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동지들, 많이 섭섭하시겠지요. 단상에서 마이크를 잡은 그 분들이 진보신당을 왕따시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잖습니까. 사실 두 달 동안 촛불집회가 열렸지만, 다 아시다시피 진보신당을 이끄는 노회찬, 심상정 대표에게는 단 한 번도 마이크가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진보신당이 HID에게 습격을 당한 사건이 알려진 오늘, 혹시나 했더니 역시 거기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더군요. (마지막에 마이크를 잡으신 신부님께서 그 사건을 언급해 주셔서 칼라 TV 스탭들은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그게 섭섭할 수 있고, 그 섭섭함을 이 게시판에 토로할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그 사람들이 왕따시키는 진보신당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는 매우 큽니다. 우리가 의지해야 할 것은 단상에서 마이크 잡은 사람들이 아니라, 단상 아래의 시민들이 아닐까요? 적어도 촛불정국에서 진보신당은 사실상 제1당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HID가 진보신당으로 쳐들어온 것도 그것을 입증해주는 게 아니겠습니까? 비록 우리가 단상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을 수는 없지만, 시민들은 그 어떤 정당보다도 진보신당을 신뢰한다고 믿습니다. 아니, 이건 주관적 믿음이 아니라 아마 객관적 사실일 겁니다. 그거면 된 거 아닌가요? 그러니 너무 섭섭하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방침 때문에, 모 노조에서는 노회찬, 심상정 의원이 보궐선거 때 노동자들에게 인사하러 공장의 식당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고 들었습니다. 이 얼마나 황당한 일입니까? 진보정당의 대표가 노동자들 밥 먹는 곳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현실. 그게 가슴 아프고, 서럽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이 서러운 현실 앞에서 원한을 발전시키기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그 서운함마저 극복해 내야 합니다. 조급해 하지 말고, 멀리 내다보면서 심적인 여유를 가지고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해 나갑시다. 어차피 촛불정국에서는 다 함께 가야 하고, 또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비록 왕따의 결과이기는 하지만, 모든 당의 의원들이 단상에 올라도 진보신당의 대표들만은 그 동안 단상에서 마이크를 잡지 못한 것이 외려 잘 된 일일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우리의 원칙은 앞에서 나대는 것이 아니라, 옆에서 조용히 도와주는 것이 아니었던가요? 시민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숫가락 올려놓는 것보다는 단상 아래, 시민들이 서 있는 그 한 가운데에 같이 서 있는 것이 더 멋있지 않나요? 비록 단상 위는 아니지만, 시민들 틈에서 우리 심상정, 노회찬 대표는 열렬히 환영을 받는 장면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저는 그게 더 값지고 귀하고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촛불정국에서 그 알량한 마이크 놓고 계산이나 하는 행태를 따라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저 이제까지 해 온 대로 시민들에게 봉사하고, 그들의 싸움에 동참하고, 그들을 공권력의 폭력에서 보호하는 데에 전념하면 그만입니다. 그렇게 해서 얻는 신뢰야말로 단상에 올라가 얼굴 내비치는 데서 얻어지는 홍보효과보다 더 귀중한 게 아닐까요? 알량한 홍보효과가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시민들의 신뢰, 그것이야말로 진보신당이 하는 데에 필요한 유일한 밑거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섭섭하더라도 누구를 원망하지는 맙시다. 섭섭함을 버리고, 촛불정국에서는 모두 함께 간다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ps.
아울러 칼라 TV 방송과 관련하여 몇 가지 알력이 있었던 것 같은데... 물론 제보가 들어온 것도 있고, 피치 못할 사정도 있겠지만, 사소한 문제들은 너그럽게 덮어두고 '가능한 한 많은 시민에게 촛불집회의 상황을 알린다'는 큰 원칙에 따라서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모르는 게 아니라 섭섭한 거죠. 우린 같이 간다고 믿는데, 끝없이 경계를 당하고 음해를 당하고......아 디러버라.
2008-07-03 01:56:18
유동호
항상 고생하십니다. 몸 신경쓰세요.
2008-07-03 01:56:29
진중권
ㅋㅋㅋ.... 걍 진보신당과 칼라TV가 너무 사랑을 받으니까 샘나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합시다. ^^
2008-07-03 01:57:01
pageboy
요즘 진보신당이 많이 알려졌다고 생각했는데..이미지도 좋아졌구요
2008-07-03 01:58:19
아월
다 알고 있는 사실 새삼스럽지도 않아야하는데 오늘은 순간 욱했어요. 짜식들 하긴 우리가 부럽고 샘나기도 하겠지만요.
2008-07-03 01:58:27
솔피낭
삐쟁이.. 대책위.. ㅎㅎ
2008-07-03 02:00:20
진중권
대책위, 아고라에서 욕도 많이 먹지만 사실 고생 많이 하고 있습니다. 평가해줄 건 또 평가해야죠.
2008-07-03 02:03:36
이가형
아무리 생각해봐도 우리보다는 그쪽(?)에서 조급한 일인듯^^ 진보신당은 정말 인기 최고인걸요~ 하지만 빠르게 얻은 인기와 신뢰인만큼 작은 흠 하나도 가지 않게 조심해야지요. 눈치볼것까진 없지만요.
2008-07-03 02:10:16
왼쪽날개
옷...진쌤~ 적을 베는 살초에만 능하신줄 알았는데.... 대협의 마음을 지니시었소~
몸챙기시고 항상 조심하세요. 많은분들이 걱정합니다. ^^
2008-07-03 02:15:47
봄바람
진교수님 말씀처럼 단상 위의 정치는 민노당이 하고 (오늘 보니깐 민주당의원들에 대한 말도 나오더군요), 단상 밑의 정치는 진보신당이 합니다. 그냥 이거저거 다 떠나서 마이크에 영향받는 사람이 2만명이면, 칼라TV에 영향받는 사람은 수십만명입니다. 마이크잡는 시간이 1시간이면, 칼라TV방송시간은 대여섯시간, 어떨땐 24시간입니다. 거리에서 벌어지는 많은 이슈의 현장, 도움을 주는 현장엔 진보신당이 있습니다.
민노당, 연설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걍 시민들 쫓아가기 바쁩니다. 별로 역동적인 활동을 못찾겠음... 맨날하던 단식, 삼보일배... 민주당, 점점 나아지긴 하지만, 시청에서 얘네는 제3당 입니다.
대책위 애들은 걍 냅두줘 뭐~ 솔직히 걔네들 쫌시러워서... 따지고보면 시청에서 대책위도 기득권입니다. 시민들은 불과 몇달 전 보다도 기득권이라면 졸라 싫어합니다. 진보신당도 진보신당이 가진 기득권이 있다면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겠죠.. 그것만 잘 한다면, 가만있어도 진보신당 승~
2008-07-03 02:19:31
김희서
당원들이 가져야할 마음과 당이 취해야할 태도는 다를수 있죠.
이번 테러에 대한 것은 분명 달라야 합니다. 발언권 하나, 마이크 하나 주고 안주고의 문제가 아니니까요.. 깜빡 했다고 하기에.. 다른 프로그램이 너무 많았다고 하기에는.. 오늘 집회는 많이 느슨하고 많이 길었습니다. 미사에 대책위 집회에, 행진후 해산 집회까지...
자신들의 주관적 판단으로(종파적으로까지 보고싶지는 않지만) 이 정국의 중요한 문제을 애써 외면한것 아닐까요? 이런 지도부는(혹은 지도부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민중들에게 또다시 배신과 아픔을 주어왔습니다.
당원들은 진중권당원과 같은 마음을 가지면 될것 같구요..
다만 진보신당은 대책위의 이번 행동에 대해 분명하게 짚고 바로잡아야 할듯.
2008-07-03 02:31:40
잔잔한파문
대책위에게 섭섭하긴 했지만 우리 대신 아고라가 욕해주고 있잖아요. ^^;;
2008-07-03 02:49:14
열공
진중권!!!!! 갈수록 좋아진다. 완전 킹왕짱!!!
제가 지방의 쪼그만 재수생 학원에서 강의하는데, 별 생각 없어 보이는(?) 학생들도 진중권은 알더군요. 정말 고생많으십니다.
홍보 제대로 할 테니, 가을에 강원도에서 강연 함 해주시는 건 어때요??? (차비/숙(?)식 완전 보장, 강사료 쪼끔 보장ㅋ)
2008-07-03 03:31:28
빛소리
평소 꼬장꼬장 하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네요?? 이번 테러를 겪고나서 마음이 넓어지고 여유로워 지신 것 같네요^^*
첫댓글 긴호흡으로 치열하게 한걸음 한걸음 나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