 밋밋한 1121m봉을 넘어서자마자 왼쪽으로 난 샛길을 찾는다. 부연동(釜淵洞)으로 내려서려면 1121m봉과 신배령 사이 샛길로 접어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7년 전 같은 코스를 답사한 취재팀의 말대로 100m쯤 더 나아가자 나뭇가지에 검은 색 헝겊이 매달려 있다. 그래도 혹시 싶어 신배령을 찾을 마음으로 계속 능선을 따라 가보지만 고개 비슷한 장소는 눈에 띄지 않고 무명봉으로 올라선다. 신배령은 6·25 전까지만 해도 명주 주민들과 홍천 주민들이 넘나들던 고개이고, 주막도 있었다 하니 터도 넓었을 텐데 대여섯 명이 편히 앉아 쉴만한 샛길 갈림목 부근이 그나마 넓은 터였다.
 
샛길은 빗자루로 쓴 듯 잘 나 있다는 예전 답사팀의 설명과 달리 수풀이 많이 우거지고, 몇 년 새 여름철마다 내린 국지성 호우 탓인지 패어나간 곳도 간간이 보이는가 하면, 약초꾼이나 나물꾼들이 버린 음료수 병과 은박 도시락 케이스 등 쓰레기가 잔뜩 쌓인 곳이 눈에 띄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 장마철에 무럭무럭 자라나는 버섯을 보며 신기해하는 임봉근씨. 영골 하단부.
 
능선길을 따라 50분쯤 걷자 능선 우측 골짜기로 내려선다. 음습한 영골은 온통 덩굴식물의 보고였다. 여느 산에서 보기 힘든 머루와 다래가 흔하고, 온갖 버섯이 나무 곳곳에서 자라고 있다.
“그건 떡다리에요. 개영지라고요.”
 
임봉근씨가 참나무 밑둥에서 자라는 버섯을 보고 반가워하자 노영수씨는 씩 웃으며 진짜 영지버섯은 아니라고 알려준다.
물줄기를 일곱 차례나 건너며 계곡길을 따르다 어둠침침한 낙엽송숲을 빠져나오자 너른 내가 앞을 가로막는다(10:40). 가마소계곡이다.
이제 골 바닥까지 다 내려왔건만 산행이 끝난 것은 아니다.
개울 따라 1km쯤 내려선 다음 콘크리트길 따라 5km 더 내려서다 부연약수를 지나 다시 물길 따라 2km 이상 걸어야 어제 출발한 합실골 합수목에 닿는 것이다.

▲ 윗상황·전후치·부연약수 삼거리. 여기서 가마소계곡 산행기점까지는 콘크리트길을 따라 약 4km 거리다.
 
부연동 맨 윗마을인 윗성황 마을에서 콘크리트길을 따라 전후치 갈림목(부연약수 3.8km, 산촌체험마을 1.8km, 가마소 3.8km)을 거쳐 첫 번째 가겟집에 도착했다. “강릉에서 시집와 20년 넘도록 부연동에서 살다보니 늘 사람이 그립다”는 주인 아주머니의 풋풋하고 넉넉한 인심을 안주 삼아 맥주에 갈증을 풀고 라면으로 허기를 달래는 사이 부연약수 방향으로 가는 트럭과 승합차가 연신 지나가더니 정작 우리들이 짐을 챙긴 다음에는 자전거 한 대도 보이지 않는다.
 
 
‘흐르는 강물처럼’ 가마소계곡 백패킹

▲ 부연약수.
 
부연약수에서 약수 한 잔씩 마시고 비포장길을 따르다 길을 벗어나 가마소계곡에 들어선다.
찻길이 어성전으로 곧장 뚫리는 바람에 무주공산의 골짜기로 남은 약 2km의 가마소계곡을 따르면 합실골 합수목으로 되돌아가기 때문이다.
이 정도에서 산행이 끝나야 하는데, 또다시 발을 물에 담가야하냐며 모두들 툴툴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얼굴이 환하게 펴진다.
물은 옥빛이요, 바닥은 이 빛 저 빛으로 장식한 호박돌이 쫙 깔린 개울을 걷는데 즐겁지 않을 이 있을까.
 
“와~, 텐트 치고 하룻밤 자고 가면 좋겠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허리가 아파 차가 있다면 어성전에서 기다리는 게 나을 것 같다던 임봉근씨는 마침 물가에서 반두로 물고기 몰이를 하는 주민들을 만나자 텐트 치고 천렵할 생각에 빠져들고, 발목 아프다고 투덜대던 노영수씨는 아름답고도 부드러운 골짜기 풍광에 “딸내미 데리고 와야겠다”며 싱글벙글이다.
 
점심 때부터 바뀌어간 하늘 빛깔은 이제 골짜기를 가둬 버릴 듯 무거워진다. 그래도 계곡물은 아랑곳하지 않고 제 색깔 제 소리를 내며 남대천으로 향한다.
협곡이 나타나면 바위벼랑을 넘거나 끼며 걷고 그러다 내처럼 야트막한 구간에 이르면 물에 빠져들다가 부드러운 여울에 마음을 싣고 깊은 소에 마음을 빠뜨리고 만다.
가마소계곡은 단순한 계곡이 아니라 심산유곡이었다. 어느 순간 모두들 말을 잃는다. 흐르는 강물처럼 우리들도 무념무상의 상태로 물길 따라 흘러가고 있었다.
 
/글 월간산/한필석 차장대우 pshan@chosun.com
/사진 정정현 부장 rockart@chosun.com

 

 

[산행길잡이]

신배령 부근에서 하루 끊는 1박2일 산행코스
합실골과 가마소계곡은 폭우시 접근 금물… 계곡야영도 삼가야

 

 

합실골~만월봉~1121m봉 동릉~영골~가마소계곡 경유 법수치리 원점회귀 코스는 계곡탐험 산행지로 적격인 코스다. 협곡 속에 소와 담, 폭포가 이어지면서 절경을 자랑하는 합실골은 길이 거의 없는 상태이고, 또한 부연약수에서 합실골 합수목으로 이어지는 가마소계곡은 초입부는 순한 내처럼 느껴지지만 중단부를 넘어서면서 골 양옆은 짙은 수림에 바위절벽을 이루고 심연의 소와 담이 계속돼 감탄케 하는 골짜기다. 이런 절경에 길이 거의 없는 상태이므로 탐험적 즐거움이 배가되는 것이다.

 
산행기점인 합실골은 법수치리 찻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마지막 민가인 합실민박에서 널찍한 전나무숲길을 따라 둔덕을 넘어서면 곧바로 합실골로 들어선다. 합실골은 중간중간 바위벼랑이 길을 끊어놓고 있지만 물줄기 좌우 사면을 잘 살펴보면 엉성한 축대 위로 길이 나 있거나 혹은 사면 위쪽으로 우회로가 나 있다. 물론 발자국이 남아 있는 정도다.
 
1시간쯤 남겨놓고 우측으로 지계곡을 두 번 건너고, 이어 세 번째 지계곡에 닿으면 물줄기 사이로 뻗어오른 만월봉 동릉을 따라야 한다. 합수목 직전 3~4인용 텐트 한 동 들어갈 만한 터에 비닐이 치워져 있다.
 
만월동 동릉은 날등에 길이 희미하게 나 있지만 중간중간 끊어지고 워낙 가파른 데다 날카로운 바위지대도 나타나 애를 먹인다. 특히 상단부로 오를수록 멧돼지가 파헤쳐놓은 흔적이 더욱 많아지고 넓어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만월봉에서 오대산 국립공원 경계를 거쳐 1121m봉까지는 백두대간 구간으로 길이 잘 나 있다. 경계표시를 지나 완경사 오르막길을 따라 25분쯤 가면 둔덕 같은 1121m봉에 올라선다. 아무런 표시가 없으므로 정상이다 싶으면 산길 왼쪽으로 난 샛길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한다. 갈림목 입구의 나뭇가지에 나물꾼이나 약초꾼들이 묶어놓음직한 검은 색 헝겊이 유일한 길 표시이고, 10m쯤 들어서면 ‘경포번영회’ 리본이 보인다. 이 길을 따라 50분쯤 내려서면 오른쪽 영골로 내려선다.
 
수림이 우거진 영골을 따라 1시간쯤 내려서면 가마소계곡으로 내려서는데, 곧바로 개울을 건너서도록 한다. 이후 낙엽송 숲길을 빠져나간 다음 개울 건너편을 보면 부연동 맨 윗마을인 윗상황 마을이 보인다. 이후 콘크리트길은 삼산초교 부연분교와 부연약수를 거쳐 찻길과 가마소계곡이 헤어지는 지점까지 이어진다(약 5km).
 
부연약수터를 지나자마자 콘크리트길은 끝나고 비포장길이 나타난다. 이 길을 따라 10분쯤 더 가면 콘크리트다리를 건너자마자 왼쪽으로 출입금지 팻말이 보이는데 그 안으로 들어서서 공터를 가로지르면 가마소계곡으로 쉽게 내려설 수 있다.
 
합실골 합수목까지 약 2km 길이의 가마소계곡은 초반부는 야트막하고 순한 산세를 이루지만 중간지점을 지나면서부터는 점점 험해진다. 기다란 담이나 소가 나타나면 절벽 위쪽이나 사면으로 우회하도록 한다. 골짜기 왼쪽으로 지계곡을 하나 지나친 다음 10분쯤 더 걸으면 합실골 입구가 보인다. 이 합수목에서 물줄기 왼쪽 자갈밭을 따라 내려가다보면 마지막 민가로 올라설 수 있다.
 
합실골과 가마소계곡은 수많은 지계곡의 물이 모여드는 골짜기다. 합실골뿐 아니라 부연약수~합실골 구간은 양쪽이 가파른 사면이나 바위협곡을 이루고 있어 물이 급격히 불어나면 피할 만한 곳도 마땅치 않다. 따라서 폭우 직후에는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윗상황 마을에서 부연동까지는 노선버스가 없어 도보나 히치하이킹으로 접근해야 한다.
 
산행 중 야영지로는 합실골 합수목 부근의 모덤터 2개소(3~4인용 텐트 2동 설치 가능)나 만월봉과 1121m봉 사이의 안부(오대산 국립공원 경계지점)가 적당하다. 안부에서 조계골 방향으로 100m 정도 내려가면 속새밭에서 물줄기를 찾을 수 있다.

교통

이 지역은 대중교통편이 잘 연결되지 않으므로 자가용 차량을 가져가도록 한다. 영동고속도로나 강릉을 경유할 경우 하조대 해수욕장 부근의 현북면소재지에서 7번 국도를 벗어나 418번 지방도를 따르면 어성전 사거리에 닿는다. 사거리에서 좌회전 용탄교를 건너서자마자 왼쪽 길을 따라 깊숙이 들어서면 팥밭무기와 광불동 입구를 지나 합실골 직전 합실민박까지 갈 수 있다.
대부분 콘크리트로 포장되어 있으나 중간중간 노폭이 좁아 피서철에는 교행이 불편할 적도 있다. 용탄교 직전 사거리에서 남쪽으로 뻗은 도로는 부연동과 전후치를 거쳐 진고개~주문진 간 6번 국도로 이어지는 59번 국도이지만 부연동 일부 구간 외에는 비포장이다.
부연동은 6번 국도에서 전후치를 넘어서는 게 최단거리이지만, 비포장에 노폭이 좁은 낭떠러지 길이므로 조심토록 한다. 진고개 마루턱의 휴게소에서 11km쯤 내려가면 도로 오른쪽으로 ‘산에 언덕에’란 이름의 크고 검은 통나무집 카페가 보이는데, 이 통나무집 맞은편 부연골식당 옆 오르막 골목이 전후치 초입이다.
구 양양교 남쪽 끝에서 남동쪽으로 어성전을 거쳐 법수치리나 부연동으로 들어가는 길도 있다. 부연동은 어성전부터 일부 구간은 비포장이지만 길이 넓고 안전하여 교행이 쉽다. 부연동 마을에서 영골 입구 마지막 농가까지 약 5km 구간은 콘크리트 포장이 돼 있다.
대중교통의 경우 어성전 이후 합실골 입구까지 약 15km 구간은 노선버스가 없으므로 양양에서 법수치리까지는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요금 25,000원. 양양콜택시 전화 033-671-2300.
 
 
숙박(지역번호 033)

법수치리 일원에는 남대천 상류를 따라 펜션이 줄지어 있다. 합실골 들머리에 있는 합실민박(주인 김대기·673-2962)와 팥밭무기 부근의 배수경씨 집(673-4515, 011-378-9669)은 한 가족용 50,000원, 15평형 15만 원 정도 한다. 비수기에는 30~40% 할인해준다.
배수경씨 집에서 남대천 아래쪽으로 연어의 꿈(673-0108, 011-703-7018)과 네이처(673-1412), 산야초산장(673-3335) 등 전형적인 펜션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부연동에도 민박집이나 펜션이 여럿 들어서 있다. 강릉시에서 임대 운영하는 부연민박휴양촌(661-2730)은 단독 콘도식 펜션이지만 휴가철에는 예약이 끝난 상태다. 삼산초교 부연분교 부근의 황토민박(661-9949, 011-9949-6008), 쉼터민박(661-5573), 약수터 부근의 부연약수터민박(661-4133), 부연약수터 먹거리쉼터(661-0975, 011-370-0975) 등은 민박과 식당을 같이하는 집들이다.
삼산리 주민들이 공동으로 조성한 야영장이 가마소계곡을 따라 네 군데 조성돼 있다(개념도 참조). 부연분교 아래에서부터 노장골 제1야영장, 노장골 제2야영장, 부연약수 아래에 갈버덩야영장 등이 있다. 야영장마다 작은 숲이 있고, 급수대와 간이화장실을 설치해 두었다. 야영장 사용료는 소형 텐트 1박 2,000원, 대형 텐트 3,000원.

 
 
                  [자료출처/월간산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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