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하는 여자 외 1편 / 고성만

요가 하는 여자 외 1편     고성만          멈춘 듯 움직이는 동작 다리를 꼬고 가랑이를 찢는다 물결처럼 흘러내리는 머리카락 숨 막힐 듯 고운 뒤태 굽힐 때마다 가슴골 드러날 듯 말 듯 치골에 걸린 반바지 적당히 살이 오른 허벅지로 사뿐사뿐 쿵쿵쿵 지지고 볶는 고양이 혹은 노루      선암사 승선교 같은 허리 휘어 차안과 피안에 걸친 후      흡,      들숨과 날숨 사이 반짝반짝 개울을 거슬러 오르는 버들치 한 마리      나는 숨을 죽인다      첫눈처럼 상큼한 아이스크림 절로 넘어가는 열대과일주스 안개와 이슬 일대일로 혼합한 물방울시럽 시큼달큼 블랙베리 담은 주머니 꽉 쥐었다 놓으면 주르륵 흘러내리는 즙 살살 뿌린 낙엽살 상추에 싸서 입이 터져나가도록 씹으며      스르르 잠에 빠진다             남원역          농약가게 빵집 우체국 담벼락에 낡은 자전거 기대어 있고 고압선 철탑 철컥철컥 집어와 벼가 자라는 논에 꾹꾹 심어놓는 기차      이 지방도시의 사람들은 밥을 먹다가 일을 하다가 하품을 하다가 오래전 영화를 꿈꾸는 눈빛으로 잠깐 하늘을 올려다본 뒤    몇 장의 채무고지서 납부영수증 청첩장이 쌓이는 동안 적막을 사랑하는 표정으로 모서리가 닳은 문의 손잡이를 열고 나와 한결 길어진 그림자 접어둔 채      이젠 기억조차 멀어져 그리움마저 부질없어진 저물녘 지나던 발길 멈추는데      새는 구름의 속살을 만지는 기분일까      부치지 못한 편지 한 장    파르라니 치솟은 산의 어깨를 향하여 날아가면 끝내 하지 못한 말 자진모리로 모였다가 진양조로 흩어지고    다음 생의 너와 나처럼 갈래 머리 묶은 여자 아이와 자전거 끄는 남자 아이가 차고 맑게 흐르는 강물에 제 그림자 비춰보는      추억도 재개발되기를 바라지만      쉽게 떠나가선 다시 돌아오지 않는 사람의 뒷모습이 신역사와 구역사 사이 붉은 꽃그늘에 어룽진다              고성만_1998년 『동서문학』으로 등단. 시집 『햇살 바이러스』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