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반떼 5733최경순 est
저음으로 울리는 핸드폰 소리에 잠이 깨었다.
제 방에서 자고 있을 지원이가 "엄마 나 사고 났어"
핸드폰 저쪽에서 들려온다.
고등학교 졸업 무렵 운전 면허증을 취득 후 곧이어 "아반테"를
만나 수년을 우리들과 사랑하며 동서남북 어디든 즐겁고 기쁘게 달리고 달렸었다.
그리고, 2014년 10월 25일 새벽 아반테 5733은 미아사거리에서
택시와 부딪쳤다는 사고소식,
딸 지원이는 언제 밖을 나가
미아리에서 사고를 냈단 말인가?
아직 제 방에 자는 줄 알았는데
이 새벽 미아리라니 지원이 말은
엄마가 곤히 잠들어 깨우고 싶지 않아 조용히 나갔다며 목소리는
의외로 침착했다.
"엄마 여기 미아사거리에서 택시와 부딪쳐 사고났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갑자기 강한 파도에 부딪쳐 모래가 눈과 입과 귀로 가득
들어가 곤두박질 죽음을 체험했던 강릉 바닷가의 기억이 떠올라
몸서리쳐졌다.
이어서 "엄마 난 다친데 없고 목이 약간 뻐근해 동승한 동생도 이마를 약간 다쳐 병원에 입원 시키고 방금 미아리 경찰서에서 조사받고 나왔 다며 벌금이 나올 거라고 숨도 쉬지 않고 줄줄 말했다.
속내는 동생도 자신도 무사하다는 것을 속히 알려주어 엄마를 안심 시키려는딸의 마음을 헤아렸다.
긴 설명을 듣고 나도 멎었던 숨을 내쉬었다. 지원이 는 연극 학부라
공연 준비 때는 소품과 친구들을 데리고 아반테가 수고 하였다.
전날 밤도 미아리 동생이 소품양이 많아 일찍 일어나 데리러 가야
한다고 새벽 5시에 깨 워 줘 했었다.
대부분 지원이가 기척만 있어도 일어나는데 그 날은 무슨 일로
나간 것도 모른 채 깊이 잠들었는지,
지원이가 서너 살 때부터 집을
나설 때는 "주님 오늘도 지원이 와 무사하고 행복한 동행을 하여
주소서" 하며 기도와 뽀뽀를 하고 내보냈다.
지원이가 늦는다고 방방 뛸 때도 나는 기어이 붙잡고 기도 후 보냈었다.
다행히 아반테 와 부딪친 택시 기사님은 지원이 만한 딸도
있고 본래 미아리 사거리가 복잡하여 초행인 경우 신호가 얽혀 사고가 잦다며 경찰서에서 합의가 잘 되었다고
그리고는 보험회사 직원이
곁에 있다며 전화를 바꿔주었다. 아반테 를 인천으로 견인해 와야
한대서 그분께 지원이도 함께 와 달라고 각별히 부탁드렸다.
딸에게는 아무 생각 말고 눈감고 한숨 자면 집에 도착해
있을 거라고 했다. 얼마나 놀라고 두려웠을까 새벽에 나가려
고 밤을 꼬박 새웠으리라
생각하니 가슴이 저려왔다
그저 무사해서 감사하다는 생각뿐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친데 없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일단
마음을 가라앉히고 하느님이 도우셨으니 감사해야지 마음을 차분히 다스리고, 집에 도착하면 엄마랑 집 가까운 병원에 가자 그만하길 얼마나 다행이냐 , 딸의 마음을 가라앉히고 하느님이
도우셨으니 감사해하자.
그리고 미아리에서 인천 부평까지 천년 같은 긴 시간이 흐른 후
그분은 지원이를 데리고 아반테 를 끌고 부평 집 주차장까지
잘 도착 해주었다.
나는 지원 이를 꼭 안아주며
몇 번이고 “괜찮아 이만하길 다행이야.” 하고 등을 쓸어주고 안아주며 두려웠을 마음을 가라앉혀
제 방에서 쉬게 한 후, 주차장을
다시 가보니 아반떼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번호판도 달랑 달랑 양쪽 라이트도 다 깨져 버렸고 앞 범퍼는 완전 쭈그러지고 앞 유리창 도 커다란 불꽃처럼 금이 그어졌다 상대 택시는 그 새벽에 얼마나 차를 세게 몰았기에 아 생각만 해도 앗찔 하고 아반테가 가엾어 가슴 아팠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크게 다친 곳 없이 무사하다니 하느님 성모님께서 함께하셨음을 알게 되었다.
자동차에 항상 작은 묵주를 걸어 두고 매번 지원아 운전 시작할 때부터 도착할 때까지“
하느님 지원 이와
동행하여주소서,
”그렇게 기도하며 다녀야 한다고 누차 다짐 주었다 아반테 는 온몸을 부수어 괴물의 모습으로
아이들 무사히 지켜주었구나
비록 괴물같은 모습이었으나
우리 모녀는 너무도 가슴아파
당시의 아반테의 처참한 모습을 사진 찍어 몇년을 담고 다니다
결국 얼마전 지웠었다
지금도 그날의 일을
생각하며 우리는
아반테를 기억하면
눈물 글썽이며
웃는듯 하였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엄마에게 효도 한다고 단둘이 부산 해운대
통영 거제까지 그리고 올라오는 길 깊은 밤 달빛 속에서 내가
가장살고 싶은 곳 경남 산청군에서 저녁식사로 국밥을 먹고 둘이서 하얀 달빛이 쏟아지는 길을 황홀히 걸으며 김홍도의 벽화를 감상했던 일. 지난 3월에 돌아가신 지원이 외할머니도 아반테가 모시고 행복하게 담양 노천 온천이랑 떡갈비 대통 나무 밥집도 가고, 어머니 친정인 담양 소쇄원 고서
명옥헌 창평 까지 다녀온 일등.
우리와 함께 그 많은
추억들을 뒤로하고 아반떼는
미아리에서 슬픈 한생을 마쳤다.
사고를 겪고 나서 매일 아침 기도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다시 느끼며 우리는 하루하루가 늘 마지막 날이라는 것을 항상 기억 하고
최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행복하게 서로 사랑하며 기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딸을 꼭 안아주며
말했다.
그날 새벽 지원이가 미아리에서 교통사고 시간에 주님께서 보살펴 주셨기에 택시 기사님 지원 이와 동생도 무사했으리라 아반떼 5733은
제몸을 다 부숴 가며 두 사람을 구했으니, 그에 대한 미련 때문에
행여 살릴 수 있을까 하고 4~5일가량 집 앞 주차장서 폐자장 직원과 처절한 모습을 붙잡고 있다가 결국 부품들이 또 다른 아반테들을 살릴 수 있게 된 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안전 또 안전을 기도하며 아반테 떠나던 그날 왜 봉선화의 노래가
화창 스런 봄바람에 환생키를 바라노라 시월의 가을볕은 유난히
밝고 화사해 속히 눈물이 마르는듯
첫댓글 많이 놀라셨겠습니다. 차가 괴물이에요. 정말 그만하기 다행입니다. 사람 무사하니까요.
저는 지난달에 50년 자가용 운전 인생을 접었네요. 보험료 내려고 보니 지난해 154킬로밖에 안 뛰었더라구요.
코로나덕에 별로 다니지 않았어요. 아들네 (맞벌이부부에 학생2명)가 차를 더 잘 쓸 것 같아서 가져가라 했답니다
첫 새벽부터 잠결에 딸애의 아반떼 차 사고 소식을 접하고 당황하고 안절 부절하는 정황이 눈에 보이는 듯합니다.
사고로 차는 망가졌어도 딸애의 무사함에 그만하길 다행으로 여기고 성모님께 감사하고, 오히려 상대방 택시기사
까지 감싸안는 에스텔님의 자비로운 마음씨가 돋본이는 글입니다.
사고차를 폐차하는 과정에서도 "아반떼 5733은 제몸을 다 부숴가며 두 사람을 구했으니,..." 하며 정들었던 차를 애도
하듯 하는 장면도 뭉클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제 몸을 부수어 '괴물'로 만들면서 딸을 크게 다치지 않게 해준 아반테 승용차에 대한
고마움. 고물차가 다른 차의 부속품으로 환생되기를 바라는 마음.
글쓴이의 고운 마음과 자녀의 안위를 걱정하는 어머니의 늘 기도하는 마음,
잘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심장이 멎을 것 같을 거예요.
나도 아들이 가로수를 들이받고
차는 폐차가 되었는데 감사하게
며칠 병원서 입원하여 얼마나 감사한지..
운전 하시는분 모두 조심 조심 내가 조심해도 안되는게 차 사고니까요.
부족한 글
꼼꼼히 읽어주시고
지나온 자신의 삶
생활상을 견주며
소중하고 꼭 필요한
댓글 올려주시는
여러분들의 사랑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이따 뵙겠습니
두번째 내가 당사자라는 생생한 감정을 싣고 나서 읽었습니다.
성모님이 따님을 살리는데 아반테라는 천사같은 괴물을
'희생제물'로 보내주신거네요~^^
"시를 확장하면 수필이 되고 수필을 응축하면 시가 된다" 고 배웠습니다.
그런점에서 제겐 특별히 '시같은 수필, 수필같은 시'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