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제작된 ‘우나기’(うなぎ)는 뱀장어를 뜻하는 일본어이다. 75세의 노장감독 이마무라 쇼헤이(今村昌平)에게 1983년의 《나라야마 부시코 楢山節考》 이후 두 번째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안겨주었다. 아내를 살해한 남자가 형무소에서 출감한 후 우연히 한 여자를 만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야쿠쇼 고지(役所廣司), 시미즈 미사(淸水美砂), 에모토 아키라(柄本明) 등이 출연하였다. 《하나비 Hana-bi》(1997), 《가케무샤 影武者》(1980) 에 이어 한국에서 3번째로 소개된 일본영화로 전작들의 부진을 딛고 흥행에 성공을 거두었다.
줄거리를 요약해 보자면 평범한 회사원 야마시타(야쿠쇼 고지)는 밤낚시를 하던 중 아내의 불륜을 고발하는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집으로 돌아온 야마시타는 불륜현장을 목격하고 아내를 살해한다. 그는 8년의 긴 복역 후 가석방의 기회를 얻는다. 감옥을 나오는 그의 손에는 뱀장어 한 마리가 들려 있다. 변두리의 작은 마을에 이발소를 연 야마시타는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을 닫고 뱀장어 기르는 일에만 열중한다.
어느 날 그는 근처 연못가에서 약을 먹고 쓰러진 한 여자를 구해낸다. 게이코(시미즈 미사)라는 이름의 그녀는 이발소에서 일하면서 야마시타와 조금씩 가까워진다. 그러나 게이코에게는 고리대금업자인 애인 토지마와 정신이상을 앓는 어머니가 있었다. 토지마가 어머니의 돈을 노린다는 사실을 안 게이코가 돈을 빼돌리자 그는 불량배들을 이끌고 이발소를 찾아온다. 엉겁결에 싸움에 말려든 야마시타는 상대편에 상처를 입히게 되고, 그 와중에 게이코의 임신 사실이 밝혀진다. 야마시타는 아이의 아버지가 돼주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다시 감옥으로 들어간다.
이마무라 쇼헤이 라는 일본감독은 영화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꽤 알고 있는 감독이던데 문외한인 나는 처음 들어보는 감독인지라 궁금했다.
이마무라 쇼헤이는 오시마 나기사[大島渚]와 함께 일본 누벨바그의 주역으로 왕성한 활동을 벌인 일본의 영화감독이다. 1926년 9월 15일 도쿄[東京]에서 태어나 1951년 와세다대학교[早稻田大學校] 서양사학과를 졸업한 뒤 쇼치쿠[松竹] 영화사에 입사, 오즈 야스지로[小津安次郞] 등 여러 감독의 연출부로 활동하였다. 이후 1954년 닛카쓰[日活] 영화사로 옮긴 그는 1958년 《도둑맞은 욕정(盜まれた欲情)》으로 데뷔하였다.
1961년작 《돼지와 군함(豚と軍艦)》은 요코스카[橫須賀]의 미군기지에서 기생충같이 살아가는 건달의 생태를 신랄한 희극적 터치로 묘사한 작품이고, 1963년작 《일본곤충기(にっぽん昆蟲記)》는 콜걸 조직의 한 여성의 삶을 다룬 작품으로 제목에 나타나 있듯이 곤충을 관찰하는 잔혹함과 철저한 리얼리즘의 시선이 느껴진다.
1970년대에 들어오면서 《일본 전후사, 퇴물마담의 생활(にっぽん戰後史, マダムおんぼろの生活)》 등 다큐멘터리에 전념하게 되는데, 철저한 취재와 대상에 접근하는 자세로 관객들을 압도한다는 평을 받았다. 1975년에는 요코하마 방송영화 전문학교(지금의 일본영화학교)를 설립하여 후진양성에도 힘썼다.
1983년 《나라야마 부시코[楢山節考]》와 1997년 《우나기(うなぎ)》로 칸영화제 그랑프리(황금종려상)를 두 차례 수상하였다.
주요작품에 《인간증발(人間蒸發)》(1967), 《신들의 깊은 욕망(神がみの深き欲望)》(1968), 《복수는 나에게 있다(復讐するは我にあり)》(1979), 《검은비(黑い雨)》(1989), 《간장선생(カンゾ-先生)》(1998) 등이 있으며, 《가라유키상(からゆきさん)》(1973), 《무호마츠 고향에 돌아오다(無法松故鄕に歸る)》(1973) 등 텔레비전 작품도 있다.
영화를 보면서 줄곧 느꼈던 것은 내가 일본 영화를 유독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거부감과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스토리 진행도 비교적 빨랐고 영상도 눈에 익은 것이 (^^;;) 편안했다.
야마시타가 우나기에 집착하는 것이 어찌보면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나도 사람에게 크게 상처를 받았던 적이 있었는데..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써 풀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때는.. 정말 사람이 싫었었다. 그래서 지금도 키우고 있지만 열대어를 보면서 넋두리를 늘어놓던 것이 생각났다. 야마시타가 했던 말처럼 내가 하는 말을 가타부타 하지 않고 말없이 들어주기 때문에 사람에게 상처를 받았던 사람들은 애완동물에게 기대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
결국은 아내와 닮은 게이코에게 책임감을 느껴서 다시 시작하려고 하는 야마시타를 보면서 나도 그렇게 할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작품을 찾으면서 이마무라 쇼헤이의 작품을 더 찾게 되었다. <나라야마 부시코> 나
<간장 선생> 등을 기회가 되면 꼭 한번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