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키 산맥
Canadian Rockies 록키산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명산이다. 그 산맥은 캐나다와 미국 서부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산악지대로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자연 휴양지다. 남한 면적의 절반에 맞먹는 광활한 면적에 8개의 국립. 주립공원이 있고 상당 부분이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신으로 지정돼 있다. 스위스 전 국토보다 록키 공원이 더 넓다. 지리적으로 캐나다 록키산은 브리티시 콜롬비아주와 캘거리 알버타주의 경계선이다. 바다의 경계선이고 대륙의 경계선이다. 밴프와 제스퍼 국립공원을 축으로 서쪽은 브리티시 골롬비아 주에 속하며 동쪽은 앨버타 주에 속한다. 우리는 캘거리에서 점심 식사 후 록키 산맥을 향해 달렸다. 미국을 지나 하루 종일 가도 산이라는 장엄한 록키 산맥 여행의 문을 연 것이다. 4500Km까지가 다 산이다. 지금 달리고 있는 길이 캐나다 1번 국도다. 총 7800Km로 세계에서 가장 긴 고속도로다. 하지만 이 록키 도로는 직선으로 뻗어 있기 때문에 경부 고속 도로보다도 더 안전하다. 이 고속도로로 12시간을 쉬지 않고 달리면 밴쿠버다. 그러나 12시간을 쉬지 않고 달린다는 것은 무리한 운전으로 불가능하여 하루를 중간에서 자야 한다. 캐나다의 광활함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자국 내에서도, 특히 캘거리와 밴쿠버는 록키 산맥이 가로 놓였을 뿐 지리적 위치로는 이웃한 지역인데 하루에 당도하지 못하고 중간에서 하룻밤을 자야 간다하니 어디 우리 나라에서는 상상이나 할 일이던가. 그저 감탄할 뿐이다. 우리는 록키 산맥 쪽으로 두 시간 정도 다릴 것이며 록키산 입구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다. 록키산 전문 운전 기사의 노련함으로 50분을 달리니 록키산 입구에 이르렀다. 지금 현지 시간으로 오후 3시다. 캘거리 평지에서 갑자기 산으로 접어든다. 산을 칼로 자른 듯이 평지와 산의 그 경계선이 뚜렷하다. 지각 변동으로 갑자기 솟아올라와 형성된 산이어서 그렇다. 바다 화석이 산꼭대기에서 나옴으로 보아 저 위가 바다였을 거라고 추정한다. 지구 전체의 땅덩이는 1년에 3-4Cm 움직인다. 심할 땐 12Cm, 약할 땐 1 Cm 움직인다. 이 록키 산맥도 계속 움직이고 있다. 워낙 천천히 이동하니까 육안으로 확인이 안 될 뿐이지 산 자체가 조금씩 이동한다. 저 거대한 산이 움직인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그러나 지구는 지금도 돌고 있다는 과학자의 말을 떠올리며 자연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새삼 깨달았다. 록키산의 이름은 그 큰 규모만큼이나 다양하다. 안내원에게 몇 개나 되냐고 물었더니 모른다 했다. 사람의 힘으로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는 것이다. 버스 안에서 특이한 산봉우리를 만날 때마다 그 이름을 가르쳐 주었다. 입구에서 맨 처음 만난 산은 런들산이다. 절벽이 깎아지른 거대한 산이다. 상상 속의 록키 산, 꿈속 같은 큰 산에 놀라는 우리에게 지금부터 지겹도록 산을 볼 것이라며 산을 하도 많이 보아 이 런들산을 나올 때는 '넌덜머리산'이라 부른다고 안내원은 죠크한다. 록키산의 이름 중에 윌슨산이 있다. 런들과 윌슨은 사람 이름이다. 캐나다의 지명에 영국인의 이름을 본뜬 것이 많듯이 역시 록키산에도 백인의 이름이 많다. 루이스 호수를 본 백인의 이름을 따서 지은 이름이다. 세자매 봉도 보았다. 나란히 세개의 봉우리가 있다. 중국인 봉도 있다. 오르는데 5-6시간 소요된다고 한다. 한국산은 빗물이 모여서 이룬 산으로 V자형 계곡이고 록키산은 빙하가 흘러서 조각한 산으로 U자형 골짜기다. 여기서 시작되는 보우강은 캘거리를 관통하는 강이다. 록키산에는 사슴만 1000마리 생존한다. 고속도로에서 엘크 사슴을 만났다. 우리가 달리는 방향에서 거꾸로 달려오고 있었다. 귀에 표를 달았는데 그 표는 결핵균 검사를 맞은 것이라고 한다. 큰 뿔을 달고 철렁철렁 큰 걸음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신기했다. 캘거리에는 주택가에도 내려온다 하니 그 수효를 헤아릴 수 있다. 곰 위험표지 구역에 들어가서는 안된다. 몇 명이 죽은 적이 있다. 곰에 대한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어느 한국인이 곰을 만나 죽은 체 하였더니 곰이 불쌍하다며 양지녘에 묻고 가더라는 것이다. 그만큼 록키산의 곰은 캐나다인 처럼 착하다는 것이다. 백인들이 서쪽으로 서쪽으로 자꾸 오게 된 것은 모피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영국에서는 1857년에 탐험가 제임스 젝스에게 마차를 끌고 갈만한 곳을 찾아보라는 명령을 내렸다. 버팔로 들소는 시속 55Km로 달린다. 1Km 이내 사람의 냄새 맡고 도망간다. 일반 소보다 가죽이 3배 두껍다. 시력이 나빠서 인디언들이 바람을 마주 보고 접근하여 잡는다. 들소가죽을 덮어쓰고 들소처럼 꾸미고 접근하여 활과 창으로 쏘아 놀라게 하여 들소 무리 200만 마리를 돌담장으로 미리 쳐놓은 울타리로 몰아 들어가면 문 닫고 잡는다. 혹은 절벽으로 몰아 죽인다. 눈이 어두워 버팔로 들소들은 앞에 가던 동료가 절벽에서 떨어져도 그냥 따라 달려가다가 한꺼번에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는다. 이렇게 하면 한번에 대량으로 사냥을 하게 된다. 버팔로 점프 사이트가 있다. 록키산 낭떠러지는 거의 다 버팔로 사냥터다. 유네스코에서 문화 유적지로 지정한 곳이다. 박물관 헤드스매쉬 버팔로 사이트에 소년의 죽음이 있다. 이곳의 날씨는 변동이 심하다. 금새 햇살이 나오다가도 다시 비가 온다. 8개월의 겨울과 4개월의 늦가을 날씨다.! ! 9월부터 눈이 내려 10월이면 영하의 눈시즌으로 하얗다. 연 강설양이 5m다. 겨울에 오면 매년 눈사태 난다. 자동차 운전시 경고판 붙인 곳은 주의해야 한다. 강을 건넜다는 뜻의 크로싱이라는 지명도 있다. 그때는 강을 만나게 된다. 93번 국도에서 유일한 휴게소 하나가 있는데 겨울에는 문을 닫는다. 1년에 3개월만 문 연다. 우리는 그곳에서 잠시 기념으로 쉬었다. 오르막 길에서 500-700년 '신부의 면사포 빙하'를 만났다. 신부가 면사포를 쓴 모양이어서 그렇게 부른단다. 록키산은 들어 올 때보다 나갈 때 경관이 더 멋있다. 위쪽에는 기온이 낮아 나무가 자라지 못한다. 연 평균 영하 3도에서만 나무의 생존이 가능하다. 록키의 2900m 산에 해발 2400m가 데드 라인, 또는 트리 라인이다. 즉 식물성장 한계선이다. 그 위로 500m는 바위와 눈이다. 산이 대부분 석회암이다. 실제로 머리를 깎은 듯이 그 구분이 뚜렷했다. 나무가 자라지 못하는 높은 봉우리에는 회색 바위와 눈이 덮혀 있다. 나무가 옆으로 늘어서 있는 선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나무는 죽음의 선 앞에서 멈추어 서서 똑바로 하늘을 보고 있다. 나무가 곧은 이유는 생존 경쟁에서 살기 위해 햇빛을 보려고 위로만 뻗어서 그렇다. 가지를 치면 올라가지 못 해서 죽는다. 그러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다 바람을 만나면 꺾이거나 휘어져 죽는다. 도로변에서 죽은 나무를 만났다. 나무들 사이에서 밀려 황토빛으로 애처롭게 죽어 있었다. 행복한 땅에도 생존 경쟁은 있음을 보며 씁쓸했다. 수종은 두 종류다. 아래에서부터 가지를 치는 나무와 위에서 가지를 치는 나무가 있다. 대부분은 위로만 뻗어 올라가는 나무다. 캐나다는 55%가 자연림 숲이다. 비바람에 잘 견딘다. 이런 록키산에서 수없이 산불이 난다. 동시에 타고 있을 때는 800개의 산이 불탄다. 원인은 벼락으로 인한 자연 발화다. TV 방송 뉴스의 머릿뉴스가 산불이다. 어제 밤 뉴스에서도 머릿뉴스로 나왔다. 적당한 산불은 좋다. 벌써 산불 시작이다. 1980년도부터 일부러 산불을 낸다. 다양한 동물들이 있고 동물마다 식성이 다르기 때문에 좋아하는 동물의 입맛에 맞게 변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산불은 식물 순환으로 서서히 식물이 교체된다. 초지인 A군 식물, B군 식물, C군 식물로 수종이 바뀐다. 이 식물 순환이 다 끝나면 지구는 멸망한다는데 사실일까. 오래도록 순환이 이어져서 아름다운 지구의 생명이 장구하길 빈다.
록키산맥의 수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만년설에 뒤덮힌 설산과 낮은 곳의 침엽수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