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2.
고구마 줄기
고구마밭이 제일 풍성하다. 어른 손바닥만 한 이파리가 서로 키 자랑하느라 바쁘다. 이 고랑에서 저 고랑으로 영역을 넓히려고 이 줄기와 저 줄기가 꼬이고 조 줄기와 요 줄기도 뒤엉켜 뿌리 부분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한나절이며 3~5cm씩 막무가내로 자란다. 그 덕분에 잡초가 성장을 포기한 지 오래되었다.
할 일이 눈에 보인다. 그런데 일이 무서워 시작을 망설이고 있다. 언제쯤 시작할지 하늘도 살피고 개인 일정도 견주어 보고 있는데 아래층 교육생이 고구마 줄기를 한아름 안고 정자에 자리를 잡는다. 그녀 앞에는 족히 40~50cm 높이의 고구마 줄기가 펑퍼짐하게 쌓여있다. 남의 일 같지 않아 한숨이 먼저 나온다.
나도 해야 할 일이다. 껍질 까는 쉬운 방법을 묻자 별거 없다고 한다. 그냥 하면 된단다. 고구마 줄기 김치가 맛있다며 온갖 수식어를 토하는 와중에도 껍질 까기에 여념이 없다. 고구마 줄기 볶음도 맛있다며 요리법을 소시지 꿰듯이 줄줄 읊어댄다. “고구마 순을 된장에 무쳤더라.” 아내는 어느 식당에서 대친 고구마 순을 된장에 조물조물 무친 반찬을 맛봤다고 했다. 순도 따야 할 판이다.
보이지 않아 더 궁금하다. 땅속에 고구마 괴경이 생겼을까. 지금은 어느 정도의 크기일까. 주황색, 빨간색, 노란색, 보라색 중의 하나일 텐데. 자꾸만 궁금해진다. 살짝 뿌리 하나를 파볼까 하는 호기심이 발동한다. 고구마 줄기 파종한 지 겨우 60일 정도 지났으니 아직은 이르다. 적어도 90일은 지나야 수확 시기를 가늠한다고 했다. 기다려야 한다.
장갑을 끼고 장화를 신는다. 고랑을 따라 깊숙한 곳까지 길을 만든다. 굵은 줄기만을 골라 햇빛 비치는 반대 방향으로 꺾는다. 줄기 아랫부분이 부러지는 소리가 경쾌하다. 부러지는 순간 촉감으로도 싱싱한 줄기라는 것을 알겠다. 한주먹으로 어림없다. 20m짜리 고구마 이랑에서 한 뼘 이상 되는 순은 모조리 꺾는다. 두세 집이 나누어 먹어도 될 제법 많은 양이다.
고구마 줄기에 치여보고 싶다. 비타민 A, B, C, E 등과 칼슘, 칼륨, 철분, 엽산 등이 함유되어 있어 여성들에게 좋다고 하기 때문이다. 특별히 고구마 줄기의 풍부한 비타민 A는 올리브유에 볶으면 지용성 비타민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고 전한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이유가 되겠지만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소화를 원활하게 하고 변비 예방에도 좋으며 열량이 적어 체중 관리에도 도움을 준다고 하니 고구마 줄기에 덮여 살아야겠다.
고구마 줄기도 만병통치약인가 보다.
첫댓글 만병통치약만될까
김치 ,볶음, 된장찌개, 무침, 국.. 식감도 다 다르고 만병음식 재료라니까네
모조리 따서 냉동실에 쟁여두소
일년두고 먹거롱
내는 주지말고 줄려거등 완재품을주던가
내는 먹을줄 만안다
ㅋㅋㅋ 일단 함 해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