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지 잡지인 indiz 2000 NO.2 [졸나호]에 실렸던 어어부 프로젝트의 인터뷰기사를 옮깁니다. 조금 깁니다. 원하는 사람만 읽기를 바랍니다.
오타는 제가 알아서 고쳤습니다.
'저기 왼쪽 구석에 주전자 바라보다 일그러진 자신을 보네'
거칠고 약간 촌스럽기까지 한, 어떤 노래가 귀에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그 노래는 영화 [반칙왕]에서 꿍짝꿍짝 리듬에 막걸리 한잔 걸치고 부르는 듯한 폴카풍의 노래.
바로 "사각의 진혼곡"이다.
이 특이한 영화음악을 탄생시킨 사람들이 바로 어어부 프로젝트이다.
이 이름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이 기괴한 팀이 어디서 나왔나 하겠지만, 결성된지 7년이나 되는 중견팀이기도 하고, 전에 나온 두 앨범이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선정되어있을 정도로 음악적으로도 인정받는 팀이다.
락그룹 '도마뱀'의 리더였던 장영규와 보컬 마부(본명 백현진)로 이루어진 이 프로젝트 그룹은, 서로간의 구속이 없어야 오히려 더욱더 관계가 오래갈 수 있다고 해서 '밴드'가 아닌 '프로젝트'란 팀명을 쓴다고 한다.
이제야 이 오래된 팀이 왜 '프로젝트'란 이름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증은 풀렸겠고...
팀명이자 마부의 1집때 필명이기도 한 '어어부'는 고기잡는 사람'어부'와 고기의 아버지 '어부'가 합성된 이름으로 '고기를 잡아먹는 사람'과 '고기의 보호자'이 두가지 뜻의 결합으로 모순과 아이러니를 가진 밴드라는 뜻이다.
이정도면 어어부를 알만하려나?
하지만 그들의 음악은 더 얘기해야 한다.
'실험적'이란 말이 요즘 인디쪽에서 특히 많이 들려오는데...이들은 정말 실험으로 똘똘 뭉친 음악을 하는 팀이다.
전통북, 실로폰, 드럼, 나팔, 꽹과리 등의 타악기와 현악기의 혼합으로 생겨나는 '락'도 아니고 국악도 아닌 '묘한소리'를 창출한다.
그밖에도 개소리나 구슬 떨어지는 소리, 문소리등 잡음에 가까운 소리를 이용한 실험으로 자신들만의 독특한 음악을 완성했다.
어어부 프로젝트의 매력은 그런 실험적인 음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언제나 기괴한 장치와 의상등 독특한 퍼포먼스로 화제가 되었다.
97년 열렸던 바스키아 & 콘서트에서 여러개의 저울 위에 토마토와 빈 그림들을 올려놓은 무대에서 하늘색 수술복 아래 까만색 레이스 스타킹을 신은채 노래했던 보컬의 차림이나 98년 자신들의 첫번째 단독 퍼포먼스 라이브에서 깍두기와 가래침을 믹서에 갈아 머리에 뒤집어 쓰는등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무대 매너까지도...^^;;
그동안 음반은 1집[손익분기점]을 시작으로해서 같은해 장선우감독의 [나쁜영화]에 삽입된, "아름다운 '세상에' 어느 가족 줄거리"로 좋은 반응을 얻었고, 1998년 초기의 멤버였던 원일이 빠지고 지금의 2인조로 [개, 럭키스타]를 내놓았으며, 얼마전 싱글 음반을 발매했고, 3집발매를 앞두고 있다.
발매도 되기전인, 피도 안 마른 바로 그 3집 CD를 얻은건 너무나 행복한 일이었다.
지금도 그 음악을 들으며 이 글을 쓰지만...처음에 그 음악들을 들었을때, 이질감이라고 해야하나?
솔직히 친근한 느낌은 없었다.
그러나 세번을 듣고, 네번을 듣고, 계속 들을수록 어떤 호소력에 의해 흡수되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뒤 가사를 보고 들었을땐, 홀딱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사는 모두 가난함, 무능함, 사회의 어두운 뒷면에 대한 얘기이고, 거기에 울부짖는 듯 하기도 하고 세상살이에 지친듯한 목소리와, 70년대 음같이 조금은 촌스러운 멜로디가 어우러져 새로우면서도 강력한 호소력을 뿜어내는 것이다.
어어부를 만나러 그들 작업실로 찾아갔을때, 음악만큼이나 70년대 스타일을 연상케하는 검은 뿔테 안경의 장영규씨가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첫인상! 정말 말없는 분이셨다-.-;;
뒤이어 잠에서 들깬 마부씨의 등장.
아, 또 난감. 역시 말없는 분이셨다.
흑, 노래할때만 입을 여시는 건? 누굴 탓하랴.
말발 못 세운 본인의 부덕을 탓해야지ㅜ.ㅜ
하지만 기회가 되면 얼굴에 철판 두장 깔고 작업실에 쳐들어가 연습하는 모습을 꼭 보고싶은 욕심이 드는 팀이었다.
어어부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94년도에 결성 됐구요...장르는 특별히 없구요.이것저것 실험을 하는 밴드라구...
처음 시작하실때 인디밴드로 결성하신 건가요?
:우리나라에는 인디밴드란게 따로 존재하는 것 같지 않아요. 우린 그냥 비주류 밴드인것 같아요. 아직도...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게 아닌 쪽이 비주류잖아요. 우리 음악도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건 아니니까.
이번 3집 "21C NEW HAIR"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장르로 따지자면...탱고, 행진곡, 왈츠도 있고, 특정장르에 대해 깊이 있게 따지고 들어간게 아니고, 어릴때부터 들어왔던 그 기억으로 다시 들어가서 작업을 시작했어요.정확히 탱고다 행진곡이다 왈츠다라고 말할 수도 없고, 그냥 어린 시절 기억에 있던 음들을 끄집어 본 거죠.
가사가 굉장히 어둡고 사회 비판적이기도 해보이더군요. 저는 여자라 그런지 특히 [중국인 소녀]가 가장 마음에 와 닿던데...
:중국인 소녀가 아니고 중국인 자맵니다.
(-.-;;;)
기존의 앨범과는 다르게 특이한 장르로 또다시 실험을 하신건가요?
:1집,2집,3집 계속 틀려지긴 하는데 특별하게 다른 실험을 한건 아니고 편안하게 작업했어요.
처음엔 세분이 활동하시다가 현재 두분이 하고 계신데 팀 보강계획은?
:특별히 보강해야겠다는 생각은 없고, 처음 시작할 때도 자연스럽게 모여진 것이고, 둘이 하게 된것도 재미있었고...자연스럽게 누가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이 되면 또 보강할 수도 있죠.
팀에 대한 개념이 상당히 자유스러운 것 같아요. 밴드가 아니라 프로젝트라고 하신 것도...
:처음부터 그런 생각으로 시작한 거니까요.
음악적으로 많은 실험을 하시는데요, 그런 실험들을 통해 최종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나요? 아니면 그냥 끝까지 실험정신으로 밀고 나가실 건가요?
:과정인것 같아요. 목표를 정해 놓고 결과를 보려구 진행하는 것은 아니고...끝까지 계속 과정이 되겠죠.
[반칙왕]을 비롯해서 [나쁜영화]등 영화음악도 꽤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라이브 공연할 때와 차이점은?
:비교는 안해봤어요. 따로따로 나름대로 재미있고, 장단점이 있고...[반칙왕]같은 것은 감독님이 그 영화와 우리 음악과 맞을 것 같아고 해서 하게 됐구요.
(여하튼 영화와 영화음악으로 인해 우리나라 프로레슬링이 다시 유명해 지는 계기가 되어서 감사합니다.-프로레슬링 팬으로서...)
음악하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음악하면서 힘든 것 없던 것 같아요. 사는게 힘들지...
음악을 안하신다면 가장 해보고 싶은 분야는?
:생각 안해봤는데요...저같은 경우는 다른 일도 하고 있는 상태구(마부)...
결혼하셨나요?
:둘다 안했어요.
앞으로 공연계획은요?
:잡혀있는 공연은 자유2000공연과 한일아트페스티벌이라는 공연정도.
토요일인데 연습 끝내고 뭐하세요?
:내일 공연 연습 열심히 해야죠.자유2000공연!
뚝뚝!(진땀 떨어지는 소리)-.-::::::
정말 짧았다.
질문이 대답보다 더 길 정도로...
침묵의 미덕(?)을 몸소 실천하는 팀이라고나 할까?
이렇게 조용한 분들의 음악과 퍼포먼스가 그렇게 파격적이라니...
어쨋든 일단 그들의 음반을 들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기존의 식상한 음악들과는 다른 가사에 색다른 소리들이 귀를 자극시키고, 곧 쏘옥 빨려들어가게 해 줄꺼라는 것을 들어본 경험자로서 확신한다.
<참고로 프로레슬링 싸이트에 들어가면 반칙왕 O.S.T. '사각의 진혼곡'과 함께 프로레슬러들의 모든것을 볼 수 있다.
(www.wwa-korea.co.kr)
'중국인 자매'
작은 키에 아름다운 두소녀
골방에서 구슬을 꿰다가
좀더 빨리 되돌아 가고싶어
어제부터 술을 따르네
중국인 자매 타향살이는
너무 빨리 늙어가는 두소녀
변기에다 머리를 박고
희망이란 괴물을 토해내네
중국인 자매 타향살이는
집에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알량한 희망때문에 뼈와 살을 한없이 태우네
퀭한 눈에 지저분한 두소녀
탬버린을 미친듯 치다가
양복입은 기름덩어리에 밀려
모서리에 이마를 박네
...
중국인 소녀 타향살이는, 짜증스럽게...
끝입니다. 스캐너가 있다면 여기 실려있는 사진 세컷도 같이 올릴텐데...
마부님은 공연때 잘입는 왕별이 정면에 새겨진 반팔 똥색티에 청바지에 금테안경(웃지도 않는군요. 무서운 꿈을 꾸고 금방 일어난 사람인듯...)
영규님은 검정 셔츠에 검정 바지에 검은 뿔테안경.
(웃고계십니다. 기자가 좀 이쁘게 생긴걸까?? -.-
하여간 다음엔 머리에 물이라도 묻히고 찍었으면...
부쉬쉬해서 가발같습니다요. =.=
하지만, 그래도 너무 머쩌이잉....어구 닭살)
혹시나 오타가 있더라도 양해아니면 한해라두 해주시길.
(에구 손목이야..이래서 애낳고 나면 조리를 잘해야 한다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