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주일은 파노라마 같았네요.
어머니 욕창이 점점 심해져서
진물이 끊이지를 않더니 등에 났던 욕창이
엉치뼈와 무릎뼈까지 번져네요.
(욕창 브라인드 처리)
그 부위가 깨끗해야 하는데 늘 오염되기 일쑤라
옷 갈아 입히는 횟수는 늘고 소독약과 붕대가지고 안돼서
<메디폼>이라는 드레싱 전용 약제를 사다 붙였지요.
이런 중에도 어머니는 농담과 재치를 잃지 않으셨으니...
식사 뒤 틀니를 닦아야 하는데 틀니 빼기가 여간 힘들지 않지요.
한개남 주시고
한개는 안 주시는 겁니다.
"너 항개 나 항개 항개씩 나눠 가지자" 하는 거에요.
참 이럴때 웃지 않을 사람이 업지요..
어머니가 혼자 힘으로 일어나시지 못한 지 몇 달 돼요.
잠깐이지만 내가 밖에 일을 보는 동안 어머니 실수를 하면
오줌이나 똥에 젖은 채 있어야 하니
욕창이 생길 수밖엔.
제법 익숙하지만 치료할 때 마다
어머니 엄살이 보통이 아니고
사실...
생살이 드러나 있는 욕창에 소독약을 바르니 따갑긴 하지요.
그런데 이 <메디폼>이 너무 비싸서
왜 이리 비싸야 하는가 싶을때가 많지요.
이때 떠 오른 책이 있었는데
재작년 겨울이지요...
고윤지 선생님이 주신 책이었어요.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했을까 싶었지요.
한 두편 읽고 놔 뒀던 책을 꺼내서
한편 한편 읽기 시작했어요.
바로 이책입니다.
<효행의 아름다움>
할아버지 되시는 후봉고창석 선생님의 효행을 기린 문집입니다. 아니 서간집이라는 게 맞지요.
옛날 효자 어른은 어떻게 했나 하나하나 서간집 글 속에서
살펴 읽으면서 너무나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게 되었지요.
오죽하면 당시 성균관 관장이시던
우리가 해방공간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
심산 김창숙선생님의 표창까지 받으신 분이 바로 고창석 선생입니다.
심산선생은 의열단 활동까지 하신 민족해방투쟁의 산 증인이지요.
왜경의 고문에 불구가 되신 분.
청소년 시절이 한길사에서 나온 김창숙 전기를 읽으면서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던
그분의 표창을 받았으니....
후봉선생을 기리는 글 목록입니다.
엄청난 사람들이 글들을 썼네요.
글을 읽다보니 인상적인 구절들이 참 많고
어떻게 효를 했는지..
효의 개념과 효의 이치를 당시 분들은 어떻게 이해 하고 있었는지를
타임머신 타고 가서 익히는 듯 했습니다.
그동안 봐 왔던
<효경>이나
<부모은중경>하고 사뭇 달랐습니다.
위 두 경전은 공자와 부처님 가르침이라
말 그대로 경전말씀이지요.
그런데 이 <효행의 아름다움>은 한 인간이 부모를 어떻게 바라보고
섬겼는지를 타인의 글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 주는 책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을 펴 놓고 있는 날
랜시랭이 왔어요.
랜시랭 아시는 분 많던데...
KBS 청소년 도서관 관련 프로 제가 인터뷰 하는 게 있었는데
랜시랭이 대화를 이끌어 가는 인터뷰어로 왔어요.
그런데 랜시랜이 어머니도 보시고 또 이 책을 보시더니
자기가 엄마 아빠 다 돌아가셨는데 특히 병상에서 힘들게 지냈었나 봅니다.
암이었던 듯..
각별해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 책
<아름다운 효행>을 번역하신 분이
정암장님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오늘 오전에.
페북에서 정암장님을 만났습니다.
그러니까
고윤지 선생님 사위가 된다는 것이지요...
아시는 분 아시고 계셨겠지만
저는
처음 알게 된 사실이라
페북인연이 참 이렇게 연결되기도 하는구나
신기했네요.
신청했던 택배가
어제 도착했어요,.
욕창 전용 에어 매트리스
공기를 넣으면
자동으로 일정한 간격에 따라 공기주머니가 빠졌다
채워졌다 하니까
몸이 찰싹 바닥에 붙어 있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이 위에 모직 담요를 깔고
어머니를 이 위로 올려 누이시는데 오래 걸렸죠
구스르고 달래고 뇌물도 드리고
성동격서.
매트에서
엉뚱한데로 신경을 돌렸다가 정신 없을 때 아랫목으로 옮기고..
물도 누워서 빨대로 드셔야하고
일으켜 드려도 혼자 앉을 수가 없어서
앉은 몸 붙잡아 두는 보조 복지용구가 사이트에 보이네요.
그걸 사다 어머니 양 옆으로 받쳐 드려야겠네요...
요양원이 있지요....
전주교구 시일식 나갈때는 요양원에 모시고 가는데
참 엊그제 시일식은 형님이 오셔서 봐 주셨고....
어머니 요양원 안 좋은 사건들이 너무 많아서
저 역시 기피하고 있습니다.
<효행의 아름다움>에서 나오는 구절 하나 소개합니다.
(전략).....어버이 계시니 자신의 몸을 사사롭게 하지 않았네.
사후에 섬기는 것도 생전에 섬기는 것과 같은 예로써 하니....(후략)
첫댓글 아유~ 노고가 많으십니다.
매트리스 효과를 잘 봐야 하실텐데.
아무쪼록 어머님이 어여 이겨내시길 기원합니다.
다들 현대판 고려장인 요양원에 보내는 시절에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나도 요양원에서 선친 눈감게 했지요! 아~~ 그벌 그대로 나도 받으렵니다
힘내시고! 건강하십시요! !
묵직한 이름들이 눈에 띄넹 심산 김창숙선생님..... 고창석 선생님 그리고 어머니와 목암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