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도 오랫만에 어멍한테 편지를 써 봠수다.
초등학교때 어버이날 의무적으로 쓰는 편지를 써보곤
철드렁 처음이우다양.
거긴 바람이 왕왕 불엄땐 허멍예.
감기 조심헙써.혼자 먹는 밥이랭 된장에 획 물마랑 드리키지 말고
반찬 잘 차령 드셔야 됨니다.
오늘 무사 갑자기 편지를 쓰잰 생각이 들어신지 모르쿠다 마는
여기글들 읽다 보니까예 나도 갑자기 어멍이 생각난 맛시.
어멍한테 정말로 용서를 빌구정도 하고 맛시.
어멍.
그거 생각남수과?
초등학교 이학년때 소풍가는날 비왕 교실에서 김밥먹을때
어멍이 우산들구 우리 교실에 왔잖수과.
뒷문에서 몸빼차림에 미깡딸때 쓰는 모자 썽 나를 부르는데
무사겅 창피해신지....걸상밑에 숨어버려수게.
선생님한테 인사하시는거 몰래 훔쳐보멍 그냥 가시문 좋겠다고
생각해신디 담임선생님께서 날 부르멍 같이 가도 좋다고 행
찌그러진 검정우산 아래 어멍은 내 손을 꼭 잡았지예.
지금 생각허믄예 내가 어멍이라면 비 맞든 말든 나혼자 갈건디
어멍은 오히려 웃으멍 괜히 와진거 담땐 했지예.
그땐 잘 몰라수다.아무리 어려도 그렇치 경행은 안될건디....
잘도 섭섭했지예.정말 용서해 줍써.
어멍.
서울에서 살암땐 명절때나 겨우 얼굴 내밀고 부랴부랴 뒷날 올라갈때
어멍은 내가 일하느라 고생햄땐 맘 아파했지예.
근데 맛시 자꾸 선보랜 허멍 제주도 남자 사진 주니까 짜증낭 맛시.
여기서 살다 보니까예 제주도 남자 잘도 게을렁 여기 사람 만낭 결혼
허젠 허는디 어멍은 같은 고향사람 만나랜 허난 도망치듯 올라가는 거우다.제주도 사람이랑 결혼허랜 허지 맙써.
어멍.
환갑때 어멍 반지 맞췅 어멍 손에 끼워줄때 나 가슴속으로 울어수다.
반지 사이즈가 보통 할망들 크기랜 허는디 마디에 걸령 안들어 가는거
보고 미깡 하도 많이 땅 경헝거랜 생각이 들엉 맛시.
인부 아끼젠 해 있을때 까지 어멍 혼자 나무 타가면서....
이제랑 경허지 맙써.알아수과?
어멍.
저 이제까지 키워주고 서울에 유학보내주젠 잘도 고생해수다.
어떵 다 갚을지 모르쿠다 마는 살면서 다 갚으쿠다예.
항상 건강헙써.약속해수다.
근데 맛시 저 시집 안강 어멍이랑 살면 안돼쿠과?
알아수다.가쿠다.
어멍.
보고 싶어 맛시.
어멍이 해주는 자리물회 정말 먹고싶엉 잠도 다 안왐수다.
이번달엔 빨간날도 어신디....토요일날 가쿠매 자리물회 꼭 해줍써.
그땐 우리 꼭 껴안앙 자게 맛시.
어멍 알지예?
내가 어멍 무지 사랑허는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