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는 가끔 남편의 핸드폰을 점검한다.
어느 설문조사에도 나왔는데 외도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핸드폰 간수가 달라진다고 한다.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않고 문자라도 오면 후다닥 달려가서 확인하는 행동, 화면에 비밀번호를 걸어놓는 행동, 메시지 함과 통화내역이 수시로 비어져 있거나 하는 행동 등이 ‘외도를 의심케 하는 행동 베스트 3’에 속하는 행동들이다.
그래서 J는 사나흘에 한 번씩 남편의 핸드폰을 점검하는 편이다.
그 사이 비밀번호가 걸려있지 않은지, 지워진 문자가 있는 게 아닌지 꼼꼼하게 살핀다.
물론 남편 몰래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 이상한 문자 하나를 발견했다.
그것은 대리운전회사에서 온 스팸문자였다.
처음에는 그저 그런 스팸문자려니 하고 넘어가려는데 단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그 단어가 J가 불을 켜고 찾아내려했던 검역단어들인 ‘자기, 보고 싶어, 사랑해, 자? 오빠’들 중 하나인 ‘오빠’였던 것이다.
보통 대리운전 스팸문자는 ‘편안하게 모십시다.
시내 전 구간만 오천 원’ 이나 ‘신속하고 안전하게, 교통상해보험 가입회사’ 이런 식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이 문자에는 ‘고객을 오빠처럼’이라는 표현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고객이 오빠라니, 그럼 대리기사가 여자란 말인가? 대리 운전기사로 일하는 여자가 많다는 사실은 J도 알고 있었다. 여자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여자기사가 많다고 해도 홍보문구에 ‘오빠’라는 단어를 넣지는 않을 것 같았다.
이 스팸문자 속 오빠는 분명 기사 대 손님의 느낌보다는 여자 대 남자의 느낌을 강하게 풍기고 있었다.
남편에게 물어봤자 사실대로 알려줄 리가 없다.
어차피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들어오는 스팸이 아닌가? 괜히 남의 핸드폰 봤다고 잔소리나 들을 것이 뻔했기에 J는 다음날 친구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 이상한 문자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다.
“너 몰랐어? 요즘 대리운전을 빙자한 성매매가 유행이래.
방송에서도 한번 다뤘다던데?”
“대리운전을 신청하면 미니스커트를 입은 젊은 여자가 기사라고 나타나는거야.
손님이 타면 집으로 가는 척하면서 중간에 어디로 새는 거지.”
“그러니까 포인트는 쉬었다 가는 것에 있어.”
역시 친구들은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남편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대리운전 불러서 타고 가는 길이라고 해 놓고 몇 시간 뒤에 들어오는 경우에는 한번쯤 의심을 해볼 필요가 있어.”
친구들이 그렇게 말하자 J는 퍼뜩 생각나는 일이 있었다.
그때 남편은 대리운전 기사가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워주고 갔는데 그만 차 안에서 잠이 들어버렸다고 했다.
그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그때마다 사실은 성매매를 했다는 말인가? 그렇게 생각하자 정신이 아득해졌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
정말 잠든 남편들도 많을 거야.
어쩌다, 아주 간혹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말이야.
그렇게 매번 의심하면서 어떻게 살겠니.”
정말 아주 간혹 그런 사람들이 있는 것일까? 그 소수의 사람들 때문에 이렇게 버젓이 성매매를 표방한 문자들이 밤마다 내 남편의 핸드폰으로 날아오는 것일까?
음주운전 때문에 마음을 졸이던 아내들이 그나마 대리운전 덕분에 마음을 놓게 되었는데, 이제는 그 대리운전마저도 믿지 못해 의심해야 하는가? 문득 예전에 누군가 한 말이 생각났다.
남편이 아침에 집 현관문을 나서면 그때부터는 내 남자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했던가.
술집 문을 나섰다고 다 끝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 집으로 돌아오는 그 순간까지도 성매매의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사실에 J는 정말 울적했다.
이러다간 머지않아 엄마들이 아이 하교시간에 교문 앞에서 서성이듯 남편 퇴근시간에 맞춰 회사 정문 앞에서 서성이는 풍경들이 연출될 것이다.
정말 살기 어려운 세상이다.
<<박소현 연애칼럼 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