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면 구정(區政)을 둘러싼 지역단체 회원들와 구청장 간의 열띤 토론이 한창이다. 다음에는 해당 구에 위치한 고등학교의 교육설명회가 이어진다. 교사가 나와 새 학기 운영방침을 밝히고 학부모의 전화상담도 받는다. 음악 프로그램도 있다. 이 지역 대학가 한 클럽에서 활동 중인 인디밴드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물론 기존 공중파 라디오에서는 들을 수 없는 것들이다.
머지않아 ‘선택받은’ 지역부터 주민이나 지역단체들이 운영하는 ‘동네 방송’을 들을 수 있게 된다. 방송위가 지역 별로 신청을 받아 소출력라디오 시범방송을 실시하기 때문이다. 소출력라디오는 구·군 단위를 방송권역으로 하는 ‘우리동네 라디오’다.
◇5개 지역 시범방송=소출력라디오는 10W 정도의 출력으로, 반경 5㎞ 안팎의 지역에서 들을 수 있는 방송이다. 흔히 관광지, 경기장 등에서 서비스하는 ‘안내방송’(Mini-FM)과 지역주민이 비영리로 소유·운영하는 ‘지역방송’(Community Broadcasting)으로 분류된다. 이번 소출력라디오 도입의 주된 취지는 당연 후자다.
소출력라디오 신설문제는 비록 실현되지 못했지만 김대중 정부 때 국정과제에 처음 포함됐다. 현정부가 지역공동체 라디오 활성화를 다시 국정과제로 설정, 법·제도 정비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방송법에는 소출력라디오 관련 규정이 없다. 정보통신부가 2002년 월드컵 경기장 안내방송을 위해 전파법을 일부 개정했고, 2003년 7월 방송위는 이를 구체화한 방송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도입 등에 밀려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관련법규가 없는 상황에서 방송위는 소출력라디오를 ‘시범방송’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방송위는 정통부와 소출력라디오 방송의 주파수 대역 배정문제를 협의하는 한편 이달 중으로 시범사업자 모집 공고를 낼 예정이다. 방송위 기술정책부 박장원 차장은 “수도권 2곳, 비수도권 3곳을 선정해 1년 정도 시범운영할 계획”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개정안 마련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위는 선정된 시범사업자에게 올해는 방송장비를, 내년엔 프로그램 제작을 지원한다.
◇지역 밀착형 참여매체=지역단체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서울 마포에서 ‘공동체라디오’를 표방하는 연대기구가 지난달 27일 출범했다. 마포연대, 홍대앞문화협동조합, 성미산학교설립준비위원회, 미디어연대 등은 ‘마포공동체라디오방송 추진위’를 9월 발족하고 시범방송을 위한 세부작업에 착수한다. 미디어연대 송덕호 사무처장은 “문화, 교육 등 다양한 단체가 모였으니만큼 주민과 지역 현안에 밀착한 새로운 방송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신도시인 일산·분당, 대학가인 서울 신촌·전남 광주·나주 등에서 소출력라디오 방송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호주, 프랑스,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네덜란드, 일본, 태국 등에서는 이미 다양한 소출력라디오가 운영되고 있다. 모두 비영리를 원칙으로 하며 지역사회·학교·노조·장애인·이주노동자를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 등 다양한 운영주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영상미디어센터 조동원 정책실장은 “비영리로 운영하는 공동체미디어가 소출력라디오의 핵심”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독립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공적 지원이 있어야 하며 청취자들이 직접 제작·소유·운영에 참여하는 모델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댓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빨리 동네 라디오 방송이 활성화되어서 우리 지역에서도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가 되면 동네라디오 DX도 해볼 수 있겠지요.
광주, 나주에서도 준비중이라면 아마도 무안에서 지역방송을 dx해볼 수도 있겠군요^^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