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고타 가는 길 (1505)
라파엘로
<골고타 가는 길>은 라파엘로(Raffaello, 1483-1520)가
페루자에 있는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수녀원 교회를 위한
<콜론나 제단화>의 프레델라에 그린 작품 중 하나이다.
이 제단화는 1505년경에 완성되어 1663년까지 성가대 중앙 벽에 남아 있었지만,
수녀원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1663년에
프레델라는 스웨덴의 크리스티나 여왕의 대리인에게 팔렸고,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현재 런던 국립미술관에 소장 되어 있다.
이 작품은 <콜론나 제단화>의 프레델라에서 가운데를 차지하고
왼쪽에는 <고뇌하는 그리스도>가 있고, 오른쪽에는 <피에타>가 있다.
그리스도께서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로 가는 장면을 담은 이 작품은
마태오복음 27장 31-33절이 그 배경이다.
그들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러 끌고 나갔다.
그들은 나가다가 시몬이라는 키레네 사람을 보고
강제로 예수님의 십자가를 지게 하였다.
이윽고 골고타 곧 ‘해골 터’라는 곳에 이르렀다.(마태 27,31-33)
이 작품은 군사 다섯 명의 호위를 받으며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로 향하는 그리스도를 보여준다.
이 무리의 맨 앞에 있는 연두색 옷을 입은 군사는
예수님의 허리에 밧줄을 묶어 끌어당기고 있다.
그리스도 뒤에는 키레네 사람 시몬이 그리스도를 도와 십자가를 껴안고 있다.
다리를 올리는 흰 말의 뒷모습과
행렬의 맨 앞에서 터번을 쓴 군사가 몸을 비트는 모습은
라파엘로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미완성 프레스코인
앙기아리 전투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왼쪽에 있는 세 명의 마리아가 성모 마리아를 부축하는 장면은
피렌체 산티시마 아눈치아타 교회의 제단에 필리피노 리피가 1503년에 그린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에 등장하는 인물들에서 영감을 얻었다.
성모는 상복과 같은 검은 옷을 입고
십자가를 지고 가는 아들을 바라보며 풀썩 주저앉고 있고,
녹색 튜닉에 붉은 망토를 걸친 사도 요한은 양손에 깍지를 끼고
슬픔에 잠긴 모습으로 고개를 돌려 성모를 바라보고 있다.
이 작품에서 그리스도의 자세와 유형은 겐트의 유스투스가 그린
<사도들의 성찬식>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여겨지는데,
겐트의 유스투스는 라파엘로의 아버지인 조반니 산티와
라파엘로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화가이다.
이 그림에서 인물들은 세 그룹을 형성하는데,
선두에는 기마병들, 중앙에는 그리스도와 그 주위의 인물들,
뒤에는 그리스도의 추종자들인 성모와 세 명의 마리아와 사도 요한이 있다.
세 그룹은 몇몇 인물들이 어깨 너머로 다른 그룹을 쳐다봄으로써
그림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있다.
특히 조르조 바사리가 그리스도를 밧줄로 끄는 군사가
‘아름다운 움직임’을 보인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을 정도로,
이 장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양한 자세와 의복,
머리 장식물을 통해 생생한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은 비슷한 시기에 그린 <안시데이 재단화>의 프레델라와 함께,
북유럽 판화의 영향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