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박종태동지 추모시] 아카시아 나무 사이로 - 박종태 동지를 보내며
임채희 2009-06-24 15:51:16, 조회:80, 추천:2
아카시아 나무 사이로
- 박종태 동지를 보내며
1. 발인할 때 가보지 못하고
멀리서 바라보는 대전
아카시아 숲 언덕
동지의 목숨 줄을 내걸던 바로 그 자리에 서서
수천의 동지들이 이렇게 맹세합니다.
“내가 박종태다.”
자본가들, 그 앞잡이들 다 섬멸할 때까지
싸우기로 맹세합니다.
“끝까지 싸워서 반드시 이깁시다.”
동지의 마지막 유언이 전 노동자 속으로, 전 빈민 속으로
홀연히 인광처럼 빛나며 스며들 때
우리는 승리를 전하는
동지의 전령이 되어
전국에, 전 세계에 타오르는 불꽃으로
혁명의 불꽃으로 떨쳐 일어서겠습니다.
2. 해고는 살인이다
“해고는 살인이다!” 라고 외치는
쌍용자동차 해고 동지들의 구호 속에
동지의 서슬 퍼런 눈동자가 선합니다.
오늘 동지 가시는 길에 많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아카시아 향기 진동하던 5월
이제 그 꽃잎도 다 지고
어느덧 숲이 우거진 6월 하순인데
이제야 동지를 망월동의 동지들 곁으로 보냅니다.
기억 하나 오롯합니다.
5월 16일 그날
대전 정부청사 앞에 운집한 수만의 노동자들
피맺힌 한을 안고
동지가 시체 썩은 냄새 풍기며 누워 계시던
대전 중앙병원 앞에 다시 대열을 이루며
동지가 죽음으로 항거한
대한통운 본사 앞까지
만장 깃발 뜯어낸
대나무 긴 몽둥이 무장하고
수천 명이 앞장서 적들의 저지선을 뚫으며
전진하던 수만의 노동자들이
동지의 서슬 퍼런 눈동자처럼
인광으로 빛나던 대전 대한통운의 늦은 밤
느닷없이 적들의 무자비한 반격에
맥없이 무너지던 전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사방으로 흩어져
결국 수백 명의 노동자들
적들의 포로가 되어 철창에 갇힌 기억
더욱 선명합니다.
3. 다시 전선에서
동지의 헌신적 투쟁으로
다시 전국적 투쟁이 불타올랐습니다.
동지의 조직인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선언하고
용산철거민 열사투쟁이 노동자계급과의 연대로 나가고
집단해고에 맞서 공장점거 파업으로 일떠선 쌍용자동차 총파업
상도5동 철거민 행신동 철거민들의 가열 찬 투쟁
기륭전자 재능교육 한솔교육 동희오토 등의
비정규직 선봉투쟁
건설노조 총파업
미포조선 현대자동차
공공운수노조 항의집회
쌍용자동차 총파업에 연대해
가두투쟁까지 전개한 금속노조 연대 총파업
5백만 명 조문 50만 명 시청 운집한
자유주의 부르주아 노무현의 죽음
범민련 강희남 목사 순절까지
동지의 죽음을 딛고
수천의 투쟁이 들불처럼 번지며
동지의 전위적 투쟁이 전국의 투쟁을 선도하는
장엄한 전쟁으로 불타올랐습니다.
4. 지난 세월 속에서
2003년 5월 파업 중에
김해 인터체인지에서
같은 화물노동자에게 함께 살자며 붙잡은
화물차에 매달려 끌려가다 돌아가신
최복남 열사
장례식 날처럼
오늘도 유달리 비가 많이 내리고 있습니다.
2005년 9월 10일 아침
김동윤 열사가 분신할 때처럼
“기름 값이 올라 더 이상 못 살겠다”고
모든 화물연대 동지들이 외치고
모든 민중들이 생필품 값 올라
더 이상 이렇게는 못살겠다고 아우성이고
수백만이 실업자 백수로 나서는 판에
적자인생인 핸들을 쉽사리 놓지 못하고
빚쟁이로, 울며겨자먹기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이 처참한 운수노동자의 삶이여 운명이여!!!
동지는 사측과 합의한 운송료 30원 인상 약속 이행하라고
그도 못하면 운송료 10원이라도 올려달라고
그도 어려우면 작업복 좀 주고
차량 광고 도색이라도 무상으로 해달라고 요구하다
이렇게 소박한 요구 하다
조합원 78명이나 해고당하자
그 울분에 못 이겨
죽자 살자 싸우다
결국 죽음으로 항거하며 맞섰던 것입니다.
5. 마지막 가시는 길에
동지는 이 썩어빠진 자본주의 경쟁 사회에서
견디면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마지막으로 떠나시면서
이런 사회를 후대에게 물려주지 말 것을 유언하시며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간절히 원하며
그렇게 자신을 바치고 가셨습니다.
우리 살아남은 자들
동지의 유훈을 잊지 않고
마지막까지 투쟁하여
반드시 노동해방 세상
사회주의 공산주의 사회 건설하여
동지의 꿈 반드시 이루겠습니다.
동지여 편히 영면 하소서
2009년 6월 20일
임 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