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동시문학 2009 여름호 /이 계절의 동시평 (권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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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0 - 121 일부
푸르고 경쾌한 생명감
동시는 가벼움과 재미에서 시작한다. '낯설기'나 '신선함' 등의 테크닉은 그 뒤다.
세상을 처음 경험하는 독자들에게 있어 낯설지 않고 신선하지 않은 게 어디 있는가.
그 말들은 어린이를 향한 말이 아니라 어른 독자나 어린이 시를 쓰는 어른을 향한
말이다.
가벼움과 재미는 문학에 있어 가장 소중한 덕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문
학이 지나치게 비정상적(의미 중시 풍조)으로 치달아가는 동안에 그만 그 덕목을
소홀히 취급했다.
새싹이/ 쏙쏙쏙 나와야/ 새싹 먹는 벌레도/ 볼볼볼 나오지.// 벌레가 /볼볼볼 나와야/
벌레 먹는 개구리도 / 폴짝폴짝 나오지.// 개구리가/폴짝폴짝 나와야/개구리 먹는 뱀도/
슬슬슬 나오지.// 봄마다/ 제 차례에 맞춰/ 쏙쏙쏙/볼볼볼/폴짝폴짝/슬슬슬/ 알아서
나오지.
-박소명 '나와야 나오지' 전문 <시와 동화 2009 봄호>
중략
위 세 편은 퍽 재미나다. 재미라는 말 속에는 가볍다, 경쾌하다, 밝다, 귀엽다, 즐겁다,
웃음이 나온다, 투명하다, 발랄하다, 운동감이 있다, 등이 숨어 있다. 이 시들은 단지
그런 정도에 그치고 마는 게 아니다. 괜히 따라 흉내내 보고 싶고, 킥킥거리며 웃어보고
싶고, 나도 그들의 뒤를 쫓아다녀 보고 싶게 한다. 가만히 시를 음미하게 하는 게 아니
라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렇게 해 보기를 유혹한다.
박소명의 '나와야 나오지'는 연상 작용을 불러 일으키는 일종의 의태어로 된 말잇기다.
쏙쏙쏙(새싹) -->볼볼볼(벌레-->폴짝폴짝(개구리)-->슬슬슬(뱀)의 의태어의 체인은
이들이 이 세상에 나오는 순서를 말한다. 또한 사물이 세상에 태어나는 데는 그냥 태어
나는 것이 아니라 다 그 인과의 연유가 있음을 슬쩍 알게 해 주기도 한다. 그뿐 아니라
울림소리의 활용으로 시를 노래하듯 만들어 반복적으로 자꾸 읽어보게 하는 힘도 가지
고 있다. 박소명은 다른 시들에서도 적확한 시어 활용에 능통하다.
중략...
첫댓글 짝짝짝!..
가벼움과 재미에 대해 공감하면서 저도 짝짝짝 박수 보내드립니다. 동시가 참 좋습니다. 시간이 되면 울반 아그들에게도 가르쳐야겠습니다.
감사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