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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족모임 때 우연히 형님네와 여행을 가시자고 집사람이 제안하였다.
여행광 형수가 눈이 빠지게 기다리실 것 같아 여행사를 통해 KTX편으로 흑산도 홍도 패키지를 3월초에 예약 하였었다.
출발 전날 모임이 있어 얼큰하게 한잔하고 집에 들어오니 11시경이 었다.
낮에 비도 오고 기온도 조금내려가는 듯해서
모처럼 형제여행인데 배가 무사히 출항할 수 있기를 맘속으로 기도하며
옷차림은 간단한 복장으로 가능한 짐없이 가기로 하였다.
8일(금)
아침 7시경에 일어나니 집사람은 일찍 일어나 벌써 마무리하고 있다.
간단히 식사를 하고 집을 나서니 하늘도 맑고 화창하다.
창동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숙대역근처에서 형님이 도착하셨다는 전화를 받았다.
원래 부지런하신 분이라 서둘러 나오신 것 같다.
신용산역에 내려 용산역 2층 KTX 만남의 장소에 가니
형수님과 형님이 등산복장으로 배낭을 메고 계셨다.
복장과 신발때문에 약간의 말다툼이 있으셨다고 형수가 투정을 하신다.
원래 경사나 여행등을 앞두고 서로 이견이 있어 부부간에 여행도 취소하는 경우가 많다고한다.
형수 기분 풀리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였다.
여행사로부터 안내서와 KTX 예약증을 받고 9시20분발 목포행 열차에 올랐다.
형님네는 자동차 여행을 즐기셨는데 KTX 여행은 처음이라며 흥겨워하신다.
호남선은 아직 일부 구간이 고속철로가 아니어서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준비해오신 계란초밥과 오징어 맥주를 맛나게 먹고 12시30분경에 목포역에 도착하였다.
목포역에서 여행사 버스를 타고 목포항에 도착하여 바로 쾌속선 남해퀸에 승선하였다.
1층 제일 앞좌석에 앉았지만 창이 불투명이라 밖을 볼수가 없었다.
미금도를 지나니 깊은 바다에 조류가 밀물이어서 배가 많이 흔들렸으며 해무가 이리저리 몰려다닌다.
나는 일어나 선미로가 서서 밖을 내다보며 멀미를 달랬으나, 형님은 앞좌석에서 심하게 토하시며 고생을 하셨다.
얼마전 TV의 "1박2일"팀들의 홍도 흑산도편에서 멀미를 심하게 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2시간여 항해 끝에 흑산도에 내리니 시원한 바람과 육지가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흑산도는 장보고가 최초로 사용하기 시작해 알려졌다고 한다.
내가 젊었을 때 회사에서 동료들이 "장보고"라고 불렀었는데....
항구에서 호텔버스를 타고 흑산도 비치호텔에 체크인 하였다.
1박2일팀들이 묵었던 곳으로 벽에 기념사진이 붙어있었다.
호텔 직원 왈" 강호동 진짜로 엄청 먹어대더군요"라고 한다.
30여분 룸에서 쉬다 형님 멀미가 걱정돼 카운터에 내려가 물어보니
따듯한 차를 마시는게 멀미 후엔 최고라 한다. 몇몇 일행이 내려와 현관의 천일염을 산다.
온수를 얻어다 형님 내외와 커피를 한잔하였다.
바닷가 조망이라 침대에 누워 창을 통해 해무가 흘러다니는 흑산도 바다를 내려다 보았다.
4시경에 흑산도 버스투어 버스를 타고
구수한 운전기사의 설명을 들으며 작년말에 개통된 일주도로를 돌아본다.
(머리 파마하신분이 76세 기사분이다, 웃으시는 작은형님)
구불구불한 길을 돌아 상라산 중턱 주차장에 내리니
흑산도아가씨 기념비가 있고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가 구성지게 흘러 퍼진다.
마눌님과 한장 찍고,
150미터 상라산을 여유있게 오른다...
해무가 산을 감싸기도하고 비켜지나기도 하며 경치를 보여주다 감추다 한다.
정상에서 사진 몇컷을 찍었다.
마눌님과 다정하게
정답게 며느리들 끼리
다시 차를 몰아 일주도로를 간다... 절벽길, 희한한 바위섬들,동백나무 숲들,
문암산 약수터 등등.. 볼거리가 제법 많았다.
최근에 급경사 언덕에 일주도로를 개통하고 기념탑을 세운 곳에서
안개낀 흑산도의 석양을 배경으로 한컷하였다.
6시30분에 호텔로 돌아와 맛있는 돔자반 정식을 먹었다.
버스기사가 강력 추천한 흑산도 홍어회를 8시에 먹기로 예약해 놓고 방으로 올라와 샤워하고 휴식을 취했다.
8시부터 홍어회(4인분 7만원)와 전복회(2인분 4만원)로 소주를 4병 마셨다.
오랜만에 형님과 형수도 흥이나고 즐거워하였으며 집사람도 소주가 땡긴다며 홀짝홀짝,
평소 술 한잔도 못하시던 형수도 소주가 달다며 몇모금 들이킨다.
11시까지 웃고 떠들며 그간 못했던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술안주로 친척 몇사람은 죽어 나갔다....ㅎㅎ (원래 말이 길다보면 몇사람은 죽곤 한다)
결혼 전에 형님과 자주 삼겹살 파티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간혹 피서여행을 온 가족이 함께 가 보내기는 했지만 둘이 오붓하게 여행를 함께하지는 못했었다.
흥겨움을 뒤로하고 나른하지만 개운한 마음으로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었다.
9일(토)
아침에 일어나니 개운하고 몸이 날아갈 듯했다. 하지만 집사람은 잠자리가 바뀌고 낮에 커피를 많이 마셔서
잠을 거의 못자고 뒤척거렸단다.. 매번 여행때 마다 첫날은 그랬었다... 난 완전히 골아 떨어지곤 하지만.
역시 공기 좋은 곳에서 자연산 회로 술을 먹으니 전혀 숙취가 없었다.
형님네는 벌써 일어나 주변을 돌아보시고 두나무가 교묘히 붙은 멋진 장소에서 한컷도 하셨다.
그리고 먼저 식당에 와 계셨다.
아침을 전복죽으로 하는 중에 안개가 짙어 목포에서 쾌속선 출발이 지연된다고 한다.
축축한 해무가 불어오니 서늘하다. 방으로 들어와 잠시 휴식을 취하였다.
10시경에 배가 도착한다하여 호텔버스를 타고 흑산도항으로 왔다.
섬 주민이신 나이드신 아줌마들이 해산물을 판다.
검게 그슬리고 주름진 얼굴에 맑은 눈동자를 갖으신 분들이다. 돌아가신 어머님 모습이 보인다.
말투도 구수하고 인정도 많다. 아직 때가 안뭍은 주민들이 직접 시골장처럼 물건을 파신다.
형님이 해산물을 사주셔서 담고, 우리도 직접 채취했다는 돌김을 2개사서 형님과 나누었다.
집사람이 비닐봉투 한개라도 아낄려는 아줌마에게 도움되라고 500원을 드렸다... 착하고 포근한 우리 마누라다.
광장에서 커피를 좋아하시는 형수님 덕에 한잔하는데, 한 아줌마가 다가와 자연산 홍합을 먹어보란다
살 마음이 없어 사양하는데 그냥 먹어보란다 한개 먹어보니 맛이 너무 신선하고 쫄깃쫄깃하다.
한 바구니에 2000원이란다...
흑산도 껄죽한 막걸리까지 잔에 1000원씩 서너잔 마시고 배에 올랐다.
30여분 잔잔한 바다를 달려 홍도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천연기념비에서도
동백나무 군락지를 정신없이 돌아보며 한껏 흥에겨워 동백꽃을 머리에 꽂은 마눌님 한컷하고
오후 일정이 타이트해 시간을 아껴야 했기에 내려왔다.
아쉬워 나도 한컷.
서로 웃어가며 내려온다.
식당에가 회정식으로 반주도 하며 즐겁게 점심을 하였다.신선한 자연산 돔의 육질을 지금 생각해봐도 너무 감칠 맛 난다.
모든 반찬이 신선하고 맛나 깨끗히 비워버렸다.
이어 유람선 타고 2시간여 섬일주를 시작하였다.
기암괴석 지각변동을 여실히 보여주는 지층들 , 바위틈에 자리잡은 늙은 소나무들
무엇하나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절경이다.
형님의 DSLR 카메라가 수시로 찰칵된다.
유람선을 이러저리 다니며 배경을 담을려고
사진 찍기를 좋아하셔선지 포즈가 있으시다.
멋진 배경이 너무 많다.
유람을 마무리 할 즈음 ,
어선이 다가와 자연산 돔들을 즉석에서 회쳐 한접시에 3만원에 판다.
모두들 벌떼같이 달려들어 산다.. 순식간에 살아있던 놈들이 회로 변한다.
형님이 사오셔서 선창에 모여 앉아 또 다시 건배를 하였다...
아무리 먹어도 취하지않고 흥겨운 풍악소리에 어깨가 절로 들먹거린다.
이제 2년후면 환갑인 형수님의 멋진 독 사진... 누가 50대 후반으로 볼까....
바다 안개가 더욱더 짙어지고 있다.
항구로 돌아와 가방 맡겨놓은 부두가 선경이네 집에 들러
멍개,해삼,낙지 그리고 전복회 3만원어치를 사 다시 한잔하였다... 너무 신선하다 .
집사람과 형수는 미역 다시마 등 해산물을 추가로 샀다.
토요일 이라선지 들어오는 괘속선 마다 여행객들로 꽉 채워서 들어온다.
좁은 항구가 사람들로 북적거리며 여기저기 얼큰하게 흥 오른 사람들이 넘친다.
4시경에 목포 직행 뉴골드스타를 타고 안개 가득한 잔잔하 바다를 순항하였다.
형님은 멀미약을 미리 드시고, 선미쪽으로 가서 빈자리에 앉으셨다.
흑산도에서 산 반건조 오징어를 먹으며 맥주도 한잔하였다.
오늘은 잔잔하고 물길이 뒤에서 밀어주어 배가 흔들리지 않는다. 다행이다.
중간중간 연륙교 난간사이를 저속으로 조심하며 통과한다.
시골마을에서 함께 여행온 팀이 옆자리에 탔는데 ,
남편이 술취해 화장실 갔다온다고 하고는 목포행 쾌속선을 타지 못하고
다시 홍도유람선을 타는 바람에 어쩔 줄 몰라하는 아줌마와 일행들도 있었다.
남편은 아직도 취해서 핸드폰으로 자기를 버리고 갔다고 부인한테 욕하며 계속 전화를 해댄다.
가만히 옆에서 들어보니 본인들은 화가 나고 당황되지만 난 재미있었다.
2시간여의 항해을 마치고 목포항에 도착하여 관광봉고차를 타고 6시40분경에 목포역으로 왔다.
역근처 해장국집에서 선지해장국을 먹고 7시30분발 KTX에 몸을 실었다.
돌아오는 길이어선지 KTX가 너무 천천히 가는 것 같다.
몇번이고 역에 정차할 때마다 내려 바람을 쐬었다.
10시40분에 용산역에 하차하여, 형님네와 함께 지하철 1호선을 탔다.
종로3가에서 형님네는 내리시고 나는 창동역에 내렸다.
집사람에게 택시탈까 했더니 피곤하지 않다고 걷자고 한다.
집에 전화해보니 아들은 들어와 있고 딸은 학교에서 돌아오는 중이 었다.
간단히 짐을 정리하고 샤워를 한 후 자리에 누워 1박2일간의 짧고도 즐거운 여정을 다시 그려본다.
모처럼 형님과 형제애를 다시금 돈독히 하고, 많은 이야기 나누었고, 맑은 공기 신선한 해산물
짧지만 많은 것을 보고 얻은 여행이라 생각하며 입가에 미소를 담고 잠에 빠져들었다.
우리 7남매가 아직까지 건강하게 살고 있어 감사하고 행복하다.
좋은 날 잡아 처가댁과도 여행 함께 할 계획 세우려합니다.
첫댓글 나도 홍도는 처음인데 구경 잘 하고 잘 먹고 갑니다. 형님네 식구와 돈독한 형제애를 나누는 것을 보니 아주 아름답네요.
특히 형수께서 금번 여행을 더 좋아하셨다니 다음 명절때 예성엄마가 좀 늦게가더라도 한번은 슬쩍 넘어가겠네.
이번에 톡톡히 빽좀 썻어요.... 형수님 싱글벙글 형님도 배시시 .... 가족애가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안개낀 흑산도 홍도 멋있네요. 신선한 회에 소주 막걸리하며....넘 먹고 싶어요. 형님네와 정말 좋은 여행 잘 하셨습니다. 좋은 우애계속 지속하시기 바랍니다. 뭐 남은것 없소 ? 부러워이....
조금만 기둘려 주세요... 신선한 회로 모실께요
very goooooooooooooood !!!!!
상당히 기대됩니다. 일정 알려주면 일주일 전부터 식사 조절들어려합니다.
이거 벌써부터 부담이 되네요.... 한달 전에 알려 드릴께요... 너무 조절하다 배가 등에 붙지 않도록 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