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술 취한 사람을 보고 '곤드레 만드레'라고 하잖아, 이 밥이 그 ‘곤드레’ 밥이란다. 나물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꼭 술 취한 사람 같아서 ‘곤드레’라고 한데" 천주교 휴천동 성당 부근의 토담집에 들어가 식탁 앞에 자리를 잡으니 이제 막 식사를 시작하는 듯한 뒷 쪽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곤드레밥 세 개요?" 아르바이트인 듯한 젊은 총각이 쟁반에 물병과 물컵을 내려 놓으며 우리 일행을 보고 묻는다. 점심시간에 토담집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곤드레밥을 먹으러 온다. 다른 메뉴는 없으므로~
곤드레밥에 딸려 나오는 반찬이 족히 20가지는 된다. 반찬 두 가지씩이 정갈하게 놓인 직사각 접시 8개와 양념장, 손님 숫자에 맞춘 작은 조기가 나오고 작은 뚝배기에 된장찌개가 나오면 그 다음으로 오늘의 메인 메뉴격인 ‘곤드레밥’이 회색빛이 도는 큰 대접에 담겨 나온다.
우선 숟갈로 양념간장을 조금 떠서 곤드레밥에 비며 먹으니 산나물 향이 입안 가득 연하게 퍼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물이 질기지 않으면서 적당히 씹히는 맛이 좋다. 양념 간장에 비벼 먹어도 좋고 된장찌개를 한 숟갈 넣고 비벼 먹어도 좋다. 그리고 많은 반찬 사이에 밤초와 대추초도 나오니 후식으로 먹으면 ‘황후의 밥상’이 안 부러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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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곤드레 나물밥 상차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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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곤드레 나물은 정선과 강원도 쪽에서도 많이 먹고 제 친정이 제천인데 제천, 영월에서도 자주 해먹는 음식이예요. 칼로리도 적고 단백질, 칼슘, 비타민A가 많이 들어 있어 성인병에도 좋은 그야말로 웰빙 음식이예요."
이곳 황토집 음식점 ‘토담’의 주인 황선미씨(48)의 곤드레 밥에 대한 설명이다. 황 씨는 외사촌 오빠인 김주호씨(50)와 함께 '토담'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 '99년 그녀는 오빠와 함께 이 토담집을 지었다고 한다.
"흙은 제천에서 실어 오고 설계에서부터 집짓기까지 오빠하고 저하고 다했어요. 처음엔 흙집에 초가지붕이였어요. 그런데 관리가 어려워 작년에 지금 지붕으로 고쳤어요."
토담은 들어가는 입구부터 정감이 넘친다. 넓지 않는 마당에 키 작은 나무와 꽃과 돌들이 토담집과 너무나 잘 어우러진다. 황 씨는 곤드레밥을 하고부터 매상이 30~40% 올랐다며 환하게 웃는다. ‘곤드레’는 제철인 5월 중순쯤 채취한 것을 삶아 냉동보관 했다가 사용한다.
‘곤드레’의 정식 명칭은 ‘고려 엉컹퀴’라고 하며 먼저 온 어느 손님이 말했듯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술 취한 사람 같다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가난했던 지난 시절 부족한 끼니를 푸짐하게 하기 위해 곡식과 함께 밥과 죽에 넣어 먹었던 식물이 또한 이 곤드레 나물이었지만 먹거리가 넘쳐나는 지금은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웰빙음식으로 거듭난 것이니 곤드레나물의 변신은 그야말로 무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