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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지에 사는 자식이 고향의 부모에게 올리는 각종 편지글에 곧잘 자신을 “불초 소생(不肖小生)”이라고 표현하곤 하는데 그 의미는 무엇일까?
불초는 한자로 ‘아닐 불(不)’, ‘닮을 초(肖)’ 즉, ‘(부모를) 닮지 않음’을 뜻하며, 자신을 낮추는 의미인 ‘소생(小生)’과 함께 쓰면 ‘부모를 닮지 않은 자식’이라는 의미가 된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부모의 덕망이나 유업을 이어받지 못하거나 또는 그렇게 못나고 어리석은 사람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몸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지만 영원히 유지할 수는 없어서 죽으면 썩어 없어지고 만다. 그래서 유가에서는 그 대안으로 자신의 피를 받은 닮은 자식(그것도 아들)을 많이 두어서 자신이 죽은 이후에도 그 자식이 자신의 생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식의 삶이 곧 자신의 삶인 것처럼 생각하고 영생의 위안을 삼아 죽음의 두려움을 던다고 한다.
곧 자식은 유한한 자신의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여겼기 때문에 자신을 닮지 않는 자식은 별 의미가 없었으며 이는 곧 불효를 의미했다.
맹자(孟子) “만장(萬章)”편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요(堯) 임금의 아들 단주(丹朱)는 아버지를 닮지 않아 부족했고, 순(舜) 임금의 아들 역시 순 임금을 닮지 않아 부족했다. 순이 요 임금을 돕고 우(禹)가 순 임금을 도운 것이 오래되었고 백성들에게 시혜를 베푼 것 역시 오래되었다.” 요 임금은 아들 단주가 불초(不肖)해서 천하를 이어받기에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제위를 순에게 넘겨주기로 했다. 순에게 제위를 넘겨주는 것은 아들 단주에게는 해(害)가 되는 일이나 천하의 모든 사람들에게는 득(得)이 되며, 반대로 단주에게 제위를 넘겨주면 단주에게는 득(得)이 되지만 천하의 모든 사람들에게는 해가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 이다.
그 후에 요임금이 돌아가셨으나 순은 바로 즉위하지 않고 제위를 단주에게 양보하고 자신은 남하(南河)의 남쪽으로 피했다. 그러나 제후들은 천자를 알현하는 조근(朝覲) 때마다 단주에게로 가지 않고 멀리 피신한 순에게로 찾아 갔으며, 송덕을 구가하는 자들도 단주가 아닌 순의 공덕을 구하였다. 그러자 순은 “하늘의 뜻”이라며 도성으로 가서 천자의 자리에 올랐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