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그 남자의 비열한 카니발이 시작된다
말죽거리에서 자란 그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유하 감독의 2003년 작 <말죽거리 잔혹사>는 지식은 주입식으로, 폭력은 산교육으로 가르치던 ‘대한민국 학교’를 보여주었다.
힘으로 모든 걸 제압하려던 선도부장과 정정당당함을 잃고 비겁하게 상대의 뒤통수를 날리던 현수는 모두 프랑켄슈타인의 연구실에서 탄생한 괴물이었던 것이다. 감독의 말에 따르면 신작인 <비열한 거리>는 “쌍절곤을 비겁하게 휘두르며 탄생한 조폭이 결국 어떻게 소비되고 기능하는지를 이야기하는 영화”다. ‘말죽거리’에서 잔혹하게 자란 괴물은 결국 ‘비열한 거리’로 흘러갔다.
서른이 코앞에 다가온 병두(조인성)는 조직의 보스와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 틈에서 기회 한번 제대로 잡지 못한 조직의 2인자다. 하는 일이라곤 고함치고 난장판을 벌여가며 떼인 돈을 받아주는 게 전부. 하지만 병든 어머니와 두 동생까지 책임져야 하는 그에게 남은 것은 쓰러져가는 철거촌 집 한채뿐이다. 그러나 그에게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가 온다. 조직의 뒤를 봐주는 황 회장(천호진)은 미래를 보장할 테니 자신을 괴롭히는 부장검사를 처리해달라고 부탁한다.
고심 끝에 위험하지만 빠른 길을 선택한 그는 더 이상 가족들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영화감독이 되어 자신을 찾아온 동창 민호(남궁민)와의 우정도, 첫사랑 현주(이보영)와의 사랑도 키워나가며 이제야 사는 것 같은 인생을 경험하게 된다. 그렇게 꿈 같은 시간이 흐르던 어느 날 병두는 제 편이라고 믿는 민호에게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속내를 털어놓는다. 과연 이 비열한 거리에 병두의 편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전작과 연대기를 형성하는 <비열한 거리>는 역시 조폭을 미화하는 조폭영화가 아니다. 감독은 조폭인 병두를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고, 조직 내에선 위아래 치이는 여느 샐러리맨과 같은 고단한 인물로 그린다. 또한 영황에서 액션은 화려함보다 처절함에 주력했다. 신재명 무술감독은 조폭을 미화하는 것도, 도덕적으로 심판하려는 것도 아니라는 감독의 의도에 부응하기 위해 그는 스탭들이 ‘날 액션’이라 부를 만큼 살기 위해 악을 쓰는 조폭들의 싸움을 그려냈다고 한다.
이렇듯 여러모로 조폭영화의 낭만을 제거하려 한 <비열한 거리>는 조폭성에 대한 가장 경멸적인 시선이 담겨 있는 동시에 가장 동정어린 감정이 스민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감독] 유 하 [주연] 조 인성(병두), 남궁 민(민호), 이 보영(현주) [장르] 드라마, 액션 [개봉일] 2006년 6월 15일(목) [홈페이지] http://www.dirtycarnival.co.kr (국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