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정 수일
몇년전 공지영의수필을 읽으며 몇권의 책을 봐야지 싶어서 책갈피에
메모를 해놨었는데.. 올해 그책을 다시읽으며 생각이 나서 인터넷을
뒤져서 우보천리.. 소걸음으로 천리를가다를 손에 넣었다.
옥중서신이라는 타이틀이 먼저 눈길을 잡아끌었을것이고..
또 그의 심상치않은 이력이 호기심을 자극했었다..
근데 이건 누군가의 권유가 아닌 내스스로 궁금증에 못이겨 찾아낸
진흙속의 진주라고나 할까..
읽는내내 내 스스로가 대견하고 기특해서 입가에 웃음을 문신처럼
물수밖에 없었다면 좀 지나친 표현일런지..
읽으면서보니 어렴풋하게 그시절 매스컴에서 대면했던 기억이 되살
아나기도 했다. 그당시에는 우째 이런일이.. 하며 의아해하기만했었는데
일제강점기때 강압과수탈을 피해 연변으로 피난간 부모님밑에서 태어나
조선족으로 중국땅에서 성장하며 전국시험을 거쳐 선발돼 북경대학에 들어가
동방학부를 졸업하고 중국국비장학생1호로 카이로대학 인문학부를 수학하고
중국외교부와 모로코 주재 대사관에서 근무한 장래가 평탄하게 약속된 재원이었
는데..
그의 가슴속 깊은곳에있는 조국과 민족 겨레를 향한 뜨거움에 모든걸 훌훌털어
버리고 환국하여 평양대학에서 교수로지내다가 튀니지 및 말레이대학교수로
재임하기도한다. 그러다 필리핀에서 신분세탁을 한뒤 한국으로 들어와 단국대
대학원과 박사과정을 마치고 동대학 교수로있던중 국가보안법위반으로 5년간
복역하게 되는데 그기간동안 아내에게 쓴 편지글이 우보천리..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이다..
파란만장한 소설같은 삶속에서 오로지 그의 가장깊은곳 중심에 있는것은
겨레사랑과 세계속의한민족의 자긍심을 위해 지금껏 연구되지않은
씰크로드의 귀착점이 중국이 아닌 한반도임을 증명해내는것.. 은둔국가 한국이
아니라 신라시대부터 세계와 교역했던 역사를 일일이 찾아내어 학문적으로
정립하는게 그의 목표요 삶의 의미였다..
이러한 목표속에 그에게 이념은 크게 중요하지않았으리라.. 그저 학문으로의
깊은열정만이 역경속에서도 지탱하는 힘이되고 원동력이되었을테니까..
그의 이런 학문으로의열정은 평범한 우리가 생각하는것 이상이었다.
때로는 필요에의해서 때로는 어쩔수없이 배우고익힌 언어가 아시아권 7개국어와
서양 아랍권5개국어를 포함에 12개국어가 된단다.
보안법위반으로 복역하는중에도 그시간을 잃어버린시간이 아닌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 내놓을책의 초고를 메모하는 중요한 시간으로 삼았으니까..
또 규정된 매수에 준하여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는 자신의 학문세계를 정립하고
앞으로 무엇을할지 스스로를 세우는 발판으로 활용했음에 문득 다산 정약용을 떠올릴
수있었다. 본인도 누차 유배지에서 꽃피운 학문의역사를 실감하며 수인의 몸이지만
1분을 2분삼아 메모작업에 충실하고 기어이 출간을 하게 했으니까..
어쩌면 신분에대한 놓임이 이렇듯 더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놓고 학문에
열중하게 하지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금의환향이 아닌 수의환향으로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하게되고 그렇게도 원하던
문명교류학 연구자로서 곧은 신념으로 후학양성과 연구에 매진하고 있으니
소처럼 우직하게 한길만 고집한 그의 걸음이 천리를 가고도 남음이 있으리라.
읽는 내내 내 마음속한구석에선 이런 대쪽같은 학자를 서면으로나마 대할수
있음이 얼마나 기쁘고 대견한지.. 내가 알지 못하던 새로운 분야로 한걸음 내딛은
듯한 느낌이 마지막 장을 덮을때까지 은은한 감정으로 향기를 뿜어냈으니..
학문의 학자만 건드려도 감응하는 체질이라는 천상 학자로서의 기질이 어느정도
이해가되고 느껴지기도 했다.
어쩌면 내가 한쪽면만 보고 판단하는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언듯들었지만
그건 주관적으로 다스려야할 나의 몫이라 생각하고
오랫만에 눈이 뻐근해지도록 읽어내린 책두께만큼 마음도 두터워졌으리라 위안을
삼아본다.
덕분에 쌓이는 눈의두께가 만만치 않음에도 관대해질수 겨울의 어느밤이다..
첫댓글
지름길이 아닌 멀고 먼 길을 돌고 돌아
우직한 소걸음으로 천리를 걷는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인생이
급변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는 감동과 교훈이
결코 작다 할 수 없습니다.
감옥에 갇힌 상황에서 절망하지 않고
학문의 양심으로 옥중서신을 집필한 그를 보며
정약용, 정약전 형제는 물론이요
오직믿음으로 우직한 소와같이 한걸음한걸음 천리를 걷던
사도바울이 생각납니다.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
ㅋㅋ 그래서 이책을 보는중에 정약용의 유배지에서보낸 편지를 주문해놨지요..
읽는내내 두분이 닮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서..깐깐하구 대쪽같은 성품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