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5(월)
회사 일을 일찍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낚시터를 둘러봤다.
작년에 잣짜리 열 수를 포함해 모두 열 네 수나 잡았던 곳도 들러봤다.
오늘은 날씨도 따뜻하고 바람도 적어 낚시하기 좋았다.
나는 즉흥적으로 낚시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혼자 낚시하기 그렇고 해서 갑짜기 친구에게 낚시가자 전화하니 아무리 꾼이라도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나설 사람이 없다.
에라~ 나 혼자라도 낚시를 해야겠다.
꼭 대물 여러 수가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집으로 달려가 짐을 꾸렸다.
무거운 낚시 가방 한 짐, 의자, 받침대틀, 파라솔, 텐트, 바나, 등등
잡동사니 한 가방,
무쏘차 짐칸이 가득 찼다.
마트에 들려 생수, 먹을 것, 소주, 안주, 가스 등등을 사서 차에 실었다.
차에 내려 낚시터까지는 별로 멀지는 않지만 두어 행배 짐을 나르니 오후의 더운 열기에 온몸에 땀이 젖었다.
짐을 나르고 전을 차리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리고 수심까지 마추고 캐미를 꽂으니 어두워졌다.
이후 다음 이야기는 한 두 줄로 끝날 것 같다.
밤새 입질 한 번 못 받았다. 이것으로.
찌에는 단 한번의 미동도 없었고, 뜬 눈으로 찌만 바라보고 꼴딱 날밤을 새운 꼴이니 그 고통이야 짐작이 갈 게다.
작년에 월척 10 여수를 올린 포인터라 오늘은 무작정 전을 폈다.
낚싯대 여덟 대, 새우낚시가 아닌 글루텐 낚시로 8대를 폈다.
밤새 미끼 갈아 끼우느라 밤잠도 못 잤다.
작년 5월 2일 같은 포인터에서 잡은 월척 10수 포함, 모두 14수. 그 사진을 올려 본다.
왜 몰 꽝이였을까,
범인은 청태였다.
나는 작년의 조과만 믿고 무작정 그 자리에 전을 폈던 거다.
하지만 낚시를 하면서 바늘에 청태가 조금 걸려 올라왔다.
다 채려놓은 채비라 옮길 수도 없고 그래도 그 영항이 그리 커랴 싶어 밤새 낚시를 했다.
결과, 단 한번의 입질도 없었다.
내 맞은 편에 낚시하는 사람도 별 조황은 없었지만 날이 밝자마자 그는 한 수를 올렸다.
물론 잣짜리로, 그곳은 청태가 적은 지역이였다.
아침 9시 무렵이 되어 한 사람이 내게 닥아와 조황을 묻는다.
조황이 없다하니 그래도 이왕에 온김이니 낚시나 해보자고 내 옆 좀 떨어진 곳에 낚싯대 두 대를 폈다.
펴자마자 반시간쯤에 월척 한 수를 올린다.
내가 앉은 곳은 유난히 청태가 많은 곳이였다.
이리저리 낚싯대 한대를 들고 청태없는 곳을 찾아 행상낚시를 해 보기도 했다.
20대부터 시행착오를 격으며 낚시를 했는데도
그 시행착오는 60이 다 되어도 또 격는다.
인생은 시행착오를 격으며 살다가 새행착오를 격으며 죽는 모양이다.
내가 500살 정도 살게 되면 시행착오가 줄어 들련지.
그때쯤은 진짜 도사가 되겠지만.
대어의 꿈은 또 다음 기회를 노려봐야지.
하지만 그 기회는 차츰 줄어든다.
인생의 황혼기가 지나가고 있으니 말이다.
포박 올림
첫댓글 작년에 대박 났던 자리가 올해에는 청태가 심해서 조항이 없나보네요 다음 기회에 다시 도전 하면 매우 좋은 조항이 있을거예요 고생 많이 하셨읍니다
역시 청태가 문제였군요.... 청태가 끼면 자리를 옴기라는 말이 틀린말이 아니었군요....
포박님 글을읽고 저또한 너털웃음을 짖게 됩니다.. 저또한 그런 시행착오를 수없이 겪었지만 여전히 그대로변함없으니 말입니다.. 예전에 많이 잡았던곳 그리고 큰고기를 낚았던곳 .계절 그리고 수온 그리고 물때 조류등 많은 여건에따라 포인트가 변화됨을 알면서도 왠지 예전에 잡았다는 그런 단순한 생각때문에 다시 시행착오를 겪으며 살아가고 있는듯 합니다.. 예전엔 월척만 보았었는데 오늘에야 저수지 모습을 보게 되는듯 합니다..
청태.조심해야겠군요.
작년의 그사진을 다시봐도 흐믓하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