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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종인
해와 달에서 진음진양을 채취하다
무릇 하늘은 원기를 뿌려 베풀고 땅은 황黃을 사서 화하게 한다. 그리하여 천지의 기운이 섞여 처음의 근저를 이루게 된다. 나는 오랫동안 음양이 소멸하고 성장하고 변화하는 도리를 끊임없이 연구해왔다. 그래서 이젠 해와 달의 영묘하고 불가사의한 이치에 도전할 수 있다.
그릇을 사용할 수 있음은 그것이 비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집 안에 공간이 없으면 사람이 살 수도 없고 현관문을 열지 않고선 들어갈 수도 없다.
사람도 역시 몸속에 비어 있는 허공이 있어 현관을 열고 기가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차츰 공 功이 차게 되면 무에서 유를 얻게 된다.
어느 해의 일이다. 나는 가을부터 운악산에서 진음진양을 채취하여 대약을 만들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스승이 없이 하는 일이기에 두려움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채취하는 법을 알고 스승의 지점을 받고 스승이 지켜주는 가운데 해야 한다. 그리하지 않으면 마장이 많이 생겨 이루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더욱 몸과 마음을 청정하게 하고 도장 부근에 사邪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단도리를 했다.
우선 수행터 바닥에 웅황가루를 모두 깔았다. 그리고 산꼭대기는 바람이 심해 임시 비닐을 쳤다. 그 해는 유난히도 추웠다. 눈이 펑펑 쏟아져 천지사방이 은성으로 변해버렸다. 또한 수행장에서 천단이 있는 곳까지는 미끄럽고 가팔라서 위태롭기까지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이젠을 신고 올라가야 했다.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어도 나는 뜻이 굳고 단단한 마음의 준비가 있었기에 추위속에서 견딜 수가 있었다. 또한 법에 따라 진행되었기 때문에 적이 마음이 놓였다.
내가 앉아 있는 산꼭대기의 바로 뒤는 낭떠러지였다. 그런데도 발걸음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그러더니 차츰 조용해졌다. 나는 하늘에서도 산에서도 지켜주고 있음을 느끼면서 최선을 다했다.
모름지기 진음진양을 채취하려면 정신을 응집, 교합해야 한다. 그러려면 전삼, 후삼의 후候를 알아야 하고 그 시時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이때만 해도 이론적으로는 다 알 것도 같았다. 하지만 스승이 없었기에 지극정성으로 임하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지금도 그때의 경험을 결코 잊을 수가 없었다. 채취의 체험도 놀라운 일이지만 우선 몸에 큰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곳은 산속이라 화장실이 먼 곳에 있었다. 하여 종종 들통을 쓰는데 내 몸의 장 속에 있는 찌꺼기가 하나도 남김없이 대변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양의 숙변이 쏟아져 나왔다. 어마지두 그 양은 물통으로 반 이상이나 되었다. 자연스레 몸속의 찌꺼기가 하나도 없어야 함을 체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소식이 있었다. 그믐이 지나고 초삼일이 되어 채취에 성공했음을 알게 되었다. 하늘에서 진부眞符가 내렸음이라. 변화는 시작되었고 음식은 전혀 먹을 수도 없었다. 그리고 거의 40일을 물만 조금씩 먹고 수행하였다.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잠룡물용에서 잘못하여 순간적으로 뜨러운 기운이 혓바닥에 올라왔다. 갑자기 혀가 오그라드는 현상에 너무나 놀란 일도 있었다.
이때부터 세상 일을 다 놓고 시후에 맞게 진양眞陽, 퇴부退符의 공을 시작해야 하는데 세밀하지 못하면 실패하게 된다. 여순양도 화후가 분명하지 못하여 여기에서 세 번이나 실패하였다.
몸무게가 43킬로그램으로 줄었을 즈음에는 하늘에서 백발노인이 삼발달린 화로 위에다 죽을 끓이는 장면을 보여주셨다. 그리고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셨다.
몸에 대약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는 기혈이 열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반드시 진종자가 될 수 있는 진음진양을 해와 달 속에서 채취하여 기가 흐를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이때 진종자가 산출되는 구멍이 바로 기혈이고 내현관이다.
이곳에서 백색 구슬의 소약이 생긴 후 주천이 차야 황색 구슬의 대약이 생긴다. 그리고 나서 대약이 충분할 때 단이 이루어져 단전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복부에 에너지의 약이 차야 입정을 거쳐 혼돈묘묘한 상태로 들어가게 된다. 이어 진정의 소약으로 굳어질 때 기혈이 열린다. 아울러 기혈이 열릴 때 배에서 소리가 나고 사자후를 뿜을 수 있다. 이때 호흡이 끊어지고 맥이 없어지는 현상이 일어난다.
대약이 단으로 성숙할 때 성기가 수축된다. 남자는 이것을 마음장상이라 한다. 제대로 무루도를 성취했는지 아닌지를 알려면 마음장상이 되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여자는 남자와 다른 부위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운악산 수행중에 대사고를 당하다
가평 운악산에서 수행할 때의 일이다. 이곳엔 내가 젊은 시절에 수행터로 마련한 도장이 있었다. 현등사 근처로 지세와 형국이 아주 좋았다. 게다가 주변 풍광도 기막히게 빼어난 곳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비가 억수처럼 쏟아졌다. 풍운뇌우가 치고 하늘은 먹장을 갈아 무은 듯 캄캄했다. 그런데도 나는 흔들리지 않고 가부좌를 튼 채 수행삼매에 빠져 있었다.
그때 갑자기 ‘우르릉 쾅’하는 굉음이 들렸다. 그리고 몇 초나 지났을까. 산 위에 있던 커다란 바위덩어리가 수행터를 덮쳐 지붕을 부수고 내 다리 위에 떨어진 것이다. 나는 순간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겨우 정신을 차리고 사람을 불러 밖으로 들려 나가는 순간 같은 자리에 몇 개의 큰 바위가 또 떨어졌다. 그 자리에 계속 쓰러져 있었으면 그대로 저승길이었다.
곧 119가 와서 나를 데리고 병원으로 내달렸다. 생사를 오가는 순간이었다. 나는 포천병원을 거쳐 의정부병원으로 이송되었다. 그러나 도저히 처치 불가능이란 판정이 내려져 다시 서울대학 병원으로 옮겨야 했다.
가는 병원마다 발목을 잘라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살아도 병신이 된다고 했다. 얼굴도 퉁퉁 부어 거의 죽은 사람과 다를 바가 없었다.
긴급 수혈을 하는데 누군가가 내 손을 잡아 주었다. “아....이분이면 내 몸을 맡길 수가 있겠구나” 하는 믿음이 갔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잃고 말았다. 오른발의 발바닥이 거의 잘려나갔고 왼쪽 종아리뼈는 조각조각 부서졌다. 또 대퇴부는 모양이 변할 정도로 일그러졌고 어깨뼈와 갈비뼈도 중상을 입었다. 한마디로 거의 죽음 직전의 상황이었다.
이어 대수술을 몇 번이나 받았다. 작은 수술들은 기억조차도 없다. 이미 단전이 형성되었고 태식이 있던 때인지라 살아남은 것이다. 그렇지 않은 보통 사람 같았으면 이미 저 세상 사람이었을 것이다.
나는 “어찌하여 이런 시련을 주시는 것일까” 하며 깊은 슬픔에 빠졌다. 당시는 그 이유를 몰랐기에 더더욱 비통했다. 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내 처지와 상태를 보고는 나의 곁을 떠나기 시작했고 나는 스스로 덕이 없음을 한탄하면서 가슴을 쳤다.
그러나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서라도 계속해서 수행과 정진을 이어나가야 했다. 물론 누워서 수행을 할 수밖에 없었다. 치료를 받을 때는 진아眞我 속으로 들어가 아픔을 참고 견뎌냈다. 이렇게 수행을 거듭하면서 상태가 급속도로 호전되기 시작했다. 병원의 의사들도 이건 기적이라면서 놀라워했다.
나는 항상 정신을 집중하면서 진성 안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생명의 실상을 깨닫게 될 때는 고통이 사라지고 상처가 아물게 되는 법이다. 그리고 차차 빛이 보이면서 어둠이 사라지고 아픔도 사그라들었다. 원만한 자성 속에선 본래 아픔도 없는 것이다.
서서히 나는 내 생명의 기적과 영묘한 힘을 믿게 되었다.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던 상처가 쉽게 아물고 급속도로 회복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자성의 무한한 힘이 작용하여 치유를 도운 때문이다.
특히 담당의사는 아교질이 잘린 뼈를 나선형으로 둘둘 말아 전보다 더 튼튼해졌다고 기뻐했다. 심지어 내 사례를 논문으로 발표하고 싶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다리의 링을 풀었고 완전하지는 않지만 거동이 가능할 정도가 되었다.
이때 나는 하늘의 소리를 들었다.
“중국으로 가라.”
이 소리를 듣고 사흘째 되는 날, 나는 머리맡에 놓인 신문에서 ‘중국 장춘유학’이란 글귀를 보았다. 지체할 틈이 없었다. 나는 즉시 수속을 밟기로 했다.
사실 대약을 채취하기 전에도 몇 번이나 중국으로 가라는 계시를 받았었다. 그러나 그때는 한중 수교 이전이라 준비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내가 사고로 죽어가면서도 수행을 이루어야 한다고 중얼거리는 모습을 본 가족들은 결국 회의를 한 끝에 나를 장춘으로 보내기로 결정을 내렸다.
때는 1995년도 봄이었다. 나는 지팡이 대신 우산을 짚고 장춘으로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수행과 더불어 어학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장춘은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하던 지사들이 머물던 성지이기도 하다. 이때 나는 동북간방으로 가서 수행을 하자는 생각도 있었다. 이렇게 해서 장춘을 거쳐 화산으로 이어지는 나의 수행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하늘의 권능에 힘입어 신유의 기적을 받은 것이다. 거의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극적으로 회생한 것도 다 하늘의 뜻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오히려 그 사고를 계기로 중국유학을 하게 되었고 화산파의 장문인이 되었으니 말이다. 이른바 전화위복의 기적이 아닐 수 없다.
지나간 일을 생각해보면 나는 바른 수행법에 어두웠고 화후가 세밀하지 못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놓아야 할 때 놓지 못한 것이 사고의 원인이었다. 이렇듯 운악산 사고 이후로 내 인생과 사유는 천지개벽을 하게 되었다.
중국에서 끝없는 선도 수행길에 오르다
드디어 기다리던 중국 장춘유학의 길이 열렸다. 장춘은 중국 북방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다. 지금은 길림성 성도로 되어 있으나 사실상 동북삼성 전체의 중심이라 해도 부족하지 않다. 장춘은 우리와 뿌리를 같이 하는 북방민족들이 흥망성쇠를 거듭하면서 수도로 삼았던 곳이니 어찌 감회가 새삼스럽지 않을까.
좀 나이가 드신 분들은 이곳을 신경으로 기억한다. 일제가 만주국을 세우면서 새로운 수도란 의미에서 이렇게 불렀다. 여기에서 선통제 부의를 황제로 옹립하고 천년왕국을 세워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 했었다. 이제는 과거 한때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던 관동군의 사령부 건물과 만주국 황궁만이 쓸쓸하게 관광객을 맞이할 뿐이다.
한국을 떠나 장춘으로 가기 전, 나는 민족의 성산 백두산을 근참하기로 했다. 그러나 사정으로 인해 산에 오를 수가 없었다. 하여 다음 기회에 오르기로 하고 대신 용정으로 갔다. 그곳에는 단군할아버지가 내려오셨다는 자리가 있다. 그런데 불이 나서 주변은 다 탔는데 그 자리만 그대로라는 것이었다. 예사로운 자리가 아님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나는 기공하는 분의 안내를 받아 그곳에 도착했다. 그런데 갑자기 쌍무지개가 떠서 나의 주위를 맴돌았다. 기공인은 흔히 있는 일이 아니라면서 놀라워했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차를 타고 연변으로 돌아오는데 계속해서 쌍무지개가 나를 따라오는 것이 아닌가. 정말로 그 느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이때만 해도 나는 몽중인이었다. 허나 나중에 하늘의 옥황상제님께서 천장천병을 보내어 나를 보호해주셨음을 알게 되었다. 사실 쌍무지개는 음양조화의 이치와 성명쌍수의 결과로 얻어지는 보림을 나타내는 칠보의 상징이다.
나는 가는 곳마다 오직 한마음으로 이루게 해달라고 간절히 발원했다. 그러면서 장춘에서의 중국어 공부가 시작되었다. 내가 다리도 아프고 나이도 있고 하니 다들 의아해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나를 이해해주고 보살펴주어서 오시공도 할 수 있었다.
특히 소개해주신 분의 배려로 서안에서 열린 왕력평의 학습반에서 용문파의 인선법과 기초수련 과정을 체험하게 되었다. 이때 외도내행이란 대목에서 눈이 반짝 빛났다. 나는 그동안 한국에서 알고 닦았던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수행에 임했다. 장자의 허실생백이 이런 것이 아닐까. 나를 비워야 진리에 쉽게 도달할 수 있는 것을.
비록 다리가 불편했지만 나는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수행에 전념했다. 이후 <대도행>을 쓴 정순조, <행대도>를 쓴 신지강과도 인연이 닿았다. 나는 이들과 용문파의 비법을 정리하게 되었고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
특히 북경 서상에서 정순조와 수련하던 시간들을 잊을 수 없다. 그는 군복을 입고 와서 나를 위해 여러 가지 일들을 보살펴주었다. 함께 종남산 자오계곡에서 수행과 정진도 했다. 돈을 아껴 쓰자면서 국수를 뚝딱 만들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화산파 여장문인인 조상정 도사님을 소개해준 사람도 바로 그였다. 허나 인명은 재천이런가. 이후 그와 소식이 끊겼고 몇 년 뒤 그는 간경화로 세상을 하직하고 말았다.
신지강은 아주 총명한 사람이었다. 나는 그와 함께 <영보필법>과 <행대도>를 중국어 공부 겸 읽고 또 읽으면서 큰 도움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그는 난주에서 장춘까지 와서 <행대도>내용과 그 속에 없는 것들을 아낌없이 나와 서로 주고받았다. 이때만 해도 말을 할 줄 모르던 때라 어학공부에도 아주 좋은 기회였다.
원래 종남산 자오계곡은 신라 때 김가기 진인께서 도를 이루신 곳이다. 그는 유명한 의상, 최승우 등과 함께 중국 당나라에 유학해서 빈공과에 급제했다. 그래서 한때 벼슬이 화주참군 장안위에 이르렀다. 허나 인생의 부질없음을 깨달아 도를 궁구하기 위해 벼슬을 버리고 종남산 자오계곡에 은둔했다. 여기서 그는 노자 도덕경과 기타 여러 선서仙書를 읽고 크게 깨달았다. 후일 그는 당나라 황제에게 표를 올려 “이제 옥황상제의 부름을 받아 승천한다”고 고했다고 한다.
이에 황제가 몹시 기이하게 여겨 신하를 보내 살펴보라고 했다. 그러자 오색 구름이 피어오르고 학이 울고 난새와 백곡이 지저귀며 온갖 풍악소리가 만발했다. 더불어 경옥수레가 내려오더니 그를 태우고 하늘로 올라갔다. 김가기의 이러한 이적은 여러 기록에서 나올 정도로 유명하다. 종남산 자오계곡은 그런 곳이다.
그리고 이곳엔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현도단이란 제단이 있다. 현도란 하늘의 중심으로 천계의 신선들이 모이는 장소로 현도 자미궁과 연결돼 있다. 나는 이곳에서 하늘의 도를 이루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화산에도 자미대제의 길이 있어 나는 그 북봉에서 수행을 한 적이 있다. 사실 종남산과 화산은 같은 산맥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노자가 경을 설했다는 종남산의 설경대는 참으로 유명하다. 태상노군 고루각의 석각에 새겨진 설경대의 조자법은 한 자 한자 속에 담겨 있는 뜻을 풀이해볼수록 그 진리의 심오함을 깨닫게 된다. 특히 파자해서 들여다보면 더더욱 놀라게 된다.
수행이 깊어지면 도서를 종종 보게 되는데 갈수록 이치에 밝아지게 된다. 그래서 눈을 뜨게 되면 어떤 문자라도 알게 되고 천서를 알게 되어 진부를 받게 된다. 자연스럽게 도와 통하게 되고 용사법도 알게 된다.
한번은 화산의 굴 속을 청소하다가 만난 비서가 있었다. 그것은 그야말로 우연히 내 손에 들어오게 됐다. 그 내용은 기와 약과 부를 받아야 도가 끝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른바 내 몸이 제도된 후에라야 중생제도를 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종남산과 화산은 여러모로 내게 추억과 기억이 새로운 곳이다.
대정에 들어 생사를 넘나들다
벽은 두텁고 문은 겹겹이라 따듯하고 수행을 하기에 지장이 없는 방이 장춘에 준비되었을 즈음, 화후의 차질과 사고로 진전이 없던 내 몸에 자연스럽게 다시 조짐이 나타나면서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나는 팔괘로 시간표를 짜놓고 삼원용사법에 어긋나지 않도록 몸과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하고는 수행을 시작하였다.
그동안 청정계를 지키고 벽곡을 하며 소식을 했지만 이제는 눈에 보일 정도의 뚜렷한 변화가 차츰 몸에서 일어났고 결국에는 전혀 먹을 것을 받아들일 수 없게 되었다.
나는 정정에 들어 이륙시중 쉬질 않았다. 막힌 곳이 뚫릴 때는 심한 머리의 통증 때문에 두렵고 무섭기도 했지만 끝내 잘 견뎌 내었다. 그리고 진인이 내려와 내 옆을 지켜주고 계심을 어렴풋이 느끼면서 대정大定에서 대사大死를 경험하게 되었다.
49일간 아무것도 먹지를 못했지만 배는 전혀 고프지 않았고 물만 조금씩 입에 댈 정도였을 때 달려와준 도반(의사)은 내 온몸을 진찰을 한 뒤에 아무런 이상이 없음을 신기하게 생각하였다. 몸무게도 약 18킬로그램이 빠져 43킬로그램이 되었으나 모든 상태가 정상이었다.
진기는 시간에 따라 돌았고, 내단이 형성되었고 귤과 같은 용주도 만들어졌다. 어느 날은 수행 중에 갑자기 일어나려 하자 사타구니에 탁구공만한 것이 걸리는 느낌이 들어 조심스레 누워서 신을 진중으로 집중하였더니 자연스레 제자리로 들어갔다. 나는 이렇게 체험 속에서 작은 서주가 모여 점차 크게 됨을 알게 되었다.
신은 보주를 싣고 자연스레 미려관을 지나 협척을 뚫고 고패혈인 옥침 천관으로 들어가 곤륜에 들어갔다가 다시 단중으로 내려오는데 잠시도 하차가 머물지 않았다. 또한 신기가 밀통하여 소장영허하면서 순서를 잃지 않았다.
나는 마음을 죽이고 죽이면서 유연하게 쌓아나갔기에 보배를 품을 수 있었다. 우레가 울부짖고 산이 무너져도 놀라지 않았고 칼날같은 아픔도 이겨냈기에 생사에 담담할 수 있었다.
수도는 고락 속에서 갈고닦음으로써 참다운 맛을 알게 되는 것이다. 도를 이루었다 하더라도 심력이 있어야 형신을 바꿀 수가 있다. 도로서 형을 통하고 도로서 신과 합일되었을 때 신인이라 할 수 있다.
산에 옥이 있으면 초목이 시들지 않듯, 도를 품고 연형하며 미微 에 들어갈 때 증명을 할 수 있다. 심이 도와 통하면 통하지 않는 것이 없고 신身 이 도와 통하면 형과 도가 합해져서 항상 존재할 수 있으므로 생사를 초월하게 된다.
이렇게 강렬한 체험은 강렬한 기억을 남기고 많은 배움을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지혜는 도에서 나오는 천광이고 마음은 도의 기량으로 무량하다.
믿는 마음 없으면 결코 묘妙에 이르지 못하고 다른 사람 잘못만 모방하게 되니 어떻게 도달할 수 있겠는가?
천하제일 수행터에서 스승님을 만나다
중국에서 여러 인연을 거듭한 끝에 결국 나는 내 삼생의 스승이신 조상정 사부님을 만나러 화산 대상방으로 가게 되었다. 스승의 인연은 부모님의 인연 다음 간다고 하지 않던가. 그런 소중한 인연을 수륙만리를 거쳐서 이제야 만나게 된 것이다. 절로 가슴이 뿌듯하고 환희심이 흘러 넘쳤다.
우선 옥천원으로 가서 중국도교협회의 유회장을 만났다. 그의 안내를 받아 화산 대상방에 오르기로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처음 화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리가 아파서 제대로 걷지 못한다. 화산 자체가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인데다 거의 모든 길이 바위벼랑을 깎아 만든 가파른 계단이기 때문이다. 이런 길은 푹신한 흙을 밟고 가는 우리네 산 같지가 않고 같은 관절을 계속 써야 하기 때문에 조금만 걸어도 주저 않게 된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자연보호가 한 수 위일까. 허나 화산 같은 곳은 이렇게라도 길을 내지 않으면 걸어갈 도리가 없다.
이때 나는 다리수술을 하고 바로 갔기 때문에 걸을 수가 없었다. 결국 조금 오르다가 다리가 아파서 들것을 타고 오르게 되었다. 그런데 또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산을 꼬불꼬불 올라가는데 허공에 나와 똑같은 사람이 공주옷을 입고 관을 쓴 채 가마를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아.... 전생에 왔던 길을 내가 다시 올라가고 있구나. 내 눈에서는 눈물이 쏟아졌다. 누구나 자신의 전생을 보게 되면 눈물부터 쏟아질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가평 운악산에서 수행을 할 때 나는 하늘에서 요화曜華라는 도호를 받았었다. 나는 화산도 나와 깊은 도연이 있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본디 요화란 뜻이 화산을 빛낸다는 의미도 된다.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 아닌가.
그 공주의 가마는 사로평까지 나와 함께 올라갔다. 사로평에서 왼쪽으로 가면 대상방이 있는 백운봉이 나온다. 또 곧장 올라가면 청하평이 있고 북봉과 서봉으로 갈라지게 된다. 아찔하도록 가파른 길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중국에는 가장 유명한 산들로 오악이 손꼽히는데 오악이란 동태산, 서화산, 남형산, 북항산, 중숭산을 말한다. 오악은 예로부터 온갖 신화와 전설과 기이함으로 가득한 산들이다. 이중에서도 가장 험한 산이 바로 화산이다. 화산은 전체가 화강암인데다 나무나 숲도 별로 없다. 그야말로 금기운이 넘치는 수행터 중의 수행터다. 이른바 금성철벽의 기도터가 바로 화산인 것이다.
갈수록 험해지는 길은 사람으로 하여금 대자연 앞에 무릎을 꿇게 한다. 헉헉 숨이 턱에 닿고 뒤를 돌아보면 아찔한 천길 벼랑. 한순간이라도 방심한다면 생사관두에 서게 된다. 그런데도 나는 도인을 만난다는 설렘과 기대로 즐겁기만 했다.
백운봉 대상방에 들어가는 마지막 코스는 이환궁의 바위굴이다. 들어가지 못할 사람은 이곳에서 막는다고 한다. 아슬아슬하게 발바닥만 겨우 닿을까 말까. 가파른 계단은 보기에도 너무 위태로웠다.
얼마나 올라갔을까. 갑자기 눈앞이 훤해지면서 넓은 터가 보였다. “오.... 이곳이로구나!” 나는 절로 감탄사를 발하며 감개무량했다. 생각해보라. 그 구절양장같이 험하고 꾸불꾸불한 길을 따라 오르다가 이런 곳을 만나니 그저 감탄과 감동의 연속일 뿐이다.
여기저기 과실수도 있고 푸성귀가 자라는 텃밭도 있으니 그야말로 자급자족이 가능한 천하제일 수행터가 바로 여기가 아닌가. 그곳에서 마단양조사님의 수행터도 있다.
이미 조상정 도장께서는 내가 올 줄을 알고는 그릇에 물을 떠놓고 기다리고 계셨다. 스승께서는 “하늘의 인연으로 만나게 되었으니 천의니라”하시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인자한 모습에 절로 기분이 흥감해졌다.
여기까지 오르는데 꼬박 다섯 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런데 스승님은 이런 나를 위해 만두를 빚어놓으셨다. 중국에서는 반가운 손님이 오면 만두를 빚는다고 한다.
첫날에 나는 몇 사람을 소개받았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이 기이한 말을 했다. 꿈에 대상방에 올라가면 시봉할 귀한 사람이 왔으니 도와주라고 했고, 황룡이 빛을 내며 올라가는 뒤를 따라서 올라왔다고 했다. 하도 신기해 조상정 도장님께 꿈이야기를 말씀드렸더니 그분이 곧 올라오신다고 하시기에 기다리고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이에 모든 일행은 크게 놀라며 이상하게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해가 저물자 조상정 도장께서 자고 가라고 하셨다. 나는 너무 기뻤다. 첫날밤을 삼관대제를 모신 굴에서 자게 되었다. 그러면서 일전에 선물로 들어왔다며 도장께서 황금색 비단이불을 주시는게 아닌가.
그 다음날은 ‘통명동천’이라고 쓰여 있는 옥황동을 참배했다. 헌데 그 기운이 대단했다. 그리고 다음날 금선궁을 참배하기 위해 고개를 넘어가는데 눈물이 쏟아졌다.
금선궁은 문화혁명 때 파괴된 채 허물어진 상태였다. 여기서 금선공주가 공부를 했고 등선을 했다는 것이다. 짚으로 만든 금선공주가 애처로워보였다. 나와 무슨 인연이 있었기에 이렇게 눈물이 쏟아질까.
돌아와 도장님께 물어보니 형편이 여의치 못해 성상도 조성 못하고 옷도 입혀드리지 못했다고 한다. ‘바로 내가 이 일을 하려고 여기까지 다섯 시간을 허위단심 올라왔구나. 인연이다!’ 바로 나는 북경에서의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금선공주의 성상을 복구할 수 있도록 가진 돈을 몽땅 드렸다.
마음이 무척이나 기쁘고 즐거웠다. 이때부터 1년에 세 번 화산에 가게 되면 두달, 석달씩 머물면서 수행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올라가는 산길이 험하고 거처가 불편해도 전혀 힘든 줄을 몰랐다. 그저 어린애처럼 즐겁기만 했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거나, 대상방에서의 수행은 계속 되었다. 새벽과 어둠이 해와 달과 더불어 수없이 바뀌었다. 주홍빛 노을이 하얀 백운봉을 물들이면 서서히 어둠이 먹물처럼 번져 들었다. 안개바람이 불 때면 화산 전체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 황홀하기만 했댜.
아....평화로운 화산. 고요함이 포근하게 감싸주는 곳. 밤이면 흰바위에서 뿜어대는 열기에 취해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선정에 들었던 곳. 취한 듯 느낌이 드는 바위 봉우리에 앉아 완전을 향해 노력하던 곳. 소리 하나 없는 적막한 곳. 꿈틀거리는 안개와 빗속에서 내가 허공에 있는지 앉아 있는 곳이 바위인지 구별이 안 되는 곳. 바로 그곳이 화산이었다.
여기서 전생의 굽이 굽이 이어진 체험을 통해 깨달음을 크게 느꼈다. 그리고 홀로 선 나 자신을 발견하고 역경과 시련을 이겨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수행을 했다.
내 인생에서 화산 대상방에서의 추억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화산 옥황동 굴속의 정진
처음으로 내가 화산 대상방에서 기거하던 굴은 대낮에도 컴컴했다. 그리고 벽은 불을 때서 생긴 검댕으로 시커멓게 뒤덮여 있었다. 게다가 자그마한 나무침대는 움직일 때마다 삐걱거렸다. 한 마디로 지내기가 아주 열악한 모양새였다. 하지만 대상방의 수행이란 것을 어찌 하늘의 도움없이 상상이라도 할 수 있었을까.
수행자들은 미명이 걷히기도 전인 새벽3시가 되면 일어난다. 그리고 수행터인 옥황동에서 과송을 하는데 처음엔 중국어가 익숙지 못해 과송을 할 수도 없었다. 처음엔 뭐가 뭔지 내용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네 시간이나 엉덩이를 든 채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자세도 너무 힘들었다.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면서 왠지 세월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의 이 순간이 아주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순간을 넘어서지 못하면 안 된다는 것을 어슴푸레 짐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면에서 조금씩 생겨나던 갈등도 점차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오느라 얼마나 많은 곡절과 사연이 있었던가.
대상방의 옥황동은 전체가 화강암 바위로 된 석굴이다. 네모난 입구가 있고 위에는 공기가 통하라고 둥근 구멍이 뚫려 있다. 대상방에는 이런 옥황동 같은 석굴이 여러 곳 있다.
크고 작은 석굴마다 다 수행자의 역사와 인연이 서려 있다. 그래서 어느 곳을 가도 절로 가슴이 미어진다.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수행자들이 자신과 싸워가며 도를 닦았을까.
세월이 흐르면서 처음의 불안했던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날이 지나감에 따라 조금씩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바로 이 길이 수도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공덕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도장님께서는 매일 수천 장의 미라고(옥황상제에게 고하는 기도문)를 외우라고 하셨다. 이제는 옥황동에서의 나날이 보람되고 즐거웠다. 도장님께서는 나의 집중력과 인내심을 칭찬해주셨다.
과송이 끝나면 제단에 올렸던 조그마한 복숭아를 나에게 먹으라고 주셨다. 그것도 괴어 있는 빗물에 손수 씻어서 말이다. 그 하나의 작은 복숭아가 얼마나 나를 감동시켰는지. 정말 시원한 꿀맛 같았다. 서왕모의 천도인들 이보다 더하랴.
차츰차츰 생각이 끊어지고 자연스레 심신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이 모두가 마음과 뜻이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다. 텅 빈 허정의 상태가 되니 삼라만상 일체우주가 내 몸으로 들어오는 것 같았다. 오래전부터 모든 성현이 실천했던 일이다. 나는 도로써 덕을 온전하게 하여 내마외마를 끊어버렸다. 그리하여 은성철벽처럼 내공과 외공을 함께 갖추게 된 것이다.
신선이 노니는 화산
예로부터 화산은 신선들이 노니는 도교의 성지로 이름난 곳이다. 섬서성 화음현에 있는 화산은 기기묘묘하기로 천하에 둘도 없는 곳이기도 하다. 화산은 마치 하나의 돌을 그림처럼 깎아세운 듯 기암괴석을 이루고 있고 오랜 수행과 구도의 전설을 지니고 있는 많은 바위동굴로도 유명하다.
멀리서 보면 화산은 한떨기 연꽃같고 천인단애의 봉우리가 병풍처럼 줄지어 있다. 그 장엄하고 남성다운 기상은 참으로 대단하다. 그야말로 인걸지령의 산이요 하늘의 보배이다.
자고 이래로 화산은 신선이 사는 동천복지요 성명이 기탁하는 곳이다. 마땅히 신선과 도인들이 숨어서 수행하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선남선녀들이 각지에서 모여와 참배하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화산은 인류의 자연유산이요 도가의 청수지로도 유명하다. 아울러 이곳엔 역대조사님의 도관들이 땅의 중심인 용맥 위에 즐비하게 서 있다.
하늘과 인간 세상을 연계하는 대해의 중심이 천산이라면 지구의 중심점이자 오행의 중심점은 화산에 있다. 아울러 화산은 1500킬로미터에 달하는 진령산맥의 중심에서 용틀임하며 도풍을 휘날리고 있는 곳이다.
화산의 형세를 살펴보면 남봉에 금천궁, 천주궁이 있었다. 금천궁은 천지 아래에 있어 별자리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다. 북봉 산등성의 길은 자미대제의 길로 창동령, 금쇄간에서 오른쪽으로 중봉, 동봉, 남봉, 서봉으로 연결되어 있다. 특히 서봉 연등봉은 전생에 나와 관계가 깊었던 곳이다. 북봉에는 역대 장문인의 사리를 모셔놓은 백호당이 있고 연단로가 있다.
정통파 장문인이 되려면 화산의 역사를 대표하는 신물이 있어야 한다. 신물 중에는 원나라 몽골문자가 새겨진 여진인의 것도 있고 근대 청나라의 도장도 있다. 또한 지법持法 할 수 있는 명나라 때의 수조인手彫印도 있다.
화산파의 1대, 2대 장문인은 모두 여자였는데 문규가 아주 엄했다. 특히 개화보전은 여자 수련공으로 유명하다. 지금도 화산에서는 문호를 열어 제자를 배양하고 있으며 웅풍을 떨치는 문규가 있다.
이른바 화산파의 도는 개관하여 통하는 것을 기초로 한다. 그래서 견성을 체로 하고 성명을 용으로 하며 겸화를 덕으로 하여 본분을 지키는 것을 공으로 하고 있다.
화산을 이야기하려면 사부님과의 역사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화산의 사부님께서는 늘 상승법인 곤도를 닦아 신선이 되려면 항심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특히나 외국인이 산에서 함꼐 살려면 심성이 중요함을 강조하셨다.
아울러 수행하는 사람이 남을 비방하는 것은 곧 마구니이니 죽어서 지옥의 종자됨을 강조하셨다. 또 무엇보다 사람이 되어야 하며 수도인은 무일푼이어야 한다고 다짐하셨다.
한편 도를 쉽게 누설해서도 안되고 묘를 쉽게 드러내서도 안된다고 못을 박으셨다. 이른바 도는 사람을 멀리하지 않는데 사람들 스스로가 멀리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수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입덕지문이라고 하셨다. 마음이 닦여지지 않으면 몇 년이 지나도 있을 곳이 없고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계율제일의 사부님다운 말씀이셨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고향을 떠나 먼 중국으로 간 것도 하늘의 뜻이다. 그러다 보니 걸리는 것도 없고 마음도 혼란하지 않으니 욕심이 생기지 않았다. 욕심이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천진난만 그대로 청정할 수 있었다.
이른바 성도를 하여 신선이 되려면 참된 스승께서 자비를 베풀어 연기를 끌어내지 않으면 대성정종을 깨달을 수 없다. 그래도 뜻을 굳게 가졌기에 나는 마음에 장애가 없었다. 또 보지 않고 듣지 않고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제멋대로 행하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열심히 하였기에 스승의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
더불어 몸이 사음하지 않았기에 스승의 가르침을 감할 수 있었다. 또 마음이 우매하지 않았기에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뜻을 다른 곳에 쓰지 않고 오로지 도만 즐겼다. 수행에만 뜻을 두었기에 사도에 들어가지 않았다. 하여 열심히 경을 읽고 외우면서 정법을 듣기만을 원했다.
이 모든 것도 되돌아보면 모두 도가의 본령인 화산과의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화산 대상방의 수행과 추억
백운봉과 이웃해 있는 대상방은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수행터 중의 수행터다. 수행제일이라고 하는 화산에서도 가장 도의 기운이 강한 곳이 바로 대상방인 것이다.
이곳엔 곳곳에 선인들이 파 놓은 바위굴이 있다. 그 바위굴마다 선인들의 지나온 역사와 체취가 남아 있어 가슴을 뛰게 한다. 이런 곳에서 내가 도연을 만나 수행하게 되다니. 너무도 감사하고 흥감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할까. 언제부터인가 마음 한구석에 불안과 초조함이 자리를 틀게 되었다.
원숭이처럼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마음. 야생마처럼 쉼 없이 뛰어다니는 마음. 바로 심원의마가 마음의 모습이 아니던가. 그때 나의 마음이 바로 그랬다.
하여 마음의 갈등으로 고뇌하며 하산할까 하는데 갑자기 기이한 정경이 펼쳐졌다. 들판이 온통 푸른 싹으로 뒤덮여 있었다. 홀연히 하늘에서 하얀 동아줄로 엮인 사다리가 내려왔다.
그런데 나는 가볍게 둥둥 뜨는 걸음으로 나비처럼 날아올라 사다리를 탔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곳은 수행의 성지이고 동천복지다. 천선이 되려면 반드시 이곳에서 하늘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무리 힘들어도 참아내기로 다짐했다.
그때부터 시시각각 분발하고 종일 근근했다. 새로운 마음으로 수행을 시작하니 마음공부가 얼음판에 박 밀 듯 죽죽 진도가 나갔다.
공부 말고도 대상방은 여러모로 기이하고 신비로운 곳이다. 당연히 추억과 사연도 만만치 않게 쌓여 갔다.
청화평에 있는 도화굴과 매화굴은 깎아지른 절벽 아래에 있다. 오로지 동아줄을 타고 내려가야 그 굴에 들어갈 수 있다. 하물며 그 석굴은 어찌 팠을까. 실제로 동아줄을 타고 내려가 정으로 조금씩 조금씩 파들어간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화산 석굴로 도인과 수행자들이 몰린 사유를 알 것도 같았다.
이곳은 기가 대단한 곳이다. 저절로 머리 정수리의 백회가 펄떡펄떡 뛰어오른다. 온몸에서 기가 충만해지는 것을 누구나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내가 공부하던 대상방의 팔선동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석굴이다. 차가운 겨울밤 화장실에 한번 다녀오면 온몸이 얼어붙는다. 이 걸해고도 같은 바위터에 무슨 화장실이 제대로 있겠는가. 한번 일을 보면 북풍한설이 뼈를 파고든다.
당연히 돌아오면 배를 따뜻하게 하느라 온몸을 주무르고 피리를 불며 용맹정진을 했다. 그러면서도 시시때때로 출몰하는 도마뱀의 그림자에 퍼뜩 놀라기도 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다보니 어느덧 추위와 외로움도 아랑곳하지 않게 되었다. 찌들은 옷과 손톱에 낀 때도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대상방의 기이한 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화산에서 유일하게 관광객들에게 개방되지 않은 수행터라 더더욱 호기심을 자아내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이곳은 평지가 있어 텃밭을 일구어 먹는다. 그래서 나는 처음으로 호미질을 해보았다. 대상방 여기저기에는 과실수도 있었다. 언제 어느 도인이 심었을까. 고된 수행중에도 잘 익은 산과는 감로수처럼 달고 달았다.
우리 사부님께선 계율제일의 도인이시다. 하여 작은 음식 하나라도 결코 버리시는 일이 없었다. 그리고 매일 같은 자리, 같은 시간에 경을 읽는 것을 철두철미하게 지키셨다.
오랫동안 계를 지켜온 나였지만 이를 따르려면 대단한 끈기와 노력이 필요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고생과 갈등도 많았다. 그러는 가운데 참고 견디고 이겨내면서 대상방의 생활은 어느덧 즐거워지기까지 했다.
3년이 지난 어느날이었다. 사부님은 나에게 종지를 주셨고 나는 화산파의 귀의제자가 되었다. 전진화산파는 수신성선하는 산도로서 도파를 창립한 이래 22대를 이어왔다. 그런데 그 23대를 내가 잇게 된 것이다.
전진화산파인 태고도인 학대통의 도맥을 정토으로 이어받은 것이다. 1997년의 일이었다. 이름도 23대를 잇는 곽종인으로 바뀌었다. 화산파의 전법제자들은 이미 이름이 오래전부터 등록되어 있었던 것이다. 또한 중국정부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았다.
일념이 순수하고 진실하면 생사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한 뜻이 진실하고 마음이 맑으면 수행에 어떤 지장도 없다.
나는 모든 것을 버리고 오직 대우주 속에서 뜻을 세우기를 대쪽처럼 하였다. 중국 땅에서는 덕행과 선행이 아니고는 몸을 보호할 수 없었다. 특히나 장소를 옮기지 않고 계속 수행을 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도를 이루어냈다.
하루라도 도를 잊은 적이 없고 공부를 놓은 적이 없다. 깨달음이란 스스로 터득하여 얻어지는 것이니 수행에 필요치 않은 것은 모두 잘라버렸다.
그러나 모든 게 뜻대로만 되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어떨 땐 확 트이다가도 또 어떨 땐 캄캄했다. 이와 법과 공에 막힘과 걸림이 없이 행하려고 피나는 노력을 했다.
그러면서 경經이 보배로움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믿고 행함으로써 스승의 은혜를 알게 되었다. 오로지 일념으로 수행하는 데만 전념하였다.
그러다보니 도보道寶를 깨닫게 되면서도 전혀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 아울러 현기玄機를 깨닫게 되었다. 또 기가 정하여 마음이 밝게 되니 자연스럽게 경의 내용이 쏙쏙 귀에 들어왔다.
화산은 산 자체가 모두 도장이요 수행터다. 흰 바위에서 뿜어나오는 강력한 기의 힘을 절로 느낄 수 있다. 또한 웅대한 대자연의 홀현홀몰하는 모습을 영사막처럼 볼 수 있는 곳이다.
비좁은 길의 계단을 오르자면 바위에 새겨진 글들을 볼 수 있다.
“마음을 비워라.”
“마음을 바꾸어라.”
“속세의 생각을 잊어라.”
수많은 구도의 선배들이 새겨놓고 간 글들. 이 글들을 읽고 도인들은 마음을 다잡고 수행의 옷깃을 단단히 세우게 된다.
또 금청궁엔 오로지 채식하는 사람만 들어올 수 있다. 원래 수행자는 채식을 근본으로 한다. 육식을 하다보면 심기가 흐려지고 탁기가 들어오기 마련이다. 청정도량에서 채식을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자미대제의 길은 바위를 깎아 만든 몹시 좁은 길이다. 가장자리에 쇠사슬이 있어서 이것을 잡고 올라가야만 올라갈 수 있다.
화산 중봉에 가는 길도 가파른 돌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올라가면 조원동의 정상에서 해가 뜨는 것을 볼 수 있다.
화산 남봉에는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분지가 있다. 이곳엔 겨울에도 얼지 않는 샘물이 있어 신비로운 곳이다.
화산은 하얀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사이에 가끔 푸른 소나무와 비취색 측백나무가 우거져 있다. 또한 구기자나무나 가시나무도 있다. 이밖에 돌 위에서 나무를 휘감고 올라가며 자라는 ‘비려’라는 향초가 있다. 이 향초는 가슴통증이 있을 때 쓰이는 약초로 유명하다.
사부님께서는 1년에 두 번씩 영험한 약초들을 캐어 법제하신다. 그리고 이 약을 매년 화산에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선행을 베풀고 계신다.
청향의 계가 없이 어찌 운로에 오를 수 있겠는가?
어느 날 나는 중국에서 만난 한 도인으로부터 향을 정성껏 올리면 반드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 도인은 “모월 모일 모시에 향을 올려보아라”하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을 들은 후부터 나는 향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날이 되자 지극정성으로 단향의 예를 다하여 올렸다.
그런데 갑자기 눈앞에 수천수만의 헤아릴 수 없는 많은 향들이 캄캄한 암흑 속에서 불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움직이며 모두가 현빈지문으로 들어가는데 그것도 질서 있게 빨려들어가는 것이었다.
이렇게 나는 하늘에서 정성스럽게 향을 받아들이는 광경을 생생하게 목격하게 되었다. 나는 반드시 법에 따라 공을 쓰면서 향을 올렸다. 향이 다 타도록 떨어지지 않고 운도를 그리는데 옥전의 미묘함은 무엇으로 말할 수도 표현할 수도 없었다.
함께 있던 제자 샤오지엔은 놀라워하며 나에게 계속 절을 했다. 이날 이후로 변화는 계속되었다. 그리고 도의 신기가 자연에 응함을 알게 되었다. 도기상존으로 물질 속에 신기가 들어가면 변화가 이루어짐을 확연하게 보여주었다. 참으로 천진의 오묘함이었다.
나는 영의 혜택이 멀리까지 내려 쏟아지기를 희망한다. 하늘은 찬란한 빛으로 윤택하게 화하게 하여주신다. 그래서 구천을 향해 큰 소리로 외친다.
“미묘하고 깊도다!”
그리고 이렇게 기도한다.
“생천입지하여 나라를 안정하게 하고 백성들을 편안하게 하여주소서. 그리고 오진도悟眞道를 바로 행할 수 있게 하소서.”
꿈속의 가르침으로 용사법을 알다
대개 나는 꿈을 통해 하늘의 뜻을 전해받는다. 그중에서도 진시辰時에 가장 많은 계시를 받게 된다. 이때는 하늘의 신선들이 세상을 두루 살펴보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반드시 꿈을 꾸고 깨어나기 직전에 벌떡 일어나선 안된다. 고요하게 꿈의 섬세한 실을 잡아당겨야 꿈을 잊어버리지 않게 된다. 억지로 애써 생각하면 사라진다.
어느 때부터인가 나는 여러 번의 체험을 통해 꿈을 연결하는 실을 자연스럽게 조종하게 되었다. 우선 현재의 상황을 잘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난 후 조심스레 이것을 받아들이면서 오감 영역이 아닌 절대자의 영역으로 들어가 파악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대개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게 마련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무의식의 보고 속에서 삶의 다사다난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한 번 체험하고 두 번 체험하다 보면 저절로 오묘한 법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많은 세상사를 해결할 수 있음도 알게 된다. 보주寶珠의 씨앗 속으로 들어가면 유전자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 그 속에서 문제점이 해결되는 것이다. 이것이 곧 참나가 하는 능력이다.
“두 무릎을 꿇고 떠오르는 생각에 상천上天의 도조道祖 도모道母님께 감사드리옵니다. 두분께선 일의 길흉을 쫓아 사람을 생하게도 할 수 있고 죽이기도 할 수 있습니다. 어찌 이 크나큰 종지를 잊을 수 있겠사옵니까.”
몸과 마음을 다해 정성을 다하다 보면 날마다 공덕이 쌓인다. 그러면 선학이 구름 위에 오르듯 하늘과 하나가 될 수 있다. 이어 대도의 사다리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 태허를 거닐게 된다.
빛은 온 세상을 신비롭고 찬란하게 비추어준다. 동천을 통하면 밝고 맑은 것이 소소영령하게 내 앞에 있다.
어찌 진아와 마주하는 즐거움을 세상 사람이 알기나 하는가? 이렇게 수도는 자연스럽게 모든 것을 놓고 버려야 한다. 한가하게 그냥 그렇게 산다. 순환의 변화 속에서 변화를 지켜보면서.
빛의 영적 세계는 상대가 없는 절대의 질서가 존재하는 곳이다. 아울러 지극히 오묘한 세계이자 긍정적인 참의 세계이다. 이것이 온통 내 몸과 마음을 정화해주는 것이다. 악이 아닌 선으로, 가짜가 아닌 진실로, 추악함이 아닌 아름다움으로 항상 도기상존하게 한다.
어떤 인연을 만나 직관이 발동함도 이 빛의 지혜임을 알게 되었다. 또한 간절하게 무엇을 원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면 빈 그릇이 채워지듯 조화가 일어남을 알게 되었다. 이것이야말로 자신감을 충만하게 할 뿐 아니라 마음먹은 대로 자연스럽게 용사할 수 있게 하는 원천인 것이다. 더불어 이것은 또 내 존재와 항상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다.
사람들은 온 우주에 충만한 에너지의 기를 먹고 살아간다. 이른바 현상 없는 생기를 먹고 사는 것이다. 대저 원기와 화근華根은 회풍법回風法으로만 이루어진다. 또한 진성의 도력은 법계와 같다.
동천복지의 땅으로 가련다
본디 사람은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그래서 나이를 먹으면 흙냄새를 그리워하고 자연으로 회귀하려고 하는 것이다. 지금도 사람들이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그리워하는 것은 다 이런 이치 때문이다.
어릴 적 뒷동산에 동박새 지저귀고 고갯마루에선 여우가 콩콩 울던 그곳을 어찌 잊을 수 있단 말인가. 여름철이면 소낙비가 건넛마을 수수밭을 후두두 두들기고 도깨비 나온다던 시퍼런 둠벙이 눈에 선하던 곳. 마을 정자나무에서 매미 우는 소리로 천지가 진동하던 그곳이 가슴 저리도록 그리워진다.
이렇게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어느덧 나의 마음 한켠에도 향수병처럼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좋은 인연으로 양평땅 용문에 자그마한 터를 구하게 되었다. 그야말로 동천복지의 땅이 아닐 수 없었다.
풀밭에는 방아깨비와 메뚜기와 풀무치들이 겅중겅중 뛰며 놀고 있었다. 망초꽃, 쑥부쟁이, 구절초, 조뱅이, 엉겅퀴 등등 사철 피고 지는 들꽃들이 그들먹했다. 어디선가 구구구구....하며 새들이 지저귄다. 이만하면 축복과 은총의 땅이 아닌가.
이곳에 터를 잡게 된 것도 사실 천의가 있기 때문이었다. 어찌 사람의 지혜와 노력만으로 가당한 일이던가. 천기와 지기와 건곤이 조화와 상생을 이룬 곳, 이곳이야말로 만물이 화생하고 번창하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일월이 뜨고, 지고, 차고, 기우는 조화무궁한 곳이기도 하다. 밤이 되면 수많은 별들이 보석처럼 쏟아져나와 은하의 강물을 이루기도 한다. 그야말로 인간의 영원한 안식처 어머니의 품속 같은 곳이다.
이제 나는 들리는 곳에 귀를 씻지 아니하고 들리지 않는 곳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조용한 시간을 갖는 것이 즐거워 나는 항상 혼자였다. 언제나 나에게 소중한 것은 시간이었다. 시간을 초월한 현재를 살고 있기에 나는 더욱 열심히 시간을 쓰며 살려고 한다.
본디 명名은 실상의 껍질이다. 부질없는 명리를 쫓아 웃음거리가 되지 말고 보람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이제부터 나는 제자를 기르고 교화하며 화락한 삶을 살려고 한다.
배움의 도는 원래 밝았던 것을 밝히는 데 있고, 사람의 본분은 사물의 이치를 늘 새롭게 함에 있다. 배움은 때가 있고 인명은 반딧불 같은 것이다. 부디 인생을 게을리하지 말고 촌음도 아껴써야 할 것이다.
양평땅은 금의 변화를 따라 새롭게 자리하는 신점新店마을이다. 이른바 십승지요, 배움의 터다. 또한 두병(斗柄 : 북두칠성의 자루에 있는 세 별)을 잡을 수 있는 곳으로 상수가 127번지다.
여기에 부도를 건설하듯 나는 천수 지리가 부합하는 곳에 수도장을 세우려고 한다. 더불어 이곳에서 종지를 세우고 사해 제자를 길러 천은에 보답할 것이다.
여기는 대궐의 성문에 망루가 있듯이 일월정화를 채취할 수 있는 곳이다. 어찌 선단을 맺지 못하겠으며 원신을 배양하고 환골탈태하는 자가 없겠는가.
나는 도로써 제자들에게 빛나는 길을 열어주고 싶다. 또한 천지의 영기를 채집할 것이다. 아울러 음양성회의 시후를 알아 조화의 현기를 빼앗아 단을 맺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꽃을 맺어 칠보를 만들어주고 싶다.
제자들은 서로 간에 이해하고 포용하고 단합해야 한다. 그리하여 부드러운 마음으로 공을 들이고 신의 힘을 발휘하면서 거듭 태어나도록 해주고 싶다.
또한 제자들은 꾸밈없는 생활 속에서 여러 가지를 배우고 단련해야 한다. 그리고 나는 그들이 막히지 않은 삶을 살게 도와주려고 한다. 밝고 맑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인생미덕의 하나다. 또한 굳세게 살면서 생명의 대지를 밟으면서 사는 것 역시 즐거운 일이 아닌가?
그러면 시간과 공간 속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며 살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시고상응의 진선미의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하늘나라의 북소리가 들리고 만다라화의 꽃잎이 떨어지는 신천지. 이곳에서 새로운 세계를 바라보며 오묘지경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하늘이 내린 때는 인화人和에서 오는 것이다.
무릇 기초와 기둥을 가진 자가 바로 무위인이다. 무위인은 균형과 중심이 있어 전체와 조화를 이룬다. 하여 언제나 생활의 중심을 갖고 있다.
자고로 번영은 사람과 시간과 장소, 이 삼박자가 갖추어질 때 대조화가 일어난다. 그래서 마음의 눈을 뜨고 있기에 항상 감사하며 자연에 맡기는 것이다. 이에 나는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대응하면서 하늘의 법을 따르는 삶을 살려고 한다.
이 동천복지의 땅에서 인덕으로 교화하기 위해 새롭게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려 한다.
도기상존하니 건강하고 아름답다
선도수련은 먼저 이사쌍수하고 성명쌍수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理는 수행하는데 필요한 법의 이해와 깨달음이다. 또한 사事는 수련함에 있어서 진실로 공부를 행하는 데 있다.
입지立志를 했으면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쉬지 않고 닦아야 한다. 이치에 밝지 못하면 수행하는 일이 어두워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러려면 흔들리지 않고 빛나는 행이 있어야 한다. 일체는 실천을 기초로 실현되고 완성되는 것이다.
우주엔 천지 대자연의 율칙의 진리가 있다. 그래서 만물은 형과 질을 나타내게 된다.
진리를 찾는 자는 진리가 말이나 글로 표현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열심히 추구하고 공력을 다할 때 그 이치를 파헤칠 수 있는 것이다.
우주의 천지 그리고 인체생명이 모두 도에서 발원되었다. 도는 하나의 허虛에 불과하지만 만상을 품고 있다. 그래서 세계는 없어져도 허는 사라지지 않고 항상 도로서 존재하고 있다.
허무를 체로 한 도는 그 작용이 너무나 현묘하다. 그리하여 보통 사람들은 궁구하기 어렵다. 하지만 일체 모든 신선과 부처와 성인이 도를 종지로 하였다.
이 허무한 도의 중심에서 선천일기가 화생하여 만물이 운동하는 생기가 되고 인간생명의 원천이 된다.
선천은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무위무형한 자연이다. 후천은 실제적이고 인위적인 것으로 형을 지니고 있다. 후천의 인체생명의 운동기능은 기와 신체활동으로 나타나지만 선천의식은 지능으로 모방할 수 없다.
선천의 생명실상은 인간 심상 속의 영원한 혼이자 본성이다. 고로 영명하여 밝고 빛난다. 또한 감각기관 이전의 영감의 중심이 된다.
선천일기는 시간과 공간이 우주의 본원을 펼치기 전에 근본적으로 속에 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선천일기는 율로서 질서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인체는 혼돈의 우주와 합일하여 선천의 처음 상태로 반회한다. 그리고 우주자연의 본성과 뜻이 맞게 되어 도의 경지에 들어갈 수 있다.
인간의 사유와 감정은 뇌와 내장과 깊은 관계를 갖고 있다. 또한 인체생명 운동의 정기신도 물리학 운동 중의 열에너지와 광에너지와 관련이 있다.
사람의 의식활동과 무의식 활동은 인류진화 과정에서 대자연이 부여한 심리작용이다. 인류가 진화함에 따라 대뇌피질인 의식활동만 발달되고 그물구조의 무의식 활동은 감소되어갔다. 그래서 날이 감에 따라 복잡하게 분화되어 조화를 잃게 된 것이다.
의식활동인 식신을 물러나고 무의식 활동인 원신이 작용해야 지혜와 능력을 갖춘 진정한 자아를 가지게 된다. 핵처의 중심에서 핵자인 보주를 얻어야 없는 가운데 형질을 만들어 법신을 기를 수가 있는 것이다.
수련과정에서 무의식 계발과 응신단련을 통해 인격화된 양신이 이루어진다. 양신은 원신의 응신체로 유형무상한 자아가 있는 진아이다. 또한 양신은 시공장애를 돌파하는 거대한 신통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인 신체는 색신이고 신외유신身外有神 할 수 있는 양신이 이루어졌을 때 법신이라 한다. 반드시 선천에 들어가 선천일기를 얻어야 양신이 이루어진다. 밤이 되면 기는 더욱 맑아진다.
하차河車는 자연스레 행해지고 첨유添油는 자연스레 이루어지고 진퇴 또한 자연스럽다. 스스로 자연스레 조절되어 완공頑空에 떨어지지 않고 혼침산란이 사라져 대정大定에 든다. 현묘에 이르다보면 공간도 시간도 사라진다.
방아의 굴에서 칠보를 캐라
어릴 적부터 나는 사람들과 다른 특이한 점이 많았다. 무엇이든 본질을 추구하려는 성향이 강했다. 그러다보니 현실은 항상 답답하기만 했다. 결국 구도와 종교, 신의 세계, 우주와 같은 것을 기웃거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적 만족을 얻지 못했다.
사람들과의 일상적인 대화에선 영적 허기를 채울 수가 없었다. 아마도 나와 유사한 정서를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이 어떠한 것인지를 금세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에 대한 물음만이 되뇌어졌다.
“나는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우주와의 선문답이 시작된 것이다. 왜 나는 보통 여자들이 사는 길을 가지 못할까. 어떨 땐 안타깝기도 했다.
이러다보니 꿈속에서 깨어나지 못할 때도 있었다. 이른바 ‘장자의 나비꿈’이라고나 해야할까. 꿈이 현실인지 현실이 꿈인지 아득하기만 했다. 그러면서도 나란 존재를 찾고자 하는 구도의 마음은 갈수록 깊어져만 갔다.
그러나 가랑비에 옷이 젖어들 듯 서서히 나에게 주어진 하늘의 사명을 알게 되었다. 아울러 사명을 이루기 위한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생생한 체험들이 배움의 바탕이 되고 도력이 높은 선성仙聖들의 도움으로 서서히 하늘계단을 향해 올라갔다.
수도를 할 수 있는 공간은 정신과 문명의 움터가 될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하늘의 뜻에 맞는 부도(符都 : 하늘의 도읍지)를 세우고 싶었다. 말하자면 심신을 닦는 수행터를 만들어 도에 목마른 사람들에게 감로의 깨달음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천지의 문운을 열어 세상을 교화해야 한다는 발심이 생긴 것이다. 또한 사람들이 초자연의 성명공부와 오묘하고 신통한 영혼의 공부를 통해 거듭 태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해와 달을 받드는 하늘의 도로서 삼극주야(三極晝夜 : 천지인 삼재와 낮과 밤)의 도가 있는 인원기(人元紀 : 사람이 원시시대로 돌아가야 할 때)에 마른 나무 한가지가 번성하여 월채(月彩 : 수행득도하여 광명을 발하는 차원)을 띠게 하려 한다.
천시, 지리, 인화하여 현기(현묘한 기미)를 알게하고 천외천(시공을 초월한 세계)의 일을 알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방아의 굴에서 사각死角을 뚫어 칠보의 옥을 채취, 천부를 받고 해인을 얻게 할 것이다.
도는 밖에서 구하는 것이 아니고 그 학문에 들어가 근본을 구해야 한다. 아울러 도를 배우고 나면 깊은 뜻을 살펴 내 것으로 만들어야 진체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성인의 학문을 배우고 성인의 도를 행하면서 나아가야 미망의 수렁에 빠지지 않는다.
큰 뜻을 모아 스승을 따를 수 있는 신지信旨가 있어야 한다. 아울러 발원의 골이 깊고 간절하게 법음을 듣기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지혜를 가르쳐줄 것이다. 그 지혜는 인위를 훌쩍 뛰어넘는 무위의 지혜요, 질서와 가치를 초월하는 말없는 가르침이다. 이른바 무위자연의 교화인 셈이다.
모름지기 운수는 주기로 되풀이되고 도는 자연에서 다한다. 하지만 이전에는 옛 성인을 만나지 못하여 말을 할 수 없었다. 이제 도운이 열렸으니 도를 행하고 인을 베풀고자 한다. 성덕은 어리석은 듯하지만 굽은 것은 본받지 아니하고 바른 것을 취하게 함으로써 대난을 겪지 않게 한다. 반드시 대법을 받아야지 행이 구비되고 공덕이 이루어진다.
대도가 원만하고 일체공덕과 지혜와 신력이 이루어질 때 인연에서 해탈하게 된다. 무상대법은 일체를 이루는 무량법문이기 때문이다.
이제 하늘을 대신해서 도를 행하고자 한다. 인연에 따라 둔하거나 어리석거나 영리하거나 지혜있는 사람들을 헤아려 가르치려 한다. 그래서 미혹을 개오시켜 지취志趣를 얻게 할 것이다.
크도다!
지식에서 얻은 깨달음은
수신修身하는 것보다 못하고
수신하는 것은 수신修神하는 것보다 못하노라
신과 기로써 진眞과 만나게 되니
지인도 그 속에서 벗어나지 않는구나
때가 이르렀어도 무지자여! 가련한 인생이로다
천하에 대란이 일어나고 불벼락이 내리고
땅이 갈라지고 천지가 뒤바뀌더라도
존심하고 수도하라
세사를 간파한다면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금세의 연은 천은이 호탕하여 만나게 되는 것
그림자 없는 무영한 선으로 잡아당기노라
감정은 범인 사이의 교류이지만
연공할 땐 범인을 초월한다
행함에 품덕은 다르지만
하나로 마음이 이어져야 받아들일 수 있구나
머리를 쓰지 말고 마음으로 감응할 때
원시이고 무겁으로 원신이 작용하여
모든 일을 이룰 수 있노라
작위가 없는 무위한 정신이어야 만남도 영원할 수 있도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