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혼란의 시기를 보냈던 코로나 시기, 내게도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업무적으로도 무척 힘든 시간이었다. 부서 이동으로 업무 이해도 부족한 상황에서 컨텐츠와 전달 방식을 온라인화 했어야 했는데, 내겐 ‘디지털 리터러시’가 너무 부족했다. 그래도 어떻게든 해냈어야 했기에 멘붕의 나날들을 보냈다. 졸업은 했지만 여전히 상대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직장인 신분인 내게 ‘리터러시’ 란, 가졌을 땐 돋보이는 능력자로, 가지지 못할 때는 무능력자로 전락시켜 버리는 어떤 잣대, 내지는 부단히 갖추려 노력해야만 하는 역량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리터러시에 관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을 제시한다.
“각자도생의 능력이 아니라 공동체의 역량으로서의 리터러시가 필요하다.(p.12)”
“일종의 브리지, 다리를 놓는 것이 리터러시일 수 있습니다. (중략) 나한테 리터러시 자원이 많이 있다는 것은 타인을 깔볼 자격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다리를 놓을 수 있는 능력이 많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죠. 다른 면에서 보자면, 다리를 놓아야 하는 책무가 생기는 것입니다. (중략) 나는 60층 짜리니까 거기서 내려다보는 게 아니고, 상대방으로 가는 리터러시라는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거예요. (중략) 더 노력하고 더 이해하고 애써야 하는 입장이 되는 겁니다.(p.66)”
“리터러시를 개인의 역량으로만 보고 그 개인의 역량을 비판하는 것은 사회의 책임을 외면하는 일입니다. (p.135)”
“리터러시를 위한 공공성이라는 게 무엇이겠습니까? 누구든 자기가 궁금해하는 것을 알아보는 데 도움을 받고 참조할 수 있는 곳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아닐까요? (p.202)”
나의 얄팍한 개인의 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다. 리터러시를 개인의 관점이 아닌 공공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리터러시를 갖추지 못한 이는 무시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리터러시를 좀 더 갖춘 이가 또는 사회가 함께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탐구와 연구의 공공성에 대한 예로 《도서관 여행하는 법, 임윤희 저, 유유 출판사》에 나온 북미 도서관의 사례도 소개한다. 그곳엔 우리의 사서의 역할을 ‘참고 봉사 데스크’가 있는데, 단지 책의 위치를 알려주는 것을 넘어, 질문을 가진 사람을 환대하고 그 질문의 답을 찾는 길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런 훌륭한 역할을 하는 이는 얼마만큼의 리터러시를 갖고 있는 것일까? 그런 사람이 공공의 장소에 있다니. 게다가 탐구와 연구의 기회는 학자의 전유물이 아닌가? 여행자나 노숙인 등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열려 있어야 한다는 운영 철학까지 놀랍다. 우리나라보다 문턱이 낮으면서도 가볼 곳이 끝도 없이 펼쳐지는 멋진 여행지와 같은 도서관이 그저 부럽기만 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여전히 배움의 공공성이 얼마나 강조되고 있나? 그것보다는 여전히 배움의 특권, 평가의 공정성에 이목이 집중해 있지 않나?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장장 12년 동안 그 시험 하나를 위해 공부한다고 해도 무방할 그토록 중요한 수능은 과연 공정한가? 그래도 학생부종합전형인 ‘수시’보다는 그나마 ‘정시가 공정하다’는데, 과연 그럴까? 강남 대치동 한 재수종합학원에서 올해 전국 의대 정시 합격자 절반을 배출했다고 한다. 상금을 걸고 학생, 교사, 저자 등 지원 대상을 가리지 않고 공모받은 킬러 문항이 그 학원의 핵심 자료가 되고, 그것을달달 익힌 재수생들이 정시를 장악한 것이다. 즉, 비싼 돈과 맞바꾼 킬러 컨텐츠와 고급 시험 기술로 평생 갈 특권을 얻는 것이다. 최근 대통령실의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이 실제 적용될지 모르겠지만, 그때도 우리 평가가 공정할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를 하기란 쉽지 않다.
올해 초 챗GPT가 엄청나게 화두가 되었다. 나도 체험해봤는데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구글 어시스턴트나 네이버 지식인과는 차원이 다른 진정한 AI 시대가 도래한 느낌이다. 이러한 상황에 암기식 학습과 평가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말하고 듣는 대화든, 읽고 쓰는 텍스트든, 또는 찍고 보는 동영상이든 리터러시의 종류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듯싶다.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차별화된 리터러시 자체도 특별히 없지 않을까 싶다. 이제는 각자가 보유한 리터러시를 다루는 의도와 방향이 더욱 중요한 시대가 아닌가 싶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바와 같이, 나와 타인의 삶을 억압하기 위함이 아닌,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고 ‘좋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도구로 말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변화는 여전히 더디다. 아직은 내 아이들이 어리기에, 좀 더 행복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으면 하는 마음에 오늘도 이렇게 내 작은 목소리라도 보태본다.
오늘 내로는 업로드 하려 했는데 부족한 글 솜씨가 또 자정을 넘기게 하네요..ㅠ
내일 올리려다 늦게라도 올리면 송아샘이 선물 주실까 싶어 지금 올려요! ㅎㅎㅎ
첫댓글 아, 유미 쌤🤣 선물에 눈이 멀어서 새벽까지 쓰시느라 흐린 눈 되신 거예요ㅋㅋㅋ
첫 문단과 마지막 문단 다시 정리하면 좋겠는데!
역시 매의 눈인 송아샘..ㅠ 좀 더 고민해 보겠습니다~^^;;
선물에 눈이 먼 1인 여기 추가요! 보상으로 움직이는 우리의 뇌 ㅋㅋㅋ 유미 쌤 책을 꼼꼼하게 읽은 게 곳곳에서 느껴져요~^^
ㅋㅋㅋ그러니까요..역시 보상이 최고인가봐요^^;;; 꼼꼼히 읽으려 노력했지만, 스스로 생각 정리와 전달력 부분은 여전히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