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신차 구매 26% 급감, 자동차 업계의 걱정이 큰 이유는
불황에 취업·결혼 늦어지고 차값 인상·할부 고금리 여파
정한국 기자
입력 2023.06.12. 03:00업데이트 2023.06.12. 08:10
경기 수원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서모(29)씨는 매일 아침 경기 화성 집에서 1시간 30분씩 걸리는 출근길을 버스로 다닌다. 꼭 차가 필요할 때면, 차량 공유 서비스 ‘쏘카’를 이용한다. 조금 불편해도 차를 살 생각은 없다. 그는 “차를 일시불로 사기엔 부담스럽고, 할부 금리도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그래픽=김현국
그래픽=김현국
최근 20~30대 사이에서 자동차를 사지 않는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 11일 본지가 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자료를 바탕으로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20~30대가 구매한 신차(국산·수입 전체)는 29만2477대로, 2017년(39만6450대)에 비해 26.2% 감소했다. 이 세대의 중고차 구매도 15.2%나 줄었다. 같은 기간 20~30대 주민등록 인구가 8.1%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이들 세대의 자동차 구매 감소 폭이 인구 감소를 3배 이상 웃돈 것이다. 자동차 업계에선 “20~30세대의 자동차 구매 감소는 10여 년 전부터 있었지만, 최근엔 그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는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들 세대의 소비 감소가 생산 축소 → 고용 하락 → 소비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징후가 자동차 시장에서부터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불황·고금리·고물가 2030에 직격
자동차 업계에서는 20~30대의 ‘시장 이탈’로 생애주기별로 자동차를 바꾸는 ‘소비 패턴’이 변해, 장기적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쪼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젊었을 때 차를 소유하지 않은 이들이 나중에도 자동차 구매에 소극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20~30대의 수요 감소가 예상보다 빠르게 닥치고 있어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지난해 20~30대의 신차 구매는 2021년과 비교해서도 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판매량 감소 폭(3.3%)을 훨씬 웃돌았다. 또 2018년 20~30세대의 신차 구매가 전년 대비 4.3%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감소 속도가 4년 새 배(倍) 가까이 빨라진 것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2010년대 들어 20~30대의 자동차 구매가 줄기 시작했는데, 최근의 고금리와 자동차 가격 인상이 기름을 부었다”고 말했다.
자금력이 떨어지는 젊은 층은 한 번에 목돈을 내는 대신 자동차를 할부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금리 인상 여파로 할부 금리는 작년 초 연 2~3% 안팎에서 작년 말 10% 안팎까지 올랐고, 최근에도 6~7% 안팎에서 고공 행진 중이다. 코로나 사태를 지나며 각종 원자재 값 상승으로 자동차 가격 자체도 급등했다.
◇”전기차 전환기에 수요 침체 걱정”
자동차 회사들은 특히 ‘전기차 전환기’에 나타난 20~30 세대의 시장 이탈에 더 당혹스러워한다. 새로운 기술을 선호하는 젊은 층이 ‘전기차 전환’에 더 적극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20~30대는 전기차 구매에도 적극적이지 않다. 전기차는 가격이 비싸 여전히 젊은 세대에는 진입 장벽이 높은 상황이다.
거의 평생 내연기관 자동차를 타던 중·장년층은 아직 전기차를 불편해하고 신기술이 적용된 자동차로 갈아타려는 의지가 상대적으로 작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막상 내수시장에서 수요 부족을 겪게 되면 후속 기술을 개발하기가 더 힘들어져 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자동차업체들은 떠나는 20~30대를 붙잡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궁리 중이다. 젊은 층이 구매할 수 있도록 물가가 올라도 소형차는 가격 인상을 자제해 2000만원대 초반으로 차값을 맞추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1~3일 또는 1개월 등 일정 기간 신차를 구독하는 형태로 타볼 수 있는 ‘차량 구독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르노코리아는 올가을 젊은 층이 많이 사용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더샌드박스에 전용 공간을 만들어 마케팅을 할 계획이다. 작년 10월에는 메타버스에서 나만의 자동차를 만들어 NFT(대체불가능토큰)로 발행하는 이벤트를 여는 등 디지털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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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https://www.chosun.com/economy/auto/2023/06/12/UJPBZV64UZA2ZI3N4GMCPYLP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