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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이상향을 지칭하는 유토피아(utopia)라는 말은 16세기 영국의 인문주의
자 토마스 모어(Thomas More, 1478~1535)가 만들어 낸 신조어이다. 이상향에 대한 동경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속되어 오던 것인데 그 동기는 실제 현실에 대한 불만과 비판의 우회적인 표출인 경우가 많다. 이것은 토마스 모어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모어는 현실에 대한 비판과 이상향에 대한 동경을 1516년에 쓴 책에서 표현했 는데 이 책의 제목이 바로 <유토피아(Utopia)>이다. 그런데 이 유토피아라는 말 은 그리스 어 ou(없다)+topos(곳)+ia(명사어미)에서 나온 말이다. 문자 그대로 하 면 `어디에도 없는 곳`이란 뜻이다. <유토피아>는 영국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을 포함하는 제1부와 이상국 유토 피아의 지리, 정치, 종교, 가족제도, 풍속 등을 다룬 제 2부로 나뉘어져있다.이 책 은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신대륙 탐험에 따라 나섰다가 돌아오는 길에 표류하다 유토피아 섬에 도착한 선원이 그곳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저자에게 들려 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책의 제2부에서 표류했던 선원이 들려 주는 이상 사회의 유토피아는 재산공유 제의 사회였다. 즉 착취 없는 생산과 분배, 쾌적한 노동, 교육의 남녀평등, 행복 한 가정 생활, 평화주의, 종교적 관용 등. 모어가 이렇게 재산 공유제 사회를 이 상 사회로 그리고 있기 때문에 그를 근대 공산주의의 선구자로 간주하기도 한 다. 하지만 그의 재산 공유론은 인간의 악에 대한 도덕적 비판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 그가 본 현실은 어떠한가? 모어가 살고 있던 영국의 현실은 유토피아와 는 거리가 멀었다. 당시 영국은 자본주의가 발전하기 시작하던 때였다. 해외 식 민지 무역이 발전했고 상공업이 발전하기 시작했는데 이 때 발전한 것이 모직물 공업이었다. 이전까지는 양모를 수입해 쓰던 모직물 공업이 계속해서 발전하고 원료인 양모가 부족해지자 토지 소유자들은 좀더 많은 수입을 올리고자 농경지 를 목장으로 바꾸었다. 이것이 이른바 인클로저 운동이다. 그런데 이 인클로저 운동으로 인해 농민들은 하루 아침에 대대로 살던 토지에 서 쫓겨나 떠도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토마스 모어는 <유토피아>에서 “양이 사람을 잡아 먹는다”라고까지 말했다. 모어는 또 프랑스 국왕과 대신들을 예로 들어 정치에서의 책략과 야망을 폭로 하고, 나아가 정치와 사회의 근본적인 결함의 원인을 사유 재산 제도에서 찾았 다. 즉 돈이 절대적인 힘을 가지는 곳에서 국가의 올바른 번영은 없다고 보았던 것이다.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는 여러 국가의 사악함의 원인을 파헤치고 당시의 영국인들, 넓게는 유럽 인들에게 도덕적 반성을 촉구한 저서라 할 것이다.물론 거기에는 이성적인 교화로 인간을 개조하여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고 본 인문주의자의 이상이 깃들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