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기재는 지난주나 이번주나 변한게 없어 보이는데
석봉1728차 백두대간24구간 지기재-백학산-큰재 산행기
산행회수 석봉 제1728차 백두대간24구간 지기재-백학산-큰재
대상산 백학산615m 경북 상주시 모서면 모동면 내서면
날짜 2011년 2월20일(일)
거리 산행 시간 16.9km(도상) 6시25분
산행 시작 시간 장소 20일 10시 지기재 상주시 모서면
산행 끝남 시간 장소 20일 16시25분 큰재 상주시 공성면
날씨 맑음 날씨 온화하고 눈 없음
주요 코스 별 시간
10:00 지기재260m 도로 안내판--1.9㎞/40분--10:40 개머리재290m 포장도로 포도밭--4.2㎞/90분--12:10 백학산615m 표석--(12:15 식사 시작 -12:45 식사 후 출발)--2.7㎞/80분--13:30 윗왕실재390m 동물이동통로--3.2㎞/70분--14:40 개터재350m 도로--1.4㎞/35분--15:15 회룡재260m
--3.5㎞/70분--16:25 큰재370m 도로 폐교 없어지고 펜션 민가도 없어짐
참가 인원 17명
참가자 명단
강창모 장선수 정철교 노병복 김형구 최계순 김수환 진하준 홍근우
이재규 김기남 이선화 임준범 반영숙 박수미 박진우 김철우
부산 도착 시각 13일 22시20분 롯데호텔 앞
교통편 35인승 관광버스
회비 35,000원
관련지도 1:50000 관기 상주
세부 산행 코스
10:00 산행 시작--10:15 주능선--10:40 개머리재 포장도로 포도밭--10
:55 임도 고개 우측 논밭--11:44 임도 비포장 곧 왼편 산길--12:10 백학산615m 표석 윗왕실재2.5km1시간--12:15 식사--12:45 식사 후 출발--
13:30 윗왕실재 동물이동통로 밑은 비포장도로--14:40 개터재 큰재5.2㎞
2시간 백학산6.3km3시간--15:10 고개 서낭당(돌탑)--15:15 회룡재 이정표 작은 임도--15:40 옛고개 우측 축사 비닐온상--15:50 도로 회룡목장 입구--15:55도로서 산길 큰재1.5km40분--16:25 큰재 펜션 폐교와 민가 없어짐
식사 목욕 김천
산행 대장 장선수 010-8568-6276
석봉산악회 051-895-0732
찬조
사탕 이선화 곳감 노병복
산행 이모저모
다시 찾은 지기재. 일주일전이나 지금이나 이 고개는 그대로다. 그러나 시간의 냇물은 같을 수가 없다. 동면했던 곰이 굴을 나와 기지개를 하는 것 같이 햇볕은 듬뿍 받은 지기재가 기지개를 한다. 춥고 음산하던 겨울 문 빗장이 따뜻한 기운에 풀렸는지 고개가 한결 아늑하고 부드럽다.
10시 산행을 시작한다. 눈은 다 녹았고 길바닥 얼음도 걸음을 방해할 정도가 아니다. 갈림길이나 방향을 바꾸는 곳에는 하얀 바탕에 까만 글로 쓴 백두대간 푯말이 길을 알려준다. 상주시청에서 만든 백두대간 푯말이 다른 길로 들어감을 절대 허용 않을 기세로 서 있다. 상주시청에 고맙다고 혼잣말을 한다.
길 좋겠다. 알림표가 확실하겠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 그런 탓인지 우리는 토끼처럼 신나게 걷고 사슴처럼 빨라진다. 오늘 제일 높은 봉우리가 615m이니까 산줄기는 그보다 낮아 얼마 올라가지 않아 봉우리고 내림길도 급하게 떨어지지 않는다.
언덕 같은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우리는 바람같이 달린다. 촘촘한 그물에 걸리지 않는 부드럽고 유연한 바람몰이를 한다. 소나무를 헤집고 온 진짜 바람이 우리들 바람몰이에 그만 주눅이 든다. 스스로 걸음걸이에 놀라면서도 자신감이 더욱 박차를 가한다.지난 16일(수요일) 부산 금정산을 등산 했는데 그 땐 눈과 얼음 때문에 아이젠까지 했다. 백두대간의 등산속도가 금정산 등산 때 보다 훨씬 빠르다. 참 알고도 모를 대간 등산이다.
개머리재 개터재에서는 사람과 개의 인연이 자꾸만 생각난다. 사람에게 가장 충실한 동물이라 가장 사랑을 많이 받는 개. 그 개가 허기를 달래고 영양을 공급해 줘 없어서는 안 될 가축이다. 개머리와 개터라는 이름에서 사랑받는 개 보다는 영양을 공급하는 개 냄새가 진하다.
대간이 높은 산 기피증에 걸려 자꾸만 동네 앞 뒷 낮은 산줄기만 골라서 동으로, 남으로 뻗어간다. 지기재에서 큰재까지 이름 있는 고개와 이름 없는 고개가 열서너개다.
대간이 포도밭이라 종주길은 아래편 기슭을 가로지른다. 목장이 대간을 차지하는 바람에 도로로 내려갔다가 목장이 끝나는 곳에서 다시 산줄기로 올라가는 종주길. 대간 밭 사람 목장 과수원이 함께 몸 비비며 산다.
정리 잘한 포도밭은 전위조각품 전시장이고 비닐 온상은 하얀 빛을 발해 눈이 부시다. 옛날 행인들이 넘나들며 던져 놓은 돌무덤은 지금 이끼가 덮었고 겨우 흔적을 남길 뿐이다. 오래된 유행가는 구슬퍼지만 추억이 감실거리는데 옛길은 쓸쓸하고 허허해 가슴이 짠하다.
엄숙하고 거창함의 대명사인 백두대간도 이번 코스와 지난번 코스(화룡재-지기재)는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첩첩 산골에 넌더리 나 사람 사는 곳으로 찾아간 대간임을 실감한다. 회룡재에서 큰재까지 3.5km는 힘이 많이 빠진 마지막구간이라 아무래도 고생이 클 것이라 여겼는데 그렇지 않았다. . 오늘은 처음이나 마지막이나 거침없는 속도다. 회룡재에 지나가는데 선두는 이미 최종목적지인 큰재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큰재다. 이렇게 산천이 바뀔 수 있을까. 폐교는 말 할 것도 없고 그 자리조차 찾을 길 없다. 펜션단지인지 청소년 캠프장인지 알 수 없지만 날아갈듯 멋진 집들과 아름드리 기둥이 기막힌 곡선을 그리는 정자가 여기저기에 들이 들어섰다.
이곳에 학교가 있었다는 교적비(옥성초등학교 인성분교)가 도로 가장자리에 흙먼지를 덮어쓰고 기가 죽은 채 웅크리고 있다. 도로 건너편 할머니 한분이 사시던 그 집도 집터만 남긴 채 온데간데없다. 지난주나 이번 주나 변한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 시간이 시간을 만나 한바탕 나이테를 만들면 그곳은 몰라보게 바뀐다.
하기야 물은 흐름이 보이니까 변하는 것도 볼 수 있고 바람은 발자국 소리라도 내 어디로 가는가를 알린다. 하지만 시간은 숨도 쉬지 않고 발걸음 소리가 나지 않은데도 모든 것을 바꾸어 놓는다. 시간은 변화의 마술사다.
어느 수필가는 큰재 옆에 있었던 집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다. “세상에, 아직도 남아있다니. 아스팔트로 포장된 고갯길, 차가 다니는 도로가에 이런 집이 살아 있었다니. 낮은 토담집, 열려진 삽짝, 열려진 정지문 앞에 선 나는 주저 없이 정지바닥에 발을 들여놓았다. 흙 부뚜막에 걸려 있는 낡은 무쇠솥 하나가 합죽이 웃으며 반겨주는 눈짓에 방문까지 열었다. 먼 내 할머니 집을 찾아 온 듯 그렇게.“(‘산 너머에 내가 있네’장문자 수필집).
큰재는 시간의 늪에 빠져 이렇게 바뀌었는가. 앞으로 또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소박한 인정과 숨결이 자꾸만 멀어져가는 고개의 변화. 시간이여. 문명이여.
산행 계획은 16.9km를 8시간30분 동안 걷는다고 했는데 6시간25분에 끝내 2시간5분을 단축했다. 참 길도 길 나름이고 대간도 대간 나름이다.
교적비만 외롭게 도로 가장자리에 웅크린채 옛날을 회상한다.
폐교된 학교는 자취도 없어지고 이렇게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