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 회원인 권혁수 시인이 시집『빵나무아래』를 출간했다.
(주)천년의시작에서 2010. 6. 20일에 출간된 본 시집에는 ‘범신론적 사유의 구체화’라는
박찬일 시인의 해설과 함께 128페이지에 62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고,
판매가격은 8,000원이다.
<권혁수 시인>
강원도 춘천 출생. 강원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 1981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2002년 ≪미네르바≫ 시 등단.
서울문화재단 2009젊은 예술가 지원 선정!
kwon1206@hiramail.net

구두
나는 오늘
그가 가는 길을
걷고 있다
권혁수
<시인의 말>
詩가 집을 나가 돈이 되어 돌아왔다
노름을 하다 본전 찾은
기분이다
하여, 이제 시에서 손을 씻으리라
내일부터 아무 생각 없이 호숫가 마을을 찾아, 푸른 호수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앉아 맑은 햇살 안주 삼아 안개
빛 뽀얀 막걸리나 마시며 살자
물새처럼 구름과 바람과 달… 끌어안고 살자
오늘 딱 한 편만 더 쓰고
<추천글>
시집 『빵나무아래』에서 '새우의 눈'으로 시를 읽는다.
새우젓을 젓가락으로 집어올린 시인의 눈은 새우를 다시 바다로 보내고 싶어 한다. 소금에 절은 새우는 시인의 상상력에 운명을 맡긴다.
'상상해보았니?/ 네 쓰라린 속 다 들여다 봐주고 그 속/ 훌훌 다 풀어주고/ 말똥말똥 다시 돌아가는 먼 바다의 내시경을’
내시경에서 그런 신통력을 바라는 시인의 다급한 구호책, 그러나 내시경의 한계를 알면 새우는 슬퍼하리라. 죽어가는 생명 앞에서, 아니 이미 죽어버린 생명을 살려내고 싶어 하는 시인의 염원을 이해하기 바란다. 시인은 신도 아니고 의사도 아니다. 다만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미명으로 그 한계를 새우와 함께 슬퍼할 뿐이다.
-이생진(시인)
<해설중에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쾌락에 의한 행복이 아닌, 지혜에 의한 행복을 강조한 사람. 사해동포주의, 만민평등주의가 배달하는 행복이 포함되리라. 이웃의 행복에 의한 나의 행복이 포함되리라. ‘상대방도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즉시 증오를 연민으로 바꾸는 것도 아우렐리우스의 지혜의 철학에 포함되리라. 연민(compassion)은 열정(passion)에서 비롯되니 지혜에 열정이 포함되리라. 권혁수의 시들을 우선 연민의 미학이라고 이름 붙여야 할 것 같다. 문제는 화자의 관점이 당당하다는 데에 있다. 비록 연민의 문제를 토설하고 있지만 구질구질하지 않은 어조에 도달한 데에 있다. ‘객관적 연민’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객관적 유머”(헤겔)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연민에 생활이 포함되지만 생활에 연민이 포함되지 않는다.
-박찬일(시인‧추계예술대학교 교수)
<시 감상>
빵나무아래*
1.
인터넷 웹사이트에 빵나무아래가 올린 광고가 떴다
― 1,700만 원에 나를 팝니다
빵나무아래의 몸값은 그녀가 은행에서 융자받은 집값
은행융자 속에 빵나무아래의 집이 있고
집 속에 빵나무아래가 있고
빵나무아래엔 그늘이 있어
그 그늘 지워줄 남자를 찾는 빵나무아래
몸의 집을 구하는 빵나무아래
2.
인터넷 쇼핑몰에 시인의 얼굴이 해처럼 떠 있다
― 시(詩)의 집, 정가 7,000원(회원 10% 할인)
빵보다 값싼 시(詩) 쇼핑몰 아래 앉아
시인이 장바구니에 담길 시를 쓰고 있다
뱃속에서 꺼낸 11월의 그늘을
맨발 밑에 깔고
* 빵나무아래: 중국 사천성의 한 이혼녀 ID. 은행융자로 무리하게 구입한 집값 1,700 만 원을 갚아주는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인터넷에 공개
세렝게티의 아이들
1.
나무에 갇힌 코뿔소를 꺼내놓아야 해
망고와 바나나를 먹으려면 코뿔소를 먼저 완성해야 해
세렝게티의 아이들
나무토막이 코뿔소가 되기 전가지
굶어야 하는 아이들
2.
국제우편으로 배달된 상자를 여니
검은 코뿔소가 나왔다
훅훅 더운 콧김 내뿜을 때마다
풀 냄새를 풍겼다
세렝게티 아이들의 손에서
태어난 코뿔소
아이들에게 망고와 바나나를 주고
적도 지나오느라 까맣게 그을린,
초원을 달리다 태양을 뿔로 찌르고
진흙 물웅덩이 휘젓던 그 근육질 뚱보가
아이들의 손에서 태어났다니!
배고픈 아이들의 노동으로 숨을 쉬다니!
3.
세렝게티 아이들이 코뿔소를 사냥한다
별이 보이는 초막의 지붕 밑에서
조각칼을 들고
지하도 성자
지하도는 제 몸 안에 계단을 내고 어둠을 걸어 내려가
계단 밑에 엎드렸다 기도한다 하루가 편안하게
엎드려 딱딱하게 굳은 도시의 구두 바닥을
닦아주며
사시사철 꽃 피우는 인정의
지하도
그를 디디는 발바닥은 모두 평평하다
그림자조차 그를 디디게 하려고
하늘을 끌어내려 낮은 곳
그늘 속에 길을 내어 주고 있다
겨울바람 밑이 아니라 그들이 걷는 겨울 앞에 있다
하늘까지 주름장막 높게 펴놓고
밤새
어머니의 수레
칡넝쿨 같은 허리로 콩나물 수레 잡아끌고
앞길 가로막는 눈보라 입김 불어 녹이며
어머니는
골목을 걸어 나갔다
가로등 불빛이
어두운 길 살피는데
비탈길에서 어머니의 발걸음이 잠시 흔들렸다
흔들려 기울어진 수레의
검은 플라스틱 시루 뚜껑이 열리고
시루 안에서 도시의 행복을
두 손 모아 기도하던 콩나물이
왈칵, 눈 쌓인 바닥에 쏟아졌다
불량 카세트테이프처럼 허공을 겉도는 수레바퀴
어머니는 쇠갈퀴 손으로
흩어진 콩나물을 쓸어 담았다
수레를 씌운 담요의 깃도 여며주고
미소도 한 겹 더 얹어 주었다
동네 구멍가게에 콩나물을 배달하는
어머니
최신 유행가 한 곡 부르지 못하지만
오늘도 하얀 눈길 위에 발자국 음표를 찍었고
수레바퀴를 굴려
오선지 악보를 그려나갔다
굴곡진 생(生)의 악보
연주하듯 눈길을 밟아가는
수레바퀴
어머니보다 먼저 골목을 달려나가
도시를 흔들어 깨웠다
아침이 되도록 눈 뜨지 않는 도시
그 언저리
무명가수의 노래 한 곡 깊이 묻혔다
첫댓글 처녀시집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더욱 좋은 시를 많이 보여 주시기 바랍니다.
건필하시길 빕니다.
네- 감사합니다.
권혁수 시인,
첫 시집 <빵나무아래> 출간을 축하합니다.
가까운 날에 축하 모임 자리를 갖도록 합시다.
네- 고맙습니다!
권혁수 시인님
첫 시집 상재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인터넷 아이디 "빵나무아래"라는 여자와 시인의 운명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빚을 내 시집을 가려는 "빵나무아래"라는 여자와
돈도 안되는 시집을 내는 시인의 지혜는 번득입니다.
감사합니다^^
보내주신 시집 받아들고 시인의 말을 읽는데 아, 이런! 詩가 집을 나가 돈이 되어 돌아왔다니! 알고는 있었지만 이런 자식(詩) 둬서 좋겠구나 싶었습니다. 결국 본전치기가 되었을지라도 말입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멋진 시집 출간!
권혁수시인님 축하 축하!
시가 집을 나가도록 해야겠군요...
네- 그러세요^^
처녀시집이라니, 왠지 권시인에겐 안어울리는 단어같기만 하네요. 원체 우리 시인들 앞에서 능청맞게 웃음과 애교를 던져서 일까,그러나 이 시편들이 바로 아이러니칼하게도 삶의 이중성에서 오는 빛과 그늘을 잘 파헤치고 있어서 다시 한 번 놀랍니다. 웃음 뒤에 가려진 저항과 연민의 시편들이 바로 시를 돈으로 바꿔주기도 한 연유가 아닌가 해서요. 축하드립니다. ^&^
감사합니다! 중국에 계시나 해서 못보내드렸는데...2주간 출장 다녀와서 보내드릴게요...주소 알려주세요
시집 『빵나무 아래서』출간을 축하드립니다
편편마다 새롭고 신선한 느낌들, 많이 감동했습니다.
더욱 건필하시기를...
고맙습니다! 더 노력하라는 말씀... 뜨거운 여름에 뵙겠습니다.
'오늘 딱 한 편만 더 쓰고'에 붙들려 앞으로 또 먼 길을 뚜벅뚜벅 걸으시겠지요?
시집 『빵나무 아래서』출간을 축하드립니다.
권혁수 시인님! 처녀시집 『빵나무 아래서』상재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시인님,남시인님,박영원선생님... 읽어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시집 발간을 축하드립니다. 독자의 사랑을 듬뿍 받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시집 머리맡에 두고 잘 읽고 있습니다. 대박나시길 기원합니다.
허걱! 인사가 늦었습니다. 누구보다도 더 먼저 인사를 하고는 여기서는 맨 꼴지로 인사드렸네요. 좋은 일이 더 많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