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슈철도탐사여행기 16편 <아득한 시골마을 유후인>
유후인(由布院)은 온천으로 일약 유명해진 큐슈의 유명한 관광지이다. 원래 온천은 벳부(別府쪽)이 더 유명했지만, 벳부가 한물가고 새롭게 뜬곳이 이 곳 유후인이라고 하는것 같았다. 유후인역을 나온 우리를 반겨주는건 정말 깨끗한 공기였다. 역시 소문대로 좋은곳이구나 하는걸 체감하면서 남은 1시간 15분여를 어떻게 보낼까 하고 고민했다.
일단 가만히 있어서는 아무것도 안될것 같아서 큰길로 걸었다. 커다란 토리이같은 문이 있고, 그 옆으로 들어가니 세탁소로 추정되는 상가가 있었는데 거기서 자전거를 빌려주는 것이보였다. 자전거 대여료는 1시간에 200엔. 자전거가 상당히 구질구질한(기어도 안달려있는;;)것이었지만 가격대가 싼것과, 어차피 1시간겨우 탈것이기 때문에 과감히 자전거를 빌렸다.
가방을 자전거 앞의 짐칸에다가 올려놓고 힘차게 패달을 밟았다. 일본은 차가 왼쪽으로 다니기 때문에, 한국에서 자전거 타던 버릇대로 왼쪽길로 가다간 뒤에서 오는 차에 부딫히는 수가 있으니 매우 조심해야 된다.(정말 무심결에 달리다가 죽을뻔 했다;;) 차를 요리조리 피하면서 아까 유후인역에서 가져온 자전거 코스지도를 보고 열심히 달렸다. 짧은 시간안에 어딘가를 집중해서 구경할 수 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우리는 무작정 많이 달리기로 하고 열심히 달렸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찍은 산의 모습.
위쪽으로 올라가다 보니 이런길이 나왔다.
지도에서는 분명 이길로 가면 빙 둘러서
다시 돌아 올 수 있다고 되어 있었는데...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저 터널비슷한 곳을 들어가니 엄청난 급경사였다 계속 올라가다가 올라가다가 너무 힘이 들길래 포기하고 내려와서 다른 길로 가기로 했다. 역을 기점으로 크게 원을 그리면서 도는 코스를 선택했는데, 정말 재밌었다. 뭐랄까 한국이 아닌곳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눈에 보이는 모든 풍경 하나하나가 다 신기하고 기분이 좋다라고 할까...게다가 자전거를 타고 슈웅슈웅 달리니 정말 상쾌했다. 유후인이란 마을이 정말 아득해서 그랬던것 같기도 했다.
집들도 아담하고 물도 맑고 차도 적다. 게다가 공기도 엄청 좋다.
아주머니,할머니가 도랑가에서 오리를 보면서 유유자적하게
놀고 있다. 정말 이 동네는 물이 엄청 맑다.
큐슈에 갈 일이 있다면 꼭 유후인에 가보길 바란다.
벳부보다는 이쪽이 더 좋다고 한다.(개인적으로 또 가고 싶은 곳중
하나이다. 아늑하지 않은가?)
우리는 이런저런 풍경들을 감상하면서 사진도 찍어가면서 열심히 패달을 밟았다. 중간에 오르막도 많았고, 차에 부딫힐 뻔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고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마침내 유후인역에 도착했다. 한바퀴를 다 돈것 이었다. 그래도 아직 시간이 남았기에 가볍게 다시 작은 원을 그리면서 안가본곳을 가보았다. 1시간 여동안 엄청난 강행군을 한것 같은데 그다지 힘들지가 않았다. 공기가 좋아서 인가 보다^^
1시간이 지나서 자전거를 돌려주고, 그 옆에 있던 기념품점에 들어가서 뭔가 살만한게 있을까 하고 열심히 골라보았다. 하지만 죄다 엄청난 가격들이어서 좌절하고 그냥 옆에 있던 패미리마트에 가서 맥주나 한캔 샀다.(일본에 와서 맥주만 엄청 마셔댄듯...) 5시가 거의 다 되어서 우리는 종종걸음으로 유후인역으로 들어갔다. 레일패스를 슬쩍 보여주고 타는곳으로 가니, 두번째의 유후인노모리 차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탑승열차-30 키하72계 특급'유후인노모리6호'
이용구간-유후인(由布院)→하카타(博多) 17:04 ~ 19:12
이동거리-134.8KM
정상운임-4,600엔
열차평가-★★★★★
유후인노모리는 전편에서도 설명했듯이 두개의 차량으로 운행되는데, 우리가 여기에 올때 탄 차량이 1세차량이라 불리는 키하71계, 그리고 이제 우리가 타고 하카타로 갈 차량이 신형인 키하72계차량이다. 키하72계도 키하71계처럼 디젤차량이지만 초고상구조를 채택하고 있으며 최고속도 120KM를 마크한다. 그리고 여러면에서 키하 71계를 압도한다(당연한건가;;)
키하71계와는 확실히 다르다. 색은 같지만서도
차량의 옆부분이다. 유후인노모리 마크가 달려있고,
창이 높게 설치되어 있다는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객차와 객차사이의 연결통로 고상형 구조다 보니 계단이
있는데, 계단의 무늬나 모양에서 부터 범상치 않음을
느꼈다.
객차내부의 모습이다. 은은한 간접조명에, 비행기식 짐칸,
마룻바닥, 쾌적한 구조등등 완벽하게 꾸며져있다.
상당히 푹신하고 꽤 잘 넘어가는 좌석이었다.
일반 지정석중에서는 최고 수준이 아닐까 싶다.
여행 첫날에 표를 예약할때 맨 앞자리로 예약한 보람이 있었다!!
우리가 앉은 자리에서 바로 촬영한 사진인데, 정말 운전사가 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앞이 훤하게 다 보이는 최고의 자리였다.
열차는 17시4분 정시에 출발했다. 우리는 황금자리인 맨 앞자리에 앉아서 눈앞에 멋지게 펼쳐지는 풍경을 만끽하고 있었다. 디젤차량이지만 엔진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고, 편안하고 아득한 객차덕에 정말 기분좋게 갈 수 있었다. 게다가 유후인을 지나고 나타나는 풍경들도 하나같이 엄청났다
아까 편의점에서 산 삿포로에비수(238엔이었던듯) 맥주를 따서 홀짝 홀짝 마시면서 숲과 숲이 연속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감상하고 있는데,(유후인노모리라는 말중 모리는 일본어로 숲이라는 뜻인데, 한번 타보면 정말 어째서 이런 이름이 붙었는가를 단번에 느낄 수 있다. 정말 빽빽하게 숲으로 둘러싸인 곳을 달린다) 갑자기 옆에 왠 아저씨가 나타났다. 우리가 탄 옆자리에는 손님이 없었기에 외투를 벗어서 올려놨는데, 그 아저씨가 약간 어눌한 일본어로 혹시 자리 있냐고 묻길래 아니라고 하고 외투를 치웠는데, 그 아저씨가 앉더니 열심히 앞 조망을 감상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혹시... 하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한국사람 이었다-_-;;(그것도 부산사람;) 자녀로 추정되는 애들이 오더니 한국어로 막 열차가 좋다니 멋있다니 하는데, 간만에 들어보는 한국어라 꽤 반가웠다.(하지만 그냥 말은 안걸었다. 과연 그쪽은 우리가 한국인인지 알고 있었을까? 후후)
한참을 가다가 해가 저물고, 어두컴컴해져서 창 밖이 하나도 안보이게 되었다. 열심히 경치를 감상하고 있었던 나는 주위가 어두워 지자 어느새 깜빡 잠이 들었다. 잠이 깨보니 거의 다 온것 같았다.
어느새 하카타 바로 앞인 후츠카이치(二日市) 였다. 전광판을 살짝 찍어주고는
다른 객차를 둘러보기로 했다.
세상에나, 복도에는 공기청정기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서비스 정신에 감동받았다.
4인용 좌석을 찍어보았다. 저기 가운데 테이블에 먹을거 올려놓고
도란도란 얘기하면서 가면 엄청 재밌을듯...(어째 KTX가 생각난다;)
이런저런 사진을 찍으면서 돌다가 돌아오니 하카타역에 다온듯 했다. 꼬박 하루만에 다시 하카타로 돌아온것이다. 오늘은 많은 곳을 돌아본듯 했고,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것 같았다. 그치만 오늘밤은 정말 간만에 야간열차가 아닌 제대로 된 호텔에서의 일박이다! 우리는 4일간의 강행군으로 지친몸을 이끌고 열차를 내려서 하카타역으로 들어갔다.
오랜만의 업데이트입니다...
죄송합니다-_ㅜ 일에 치여서 제대로 컴퓨터도 못했어요ㅜ.ㅠ
그냥 이편에서 떠오르는건..유후인의 맑은 공기 뿐이네요...
아아...정말 좋은 곳이었습니다..(끄덕끄덕)
또 가보고싶네요...
그럼 다음편에서 또 뵙도록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