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잘것없는 제 글쓰기를 벗어나고 싶습니다. 제 글쓰기의 등불은 정목일, 윤오영, 그리고 김만년 등등입니다. 요 며칠 반성을 많이 하고 지냅니다. 그러다가 아래 글을 읽고서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물론 순전히 제 자신에게 주문하는 내용입니다.
저처럼 글공부한 지 얼마되지 않은 분도 있을 겁니다. 그러한 분 가운데서 단 한 사람이라도, 이 글,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 중 한 분인 윤오영 선생님의 글을 읽고서 도움이 된다면, 그것도 가치 있겠다는 그런 의미에서 싣습니다. 전문은 길어서 간추렸음을 밝힙니다.
습작과 수련
윤오영
글을 읽지 않고 글을 쓰려는 것은 밑천 없이 장사하는 격이라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많이 읽어도 써 보지 아니하면 이른바 안고수비격(眼高手卑格)이어서 좋은 글을 못 쓴다. 글을 쓰려면 우선 많은 습작과 수련이 필요하다.
그런데 수필이라고 대번에 써서 될 리가 없다. 이것이 현재 수필다운 수필이 드문 이유의 하나다. 구양수는 단 다섯 자를 쓰기 위하여 수십 매의 원고를 버렸고, 육방옹은 만수천 수의 글을 쓴 시인이지만, 8천 수가 넘은 뒤에야 남 앞에서 서슴지 않을 시를 쓸 수가 있었다고 술회하였다. 이태백이 쇠절구공이를 갈아서 바늘을 만든다는 말을 듣고 다시 들어가 공부했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지 아니한가.
원래 수필은 고독의 소산이다. 그러면 수필이란 현실도피의 문학인가, 하고 반문할 것이다. 그야 참여문학일 수도 있고 비판 투쟁 혁명의 문학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예란 기술이 필요하고, 기술이란 연마가 필요하고, 여기에는 일정한 연마의 기간이 필요한 것이다.
당나라 때 시인 최호는 황학루 시 한편으로 이백을 압도하고 당시단의 제일인자로 후세에 길이 빛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단 한편이라도 걸작을 낼 수만 있다면 많이 발표하지 못한 것을 한할 것도 없지 아니한가.
지금 우리나라에서 문학수필다운 수필이 별로 없는 것도 오로지 기초적인 수련의 과정을 밟지 아니했다는 데 중대 원인이 있는 것이다. 소설이나 시의 평론을 쓰는 문학가가 그 여세를 빌어 쓴 것 외에 전공가가 드물다는 데 원인이 있는 것이다.
다음은 글을 썼으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퇴고를 거듭할 것이다. 일사천리의 속필이 재주가 아니다. 한 자 한 자 쪼고 쪼아서 정밀하게 다듬어 나간다는 것은 가장 귀중한 일이다.
또 방망이를 못 맞은 글이란 자기만족에 그치고 때를 벗지 못한다. 소설이나 시는 평론가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하지만, 수필은 평가하는 이가 없기 때문에 항상 자기류에서 만족하고 만다는 것도 수필이 발전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원인이다. 그러므로 친구나 선배의 비평을 듣기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만일 칭찬하는 이가 있으면 두 번 찾아갈 필요가 없지만, 결함을 지적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약석으로 알고 고마워해야 한다. 사람의 마음이란 간사해서 칭찬받기를 좋아하고 헐뜯기는 것을 싫어하는 까닭에 이것이 항상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자기 글의 결함을 밝혀주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첫댓글 아름다운 율법님, 이 글을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얼마나 명쾌하고 조리있게 표현이 되어 있는지 감탄합니다. 우리 수필반에게는 '아름다운 율법'같은 글이군요. (진솔하게 하는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사실 회장님을 위시한 우리 수필방 대다수 전문작가분은 해당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처럼 초보수준의 습작기에 있는 사람을 위한 글이에요. 요 며칠 반성하다가 읽었습니다. 거울처럼 두고두고 바라보면서 한걸음씩 나아가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해봅니다. 그나저나 회장님이 안계셔서 우리 수필방 휑하다는 것, 늘 아쉽습니다. 뭐랄까, 집안의 기둥이 빠져 있다는 그런 느낌, 저만 갖는 것인지요......
성록님, 저의 수필 공부에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기초적인 수련의 과정을 밟아야 한다는, 고독하고, 고립감을 느끼는 혼자만의 설움을 겪어야 하는 일이 작가가 되기 위한 수련기가 아닐런지요. 주부로서, 직장인으로서, 공부하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았습니다. 밤에 별을 보면, 별이 어룽져보이는 날도 있었고, 사물을 상징하는 은유어를 찾기 위해 밤에도 물고기처럼 눈뜨고 잠들곤 했습니다. 몸은 고단하겠지만, 가치있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 자긍심은 있지요. 힘차게 정진해 나가겠습니다. 좋은 글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쑥부쟁이님의 그 치열한 정신은 저도 꼭 본받고 싶습니다. 저도 님처럼 여건을 탓하지 않고서 묵묵히 길을 걸어가도록 애써보겠습니다. 님은 수련기간이 상당하기에 그리 해당사항이 없을 듯 보이기도 합니다......
제가 수련기간이 상당하기에 그리 해당사항이 없을 듯 보이기도 하다니요. 무슨 그리 섭한 말씀을. 아니예요. 저는 아직도 멀었습니다. 더 많이 책을 읽고, 습작을 해야 합니다. 한 달에 한 번 영풍문고에 가서 종일 책읽는 즐거움, 공짜로 보니까요. 계속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나올 때는 책 한 권 정도는 사가지고 집으로 온답니다.
영풍문고에서 종일 책읽는 즐거움... 참으로 열정적입니다. 그런 자세 제것으로 만들어보도록 시도해보겠습니다. 실은, 입시공부를 제외하곤 그렇게 치열해본 게 언제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나이들어가는 반증인가 봅니다. 다시 한번 님의 그 열정, 부럽습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이런 글 종종 올려주시면 더욱 큰 공부가 되겠습니다.
예쁜짝꿍님, 늘 열심히 문학공부하는 모습, 제게 많은 자극이 됩니다. 부지런히 뒤를 좇아 가겠습니다.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는데 그리고 연마 기간이 필요하다는데...럽네요...요즘은 남의 글을 보고 얘기하는 것도 이래저래 신경이 쓰이네요...좋은 글 잘 읽었어요.열심히 열심히 공부합시다
하린님의 비평은 제게 많은 힘이 되고 퇴고하는데 무척이나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남의 글 얘기하는 게 어찌해서 신경이 쓰이시나요? 그러지 마시고 평소처럼 조목조목 짚어주세요. 사탕발림 얘기는 당장 듣기 좋아도 나중에는 글공부에 방해가 되는 듯합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나야 글공부 초보중에 초보여서 아직은 가당치도 않습니다. 늘 좋은날 되십시요.
선생님의 글은 구수한 인간미가 풍겨옵니다. 게다가 글의 생명인 진실성이 돋보여 좋습니다. 그러면 된 거겠죠. 선생님이나 저나 같이 협력해서 열심히 공부했으면 합니다. 이 가을 감기 조심하세요.
고맙습니다. 잘 안되지만. 늘 노력은 해야지요.
선생님 뜻대로 다 잘될겁니다. 같이 고민하고 의논하고 그렇게 생활했으면 합니다. 그러는 가운데 비판이 마음 아플 수도 있겠지만 선생님은 능히 이겨내리라 믿습니다......
아직은 비판받을 만한 수준이 못되서, 초보딱지를 벗어야.... 도움말 고맙습니다.
단 한편의 걸작을 쓸수만 있다면.......
한편뿐이겠습니까. 영신님은 여러편 그리 쓰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