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시공을 넘는다 ‘나주 주몽 촬영지’
판타지와 역사가 결합, 매력에 푹 빠져
▲가장 아름다운 길로 찬사를 받고 있는 담양의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
‘가을 길’하면 왠지 낭만이 물씬 묻어나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일기도 한다. 쭉쭉 뻗은 아름다운 길 위를 걷는 상상만 해도 단조로운 일상의 틀을 깨버릴 수 있을 게다. 이제 상상이 아닌 아름다운 그 길 위를 걷기 위해 떠나보자!
가장 아름다운 길로 회자되고 있는 담양의 메타세콰이어 길을 한번 가보지 않고 길을 운운한다면 안 될 말. 따사로운 햇살과 가을바람이 만나는 메타세콰이어 길 양 옆으로 맥문동이 꽃을 피우고 있어 더욱 운치가 살아난다. 그리고 무엇보다 양편으로 60~70m 높이로 쭉쭉 뻗은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의 시원함은 그동안 쌓인 체증을 싹 씻어버릴 수 있다.
시원한 기세는 ‘죽녹원’에서 절정을 이룬다. 성근 대숲, 은은한 죽향과 다향이 마음을 뒤흔든다. 댓잎을 살짝 건드렸더니 눈물같은 이슬이 똑 떨어져 가을 여심을 더욱 자극시킨다. 이때 누군가가 “‘사각형’, ‘삼각형’ 모양의 대나무를 찾아보세요.”라는 소리에 귀가 번쩍~ 대나무는 자랄 때 틀을 씌우면 그 형태대로 자라기에 사각형, 삼각형이 나온다고 한다.
죽향에 빠져 있는 것도 잠시, 이번 여행의 백미인 ‘주몽 세트장’으로 가기 위해 이곳 죽우들에게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나주로 출발!
나주로 가는 길은 거쳐야하는 구간이 많다. 나주대교 끝에서 우회전강변도로 진입로에서 우회전 등 끝에 박포삼거리 큰산골 식당에서 우회전하면 주몽촬영장이다.
▲드라마 '주몽' 출연자들의 대형 간판에 이끌리게 된다.
드라마‘주몽’촬영지 ‘삼한지 테마파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구경 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먼저 거대한 해자성문이 압도적이다. 유럽의 영화에서나 가능한 성벽 밖 수로가 있고 내리고 올리는 육중한 성문인데, 우리 나라 역사상 유일하게 등장하는 해자성문의 실제 존재 장소가 나주였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해자성문으로 들어가면 오른쪽이 졸본부여성이다. 이곳은 동부여성을 탈출한 ‘주몽’이 운명의 여인 소서노를 만나 위기를 모면한 곳, 그 인연으로 소서노와 결혼하며 그녀의 도움으로 고구려를 건국한 역사적 장소이다.
졸본부여성에서 나오면 바로 양쪽에 초가의 민가와 저잣거리가 형성되어 있다. 저잣거리는 극 초반에 궁에서 쫓겨난 주몽이 어머니가 주신 소중한 보물을 마리네 일행에게 소매치기를 당했던 장면을 촬영한 곳.
▲철기 제작소 세트장
두 번째 해자성문을 통과하기 전 왼쪽으로 베일에 싸인 장소가 나타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드라마 ‘주몽’에서 중요한 화두는 ‘철기문명’이라는 점이다.
‘철을 가진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라는 말이 나올 만큼 철이 마치 지금의 핵과 같이 절대 유일의 힘이었던 시기였다. 그 철이 탄생되는 근원의 공간은 그만큼 위험하고 신비로운 베일의 장소인 100여 평의 철기제작소다. 이곳은 판타지와 역사가 결합하는 매력의 공간으로 아직도 그곳에서 철기를 만들고 있는 듯 소품들이 잘 배열돼 있었다.
거대한 해자성문 안을 통과하면 상류층의 기와거리가 모습을 드러내고, 위쪽으로는 국내 최대의 철옹성인 동부여성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지상 7미터 높이의 궁전과 2천 평의 실내 공간 등 웅장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동부여성 위쪽으로는 제사와 신이 하나가 되는 공간인 팔각형의 신단이 있다. 영산강의 물줄기를 비롯,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푸른 들녘 등 주변의 자연경관을 한 눈에 굽어볼 수 있는 명당자리다.
이밖에도 동부여성 뒤편으로 가면 연못궁, 즉 유화부인의 거처와 여러 채의 침전을 볼 수 있는데, 마치 수 천 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시대를 풍미한 역사적 인물들을 만나 그 숨결을 느끼는 듯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었다.
고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