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위에 새의 소리가 가로 놓여 있다. 물의 출렁임과 어울리지도 않고 대기 속으로 스며들지도 않고 가로 놓여 있다. 물의 리듬을 타지 못하고 공기와 화합하지도 못한다. 소리는 소리로서 물 위에 가로 놓여 있다. 물이 엄습해서 소리를 삼키지도 못한다. 공기는 소리를 흡수해버리지 못한다. 소리는 소리로서 존재하고 있다. 그냥 소리가 아니고 두견새의 소리이다. 물 위에 가로놓인 소리의 근원지는 두견새. 이 새의 소리가 왜 퍼지지도 않고 가라앉지도 않고 가로놓여 있는가? 이 두견새의 소리는 곧 시인의 소리일 것. 시인의 소리는 시인의 시. 문자로서의 시가 아니라 시의 정신. 이 지극히 영적인 시의 정신은 지극히 물질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너무나도 생생한 것. 물결과 같은 리듬을 타지 않으므로 멀리 퍼져나갈 수 없는 모양새다. 대기 중으로 스며들지 않으니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레 이해가 되는 그런 시가 아니다. 이해되는 것 같지만 시는 그대로 가로 놓여 있다. 시인이 지향하는 시란 물 위에 가로놓여 있는 두견새 소리와 같은 것. 두견새는 피를 토하며 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는 생명이니, 자기의 생명이 그대로 소리가 되어 나온 것이 저 두견새 소리, 시인의 시란 생명의 피가 물질처럼 나온 것. 그래서 가로놓여 있다고 할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