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포 해변에 있는 채석강은 강이 아니다. 강 대신 억겁 세월을 바닷물에 깎인 절벽이 방문객을 맞는다. 술에 취한 당나라 시인 이태백이 강물에 뜬 달 그림자를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는 중국 채석강과 풍경이 비슷하다고 붙인 이름이다. 시루떡처럼 켜켜히 쌓인 퇴적암 절벽과 널찍한 암반층 조화가 절묘하다. 12월 변산의 하늘은 오후 4시30분만 지나도 타오른다. 그 불길이 수평선으로 옮겨 붙을 즈음이면 연인들 눈동자마저 발갛다. 바위절벽을 왼쪽, 위도를 오른쪽에 두고 가라앉는 채석강 일몰은 한 폭 그림이다. 정신을 차려 뒤를 돌아보면 뒷산은 이미 잿빛이다. 추우면 4층짜리 팔각정 전망대에 올라 커피를 마시며 낙조를 감상해도 좋다. 31일 해넘이 축제가 열린다. 부안군청 해넘이축제 기획단 (063)580-4296
▲가는 길·주변 명소= 서해안 고속도로 부안IC에서 들어가면 복잡한 부안읍내를 통과해야 한다. 대신 줄포IC에서 나와 좌회전해 30번 국도를 타면 30~40분 뒤 채석강에 닿는다. 국립공원인 변산반도를 감싸는 30번 국도 주변엔 변산해수욕장, 변산온천, 전나무 숲길이 인상적인 내소사 등 가볼 만한 곳이 많다. 바위 봉우리인 낙조대도 일몰이 아름다운 장소. 변산 면소재지가 있는 지서리에서 산길로 5㎞쯤 떨어진 월명암 뒷산에 있다.
◆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충남 태안군)
태안반도 남쪽 끝에 매달린 꽃지의 낙조가 아름다운 것은 앞바다에 떠 있는 할미·할아비 바위 덕분이다. 할미 바위는 전쟁터에 나간 지아비를 애타게 기다리던 부인이 돌로 변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애틋한 전설을 담은 바위 사이로 빠지는 불덩이를 담기 위해 사진동호인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편히(안) 잠드는(면) 섬(도)이라는 이름답게 안면도의 낙조는 안온하다. 군더기 없이 널찍한 백사장에 앉으면 보이는 건 들불처럼 번지는 낙조 뿐이다. 태안군청 문화관광과 (041)670-2544
▲가는 길·주변 명소= 서해안고속도로를 타면 서울에서 2시간30분쯤 걸린다. 홍성IC에서 빠져나와 서산A·B 지구 방조제를 지난 뒤 649번 지방도로 좌회전, 안면대교를 건너면 오른쪽으로 12개 해수욕장이 줄지어 있다. 꽃지해수욕장은 안면읍 지나 7분 거리. 근처 안면도 자연휴양림(승언3리·041-674-5019·입장료 1000원)은 소나무 숲이 울창해 산림욕장으로 사랑받고 있다.
◆ 강화 석모도(인천광역시 강화군)
강화도의 부속섬 석모도는 서울에서 가깝다는 게 매력이다. 여행은 강화군 외포리 선착장(032-932-6007)에서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이 차를 갖고 들어가기 때문에 선착장에는 사람 대신 차가 줄을 선다. 낙조 포인트는 민머루해변 뒤편 언덕과 보문사.
끝없는 갯벌로 유명한 민머루해변엔 거대한 송전탑이 바다 한가운데 서 있다. 해는 송전탑 바로 뒤로 떨어진다. 낙조와 인공 구조물이 묘하게 어울린다. 낙가산(327m) 중턱 보문사는 남해 보리암, 낙산사 홍련암과 함께 한국 3대 관음도량으로 꼽힌다. 높지는 않지만 절에서 내려다보는 낙조는 일품이다. 강화군청 문화관광과 (032)930-3621
▲가는 길= 48번 국도를 타고 강화대교를 건넌 뒤 외포리 표지판을 보고 한참 가면 외포리 선착장이 나타난다. 행주대교 남단에서 외포리 선창까지 거리는 46.5㎞.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8시3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배가 뜬다. 10분쯤 걸린다. 배삯은 승용차 소형기준 1만4000원, 승객은 왕복 12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