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28 19:39:46
제 357차 정기산행기(북한산)
1. 2011. 8. 27(토) 날씨 맑음
2. 불광역 2번 출구 출발(10:40) ~ 구기터널 입구 좌회전 ~ 향로봉 방향(좀 가다 탕춘대 능선길과 만남) ~ 향로봉 아래 식사(12시~ 13:15) ~ 비봉 ~ 사모바위 ~ 왼쪽 응봉능선 ~ 진관사(16:30)
3. 상국, 도다리 모철, 인섭, 경호, 민영, 재일, 택술, 병욱(8명) + 뒷풀이 은수
화요일인데도 357차 산행지 공고가 없다. 대장으로 예정되어 있던 은수가 요즘 바쁘니까 아마 산에 못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전화를 해보니 내 짐작이 맞다. 반면 나는 목요일부터 사나흘 자유로운 몸이라서 ‘이참에 산행대장 보시나 함 할까?’ 싶어 학희에게 ‘북한산 - 은수 대장 - 불광역 10시’ 문자를 보냈다. 내가 북한산에 가자면 요놈의 메구들이 분명 ‘뭐? 북한산을... 뭣도 모리는 상국이 절마가 대장을 한다고? 아나 콩떡.’ 이러면서 아무도 안 따라올 것 같아, 북한산 전문가 은수를 앞에 내세우고 나는 대장대리를 맡은 것이었다.
요것들이 알아차렸는지 참가 신청자가 영 신통찮다. 부산에 간 인섭이가 서울로 올 일이 있는 모양. 함 보잔다, 달랑 둘. 둘만 갈 것 같으면 청계산으로 바꾸자는 인섭이. 도다리가 입질을 한다. 그럼 셋. 그래도 그렇지 부산에서 인섭이가 온다는데 몇 명은 환영인사차 나올 것이라 믿었는데 역시 인섭이, 그간 쌓아둔 인덕이 빛을 발하더군. 이 더운 날에 벌초간 사람 빼고 8명이면 대군이다. 병욱이는 아침에 치과까지 들렀다 오는 열성을 보이고, 덕분에 우린 좀 투덜거리면서도 너끈히 기다려주었고.
10시 40분 불광역 출발, 아까부터 물어오던 말들.
“오늘 어디로 갈끼고?”
“오늘은 사람많은 족두리봉을 빼자. 구기터널 입구까지 걸어가서 왼쪽으로 올라 향로봉 밑에서 비봉, 사모바위로 해서 진관사쪽으로 내려올 생각인데.”
“니가 그 길을 아나?”
“물어보몬 되지. 그냥 따라들 오소.”
터널이 가까워지는데 올라가는 길이 안 보인다. 앞에 가는 아줌마 산객에게 질문.
“향로봉 갈라카는데 올라가는 길이... 저게 터널 앞에 있지요?”
“예, 조금만 더 가면 있습니다.”
속으로 ‘안 물어보고 쪼매이만 더 참고 갈 거로...’
터널 바로 앞, 인도에서 왼쪽, 산으로 접어드는데... 아까 택술이가 계곡 운운 하더니만 위로 갈 것도 없이 여기가 놀기 좋아 보인다. 이미 자리잡고 노는 사람들이 많다. 쩝쩝, 입맛을 다시고 길을 간다. 초입이 너무 좋다. 그늘이고, 물이 있고, 경사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길이 완만하면서 사람들이 쉬기 좋다. 적당한 물가에서 잠시 휴식, 막걸리 한 병으로 인섭이와 병욱이, 간만에 회포를 푼다. 여기서 퍼지면 오늘 산행은 완전 종치는 것, 대장 직권으로 출발한다. 친구들은 ‘대리가 힘이 있나?’ ‘대리가 맞나, 서리가 맞나?’ 왈가왈부 시끄럽다.
가다가 쉬고, 쉬다가 가고, 천천히, 천천히 간다. 향로봉 아래 12시에 자리를 편다. 남녀 산객 두 분 쉬고 있던 명당자리에 슬쩍 엉덩이만 붙였다가 점점 자리를 확장, 부산말투 시끄러우니 역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자리를 뜬다. 1시간 15분동안 즐거운 식사. 병욱이가 치과에만 안 갔으면 더 많이 가져왔을 건데...
- 역시 산에서 먹는 막걸리 맛은.... 인섭이 좋아 난리다.
부산 삼공산악회에 간첩으로(?) 파견 보낸 인섭이가 좋은, 아니 좋지않은 정보를 하나 준다.
“야, 부산 친구들은 산에 절대 술을 안 가져오는 기라. 하산하고 먹을 건데 뭘 산에 까지 술을 들고 오냐면서.... 근데 산에 술 파는 곳이 많기도 하고...”
모두들, ‘그것 참, 신기하네?’ 인섭이 체질엔 안 맞을 것 같다. 삼공산악회원들은 인섭이가 술 안 줘서 서울 산으로 간 것으로 알면 되겠다.
비봉, 사모바위를 거쳐 응봉능선에 접어들자 멀리 삼각산 그 자태가 가장 잘 보인다는 자리를 찾는 권박의 설명. 그제야 예전에 광용이가 가르쳐 주던 게 생각난다. 분명 와 본 곳인데 늙어가는 머리는 드는 것보다 나는 것이 많으니, 가물가물 할 수밖에.
그 다음은 한번 갈림길에서 왼쪽, 그냥 외길이다. 진관사 내려오니 4시 30분. 너무 자주 쉬다보니 모두들 물이 다 떨어졌다. 물 마시러 음식점에 들러 파전과 두부김치를 놓고 간단히 한 잔. 연신내역으로 이동. 불타는 소금구이집, 도다리가 아이스케끼를 사왔다. 이빨 좋은 몇만 먹고 나머지는 써빙하는 총각과 아줌마들에게 주니 모두들 좋아한다. 고기, 맛있다. 인섭이 감탄하고, 병욱이 자꾸 이쪽 자리 고기를 넘본다.
산행대장 은수가 용인동백에서 서울 정릉까지 차를 바삐 운전하고, 주차나 제대로 해두고 왔는지 모르겠다. 호프집은 기억나는데 오늘 재일이가 올려둔 사진 보니 조개찜도 먹었네? 살풋 생각 난다. 뒷풀이 불러놓고 술이 너무 취해 먼저 자리를 떴다. 은수한테 술값 덤태기 씌운 것 같아 미안타고 문자를 넣었더니 오래 기다려줘서 되려 자기가 고맙단다. 그 참... 산에서 인섭이랑 말했지만 역시 쪼매 얄미운(?) 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