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두부·청국장 즐겨… 남자가 오래살아
호남, 기름기 적은음식 선호… 여자가 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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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수지역의 환경생태적 특성(이정재·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1990년과 비교할 때 시간이 갈수록 지역간 장수도(長壽度·85세이상인구/65세이상인구×100)의 편차가 줄어들고 있으며, 2000년도에 들어서는 백두대간의 큰 축을 따라 장수지역이 분포되는 경향을 나타냈다. 장수도 5.0 이상과 10만명당 100세인 7인 이상을 장수지역의 기준으로 삼을 경우 강원지역에선 양양군, 화천군, 고성군, 강릉시, 횡성군, 인제군, 홍천군 등이 장수 군으로 나타났다. 장수도를 6.0 이상으로 삼아 동읍면 단위로 파악한 결과 35개 지역이 나타났는데 철원군 근북면이 가장 장수도가 높았다. 근북면은 남자의 장수도는 낮았으나 여자의 장수도가 극히 높아 전체 장수도가 가장 높았으며, 춘천시 남면은 남자와 여자의 장수도가 모두 높았다. 한편 장수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여러 변수 중 기온과 고도가 장수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고도가 높고 기온이 높을수록 장수도가 높았다.
◆ 강원도 장수인의 의학적 특성 (권인순·서울백병원 내과)
강원도 지역에 거주하는 90세 이상의 장수인 82명과 전국민 영양조사에 포함된 80대 이상 노인을 비교 조사한 결과, 강원도 장수인은 일반 노인에 비해 흡연 및 음주비율이 낮고, 만성질환 유병률이 낮았다. 신체기능 및 인지기능도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전국민 당뇨병 유병률이 7~8% 수준인 데 비해 당뇨병이 있는 장수인은 한 명도 없었으며, 전국민의 25% 정도가 고혈압인 데 반해 고혈압 장수인은 4.1%에 불과했다. 또 80~89세 대조노인의 90%가 관절통증이 있었는 데 반해 90세 이상 장수노인 중 관절통을 호소한 경우는 34%에 불과했다. 일반적으로 65세 이상 치매 유병률이 7~8%지만 장수인 중 치매를 앓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결론적으로 90세 이상 장수인은, 80대 노인은 물론 국민 전체에 비해서도 ‘의학적으로’ 양호한 경우가 많았다.
한편 영양학적으로 장수노인은 헤모그로빈, 콜레스테롤, 중성 지방이 낮아서 영양불량 상태였지만, 대조군인 80대 노인에 비해서는 오히려 나은 편이었다. 강원도 장수인은 호남 장수인에 비해 전반적으로 체격이 크고, 몸무게가 많이 나가며, 체질량 지수가 높았다. 뿐만 아니라 신체기능과 인지기능도 호남 장수인보다 더 양호했다. 장수도가 낮은 강원도에서 장수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강건한 사람이 더 오래 살 수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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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과 강원지역에 거주하는 90세 이상의 장수인 126명과 동일지역 70~89세 대조노인 217명을 비교 조사했다. 호남과 강원 장수인들의 흡연율은 약 20%, 음주율은 약 30% 정도로 비슷했다. 수면시간과 식사시간도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강원지역 대상자들이 호남지역 대상자들보다 수면시간이 약간 짧고, 하루 2끼 먹는 비율이 약간 높았다. 영양상태와 관련해서 호남지역 장수인은 강원지역 장수인보다 헤모글로빈 수, 적혈구 수, 몸에 좋은 HDL 콜레스테롤 수, 엽산과 렙틴 등의 수치가 낮아 영양상태가 나빴다. 그러나 강원지역 장수인은 호남지역 장수인에 비해 공복시 혈당이 높고 칼슘의 영양상태가 좋지 않았다.
◆ 장수지역사회의 발전 방향(박상철·서울 의대)
우리나라의 장수인과 장수지역은 다른 나라와 뚜렷이 비교되는 몇 가지 특성이 있다.
첫째, 과거 남해안·제주도 등의 특정지역으로 제한되어 있던 장수지역이 소백산맥·노령산맥을 중심으로 중산간지역으로 확대 이동되고 있다.
둘째, 우리나라 100세인 남녀 성비는 1대11로 다른 나라보다 격차가 매우 크다. 평균적으로 65세 이상 노인 남녀 비는 1대2 정도며, 85세 이상은 1대4, 100세 이상은 1대7 정도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100세인의 남녀 성비는 1대4 정도로 1대11인 우리와 격차가 매우 크다.
셋째, 장수지역에 따라 100세인의 성별차이가 난다. 여성 장수인은 전남·제주지역, 남성 장수인은 강원도 지역에 집중 편재돼 있다.
넷째, 100세인들을 부양하는 가족의 70% 이상이 첫째 며느리였으며, 며느리가 시부모를 모신 기간은 평균 45년이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100세인 가족 모델이다.
한편 이상적 고령사회(Gerontopia)를 건립하기 세 가지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
첫째, 각종 장애와 질환 뿐 아니라, 응급상황에서 노인들이 처치를 받을 수 있는 보건상의 ‘안전보장(Safety)’이다. 둘째,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노인들이 삶을 향유할 수 있는 각종 문화적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 같은 ‘문화(Culture)의 충족’이다. 셋째, 노인이 지역사회의 각종 프로그램에 봉사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등의 ‘생산성(Productivity) 시스템 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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