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같은 두 달 간의 어학연수를 마치고 지난 주 토요일 이곳 대전, 일상으로 돌아오니 피곤이 몰려오며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 지 망설여지네요.
살아온 날들이 적지 않아 이제 50을 훌쩍 넘긴 나이. 그러나 우리의 앞선 세대와는 달리 요즘은 건강 100세를 이야기하는 시대가 아닌가. 이제껏 열정을 다해 살아왔듯이 앞으로 살아갈 날 동안에도 꿈을 가지고 경험하고 이루어야 될 일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요.
취업을 위한 것도 아니요, 진급을 위해서도 아니었습니다. 유아교육기관의 원장이 영어 좀 못한다고 누가 뭐라고 해서도 아니었습니다.
그야말로 글로벌시대, 세계를 여행할 때를 생각해도 영어는 갖추어야할 필수조건이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습니다. 틈나는 대로 영어공부를 해왔지만 어학연수를 한 번 가보는 것은 내 마음 속에 늘 꿈꾸던 것이었지요.
이것저것 사정을 살피면 도무지 기회가 닿지 않을 것이라는 조급함마저 생길 때 나는 결단하고 말았어요.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지만 8주간의 어학연수일지라도 떠나자.' '더 늦기 전에 나만의 시간을 갖고 지난 삶을 돌아보는 시간과 영어 공부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자.'
학원을 선택할 때, 거리가 가깝고 시차도 거의 없으며 가격도 저렴하다는 이유로 필리핀으로 결정하고, 인터넷으로 이곳저곳을 살펴보다가 AELC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교사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원어민으로 구성된 학원이란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지요. 실제로 대부분 선생님들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습니다.
일대일 수업이 많다보니 서로 편안하고 하고 싶은 내용으로 선택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마이클 선생님의 깐깐한 발음교정과 브라이언 선생님의 작문지도, 앤디 선생님의 편안하고도 자상한 문장표현 방법, 제프선생님의 자세하고 쉬운 문법지도, 패트릭선생님의 억양지도와 한분 한분 다 쓸 수 없어 죄송할 정도로 모두 저에게는 귀한 선생님들이었습니다. 떠나오기 전에 많이 아프셨던 마이클 선생님의 건강이 궁금하네요.
듣기에 약했던 저의 영어는 계속해서 원어민 선생님의 발음으로 듣다 보니 짧은 두 달 동안이었지만 많이 나아졌고 표현이 제대로 안돼서 답답했었는데 많이 좋아진 것을 느낍니다.
가기 전에 10개월 정도 문법정리 등 정말 열심히 준비한 것이 많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수업 중에 필요한 것은 녹음을 해서 집에 가서 다시 들으며 외우고 발음교정해서 다음날 다시 체크를 받곤 했습니다. 하루 여섯 시간 수업을 듣기 위해선 적어도 두 세 시간 이상의 예습, 복습이 필요해서 항상 시간에 쫓겼고 자기 전에는 영어 영화를 보면서 듣기훈련을하고 아침에도 준비하는 동안 습관처럼 전날 녹음한 수업을 들으면서 시간을 아꼈습니다.
주중에 두 세 번씩 다녔던 골프 연습장에서의 레슨과 필드 경험도 큰 기쁨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주말마다 함께 라운딩해준 루이 원장님과 길버트 매니저님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8주의 시간이 어느덧 지나고 작별의 시간이 되었지요. 함께 동고동락했던 착하고도 성실한, 엄마보다 더 나이 많은 나를 모두 '크리스 누나' 라 부르며 정들었던 학생들과 선생님들이랑 헤어지는 것이 이렇게 섭섭할지는 전혀 생각지 못했습니다.
공항으로 오는 택시 안에서 눈물이 자꾸 흘러 집으로 돌아가는 기쁨보다 이별의 슬픔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을 주체하기 힘들었습니다.
떠나올 때 서운해서 포옹하며 울었던 일본학생 에이미가 눈에 계속 밟히고 보고 싶습니다.필리핀 사람보다 더 필리핀 사람 같고 언제 부탁해도 흔쾌히 도와주었던 구띠와 어리지만 엄마처럼 자상하고 좋아서 제트맘이라고 불렀던 제트에게도 감사함을 전합니다.
이제 겨우 기초공사를 마친 거와 같은 내 영어공부지만 이제 오랫동안의 기초공사에 내 나름의 아름다운 영어 빌딩을 짓기 시작할 때라 생각하면서 앞으로도 영어공부를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물론 늦었다는 생각은 내 사전에 없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