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함양에 위치한 함양한옥. 전통문화 보존 단체인 아름지기가 2003년 150년 된 정선 전씨 종택을 기증받아 한옥 문화 체험관으로 새롭게 복원한 곳이다. 아름지기가 지향하는 한옥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곳이 아닌, 전통을 지키면서 현대적인 인테리어를 가미해 ‘묵고 싶은’ 곳으로 재탄생시키는 것. 현재 대문과 안채, 사랑채는 옛 형태 그대로 유지하고 식당채와 목욕채, 관리동을 추가로 갖춰 놓았는데, 고풍스러운 외관에 내부는 현대적으로 깔끔하게 꾸며 묵기에 불편함 없도록 했다.
함양한옥은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흐트러짐 없이 정돈되어 있는 모습인데, 마치 호연지기를 기르며 생활하던 옛 사대부가의 선비 모습을 닮았다.

1 왼쪽이 새로 지은 안채, 맞은편이 식당채, 오른편이 150년 된 사랑채다. 외관은 예스러운 한옥 그대로의 모습이지만 내부는 현대식으로 깔끔하게 꾸며져 있다.
고전과 현대의 공존, 아름지기 함양한옥 들르는 사람 모두가 귀하신 손님
함양한옥에 도착하자마자 눈앞에 커다란 대문이 펼쳐진다. 150년 동안 많고 많은 사람이 오가는 중에도 한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대문에서 오랜 세월의 기운이 느껴진다. 대문을 밀고 들어서니, 환한 미소로 맞이하는 관리인의 모습 뒤로 촉촉하게 젖은 돌들이며, 깨끗하게 쓸린 마당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회원제로 숙박이 이뤄지고 있는데, 예약한 손님이 올 시간이 되면 관리인은 한옥 곳곳에 물을 뿌리고 깨끗이 마당을 쓴다.
촉촉이 젖은 한옥이 보다 운치 있기 때문이고, 손님 오기 전에 그 어떤 발자국이라도 남아 있는 것은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란다. 집으로 오는 손님 모두를 귀하게 생각하는 한국의 정서가 느껴진다. 숙박은 회원이어야만 가능하지만 한옥 내부를 구경하는 것은 본사에 미리 전화를 하고 들르면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사람 좋은 관리인과 객을 귀하게 여기는 따스한 마음. 겉으로 보기에는 함부로 드나들기 힘든 위용이 느껴지는 곳이지만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오는 이 모두를 귀한 손님으로 여기는 따스한 우리네 시골집이다.

1 대나무 숲에서 바라보는 안채의 모습. 고상한 사대부가의 기품을 담은 함양한옥과 곧게 뻗은 대나무가 어울려 그림이 된다.
2 안채에서 바라보는 후원의 대나무 숲. 살랑이는 가을바람에 흔들려 대나무 잎이 사각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저절로 마음이 평온해진다.
바라보는 곳마다 그림이 되는 곳
함양한옥은 지리산 자락이 주변을 휘감고, 안채 후원에는 운치 있는 대나무 숲이 펼쳐져 있으며 마당에는 매화나무가 자리해 있는, 그야말로 아름다운 곳이다. 모든 공간에 창이 나 있는데, 안에 앉아 밖을 바라보면 그 비경들이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눈앞에 걸린다. 그냥 봐도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풍광이지만 대청마루에, 안방에 앉아서, 툇마루에 서서 바라보면 그 누구라도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곳 중 하나가 바로 목욕채. 돌집에 초가를 얹은 외관과 다르게 내부에 들어서면 럭셔리한 호텔 부럽지 않은 욕실이 꾸며져 있다. 특히 욕조에 몸을 담그고 옆을 바라보면 길게 난 창문 밖으로 오랜 세월이 묻어 있는 돌담길이며 꽃과 나무가 보인다. 앞, 뒤를 전면 유리로 해놓은 식당채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아침을 먹을 때는 따사로운 햇살이 테이블까지 들어오고, 저녁은 운치 있는 한옥의 풍경을 한눈에 담으며 밥을 먹을 수 있다.
함양한옥에 하룻밤 묵으러 간다면, 굳이 이러저러한 여행 루트를 짤 필요가 없겠다. 특별한 일을 하지 않고, 대청마루에 앉아 살랑이는 가을바람 맞으며 자연이 만드는 그림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금세 간다.

1 툇마루_전면 유리로 되어 있는 안대청의 뒷면 툇마루. 누마루방으로 가는 통로로, 지나가는 동안 대나무 숲이 한눈에 들어온다.
2 대리석 욕조_세월이 느껴지는 돌담을 바라보며 대리석 욕조에 몸을 담그면, 그 어떤 시름이라도 잊혀지는 듯하다.
3 식당채_함양한옥을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채. 아침은 제철 죽과 반찬이 제공되며 저녁은 따로 주문해야 한다.
150년 세월을 느끼며 자는 한옥에서의 하룻밤
아름지기가 함양한옥을 기증받아 한창 복원을 진행하고 있던 2004년 4월 안타깝게도 누군가의 방화로 인해 안채는 거의 전소되고 사랑채도 그 불기운에 약간 그슬리게 되었다. 그래서 안채는 완전히 새로 짓고 사랑채만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한 채 내부만 복원했다.
숙박하는 곳은 안채와 사랑채로, 안채는 외관과 내부 모두 깨끗하게 잘 꾸며 놓아 현대식 호텔에서 묵는 듯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숙박할 수 있다. 편하고 깨끗한 안채에서 묵으려는 사람들이 많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옥을 알고 오시는 분은 사랑채에 묵으려고 하시지요.
오랜 세월의 기운을 담고 있는 사랑채가 진짜 한옥이니까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특히 사랑채에는 한 평 남짓 되는 매우 작은 건넌방이 있는데, 바로 이 건넌방이 알짜배기라고 한다. 풍수지리적으로 매우 좋은 위치인 데다 이곳에 앉아 바라보는 바깥 풍경이 가장 아름답기 때문. 이곳의 천장은 다른 방과 달리 둥그렇게 라운드형으로 되어 있고 하늘색 한지로 마감되어 있다. 함양한옥에 들렀다면 이 건넌방에서 오랜 세월의 기운을 온몸으로 흠씬 받아들이며 자 보길 권한다.
함양한옥은 어느 곳 하나 흐트러짐 없는 사대부가의 기품을 담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동시에 사람 좋은 웃음을 가진 관리인과 정겨운 시골 풍경, 아랫목 따스한 온돌방…. 한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서도 가득 담고 있다. 이곳은 운치 있는 한옥에서의 하룻밤을 꿈꾸는 이들에게 잊지 못할 가을밤을 선사해 줄 바로 그런 곳이다.

1 150년 된 사랑채_세월이 묻은 기둥과 기와에서 안채와는 또 다른 기운이 느껴진다.
2 사랑채_함양한옥의 방들 중 가장 작은 사랑채의 건넌방. 풍수지리적으로 가장 좋은 위치에 있어 주위 풍경이 빼어나다. 한옥의 참맛을 느끼고 싶다면 이곳에서 꼭 한 번 묵어 볼 것.
Data
요금_숙박은 아름지기의 회원만(평생회원 200만원, 연회원 10만원, 기업회원도 모집 중)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안채(안방, 건넌방, 누마루방, 화장실) 4인 기준 40만원(조식 포함, 인원 초과 시 8만원 추가) -사랑채(안방, 건넌방, 화장실) 3인 기준 30만원(조식 포함, 인원 초과 시 8만원 추가)
가는 길_서울→비룡 분기점(경부고속도로, 약 2시간 소요)→서상 IC(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약 1시간 소요)→안의 방면 26번 국도의 도로 좌측 거연정 휴게소 지나 봉전마을 입구(약 10분 소요)→아름지기 함양한옥
주변 볼거리_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화림동 계곡과 정여창 고택, 남계 서원이 있으며 함양상림에서 휴식을 취해도 좋다.
문의_02-733-8375 www.arumjigi.org
기획 : 정미경, 이경은, 김은혜ㅣ포토그래퍼 : 임익순, 박상현ㅣ여성중앙ㅣpatzzi 한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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