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溫氣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월간문학>(1968. 11)
한국 사회는 1960년대 중반 이후 급격한 변화와 변모를 겪게 된다. 농촌 중심 경제가 근대화, 산업화한 도시 중심 경제로 바뀌게 되고, 이에 따라 농촌 인구가 대량으로 도시로 이동하게 된다. 모든 것은 '개발' 위주로 진행되고, 1967년 서울의 인구는 400만을 넘어서게 된다. 급격한 도시 인구의 팽창으로 주택난, 환경 파괴 등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우리 사회는 개발이란 명목하에 인간의 참된 가치관과 전통적인 순수와 조화의 정신을 잃고 혼돈 속에 빠져 버린다. 오로지 물질적 가치만이 중시되는 현대 문명 사회에 사람들은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으며, 시인 김광섭은 이러한 근대화, 산업화에 따르는 자연 파괴와 인간성 상실이라는 현실 인식이 시작 동기가 되어 이에 대한 비판과 경종의 자세를 이 시를 통해 보여 주고 있다. 시인은 시 성북동 비둘기>를 통해 인간성 상실의 회복과 인간과 자연의 조화 및 참된 삶의 가치 회복을 부르짖고 있다.
「다시 읽는 한국의 명시」 김원호 지음
맹태영 옮겨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