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산은 이름 그대로 가을에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산이다. 추월산에 서면 담양호의 운해와 빨간 단풍잎이 조화를 이뤄 황홀경을 연출한다. | |
산은 늘 그 자리에 있지만 산꾼은 변덕이 심하다. 계절에 맞게 새롭게 변신하는 전국의 명산을 찾아 다닌다. 지조없이.
말없는 산이지만 내심 이렇게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름 한철 뜸하더니 이 가을 만산홍엽이 펼쳐지니 언제 그랬냐는 듯 많은 산꾼들이 무리를 지어 찾아와 정신을 못차릴 정도"라고.
대나무의 고장 담양 추월산(秋月山)이 그렇다. 이름 그대로 가을산이고 달빛산이다. 단풍으로 화사하게 단장한 모습이 아름답고 은은하게 내리 비치는 달빛 아래의 자태 또한 매혹적이다.
추월산 단풍은 단풍 그 자체만으로 미추(美醜)를 논할 수 없다. 단풍이란 잣대로만 보면 사실 인근의 내장산이나 강천산에 비할 바는 못된다.
하지만 수석전시관을 방불케하는 주변의 기암괴석과 발아래 펼쳐지는 담양호를 한 화폭에 담을 경우 그 아름다움이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일대 장관이다.
여기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환상적인 조망을 곁들이면 그야말로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 할 만하다.
추월산과 함께 담양의 3대 명산으로 꼽히는 산성산과 병풍산은 기본이고, 강천산 무등산 내장산 백암산 입암산, 그리고 저 멀리 지리산 천왕봉이 한 눈에 펼쳐진다.
또 다른 볼거리는 깎아지른 해발 600m쯤 되는 높이의 절벽에 위치한 보리암. 속세와 격리된 극락세계가 연출되는 자궁같은 작은 암자지만 임진왜란때 담양땅에서 의병을 일으킨 김덕령 장군의 부인 홍양 이씨가 왜군에게 쫓기자 이곳 절벽에서 몸을 던진 안타까운 사연이 녹아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산행은 추월산 주차장~보리암 이정표~첫 갈림길~제1등산로(동굴~잇단 철계단~보리암~보리암 정상)~헬기장~추월산 정상~제4등산로 갈림길~수리봉~깃대봉 갈림길~홍송 송림~복리암마을~잇단 식당(호반가든~월계식당~두메산골)~월계리 버스정류장~추월산 주차장 순. 순수 걷는 시간은 4시간 안팎이며 길찾기는 어렵지 않다. 또 하산길이 곳곳에 열려 있어 체력에 맞게 하산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주차장에서 곧장 올라가면 '보리암'이라 적힌 조그만 이정표가 서 있다. 50m쯤 가면 다시 '보리암' 이정표가 보이며 곧바로 산길과 연결된다. 그 옆에는 샘터가 있다.
산길로 오르면 '추월산 등반안내도'가 기다린다. 10분 뒤 갈림길. 등반안내도에 따르면 제1등산로와 제2등산로 갈림길이다. 제2등산로는 완만하지만 멀고(1.6㎞), 가파른 제1등산로는 짧고(1.3㎞) 전망이 좋다. 제1등산로로 오른다.
길 좌우에는 크고 작은 돌로 쌓은 둥그스럼한 탑 여러 기가 서 있다. 지금도 진행 중인 탑도 있다. 보리암 신도들의 공덕탑인지 절벽에 위치한 암자가 변변치 못해 성역임을 표시한 것인지 하여튼 보리암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점차 급경사 오르막길로 변한다. 길 옆 곳곳에 벤치가 있는 이유인 듯하다.
갈림길에서 20분이면 보리암 중창 공덕비와 석굴을 만난다. 공덕비에는 '보조국사 지눌이 고려 신종때 지리산 화엄사 산내 암자인 상무주암에서 나무로 매를 만들어 날려 앉은 곳에 암자를 지었으니 그 이름이 보리암이더라'고 새겨져 있다.
석굴을 지나면서 급경사 돌길과 바윗길이 본색을 드러낸다. 이름하여 '추월 본색'이다.
10분 뒤 철계단 입구 쉼터. 담양호를 바라보며 잠시 숨을 돌린 후 거대 암벽 사이로 절묘하게 열린 등로를 따라 올라간다. 철계단을 힘겹게 오르면 멋진 전망대가 기다린다. 비로소 담양호가 한 눈에 펼쳐진다. 산이 물에 잠겼는지, 물이 산에 갇혔는지 착각이 들 정도로 비경이다.
계속되는 오르막. 이후 고개만 잠시 돌리면 모든 지점이 전망대다. 석굴에서 대략 30분이면 보리암 갈림길. 이정표엔 100m 거리라고 표시돼 있다. 잠시 다녀오자.
잇단 철계단을 지나면 이내 보리암. 입구엔 샘터가 있다. 절벽 위에 있는 경내로 들어서면 일순간 입이 벌어진다. 담양호와 금성산성이 뚜렷하게 식별되는 산성산, 그 뒤로 순창 강천산이 바라 보인다. 바로 오른쪽 암봉 아래 위로 울긋불긋 치장한 채 아스라이 매달린듯한 나무들 또한 인상적이다.
보리암 정상(692m)은 갈림길에서 대략 20분. 철계단의 연속이다. 이정표에서 약간 떨어진 전망대에 서면 정면 무등산과 그 우측 병풍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고, 담양호 뒤로는 저 멀리 지리산 천왕봉과 주능선이 선명하게 보인다. 발아래는 황금빛 누런 들녘과 그 유명한 메타세쿼이어 가로수길도 확인된다.
여기서 산길은 두 갈래. 전망대 아래 제2등산로로 바로 하산(1.6㎞·40분)하는 길과 추월산 정상으로 가는 제3등산로가 바로 그것. 체력에 맞게 택하자.
산행팀은 직진, 추월산 정상(729m)으로 향한다. 억새길과 산죽길, 그리고 헬기장을 지나 대략 35분쯤이면 도착한다. 보리암 정상보다는 전체적으로 전망이 못하지만 정상석을 등지고 11시 방향으로 정읍의 내장산 백암산 입암산이 보인다.
정상에선 왔던 길로 2분쯤 내려가 삼거리에서 왼쪽길로 내려선다. 본격 호남정맥길이다. 이전과는 달리 편평한 능선길이다. 8분 뒤 등반안내도 상의 제4등산로 갈림길. 무시하고 계속 직진한다.
정상에서 봤을 땐 두 개의 봉우리를 넘어야 했다. 첫 봉우리는 오르지 않고 에돌아간다. 이후 확 트인 능선에 닿으면 정면에 암봉과 그 우측 아래 솟아오른 절묘한 바위가 눈에 띈다. 수리봉과 수리바위다. 그 뒤 암봉은 깃대봉. 도중 쑥부쟁이 군락지가 이어진다.
산길은 아래로 완전히 쏟아진후 다시 오른다. 중간중간 수석전시관을 방불케하는 암봉의 자태가 힘이 넘친다. 수리봉(728m)은 제4등산로 갈림길에서 40분 거리.
직진한다. 5분 뒤 '진짜' 하산길을 만난다. 리본이 많이 달려 있어 찾기는 어렵지 않다. 직진하면 호남정맥 깃대봉 가는 길. 오른쪽 급경사 내리막길이다. 길 좌우 산죽이 푸르다. 가까이서 바라보는 깃대봉 아래 불쑥불쑥 솟아있는 기암석의 집합체가 그림같다.
20분 뒤 뜻밖의 송림을 만난다. 홍송으로 하나같이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있다. 추월산의 또 다른 명물로 등록해도 될듯하다. 10분 뒤 산을 벗어나 정자가 보이는 우측으로 간다. 복리암마을을 거쳐 호반가든 등 잇단 식당을 지나면 도로와 만난다. 하산 뒤 20분 거리다.
#교통편
# 옥과IC서 담양 방면 15번국도 타야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 옥과(화순 오산)IC~옥과 방면 15번 국도 좌회전~정읍 담양 15번 좌회전~담양군~추월산 담양온천 대나무박물관~순창 정읍 죽농원 29번 우회전~담양 문화회관 29번~정읍 장성 죽농원 29번 좌회전(학동교 건너)~정읍 추월산 29번 우회전~정읍 추월산 가마골 29번 우회전~추월산 주차장 순.
부산행은 광주 방면으로 가다 옥과·경찰서 방향으로 좌회전해야 한다. 옥과IC 근처 오산삼거리에선 곡성·옥과 방향 대신 동복·주암 방면으로 우회전해야 된다.
#떠나기전에
#담양시장 내 '대통 암뽕순대' 별미
이번 산행은 들머리와 날머리가 떨어져 있지만 원점산행 코스로 잡아도 무난할 듯하다.
물론 산을 벗어나 '두메산골' 식당이 위치한 29번 국도까지 20분 정도 걸리지만 감나무가 곳곳에 즐비한 시골길이라 전혀 무료하지 않다. 이곳에서 추월산 주차장까지가 불과 800m에 불과해 15분 정도만 걸으면 된다. 이 길 또한 담양호와 함께 달려 심심하지 않다.
'두메산골'에서 300m 지점에는 월계리 버스정류장. 월계리는 추월산 제4등산로에서 하산하면 만나는 마을이다. 참고하길. 담양온천은 주차장에서 불과 6㎞ 거리다.
맛집 한 곳을 소개한다. 담양시장(담양5일장) 내에 위치한 '옛날 순대집(061-381-1622)'이다. 추월산 주차
주메뉴는 '대통 암뽕순대'. 비닐에 당면 들어간 순대와는 천양지차다. 돼지 창자 속에 선지 우거지 깻잎 파 시금치 (간)고기 찹쌀 녹두 참기름 들기름과 갖은 양념을 넣고 찐다. 여기까지는 여느 순대집과 대동소이하다.
비결은 1m 길이의 대나무에 넣어 1시간 정도 삶는 것. 비린 냄새 제거는 물론이고 물에 삶을 때와 달리 양념이 빠져나가지 않아 맛이 훨씬 뛰어나다.
대통 암뽕순대 (대) 1만원, (소)5000원, 순대국밥 4000원. 장날에는 손님으로 넘쳐나 한참 기다려야 한다. 유의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