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
하 재 준 장로
오늘도 가벼운 먹구름이 또 한 차례 내 앞을 스치고 지나간다. 여전히 파도가 일렁이는 내 마음이다. 어느 누가 내 속마음을 알아차리었다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저까지 것 가지고’라고 비웃지 않겠는가. 내색을 안 한 것이 참으로 다행한 일이긴 하지만 하나님께는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조금만 더 내 마음이 관대했다면 그리고 이런 일이 부딪힐 때마다 마음을 넓힐 수만 있다면 얼마나 삶이 명랑해질 것인가. 내가 너그럽지 못한 까닭으로 일어나는 심리적 갈등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동안 조금이나마 마음에 여유가 생겼던지 내 어릴 때 부르던 동요가 머리에 떠오른다.
강물은 흘러 흘러 / 어디로 가나
넓은 세상 보고 싶어 / 바다로 간다.
어릴 적에 부르던 노래이다. 목청만 고우면 잘 부른다고 친구들의 박수를 많이 받았었는데 지금은 폭 좁은 나의 마음을 일깨워주고 있다.
나는 넓은 세상을 보고 싶다. 넓은 마음의 소유자가 한없이 부러워진다. 하늘처럼 넓은 마음, 바다처럼 깊은 생각으로 살 수는 없을까. 그러한 마음으로, 그러한 생각으로, 그렇게 인생을 살아갈 수는 없을까. 마음의 울타리를 헐어버리고 그 맑은 공기를 마음대로 마시며 살아가는 풍부한 생활이 몹시 그립다.
나는 내 자신이 관용해지기를 원한다. 너그러워 지기를 원한다. 사랑의 너그러움으로 남을 대하고 사회를 대하고 그래도 남은 힘이 있으면 국민과 인류를 대하는 나의 삶이되기를 나는 늘 기도하고 있다. 남들이 나의 욕심이라고 말해도 좋다. 원하고 바라는 마음이 있을 때 어느 땐가는 이루어지는 법이요, 설사 이루어지지 아니한다 할지라도 마음만이라도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며 보배스러운 일인가.
그러지 못할 때 나는 우울해질 수밖에 없고,
그러지 못할 때 자신을 미워할 수밖에 없고,
그러지 못할 때 인생을 비관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된다면 내 인생은 끝내 불행할 수밖에 없다.
나는 오늘도 침실에 누워 넓은 세상이 그리워지기에 흘러 흘러 바다로 가는 강의 물줄기를 눈앞에 그러보았다. 깊은 산속, 한 가닥의 가느다란 물줄기가 계곡을 따라 흐르는 동안 돌멩이에 부딪히고 바위에 부딪혀 갈라지고 찢어지는 아픔도 맛볼 뿐 아니라 폭포를 만나면 산산이 부서지는 처절함도 있건만 묵묵히 이를 감내하며 강을 만나고 또 넓은 세상을 만나려고 바다로 흘러가는 것이다.
삼라만상(森羅萬象)이 모두 한가지임을 새삼 느끼고 있는 동안 어느 듯 나의 입가엔 미가 번지면서 아늑한 잠에 취해있었다.♥
첫댓글 다른 글들은 저 혼자 읽었는데 이 내용은 공유하고 싶습니다. 누구나 이러한 일 있을 수 있으므로...이렇게 마음을 닦아야 하므로..
너무 감명깊게 읽고 감니다 오랜만에 보니 감명깊슴니다 손주들과 싸우다 하루가고 해서 컴볼시간도 없네요 새벽에 잠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