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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사회, 수소경제 현실화를 위한 수소 밸류 체인의 의미와 이를 구축하기 위한 전 세계 각국의 노력에 대해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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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뉴딜(Green New Deal)은 기후변화와 경제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나 법안을 뜻한다. 미국,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국가들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해법으로 삼고 있으며, 그린 뉴딜 달성을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현재 전 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화석 연료를 대체할 에너지원을 찾는 것이다. 새로운 친환경 에너지원을 발굴해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으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기후변화,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것이 그린 뉴딜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그린 뉴딜이 현재 가장 주목하고 있는 새로운 친환경 에너지원은 수소다. 지역적 편중이 적은 보편적 에너지원이며, 장기간 많은 용량을 저장할 수 있다는 특징 덕분이다. 무엇보다는 수소는 산소와의 화학 반응으로 전기를 생산한 이후 생성하는 부산물이 물 밖에 없어 친환경적이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렇다면 수소가 글로벌 주요 에너지원이 되기 위해선 어떤 과정이 필요할까? 수소 밸류 체인의 개념과 이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들에 대해 살펴봤다.
수소경제 달성을 위한 열쇠, 수소 밸류 체인
수소 밸류 체인은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충전, 활용 등 수소와 관련된 모든 산업을 말한다. 즉, 수소 밸류 체인을 구축한다는 것은 단순히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원이 변화한다는 것을 넘어 산업 체계가 변화하는 것이며, 이는 세계가 탄소경제에서 수소경제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수소경제를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조성한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에 따르면 글로벌 수소시장은 2030년까지 약 1억 톤, 2050년까지 5.5억 톤으로 연평균 9%p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에너지로 환산했을 때 각각 전 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약 3%(2030년), 약 18%(2050년)에 해당한다. 수소 수요가 이와 같은 예상치를 달성할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을 매년 약 60억 톤 감축할 수 있고, 연간 2조 5,000억 달러의 수소 및 관련 장비 시장과 3,000만 개의 누적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 밸류 체인 - 수소 생산
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의 배출 여부에 따라 그레이 수소, 블루 수소, 그린 수소로 구분한다. 그레이 수소는 화석 연료를 활용해 생산한 수소를 말하며,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블루 수소는 그레이 수소 생산 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며 생산한 수소를 뜻하며, 그린 수소는 신재생에너지를 에너지원으로 물을 전기 분해하여 얻는 수소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다. 단기적으로는 생산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적은 블루 수소 생산량을 늘리고, 장기적으로는 인프라 구축을 통해 친환경 그린 수소 생산으로 완전히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소 밸류 체인 - 수소 저장 및 운송
수소 저장은 압력과 온도의 변화를 통해 기체, 액체 등 수소의 물리적 형태를 바꿔 저장하는 방식과 다른 물질을 첨가해 액상 유기화합물(Liquid Organic Hydrogen Carrier, LOHC)로 변환해 저장하는 방식으로 구분한다. 수소 운송 방법은 수소의 저장 형태에 따라 달라진다. 기체 상태의 수소는 튜브트레일러 또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운송한다. 수소 튜브트레일러는 장거리 운송에 적합하고, 파이프라인은 단거리 또는 특정 지역 내 운송에 적합하다. 액화수소 또는 암모니아는 탱크로리(Tank Lorry, 각종 액체 물질을 운반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된 트럭)를 통해 운송할 수 있다. 국가 간의 이동과 같은 대용량 장거리 운송을 위한 방안으로는 수소를 암모니아로 화학 변환해 LPG 선박을 통해 운송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암모니아로 운송할 경우 다시 수소로 변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장기적으로는 대형 액화수소 운반선의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 밸류 체인 - 수소 충전
수소충전소는 중앙 공급 방식의 오프 사이트(Off-Site)와 현장 공급 방식의 온 사이트(On-Site)로 구분된다. 오프 사이트 충전소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소 생산지에서 충전소까지 수소를 공급하는 방식과 튜브트레일러를 통해 수소를 공급 받는 방식이 있다. 온 사이트(On-Site) 충전소는 현장 공급 방식으로 충전소 자체적으로 수소를 생산한다. 기존 천연가스 공급 파이프라인을 활용한 천연가스 개질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과 심야 전기에너지를 활용한 수전해 수소 생산 방식이 있다.
수소 밸류 체인 - 수소 활용
수소는 운송, 산업, 건물, 발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운송에 사용되는 수소는 연료전지를 통해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동력에 사용하는데 자동차를 비롯해 선박, 기차, 비행기, 드론 등 다양한 운송 수단의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수소를 활용한 운송 수단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이미 개발돼 속속 실생활에 도입되고 있다.
현대로템이 선보인 수소전기트램 콘셉트
산업용 수소는 철강, 화학, 정유 산업 등에서 산업용 원료나 연료로 사용되는 수소다. 철강 산업에서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철강 제련 과정에서 필요한 환원제를 수소로 대체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개발 중이고, 석유화학 산업에서는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부생 수소를 제조 공정 내 원료로 사용하거나 정유 업계와 같은 타 산업에 유통, 판매 중이다. 건물의 냉난방에 사용되는 전기에너지 역시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방식이 도입되고 있으며, 발전 분야에서도 수소연료전지와 수소터빈을 활용한 전기에너지 생산 방식을 연구 및 개발하는 중이다.
수소 밸류 체인 구축을 위한 주요국 동향
이처럼 수소는 친환경에너지원으로써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국가의 에너지 안보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전 세계 주요국은 수소 밸류 체인 구축을 위한 수소산업 육성 계획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민관 협력 단체인 ‘H2USA’를 조직하고, 수소경제로의 이행을 위한 ‘H2@Scale’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이행하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전략으로 수소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참고로 미국 내에서 수소 밸류 체인 구축에 있어 가장 적극적인 주는 캘리포니아로 2004년부터 수소고속도로 네트워크 사업을 통해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11개 주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을 고려해 자동차 제조사에 환경세를 부과하는 ZEV(Zero Emission Vehicle) 크레딧 제도를 도입해 수소전기차의 확산을 촉진하고 있다.
유럽 연합은 지난 2004년 ‘수소경제 구축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하며 수소경제 구축에 착수했다. 2008년부터 공공 및 민간 협력 기구인 FCH-JU(Fuel Cells and Hydrogens-Joint Undertaking)을 설립해 초기 수소시장 조성을 지원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EU 수소전략’을 발표했다. 해당 전략은 2050년까지 에너지 소비 중 청정 수소의 비중을 23%까지 확대하고, 연간 매출 6,300억 유로의 수소경제를 달성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유럽 내에서 수소경제 달성에 가장 적극적인 독일은 2050년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목표로 하는 ‘국가 수소전략’을 통해 90억 유로를 투자하여 수소 밸류 체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글로벌 주요 수소 생산지로 떠오르고 있는 호주는 ‘수소허브(Hydrogen Hub)’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규모 수소 유통 중심지로서 수소허브를 구축해 인프라 개발, 규모의 경제 확보, 기술혁신, 각 부문 간의 융합 등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호주 정부는 수소 생산비용을 낮출 경우 수소 밸류 체인 전반에 걸쳐 경제성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하고, 수소 생산비용을 낮추기 위한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소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뒤, 내수 소비뿐만 아니라 해외로의 수출을 추진한다는 목표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수소경제 정책의 핵심은 수소전기차 및 수소충전소 보급, 부품 국산화, 수소 생산 기반 구축, 정부 지원금 확충 등이다. 중국 내 수소 수요는 2050년까지 5,000만 톤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수소차 1,000만 대, 수소충전소 1,000개소를 보급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은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유럽과 같이 한 도시 내에서 수소의 생산부터 활용까지 수소 밸류 체인을 구축한 수소 시범 도시도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미래 에너지원으로 수소를 지목하고 수소 밸류 체인을 정부가 주도하여 구축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수소경제 실현을 위한 발전 단계를 3단계로 구분해 단계별 목표와 중점 과제를 선정해 추진하고 있는데, 공급 측면에서는 호주 갈탄 등 저렴한 해외 미이용 에너지를 활용한 수소 생산 및 공급 비용을 절감한 국제 수소 공급망 구축 추진 등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활용 측면에서는 수소 발전소 건립, 수소모빌리티의 확산, 가정용 연료전지 보급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용화를 시도하고 있다.
국내 수소 밸류 체인 구축 현황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 2019년 수소 생산, 저장, 운송, 충전, 활용 등 수소 밸류 체인 전 분야에 걸친 목표 및 전략을 담고 있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에서는 수소전기차 및 연료전지 세계시장 점유, 주요 수소 생산국으로의 입지 달성 등을 주요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수소 밸류 체인별로 추진 목표를 살펴보면 생산 부문에서는 2040년까지 연간 526만 톤 이상 생산량을 늘리고, kg당 3,000원까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저장 및 운송 부문에서는 고압기체 외에 액체, 고체 등으로 저장방식을 다양화해 효율성을 높이고, 수소 파이프라인이나 수소 운반선 등 대규모 유통을 통해 운송비를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주요 거점별로 수소 저장설비를 마련해 수소 수급을 안정화하고, 안정적인 가격으로 수소 유통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다.
활용 부문에서는 지금과 같이 수소전기차와 수소충전소 보급을 확대하고, 더불어 수소 선박, 열차, 드론 등 기타 수소 모빌리티 또한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에너지 측면에서 보면 2040년까지 발전용은 15GW급 이상, 가정 및 건물용은 2.1GW급 연료전지를 보급한다는 목표다.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수소 밸류 체인 구축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에 성공한 현대자동차는 수소전기차 보급을 앞당기기 위해 자체적으로 수소충전소 구축을 진행하고 있고, 수소전기차 개발을 통해 확보한 연료전지 기술로 수소발전소 구축에도 관여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2021년 상반기부터 충남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인근 수소 공장에서 생산된 부생수소를 한 번에 최대 340㎏의 수소를 운반할 수 있는 수소전용 특수차량 '튜브트레일러'를 투입해 수소충전소에 공급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글로벌 공급망관리(Supply Chain Management, SCM) 전문 기업의 특성을 살려 수소 밸류 체인 구축과 관련된 최적의 서비스를 마련하고 있다. 참고로 현대글로비스는 2021년부터 충남 당진 수소차용 수소공급 출하센터의 수송용 부생수소 운송을 담당하고 있다. 철강 생산 공정 중 발생한 부생가스를 재활용해 생산된 수소를 수도권과 충청권에 위치한 수소충전소에 실어 나르는 작업으로, 수소 전용 이송 특수 차량인 튜브트레일러를 투입해 운송 중이다. 2030년까지 담당 수소출하센터를 총 9곳으로 늘리고, 공급하는 수소 충전소도 전국 360곳 이상으로 확대해 공급한다는 것이 현대글로비스의 계획이다.
친환경 브랜드 'ECOH'를 론칭하며 수소 밸류 체인 구축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선 현대글로비스
현대글로비스는 수소 물류 시장 혁신을 이루기 위해 수소 공급망 최적화 플랫폼도 개발 중에 있다. 실시간 데이터를 이용해 적재적소에 수소를 공급, 물류 효율화를 이끌어 수소 생태계 조성에 일조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10월 수소 유통 등의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친환경 신사업 브랜드 ‘ECOH(에코)’를 출범시킨 바 있다. ECOH는 환경(ECO)과 사람(HUMAN)을 합친 말이다.
현대글로비스가 2024년부터 운용 예정인 초대형 가스운반선(VLGC, Very Large Gas Carrier)과 동일한 선박
또한 현대글로비스는 다년간 축적해온 연료 운송 시스템을 토대로 오세아니아와 중동 등 해외의 그린수소 유통 및 관련 인프라 운영 사업, 국내 그린수소 수요처 독자 개발 프로젝트 등도 진행하고 있다. 효율적 사업 추진을 위해 국내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축하고 글로벌 암모니아 생산회사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었다. 그린수소 운반은 2024년 건조 예정인 초대형 가스운반선(VLGC) 2척을 통해 추진될 예정이며, 향후 물량 확대 시 추가 선박 건조도 검토할 계획이다.
아울러 현대글로비스는 액화수소의 저장/운송사업에도 관심을 두고, 글로벌 수소회사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해 2024년경 액화수소 생산, 유통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고압의 기체 상태인 수소를 액화시켜 운송하는 방식이 큰 주목을 받으면서 이미 국내 일부 기업들이 액화수소 유통사업에 참여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밖에도 2022년부터 시행되는 청정수소공급의무화제도(CHPS)에 발맞춰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구축사업과 친환경 항만 조성을 위한 육상전원공급장치(AMP) 판매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변화하는 에너지 패러다임
과거부터 현재까지 인류가 사용하는 에너지원의 변화는 산업적, 경제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으켰다. 인류가 불을 사용하며 농업이 시작됐고, 석탄을 동력원으로 사용하면서 산업 혁명이 시작됐다. 석유가 주요 에너지원이 되면서 세계는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출 수 있었고, 지속적으로 전기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며 세계는 정보통신 중심의 고도화된 현대 문명을 갖추게 됐다.
이제 전 세계는 지속 가능한 성장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를 실현할 에너지원으로 수소를 꼽았다. 수소에너지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저장, 운반, 활용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기술적 문제가 남아있으며, 수소 인프라 구축을 위해 천문학적인 투자도 이뤄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각국의 정부와 주요 기업들이 수소 산업에 매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류가 지구에서 지속적으로 삶을 영위하기 위해 탄소사회에서 친환경 수소사회로의 전환이 불가피하고, 주 에너지원의 변화는 곧 경제 체계의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수소사회로의 진입을 위한 수소 밸류 체인 구축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이미 진행 중인 현실이다. 급변하는 글로벌 에너지 정세 속에서 수소경제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선 어느 때보다도 수소 밸류 체인 구축을 위한 연구개발과 투자가 빠르게 이뤄져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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