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앙동본당 아브라함회 회원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새해에 적극적으로 활동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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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앙동성당 1층 만남의 방에서는 나이 지긋한 백발의 남성 신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3~4개월 전만 해도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지난해 10월 만들어진 '아브라함회' 덕분에 요즘 중앙동본당(주임 오세만 신부) 어르신 신자들이 성당 다니는 재미를 부쩍 느끼고 있다. 아브라함회는 2009년 부임한 오세만 신부가 본당 시니어아카데미에 출석하는 어르신 100여 명 중 남성이 10여 명에 불과한 것을 보고 남성 어르신들이 모여 친교를 다지고 봉사활동도 하며 즐겁게 노후를 보내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70살 이상 남성 신자들 모임. 모집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어르신 30여 명이 모였고, '신앙의 선조' 아브라함 이름을 따서 단체이름을 정한 뒤 어르신들이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찾았다. 환자 방문, 선교, 연도, 동네 청소…. 찾아보니 어르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꽤 많았다. 봉사도 봉사지만 무엇보다 어르신들을 기쁘게 한 일은 성당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생긴 것이었다. 정해월(다윗, 75)씨는 "중앙동성당만 30년을 다녔지만 낯이 익어도 말 한 번 못 건네본 교우가 적지 않았다"면서 "아브라함회를 통해 서먹하던 교우와 친구가 돼 무척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은 주일이면 성당에 일찍 도착해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미사 후에는 함께 식사를 하며 우의를 다진다. 주중에는 3~4명이 함께 조를 이뤄 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교우를 방문해 위로한다. 나이 일흔이면 집안에서 큰 어른으로 대우 받지만 아브라함회에서는 막내다. 유경준(마르시아노, 70)씨는 식사 시간이면 '형님'들 물을 챙기고 다 드신 그릇을 정리하는 등 궂은일을 도맡아하며 막내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다. 아브라함회 큰 형님은 올해 91살이 된 김석기(요셉)ㆍ전문수(밀라노)씨다. 회원들은 "3ㆍ1운동이 일어났던 해에 태어나신 분들"이라며 껄껄 웃었다. 아브라함회는 매달 마지막 주 교중미사 후 회합을 갖고 다음달 활동 계획을 짠다. 이한수(마리오, 78) 회장은 "아브라함회가 만들어지고 나서 본당 어르신들이 기쁨을 찾았다"면서 "가정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은 남성 어르신들을 위한 모임을 다른 본당도 많이 만들면 좋겠다"고 희망을 밝혔다.
평화신문 2010.0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