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레인저스의 별이 된 박찬호가 올 시즌 맞닥뜨릴 상대 중에서 뉴욕 양키스의 데릭 지터는 구미를 당기게 하는 상대다.한마디로 뉴욕의 왕자(prince)로 불린다.
데릭 지터는 ‘양키스 제국’의 법통을 잇고 있는 성골이다.내로라는 선참이 많지만 클럽하우스는 지터가 장악하고 있다.다른 선수들이 불만은커녕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
양키스가 지터의 팀으로 변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기량도 뛰어나지만 지터가 갖고 있는 신념이 그를 팀의 기둥으로 만들었다.
지터는 올해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요기 베라가 이루낸 월드시리즈 10회 우승의 위업을 나도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요기 베라는 지난 56년 포수 마스크를 쓰고 브루클린 다저스와의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돈 라센의 퍼펙트게임을 이끄는 등 양키스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10차례나 우승을 차지한 살아있는 전설이다.
지터의 양키스 사랑은 계약에서 드러났다.지난해 10년간 1억8900만달러(약 2457억원)에 계약한 것도 돈보다는 베이브 루스와 루 게리그,조 디마지오,미키 맨틀,레지 잭슨으로 이어지는 양키스의 적자 계보를 잇는 것에 의미를 두겠다는 의지였다.
줄무늬 유니폼의 프리미엄 때문에 시장 가격보다 높지 않은 값에 계약하는관례를 지터도 받아들였다.지터의 평균 연봉은 1260만달러에 불과하다.
여성팬들을 녹이는 스타성에 비하면 결코 높은 몸값이라고 할 수 없다.아프리카 출신의 아버지와 아일랜드계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특유의 매력을 발산한다.아일랜드계 어머니는 유태인이라는 소문도 있다.
지터가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활약한 96년 양키스는 18년 만에 월드시리즈를제패했다.이후 6년 동안 네 번이나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라 제국의 부활을알렸다.지터는 올해 월드시리즈에서 10회 우승의 절반인 5회 우승을 노렸으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원투펀치 랜디 존슨과 커트 실링에게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양키스가 힘겹게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지난해 10월 스포츠전문채널 ESPN은지터를 레지 잭슨에 버금가는 ‘10월의 사나이’로 칭송했다.페넌트레이스보다 가을에 더욱 강한 그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김병현에게서 끝내기홈런을 뽑아낸 것을 비롯해 큰 경기일수록 빛나는 활약을 펼쳤다.지난해 이미 포스트시즌 최다안타의 주인공이던 피트 로즈를 넘어서 통산 87안타를 기록했다.지난해 14안타를추가했다.
지터의 위대성은 공격에만 있지 않다.빠른 발을 바탕으로 내야안타를 만들거나 단타를 2루타로 만든다.한 시즌에 30도루는 너끈히 달성할 수 있는 훔치기 능력도 갖췄다.오히려 팀 공격력이 지터의 발목에 브레이크를 걸었다.뛰지 않아도 타격으로 점수를 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수비 중계플레이에서 깜짝 놀랄 만한 장면을 연출하는가 하면 어깨도 강한 편이다.
공수를 겸비한 유격수 알렉스 로드리게스(텍사스)와 노마 가르시아파라(보스턴 레드삭스)와 비교할 때 승자는 바로 지터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로드리게스가 파워 히터로 메이저리그 홈런 역사를 다시 쓸 인물로 꼽히고,가르시아파라는 타격왕의 소질을 타고났지만 최후의 승자는 지터라는 것이다.바로 카리스마에서의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