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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휴] 봄의환
S#1. 교도소 앞
짙은 구름이 잔뜩 드리워진 하늘에서 흩날리고 있는 진눈깨비. 살갗을 에는 바람에 어깨를 잔뜩 웅크린 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동진. 좀 떨어진 차 안에서는 동후가 덤덤한 표정으로 정면을 주시하고 있다. 끼이익~ 거리며 철문이 열리자, 안에서 나오는 철주. 재수 없다는 듯, 이 사이로 침을 칙! 뱉어내고는 건들거리면서 차 쪽으로 다가간다. 가타부타 말없이 차에 올라타는 철주, 창 밖에 서 있는 동진을 보고 어서 타라는 눈짓을 보낸다. 조수석에 올라타는 동진. 차가운 겨울바람을 가르고 달리는 자동차 위로, 올라가는 타이틀 .........귀 휴
S#2. 달리는 자동차 안
운전을 하고 있는 동후, 망연한 눈빛으로 창 밖을 바라보고 있는 동진, 착잡한 표정들이다. 하지만, 뒷자리의 철주는 불만이 그득한 표정인데, 철주의 한 쪽 팔에 채워져 있는 수갑, 문고리와 연결되어 있다. 철주 아, 씨 도망 안가니까 이거 좀 풀어보소. 동진, 슬며시 뒤를 돌아보다가 동후를 바라보는데, 들은 척도 안 하는 동후. 철주 안 그라믄 헐렁하게 해주든가, 움직일때마 쑤셔서 아파 뒤지겠네. 동진 조금만 더 가면 휴게실이니까 그때까지 좀 참아요. 철주 참을 수 있는지 한 번 차볼래요? 전혀 속내를 짐작할 수 없는 표정으로 그저 덤덤히 바라보기만 하는 동진. 철주 생각 할 수록 열뻗치네. 비행기 태아서 국빈대접 해줘도 모자라는 판에지금 당신들 나한테 너무 하는 거 아이요?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갑자기 차를 세우는 동후, 그 바람에 앞으로 쏠리는 철주, 수갑 찬 팔이 더 쑤신다. 철주 씨바, 차를 그렇게 갑자기 세우면 우짜노? 팔모가지 떨어져 나가겠다. 동후 경고 하겠는데, 서울 갈 때 까지 입 다물고 있어. 갑자기 서늘해지는 동후의 표정에 순간 당황하는 철주, 동진의 눈치를 슬쩍 보는데 동진은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처럼 창 밖만 바라보고 있다. 동후 뭐? 국빈대접? 지랄을 떨어요. 한 대 쥐어박을 듯이 철주를 노려보고는 다시 운전을 하는 동후. 머쓱해진 철주, 창 밖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철주 참말로 내가 지금 내 좋아서 이 지랄을 하고 있는 줄 아나? 내가 와 당신들한테 이런 대접을 받아야 되는데? 아 아픈게 내 탓이가? 내가 휴가 내돌라고 빌기라도 했단 말이가? 동후 (버럭!) 조용히 안 할 거야? 훔칠 놀라는 철주, 뭔 말도 못하고 궁시렁 대기만 한다. 동후 복귀하는 그 날까지 당신의 모든 행동반경은 나의 레이다에 포착 될꺼니까 행여 딴 생각 했다간 알아서 해. 살벌하다. 일부러 더 그러는 것 같다. 철주 갸는 알고 있는교? 동후 (모르는 척) 뭘? 대답대신 동진을 바라보는 철주, 순간 굳어지는 동진의 표정을 놓치지 않는 동후. 동후 경고 하겠는데, 소담이 한테 행여 이상한 소리 했단 봐. 당신은 그저 걔한테... 마땅히 떠오르는 말이 없는지 끝까지 말을 잇지 못하는 동후. 철주, 입술을 비틀면서 냉소적으로 피씩 웃고는 창 밖을 바라보는데, 동후 당신은 그저 착한 아저씨면 돼. 알았어? 잠시 흔들리는 철주의 눈빛. 그러다가 이내 눈을 감아 버린다. 덤덤한 표정으로 창 밖만 바라보고 있는 동진을 안타까운 듯 바라보는 동후.
S#3. 병원 외경
곳곳에 장식되어진 꼬마전구들과, 트리에서 반짝이는 불빛들. 다가온 성탄절과 연말로 인해 들뜬 풍경들이다. S# 4. 입원실. 1인용 병실. 김을 내뿜고 있는 가습기 옆에 놓여진 사진. 강아지를 안고 있는 소담과 동진의 다정한 모습이다. 창가에 놓여진 침대에 누워서 책을 읽고 있는 소담. 옆에서 십자수를 하고 있는 임산부인 동후처, 소담이 잔기침을 하자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소담 작은 엄마, 지금 나 쳐다보는 게, 어떤 줄 알어? 꼭 다 죽어가는 사람 쳐다보는 것 같애. 나 중병 환자 아냐. 감기 환자야. 동후처 감기가 만병의 근원이야. 책 그만 읽고 자. 소담 (일어나 앉으면서) 내 생각에는 만병의 근원은 외로움인 것 같애. 아, 진짜 심심하고 외롭다. 나 이러다가 심심해서 죽는 거 아냐? 동후처 내가 너 작은 엄마라서 참는다. 그냥 내 딸같으면 한대 쥐어 박았어. 어디서 죽는다는 소릴 함부로 하고 있어. 소담 근데, 내 병 말이야. 윌슨이라는 사람이 처음 발견해서 윌슨병일까? 알아본다고 하면서 맨날 까먹어. 간염은 간염인데 윌슨병에 의한 간염. 이렇게 복잡한 병을 어떻게 알아냈을까? 동후처 제발 부탁인데 어려운 거 나한테 묻지마. 소담 아빠한테 여기 컴퓨터 갖다 달라고 하면 혼나겠지? 동후처 내가 혼낼 거야. 그때 들어서는 동진, 동후. 소담 아빠... 쭈빗거리면서 들어서는 철주를 보고 누군가 싶어 동진을 바라보는 소담. 고개를 돌려버리는 철주. 동진과 동후, 어떻게 해야 하나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데. 동후 (좀 오바해서) 소담아. 인사해, 이분이 아빠 친군데. 어쩌면 너랑 간이 맞을지도 몰라. 좀 더 검사를 해봐야겠지만, 이번엔, 잘 될 것 같애. 소담 (회색이 만연해서) 진짜? 환하게 웃으면서 어른들을 바라보는 소담. 그런데, 영 어색하다. 소담 아저씨. 화들짝 놀란 철주, 소담을 바라보지만,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한다. 소담 반가워요. (손을 내밀면서) 전 민소담입니다. 생명의 은인이 될지도 모르는 아저씨, 앞으로 잘 부탁 드릴께요. 소담이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내밀자, 당황하는 철주, 동진의 눈치를 살피는데, 소담이 덥썩 악수를 해버린다. 소담 우리 아빠 죽는 소리 하면서 막 졸랐죠? 우리 딸 너 아니면 죽을지도 모른다, 간 안주면 넌 평생 우리 딸 혼령한테 시달릴꺼다..맞죠? 대답 못하고 우물쭈물 거리는 철주. 소담 그런데, 막상 와서 보니까 다 죽어가야 할 환자가 너무 멀쩡해서 실망한 건 아니죠? 너무나 밝고 씩씩한 소담의 모습에 당황하는 철주, 어떻게 할 바를 모르는데, 갑자기 소담이 기침을 하자, 놀라는 동진. 동진 (이마를 짚어보면서) 열 있다. 병원에 왔음 가만히 누워 안정을 취해야지, 무슨수험생도 아니고, 책 읽으려고 입원한거야? 은근히 짜증을 내는 동진을 의아하게 바라보는 소담. 소담 아빤, 수험생이 무슨 소설책을 읽는다고 그래, 가래도 안 끓는데, 괜찮아. 동진 그래도, 넌 감기가 제일 위험하다는 거 몰라? 아무튼 내가 하루만 옆에 없어도 이렇게 표가 난다니까. 안 되겠다, 제수씨 얼음 얼려 놓은 거 있죠? (냉장고를 열어보면서) 이거 생수로 얼린 것 맞죠? 얼음 주머니를 만드느냐 허둥거리는 동진을 이해 한다는 듯 바라보는 동후 부부. 철주에게 가만히 속삭이는 소담. 소담 우리 아빠 옛날에도 저렇게 예민했어요? 동진이 쳐다보자 시치미를 떼면서 헤죽 웃어보이는 소담. S# 5. 화장실. 문 밖에서 감시를 하고 있는 동후 눈치를 보면서 소변을 보고 있는 철주, 궁시렁 거리면서 바지춤을 올리는데, 눈에 들어오는 장기 밀매 스티커. 돌아서는 철주, 다시 한 번 스티커를 뚫어지라 쳐다본다. S# 6. 병원 마당. 벤치에 앉아 있는 동진과 철주, 서로 딴 곳을 바라보고 있다. 철주 몸이 천냥이면 간은 구백냥이라 안하요. 나도 뭐, 있는 놈 같으면사 좋은 일 하는 셈 치고 주고 싶재. 근데 내가 가진 거라고 해봤자 몸뚱아리 하고 달랑 거시기 두 쪽 뿐인데,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듣고만 있는 동진. 철주 각설하고 딱 다섯장만 주소. 아니다 너무 많나? 기마이다. 석 장. 선심 쓰듯이 말하는 철주를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동진. 철주 애 목숨 살리는데 삼천이면 거저다 거저. 와? 싫은교? 그라믄 나는 다부 부산 내려가고, 막말로 내도 출감해서 새 출발 해야 안되겠는교? 당신 딸래미처럼. 그라고, 이래야, 당신도 마음 편하재. 깔끔하니.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 동진, 그러다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진 좋소, 그렇게 거래 하죠. 철주 그렇지! 거래. 그렇게 이해하면 되겠네. 동진 (외면하면서) 아무튼 고맙소. 철주 (일어서면서) 거래하는 사이끼리 피차 뭐 그렇게 고마워 할껀 없고, 돈이나 준비해두소. 내일 검사 결과 봐서 바로 거래 트는 거요. 참, 이건 밀매가 아이고, 거...뭐시고 합당한 거래라는 거요. 반응이 없는 동진. 철주 그라고 보이, 며칠 있으면 크리스마스네. 그라믄 내가 갸 한테 산타클로스 할배가 되는기가? 혼자서 키득거리면서 웃는 철주. S# 7. 중국집 앞. <집 안 사정으로 인해 당분간 휴업합니다> 라고 쓰여진 종이를 떼어내고 안으로 들어서는 동진. S# 8. 중국집 안. 멍한 눈길로 실내를 둘러보는 동진. (비젼) 테이블 마다 꽉 찬 손님들 사이로 음식을 나르고 있는 현미. 행복하고 즐거운 표정이다. 주방 안에서 얼굴을 내밀고 음식을 건네주는 동진, 현미와 눈이 마주치자 환하게 웃어보인다. 현미, 동진에게 애교스럽게 윙크를 하고는 구석 자리에서 자장면을 먹고있는 어린 소담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옛 생각에 씁쓸해지는 동진, 테이블 위를 쓰다듬는데 먼지가 뽀얗게 묻어 나온다. 의자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청소를 하기 시작하는 동진, 현미(E) 여보, 이러다가 우리 금방 부자 되겠다. 우리 체인점도 내요, 그래서 돈 많이 벌어서 불쌍한 사람들도 도와주고, 아..생각만 해도 행복해. 소담(E) 아빠가 만들어 주는 짜장면이 세상에서 최고야, 그치? 엄마. 현미(E) 그럼, 그 유명한 소담 반점 일류 주방장 솜씬데. 애써 눈물을 참으면서 치열한 표정으로 걸레질을 하고 있는 동진. 꿈결처럼 아련하게 들려오는 그들의 웃음소리가 빈 식당 가득 울려 퍼지고 있다. S# 9. 은행. 현금 인출기 앞에서 돈을 찾고 있는 동진의 어깨 너머로 훔쳐보는 철주, 동진이 고개를 돌리자, 안 본 척, 딴청을 피운다. 무료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철주, 그러다가 뭔가를 봤는지 걸음을 옮기는데, 돈을 다 찾은 동진, 봉투를 들고 돌아서는데, 철주가 없자 당황한다. 좀 떨어진 곳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철주, 동진을 보고 잔을 들어 보이는데, 화가 나서 철주에게 다가가는 동진, 커피를 뺏어 쓰레기통에 처박는다. 어리둥절하면서도 기가 막히는 철주, 뻥진 표정으로 바라보는데, 동진 담배, 커피, 기름진 음식 절대 안 된다는 말, 의사한테 들은 지 30분도 안 됐소. 철주 누가 보면 의사 시다바린 줄 알겠다. S# 10. 커피숍. 우유를 앞에 두고 마주 앉아 있는 철주와 동진. 철주 (수표를 흔들어 보이면서) 이라믄 약속이 틀린다 아이가. 동진 의사 말 못들었소? 당신 지금 지방간이라 수술 못한다잖아. 철주 보름 치료 잘 받으면 수술 할 수 있다는 말을 못들었는갑네. 동진 그러니까, 나머지 돈은 거래가 완전히 성사 된 후에 주겠소. 철주 누 맘대로? 동진 (냉랭하게) 당신, 거래가 뭔지 잘 모르는가 본데, 물건이 오고가는 거. 그게 바로 거래요. 나 아직 당신 물건 못 받았소. 할 말이 없어진 철주, 쓴 입맛만 다시고 있다. 동진 이 돈은 계약금이요. 잔금은 가게 나가는 데로 줄테니까 안심해요. 철주 (일어서면서) 볼 일 다 봤으면 나 먼저 집에 가 볼라요. 동진 동후 온다고 했으니까 기다려요. 철주 (앉으면서) 허, 참. 누가 도망간다고 자꾸 이래샀는지 모르겠네. 받을 돈이 이천이나 있는데, 내가 미칬나? 동진 그라고, 계약금을 받은 이상, 당신 간 일부는 우리 소담이 꺼라는 거 명심해요. 단호해 보이는 동진을 당황스러운 듯 바라보는 철주 위로, 알람 소리. S# 11. 동진의 방 / 새벽. 요란하게 울리는 알람 소리. 5시를 가리키고 있다. 더듬거리면서 알람을 끄는 동진, 겨우 일어나 앉아 크게 기지개를 켜고는 침대 곁에 놓인 사진을 바라본다. 생전의 현미와 소담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다. S# 12. 소담의 방 /새벽. 불을 켜고 들어서는 동진. 벽에 바짝 붙어서 칼 잠을 자고 있는 철주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창문을 열어젖힌다. 혹 하니 들이닥치는 겨울 새벽 찬 바람에 이불을 뒤집어쓰는 철주. 동진 (이불을 젖히면서) 일어나요. 철주 (겨우 눈만 뜨고는) 아직 날도 안 밝았구먼, 지금 일나서 뭐하라꼬? 동진 규칙적으로 운동하라는 의사 말 벌써 잊었소? 철주 그놈의 의사, 의사, 지겨바 죽겠네. 아이구 추버라. 문이나 좀 닫아 보소. 철주, 다시 이불을 끌어당기려고 하자, 뺏어서 개어 버리는 동진. 철주, 그래도 일어날 생각을 안 하자 알람을 울려버린다. 요란한 음악 소리와 함께 일어나세요라는 시끄러운 멘트에 짜증이 극에 달은 철주, 벌떡 일어나 앉아 동진을 노려보는데, 동진 (어색하게) 메리 크리스마스. 콧방귀를 끼는 철주. 동진 (운동복을 던져 주면서) 갈아입고 나와요. 나가려다 말고 책상 위를 바라보는 동진. 강아지와 소담이 함께 찍은 사진이 부쳐져 있는 책상 위에 놓여진 깡통. 꽁초가 수북히 쌓여있다. 철주 그냥, 계약금 받은 기념으로다, 딱 한 갑 밖에 안 피웠다니까. 동진, 깡통 주위에 떨어진 담뱃재를 꼼꼼하게 닦아내다가 서랍을 뒤져 테이프를 꺼낸다. 찍~ 소리를 내면서 뜯어지는 테이프. 괜시리 무안해진 철주, 주섬 거리면서 운동복을 펼쳐보다가, 철주 이렇게 촌빨 날리는 거를 나보고 입으란 말인교? 들은 척도 하지 않고 테이프로 먼지를 털어내고만 있는 동진. S# 13. 약수터 / 새벽. 물통을 든 동진의 뒤를 따라가고 있는 철주,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이다. 약수터 앞에 길게 늘어선 물통 뒤에 통을 내려놓고는 가볍게 몸을 푸는 동진, 잔뜩 몸을 웅크리고 있는 철주, 동진과 눈이 마주치자 어색한 포즈로 체조를 한다. 그러다가 다시 몸을 부르르르 떨고마는 철주, 주위를 두리번거리는데, * * *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철주를 찾는 동진, 아무리 둘러봐도 철주의 모습은 보이지않고, 난감해진 동진, 핸드폰을 꺼낸다. S# 14. 철주의 몽타주. - 운동복 차림의 철주, 성탄 분위기가 한창인 시내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휘황찬란의 불빛들, 어깨를 부딪치며 지나가는 인파들, 어리둥절 반쯤 넋이 나간 듯한 철주, 사람들이 힐끔 쳐다보자, 그제야 정신이 든다는 듯, 자신의 모습을 훑어보고는 옷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 양복으로 쫙 빼입은 철주, 건들거리면서 옷가게에서 나오는데, 좀 떨어진 곳에서 전경이 서 있자, 기겁을 하고는 도망간다. - 빠찡꼬 앞에 앉아 있는 철주, 아쉬운 표정으로 기계를 발로 차고는 일어난다. - 여자들을 양 옆에 끼고 양주를 마시고 있는 철주, 아쉬울 게 없다는 듯 여자들 가슴 안으로 돈을 밀어 넣고는 호기롭게 웃어젖힌다. 술 취한 철주의 추태에 눈살을 찌푸리지만 마지못해 요염하게 웃어 보이는 여자들. 들이 닥치는 동후와 몇몇의 형사들, 기가 막힌 듯 철주를 바라보는데, 취기가 오를 데로 오른 철주, 동후가 들어 선 것도 모르고 술만 들이키고 있다. S# 15. 동진네 거실/ 밤. 술이 거나하게 취해 동후에게 끌려 들어오는 철주. 동후 (짐짝처럼 내팽개치면서) 인간되기는 예전에 글러 먹은 새끼야. 경멸의 눈빛으로 철주를 내려다보는 동진. 동후 24시간 동행 감시를 하든가 해야지, 원. (발로 툭툭 차면서) 야 새끼야, 들어가서 자. 철주 (겨우 몸을 일으키면서) 아, 씨. 누가 토낀댔나? 오늘 크리스마스 아이가? 안 그래도 딱 한 잔만 하고 들어올라 했다. 혀가 꼬여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지만, 그래도 할 말은 다 하는 철주. 철주 아..속 쓰리라..물 좀 주소. 동후 야, 새끼야. 갖다 처먹어. 누구한테 갖다 달래? 끙 하며 겨우 일어나는 철주, 그러다가 피씩 꼬구라진다. 이내 코를 곯는 철주의 옷을 벗기려는 동진, 동후 냅두고 그냥 들어 가서 자. 동진 (짜증) 집에 냄새 베이잖아. 이리와서 여기 좀 들어봐. 꼼짝도 안하는 철주, 술까지 취해 옷을 벗겨내기가 힘겹다. 동후 (걱정스러운 듯) 이렇게 술 처먹고 괜찮을까? 겨우 윗도리를 벗겨낸 동진, 생각할 수록 화가 나는지 철주의 얼굴 위로 집어 던져버린다. S# 16. 동진네 주방. 부스스한 몰골로 들어서는 철주. 밥을 먹고 있는 동진과 동후의 눈치를 보면서 식탁 앞에 앉는다. 철주 (아무렇지도 않게) 밥 주소. 동후 나 살다 살다 너처럼 뻔뻔한 인간 처음이다. 들은 척도 하지 않는 철주앞에 말없이 밥과 국을 갖다 주는 동진. 속이 쓰린지 그릇을 들고 훌훌 마시는 철주. 철주 이 뭐꼬? 간을 하다 말았나. 내는 이렇게 싱거우면 밥 못묵소. 소금 좀 주보소. 봉투를 내미는 동진. 철주 소금 달라이까니, 이건 또 뭐요? 동후 헬스 이용권이야. 오늘부터 나랑 운동하는 거야. 짠 음식 좀 그만 찾고. 철주 돌겠네. 새벽에 운동 다니면 됐재, 그라고 와 하필 당신하곤데? 수저를 탁 놓으면서 노려보는 동후. 철주 (수저를 들면서) 그래 내가 참는다. 우짜겠노, 삼천만원 그냥 버는 것도 아이고. 그나저나 이집 딸래미는 감기로 입원했다면서 오래 있네. 왼 손으로 수저질을 하는 철주를 바라보는 동후, 동진의 표정을 살피는데, 동후와 눈이 마주치자 얼른 외면하는 동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밥을 먹는다. 동후 너, 앞으로 한 번만 헛짓 했다간 복귀하기 전에 내 손에 죽는 줄 알어. 철주 진짜 와 자꾸 반말인데? 형사 뺏지 떼고 맞장 한 번 떠보까? 도리어 큰 소리 치는 철주, 하지만 노려보는 동후의 눈길은 교묘히 피한다. S# 17. 헬스 장 외경. 신나게 들려오는 댄스 음악. S# 18. 헬스장. 러닝 머신을 하고 있는 철주와 동후, 속도를 높여 뛰고 있는 동후와 달리 느릿 느릿 기다시피 하고 있는 철주, 간밤의 음주로 힘든 기색이 역력하다. 동후 6개월 남았다면서? 숨이 가빠 제대로 대답을 못하는 철주, 동후 앞으로 잘 살어. 소담이 생각해서라도. 갑자기 기계를 멈추는 철주, 잔뜩 비위가 틀려있다. 철주 내가 살면서 와 가를 생각해야 되는데? 가가 나하고 뭔 상관인데? 갑작스럽게 짜증을 내는 철주, 의아하게 동후가 바라보자. 철주 한 시간 채왔은께 나 이자 그만 할라요. 투덜거리면서 탈의실쪽으로 걸어가는 철주를 헛 하고 웃으면서 바라보는 동후. S# 19. 소담의 방. 멍하니 누워 책상 앞에 놓여진 가족사진(동진의 방에도 있던)을 바라보던 철주, 더 이상 무료함을 이기지 못하겠다는 듯 벌떡 일어난다. 방 안을 서성이다가 책상 위, 강아지와 함께 찍은 소담의 사진을 물끄러미 내려다 본다. 그러다가 귀여운 듯, 조금씩 미소 짓는 철주, 책장 안의 앨범을 꺼내어 무심한 표정으로 한 장씩 넘겨본다. 어릴 적 소담의 귀여운 모습을 보고 씨익 웃고는 사진 한 장을 떼어낸다. 주머니에 넣으려다가 아니다 싶어 다시 꽂아 두는 철주. 환하게 웃고 있는 현미의 독사진이 나오자 표정이 굳어진다. F.B 형사에게 끌려가는 철주를 만삭의 현미가 가로 막고 울부짖고 있다. 철주가 짜증을 내면서 밀어내자, 뒤로 자빠졌다가 다시 철주의 다리를 붙잡는 현미. 생각하기 싫은 듯 고개를 가고 젓는 철주 위로, 현미(E) 이 사람 잘못 한 것 없습니더. 내가, 내가 돈 벌어 오라고 했습니더. 아 하고 묵고 살라면 도둑질을 해서라도 돈 벌어 오라고 했습니더. 철주(E) 그래, 이자 알았나? 니 때문에 내 인생 조졌다. 내사 감옥에 가면 편하고좋다. 그라이까니 다시는 내 찾지 마라. 앞으로 한번만 내 눈에 보이면 팍 쥑일삐끼다. 다정하게 찍은 동진과 현미의 사진이 나오자 앨범을 덮어버리는 철주. S# 20. 동진네 거실. 비디오를 보고 있는 동후, 감동을 받았는지 콧물을 훌쩍이고 있다. 방에서 철주가 슬그머니 나오자 얼른 표정을 바꾸는 동후. 쳐다보다가 화장실로 들어가는 철주, 비디오에 빠져 있는 동후, 물내리는 소리와 함께 나오는 철주, 쭈빗 거리면서 다가가다가 은근슬쩍 동후 곁에 앉는다. 철주 무슨 영환교? 동후 아엠 샘이라는 영환데, 좀 모자라는 아빠의 부성, 뭐 그런 내용이지. '부성'이라는 말에 김이 팍 샌다는 표정이 되는 철주. 거실을 두리번 거리는데, 한 쪽 벽에 걸려져 있는 동진과 현미의 결혼 사진. 철주 (사진 보면서) 아 엄마...현미 와 죽었는교? 동후 성수 대교 무너져서 난리 났던 때 기억나? 그때 형수, 거기 있었어. 소담이 여섯 살땐가, 일곱 살땐가, 아무튼 형이랑 결혼하고 삼년도 채 못 살았어. 의외의 죽음인지 흠칫 놀라는 철주, 그러다가 한 숨을 쉬면서 창 밖을 바라보는데, (비젼)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고 있는 현미, 환하게 웃으면서 철주를 바라보고 있다. 현미의 환상이 보이자 고개를 돌리는 철주, (비젼) 얌전히 앉아 사과를 깎고 있는 현미, 하나를 집어 철주에게 건넨다. 철주 (혼잣말) 나라고...내 애 밴 여자를 외면하고 싶었는지 아나. 동후 (비디오 보면서) 누가 물어봤어? 철주 내도, 남들 사는 것처럼 안 살고 싶었는지 아요. 동후 (철주 보고) 그런데? 철주 그란데라이, 고등핵교도 졸업 못한 스무살짜리 머슴아 보고 뭐 우째라고? 내도 내 새끼 안 키우고 싶었는지 아나? 빌어먹을 가시나, 진짜로 나타나지 말라고 했다고 콧뺏기도 안 보이고, 그래, 잘 먹고 잘 살아라고 했다. 빵에 갔다 왔다고 사람 취급 못 받는 내하고 살았다가는 애 새끼나 지나 굶어 죽기 밖에 더 하겠나 싶어서. 그란데, 나한테 와 이라는데. 감정이 격해 있는 철주, 누굴 붙잡고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다. 동후 참내, 누가 뭐라고 했다고 이래? 철주 그란데라고 물었다 아이가? 동후 (어이가 없다는 듯 보다가) 그래서 별을 세 개씩이나 달았어? 잘났다. 철주, 뭐라고 항변하고 싶지만, 비디오를 보느라 정신이 없는 동후. 법정에서 샘이 울먹이는 장면이 나오자, 감동 받은 동후,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다. 철주 (냉소적으로 웃으면서) 빙신..놀고 있네. 동후가 쳐다보자 벌떡 일어나는 철주. 화가 난 것 같다. 철주 빙신새끼, 빙신이니까 저러는 기라. 아무것도 모르는 빙신이니까. S# 21. 소담의 방 침대에 털썩 주저앉는 철주, 마음이 심란한지, 담배를 꺼내 물고는 불을 찾는다. 그러다가, 이내 도로 집어넣고는 방안을 서성인다. 가족사진을 노려보고는 엎어버리는 철주, 머리를 감싸며 벌러덩 드러 눕는다. S# 22. 병실 평상복 차림으로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소담,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 가방 안에 소담의 소지품들을 집어넣으면서 퇴원 준비를 하고 있는 동후처. 동후처 그나마 새해는 집에서 지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치? 소담 (보지도 않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 동후처 내년에는 동해로 일출 보러 가자. 어때? 소담 (게임에 빠져서) 좋은 생각이야. 동후처 너, 윌슨병 진단 받았을때, 임신 한 거 처음으로 알았거든. 몰랐지? 그제야 동후처를 바라보는 소담. 동후처 삼촌한테 말도 못했잖아. 삼촌도 배 불렀어야 알았어. 소담 왜 그랬어. 그럼 내가 동생한테 미안하잖아. 동후처 겉으로는 멀쩡한 애가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병에 걸렸다고 하니까, 처음엔 안 믿기더라. 근데 너 픽픽 쓰러지고, 학교도 휴학하고, 이식 수술 못받으면 가망성 없다고까지 하지, 넌 다 죽어가는데 배안에서 애는 발길질 하지. 솔직히 너 원망 많이 했어. 소담 내 앞에서는 자상한 얼굴을 하고는 뒤에서는 그랬단 말이야? 동후처 그래도, 작은 엄만, 잘 견뎌준 네가 고마워. 아빠도 그렇게 생각할 거야. 소담 내 몸이니까. 내가 참아줘야지. 안 그래? 아픈 내 몸 때문에 고생한 가족들도 있는데 뭘. 쑥쓰러운 듯 웃어보이는 소담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동후처. 동진 (들어서면서) 준비 다 됐지? 이제 가면 돼. (가방을 들면서) 제수씨한테 맨날 이렇게 신세만 지고, 몸도 무거울 텐데. 동후처 어머, 나 소담이한테 미리부터 투자 한 건데요. 우리 아기 잘 봐달라고. 소담 (팔짱을 끼면서) 알았습니다. 마님. 도련님 제가 다 키울께요. S# 23. 동진네 거실. 어딘가 쓰라린 듯 인상을 찡그리고 있는 철주, 발톱을 깎고 있다. 동후가 문을 열어주자 들어서는 소담과 동진, 동후처. 쳐다보지도 않고 발톱 깎기에 열중하고 있는 철주. 소담 에이, 아저씨 사람이 왔는데 좀 쳐다봐주면 안돼요? 철주 가만...이게 좀 길었다 하면 살을 파묵고 아파 죽겠네. 어라? 하는 표정으로 동진을 바라보는 소담. 동진, 불쾌한 표정으로 철주를 내려다 보고 있다. 소담 그거 솜에다 식초를 좀 묻혀서 발톱에 대 놓고 있으면 깎을 때 안 아픈데, (철주가 바라보자) 식초가 발톱을 무르게 해주거든요. 동진 옷 갈아입고 나와. 약 먹게. 소담 (들어가면서) 진짠지, 아닌지 한 번 해봐요. 철주 쬐만한게 모르는 게 없네. 동진 (철주 앞에 신문지를 던져 주면서) 아무데나 다 튀잖아요. 더럽게. 기가 막힌 듯 바라보는 철주. S# 24. 소담의 방 엎어진 사진을 바로 세우는 소담. 양말을 벗으면서 발가락을 유심히 살펴본다. 꼬물 꼬물 발가락을 움직여 보다가, 이내 별 일 아니라는 듯 양말을 아무렇게나 집어 던진다. S# 25. 동진네 주방. 둘러 앉아 밥을 먹고 있는 동진 부녀, 동후 부부, 그리고 철주. 마주보고 있는 철주와 소담, 똑같이 왼 손으로 밥을 먹고 있다. 동시에 반찬을 집는 철주와 소담, 소담 (베시시 웃으면서) 장유유서. 못본 척 무뚝뚝하게 반찬을 집어먹는 철주. 소담 아저씨도 왼 손 잡이네. 철주 (안 보고, 무심한 척, 심드렁) 이렇게 타고 난 걸 우짜겠노. 소담 얼마든지 고칠 수 있는 습관이라는 게 왼손 잡이에 대한 우리 아빠의 지론이죠. 철주 뭐, 그럴 수도 있고. 사는데 지장 없으면 됐지 그런게 뭐가 중요하노? 철주와 소담을 안 보는 척 쳐다보고 있는 동진의 눈빛, . 동후 (동진의 눈치를 보면서) 그래도, 보기 안 좋은 습관은 어릴때부터 고쳐야지. 그리고 소담이 너, 몰라서 그렇지 왼손잡이 그거, 사는데 얼마나 불편한데, 세상 거의 대부분의 물건들이 오른손 잡이들을 위해서 만들어졌다는 거 몰라? 소담 몰라. 난 그냥 나 편한데로 살다 죽을래. 노려보는 동진, 소담,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죽는다 라는 말에 아차 싶다. 소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아빠, 또 예민하게 반응하시네. 말이 그렇다는 거지. 내가 죽긴 왜 죽어. 아저씨 있는데, 그쵸? 동진을 의식한 철주 우물쭈물 말을 하지 못하는데, 동진, 기분이 상한 듯 나가버린다. 소담 혹시...아저씨 나랑 조직이 잘 안 맞데요? 지방간만 치료하면 되는 거 아니었나? 또 다른 문제라도 있데요? 철주 그라믄 내가 이 집에 있을 이유가 없재. 동후처 왜 갑자기 그런 소릴 해? 아무 문제 없어. 소담 그럼, 도대체 아빠 요즘 왜 저러냐고. 실연 당한 사람처럼. 옅은 한 숨을 내쉬는 동후 부부, 철주는 그저 묵묵히 밥만 먹고 있다. S# 26. 소담의 방. 컴퓨터 앞에서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있는 소담. 살며시 들어서는 철주, 물끄러미 소담을 쳐다보는데, 소담 (보지도 않고) 아저씨, 내 병 말이예요. 철주 위..위..뭐 라더라? 소담 (보면서) 윌슨병에 의한 전격성 간염. 근데, 이 병을 처음 분류한 사람이 의산데요..신경과 의사래요. 철주 정신병도 아닌데 희한한 사람이네. 소담 근데 가끔씩 머리도 아프고 손도 덜덜 떨리고, 이유 없이 신경질도 나고그래요. 왜 믿기지 않아요? 너무 멀쩡해서? 철주 아이다..아픈 아 같다...(고개를 돌려 책상위 강아지 사진을 바라보면서) 개 키았는갑재? 근데 야는 지금 어딨노? 소담 (그리운 듯 사진을 내려다 보면서)우리 별이... 입양 보냈어요. 작은 엄마 동생네로. 내가 키울 수가 없잖아요. 내 몸도 이렇게 감당을 못하는데, 그리고 나 대신 키워 줄 사람도 없고, 작은 엄마도 임신해서 그렇고. 그래서 별이를 생각해서 좋은 부모한테 보냈어요. 철주 나중에 건강해지면 다시 데리고 오면 되겠네. 소담 아저씬...별이가 무슨 물건도 아니고, 그럼 지금 별이 키우고 있는 부모는 뭐가 되겠어요? 소담이 말똥하게 쳐다보자 시선을 책장으로 돌리는 철주. 소담 심심하면 소설책이라도 보실래요? 철주 만화책 같은 거는 없나? S# 27. 동진네 거실+베란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과자를 집어 먹으면서 만화책을 읽고 있는 철주와 소담. 빨래가 담긴 대야를 들고 세탁실에서 나오는 동진, 만화책에 빠져 있는 소담을 바라보고 있는 철주를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노려보고 있다. 동진과 눈이 마주치자 나쁜 짓을 하다가 들킨 것처럼 소파위에 과자 부스러기가 떨어졌는가 살펴보는 철주. 베란다로 향하는 동진. 그때, 딩동 거리면서 소담의 핸드폰 문자 메시지 알람 소리. 폴더를 열어 보는 소담, 점차 표정이 밝아지더니 환하게 웃는다. 소담 아저씨 우리 별이 새끼 뱄데요.(핸드폰을 보여주면서) 사진 한 번 볼래요? 핸드폰의 별의 사진을 신기하듯 바라보는 철주. 철주 요즘은 핸드폰으로 사진도 보내나? 소담 사진뿐인줄 알아요? 동영상도 보내는데.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다 말고 소담과 철주를 바라보는 동진. S# 28. 소담의 방. 잭으로 연결된 핸드폰과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여러 장의 강아지 사진을 보고 있는 소담. 철주 컴퓨터로 앨범을 만든다고? 소담 디카로 찍은 건 이렇게 컴퓨터로 저장해서 보는 게 더 편하거든요. 철주 디카? 그건 또 뭔데? 소담 디지털 카메라요. 아저씨 아무리 그래도 너무 모르신다. 아나로그적 마인드라서 그런가? 아저씨 설마 이메일 주소도 없는거 아니예요? 뭔 말인가 어리둥절 쳐다보기만 하는 철주. 소담 진짠가 보다. 아저씨 진짜 이메일 주소 없어요? 철주 그래 없다. 우짤래? 소담 (웃으면서) 우짜기는요, 이번참에 하나 만들면 되지.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철주 그거 만들어서 뭐하구로. 내사 필요없다. 소담 나중에, 나한테 메일 보내면 되잖아요. 나도 아저씨한테 보내고. 아저씨랑 나랑 보통 인연이예요? * * * 소담에게 컴퓨터를 배우고 있는 철주. 서툴게 마우스를 이리 저리 욺직여 보는데, 마냥 신기하다. 들어서는 동진, 철주와 소담이 다정하게 있는 모습을 보고 표정이 굳어진다. 동진 컴퓨터 앞에 너무 오래 있는 것 같다. 소담 아빠, 아저씨 아빠 보다 더 컴맹이다. 동진 알만한 사람이 아픈 애 붙잡고 이러고 싶소? 무안해진 철주, 쭈빗거리면서 일어난다. 소담 아빤, 아저씨 무안하게 왜 그래? 내가 가르쳐 준다고 했어. 동진이 눈치를 주자 머뭇거리면서 나가버리는 철주. 동진 별이 새끼 뱄다면서? 소담 아차, 맞다. 내가 아빠한테 말 안했나? 서운한 듯 소담을 바라보고는 나가버리는 동진. 좀 삐진 것 같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소담. S# 29. 동진네 주방 능숙한 손놀림으로 만두속을 만들고 있는 동진의 뒤로 살그머니 다가가는 소담, 앞치마를 메어준다. 동진이 바라보자 헤죽 웃어보이는 소담. 동진 왜 나왔어? 소담 아빠 보고 싶어서 나왔지....왜 그런 눈으로 봐? 몰랐어? 아빠가 옆에 있어도 매일같이 아빠 보고 싶어 하는 거? 쑥쓰러우면서 흐뭇한 동진, 그제야 희미하게 웃는데, 소담 십년 동안 아빠랑 나랑만 살다가 낯선 사람이 집에 있으니까 신경 무쟈게 쓰이지? 동진 왜 그런 걸 물어? 소담 그동안 아빠가 나 때문에 마음 고생을 얼마나 했어. 이제 긴장 풀어지고, 큰 일 치뤘다고 생각하니까 사소한 일에 예민해지고 그렇지? 바라보기만 하고 대답이 없는 동진. 소담 그래도 아빠 다른 사람앞에서 표 안냈음 좋겠다. 만약에 아저씨 이식 수술 안하다고 가기라도 하면 어떡해? 난 그럴까봐 조마 조마 해. 동진 그런 일 없을 거야. 그냥..친한 친구니까 그러는거지....이해 할 거야. 소담 그렇겠지? 좋은 사람같아 보였어. 하긴 아빠친구니까. 내일 아침은 만둣국이야? 와~ 맛있겠다. 그러고보니 내일 올해 마지막 날이네. S# 30. 동진네 거실 화장실에서 나오는 철주. 주방에서 만두를 빚고 있는 동진과 소담을 바라본다. 다정한 부녀의 모습. 동진과 눈이 마주치자 얼른 외면하고 소파에 앉아 티비를 켜는 철주. S# 31. 아파트 외경 /아침. 들려오는 동진의 소리. 동진(E) 소담아 밥 먹자. S# 32. 동진네 주방 동진이 만둣국을 갖다 주자 흠칫 놀라는 철주. 소담 우리집 만둣국의 특징은요...바로 이 부추에 있죠. 아마,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만둣국일껄요. 엄마한테 전수 받은 거잖아요. 먹을 생각을 하지 않고 망연히 바라보기만 하는 철주, 현미(E) 무슨 만두에 순 정구지(부추) 밖에 없노? 철주(E) 가시나가 쌔빠지게 만들었구먼은, 주는 데로 묵지. 니 어디가서 이런 만두 묵을 수 있는 줄 아나? 현미(E) 엄마야. 이거 보기 보다 맛있네. 맛이 희한하다. 철주야, 우리 이거 특허내서 장사하자. 씁쓸히 웃고는 수저를 드는 철주. 소담 오늘같은 날 그냥 보내면, 12월 31일이 너무 섭섭해 하지 않을까? 저녁에 삼촌이랑 작은 엄마 오라고 해서 우리도 망년회 하자. 동진 너...아직 병자야. 수술 받고 다 나은 거라고 착각하지마. 그리고 삼촌 오늘같은 날 비상 근무라서 더 바빠. 철주 형사라는 직업이 참 골치 아프다이까니. 이런 날 고스톱도 한 판 쳐주고 그래야 되는데, 소담 맞다, 고스톱. 그거 디따 재밌다고 하던데, 아저씨 그거 잘쳐요? 동진 재밌어도 노름이야. 정신나간 인간들은 그딴 걸로 집안도 말아먹어. 철주 들으라는 듯, 가시가 돋힌 말이다. 바라보는 철주와 동진, 동진이 먼저 외면하자, 기가 막힌 듯 피씩 웃고 마는 철주. S# 33. 소담의 방. 철주에게 고스톱을 배우고 있는 소담. 사뭇 진지하고 심각한 표정이다. 소담 이것도 쌍피예요? 철주 동네마다 다린데, 우리 동네에서는 쌍피로 쳐준다. 그라고, 묵을게 없다, 그러면, 비풍초똥삼팔 이런 순서로 내면 된다. 아까 갈켜 준거 다 외왔나? 패를 보느라 정신없는 소담. 철주 근데, 우리 이라고 있는 거 너거 아빠 알면 난리 안 나겠나? 소담 문 잠궜으니까 걱정하지 마요. 이거 생각보다 되게 재밌네요. 철주 재밌어도 노름이다. 정신 나간 인간들은 이딴 걸로 집안 말아 먹는다. 철주가 동진의 흉내를 내자 피씩 웃는 소담. 철주도 따라 웃는다. 그때, 문 두드리는 소리. 동진(E) 문 잠구고 뭐하고 있는거야? 화들짝 놀라는 소담과 철주, 정신없이 화투를 숨긴다. 철주가 물을 열어주자 들어서는 동진. 불안한 표정으로 바라보는데, 별일 아닌 듯, 동진을 밀치고 밖으로 나오는 철주. S# 34. 동진의 방/ 밤. 불도 켜놓지 않아 어두운 방. 카세트에서 들려나오는 아이의 노래소리. 어릴 적 소담이가 부르는 노래를 녹음한것인 듯. 소담(E) 무지개 동산에서 놀고 있을 때 이리저리 나를 찾는 아빠의 얼굴. 무지개 동산에서 놀고 있을 때 이리저리 나를 찾는 아빠의 얼굴. 그러다가 울음을 터트리는 소담. 현미(E) 왜 울어? 아빠 들려준다면서. 소담(E) 아빠가 찾는다잖아. 아빠~ 아빠~ 현미(E) 뭐? (꺄르르르 웃으면서) 이거 아빠가 들으면 너무 좋아하겠다. 씁쓸하게 웃는 동진, 위로 알람소리. S# 35. 동진네 거실 /새벽 운동복 차림으로 방에서 나오는 동진. 벽을 바라보고 누워있는 철주, 동진이 불을 켜자 깨우지도 않았는데도 일어난다. S# 36. 소담의 방 /새벽. 벽을 바라보고 옆으로 자고 있는 소담을 억지로 바로 눕히려고 하는 동진. 귀찮은 듯 몸을 뒤척이다가 눈을 뜨는 소담. 뭐가 생각이 났는지 벌떡 일어난다. 의아하게 바라보는 동진의 목덜미를 와락 안으면서 볼에 뽀뽀를 하는 소담. 소담 아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문 밖에서 바라보고 있는 철주,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고개를 돌린다. 소담 아저씨도요. 어색하게 웃어보이는 철주. 동진 그래, 너도...얼른 누워서 더 자. 소담 (주섬거리며 옷을 입으면서) 나도 갈래. 동진 어디? 소담 해뜨는 거 보러. 동진 또 착각 하신다. 너 아직 병자야. 새해 첫날부터 입원하고 싶으면 마음대로 해. 동진의 표정으로 보고 침대에 털썩 주저 앉는 소담. 철주 그러지 말고 옷 따시게 입혀서 델꼬 갑시다. 동진 감기 한 번 걸리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나 하는 소리요? 체념 한 듯 한 숨을 내쉬고는 침대에 드러눕는 소담, 손을 흔들어 보인다. 소담의 이불을 덮어주는 동진을 부러운 듯 바라보는 철주. S# 37. 동진네 거실 철주, 신발을 신다 말고 뭐가 생각이 났는지 자신의 가방을 뒤진다. 안에서 일회용 카메라를 꺼낸 철주, 뿌듯하게 웃으면서 바지 주머니 안에 넣는다. S# 38. 약수터 /새벽 새해 첫 날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거의 없다. 물을 받으면서 가볍게 운동을 하고 있는 동진. 좀 떨어진 곳에서 희뿌연하게 밝아오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철주, 일회용 카메라로 일출을 찍는다. S# 39. 동진네 주방. 주방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작은 절구에 뭔가를 정성스럽게 빻고 있는 철주. 들어서는 동진 뭐하나 싶어 어깨 너머로 힐끗 보는데, 철주 이게 굼벵이 말린 건데 간 좋아지게 하는데는 이만한게 없다고 하네. 동진 그래서 이걸 먹게요? 철주 이렇게 좋은거는 아 멕이야재. 기겁을 한 동진, 철주에게서 절구를 뺏았는다. 철주 인주소. 내도 다 알아보고 하는 거구만. 동진 당신 건강이나 챙겨. 내 딸은 내가 챙길거니까. 쓸데 없는 데 신경쓰지 말고. 개수대에 쏟아버리는 동진. 철주 잘났다. 딸래미 아파도 피 한방울 못주는 인사가 아빠라고 유세는. 동진 (멱살을 잡으면서) 얌전히 주는 밥이나 먹고 물건이나 주고 꺼져. 철주 (억지로 떼면서) 별 걱정 다 하네. 나중에 에프터 서비스 해달라는 소리나 하지마소. (개수대를 보면서) 아까바 죽겠네. 아침 내 빻은건데. 동진 그래도, 소담일 이때까지 키우고 사랑한 사람은 나야. 딴 생각 하지 마. 철주 (냉소적으로 웃으면서) 누가 뭐라 했나? 철주가 획하니 나가 버리자, 동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절구통을 몇 번이나 물로 씻어낸다. 그러다가 도저히 못 참겠는지 집어 던져 버린다. S# 40. 동진네 거실. 멍하니 앉아 티비를 보고 있는 철주, 딴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약봉지와 물 잔을 들고 주방에서 나오는 동진. 소담의 방으로 들어간다. S# 41. 소담의 방. 피곤한 기색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소담. 열심히 체팅을 하고 있다. 동진 약 먹자. 소담 잠시만.....아빠. 지금 영화 다운 받고 있는 게 있거든. 보다 못한 동진, 플러그를 뽑아버린다. 갑자기 화면이 꺼지자 당황하는 소담. 동진 다 나으면 너 하고 싶은데로 다 해. 밤 새도록 너 보고 싶은 영화도 보고, 게임도 하고, 체팅도 하고. 그런데, 지금은 아빠 말 좀 들어주면 안되겠냐? 어딘가 모르게 지쳐보이는 동진. 소담, 할 수 없이 약을 입에 털어 넣고는 침대로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 쓴다. 나가는 동진. 잠시 후, 슬그머니 철주가 들어오자 이불을 확 젖히고 일어나 앉는 소담. 숨을 헥헥 거린다. 철주 (놀라면서) 와? 어디 아프나? 소담 아뇨. 머리에 산소 넣어주고 있었어요. 뭔 말인가 바라보는 철주. 소담 가끔씩 머리가 답답해질때 있잖아요. 가슴 말고. 머리. 음, 이해해야 하는데 이해하고 싶지 않을 때, 갑자기 별 일 아닌데도 짜증이 막 날 때, 그런데도 참아야 할 때, 그럴때 가끔씩 머리가 답답해요. 그럼 이렇게 머리 위로 산소를 보내준다 생각하고 숨을 꾹 참아요. 그럼 숨이 막혀서 머리 답답한거 다 잊어버리거든요. 철주 (보다가) 심심하니까 별 게 다 하고 싶재? 소담 뭐, 그렇죠. 감옥 살이 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철주 그래, 감옥 살이 하는 니 기분 내가 안다. 내가 모리면 누가 알겠노? 철주를 바라보는 소담, 뭐 좋은 생각이 났는지 눈빛을 반짝이면서 소담 아저씨... S# 42. 동진네 거실. 빠꼼히 문을 여는 철주, 아무도 없는 거실. 살금 살금 방에서 나오는 철주와 소담. 얼른 신발을 꿰신고 조심 조심 현관문을 연다. S# 43. 승강기 안. 재밌다는 듯 키득거리는 소담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철주. 소담 이게 바로 스릴 이라는 거죠. 우물쭈물 거리면서 히죽이 웃어보이는 철주. 거울을 들여다 보면서 머리를 묶는 소담을 아련한 눈길로 바라본다. (비전) 철주, 현미, 소담. 단란한 가족의 모습이 거울 안에서 아른 거린다. 둘러 앉아 만두를 빚고 있는 가족들. 김이 오르는 냄비 안에서 만두 하나를 꺼내어 소담의 입에 쏙 넣어주는 철주. 오물거리면서 엄지 손가락을 치겨 세우는 소담. 철주의 입에도 쏙 넣어준다. 그런 부녀의 모습을 환하게 웃으면서 바라보고 있는 현미. 땡 거리는 소리와 함께 사라지는 거울 속의 환상. 흠칫 거리면서 놀라는 철주, 나쁜 짓을 하고 들킨 것처럼 허둥거리면서 내린다. S# 44. 시내 거리. 어깨를 스치며 지나가는 사람들,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 오래간만의 시내 외출에 기분이 좋아진 소담, 구경하기에 바쁘다. 소담이 팔짱을 끼자 긴장하는 철주. 하지만 소담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신이 난 표정으로 이곳 저곳을 둘러본다. 코끝을 에이며 불어오는 겨울 바람. 소담의 옷깃을 여며주고 목도리를 단단히 매여주는 철주. 그래도 불안한지 자신의 잠바를 벗어 소담에게 건네는데, 도리질 하는 소담. 악세사리를 파는 리어카쪽으로 걸어간다. 예쁘고 앙증맞은 악세사리들을 황홀한 듯 바라보는 소담. 철주 뭐 갖고 싶은 거 있나? 소담 사주게요? 철주 뭐 갖고 싶은데? 소담 아저씬 내가 갖고 싶은 거 주잖아요...아무것도 필요없어요. 싱긋 웃어보이는 소담을 외면하는 철주. S# 45. 중국집. 자장면을 먹고 있는 철주와 소담. 철주 니 이런거 묵어도 되나? 인상을 쓰면서 수저를 내려놓는 소담. 철주 아이다. 묵어라. 맨날 묵는 것도 아이고. 소담 못먹겠어. 철주 와? 짜장면 묵고 싶다면서? 소담 역시 짜장면 한그릇에도 장인의 숨결이 살아있는 아빠 솜씨 따라올 사람이 없다니까. 맛 진짜 없죠? 철주 (꾸역꾸역 먹으면서) 까탈스럽기는. 맛만 있구먼은. 이런거 없어서 못 묵는 얼라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아나? 소담 하긴...음식 버리는 것도 죄야..(수저를 들고는) 근데 아저씬 하는 일이 뭐예요? 철주 (당황하면서) 어? 뭐..오만때만 일 다 한다. 소담 (피씩 웃으면서) 오만때만? 웃긴다...내가 어른이 되서 하고 싶은게 바로 그런 일인데. 오만때만 일. 많은 것들을 해보고 싶고, 많이 보고 싶고, 그래요. 철주 그래, 그래야지. 와, 젊을 수록 꿈을 많이 묵어야 한다 안카나. 소담 꿈이라기 보다, 인생의 계획같은 거죠. 나, 다 낫고 나면 제일 하고 싶은게 뭐게요? 바로 아빠 가게에 가서 아빠가 만든 짜장면 먹는 거예요. 갑자기 밀려오는 죄책감에 고개도 들지 못하는 철주, 물만 벌컥 거리면서 들이키고 있다. 소담 그 다음엔, 아빠랑 유럽 배낭 여행 하는 거고, 아니다, 그전에 운동 하는거다. 그러고보니까 내가 세워놓은 계획 중에 거의다가 아빠랑 같이 하는 거잖아. 철주 그런거는 애인이랑 하는거다. 소담 우리 아빠가 내 애인이잖아요. 아저씨 몰랐구나..지금 아저씨 속으로 뭐 이런 파파 걸이 다 있노..하고 욕하고 있죠?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 되는 철주, 옅은 한숨을 쉬면서 창 밖을 바라본다. 소담 아차, 아저씨 핸드폰 줘봐요. 선물 줄게. (주머니에서 핸드폰 줄을 꺼낸다) 철주 내사 그런거 안 키운다. 소담 요즘도 핸드폰 없는 사람이 다 있네. 철주 니가 그랬다 아이가...뭐...아나.. 소담 아나로그요? 철주 그래, 내는 아나로그적인 인간이라서 그런 거 싫어한다. 그라고 니가 몰라서 그렇지 핸드폰 없는 사람들 천지 빼까리다. 소담 (웃으면서) 그래요? 뭐..하는 수 없지. (주머니에 넣는다) 철주 그렇다고 다부 집어넣나? 소담 이거 핸드폰 없으면 아무짝에도 쓸모 없어요. (시계를 보면서) 시간이 벌써 저렇게 됐네. (일어서면서) 빨리 가요. 아빠 기다리겠다. 철주 (서운한 듯) 벌씨로? 이미 입구로 향하고 있는 소담. S# 46. 거리. 동물 병원 앞. 창 너머 애완견을 바라보고 있는 소담. 철주 나중에 다 나스면 아저씨가 개 한 마리 사주꾸마. 소담 난 자격 없어요. 철주 개 한 마리 키우는데도 뭔 자격이 있어야 되나? 소담 우리 별이도 제대로 키우지 못했는데, 다른 애들을 어떻게 키우겠어요. 철주 거야...니가 아픈께... 소담 아무리 그래도 그럼 안 되죠. 아저씬, 아저씨 아프다고 가족들 버려요? 표정이 굳어지는 철주. 소담 난 아직 멀었어. 말로는 별이는 내 동생이야, 우리 가족이야, 떠벌이기만 했지 결국에는 우리 편의대로 별이를 버린 거잖아. 쟤네들 키우려면, 쟤네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더 키워야 돼요 난. 철주 니 생각만 하지 마라....막말로, 니가 끝까지 끼고 있었다 치자, 그라믄 가가 행복했겠나? 진짜로 사랑하고 위하는 기는 그런게 아이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철주를 말가니 바라보는 소담. S# 47. 동진네 거실. 들어서는 철주와 소담. 그런데, 소담은 지치고 힘든 기색이다. 앞에 버티고 서 있는 동진을 보고 긴장하는 철주와 소담. 소담 아빠, 있잖아.. 갑자기 철주의 얼굴로 날아오는 동진의 주먹. 나가떨어지는 철주, 소담은 너무 놀라 입만 벌리고 있다.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동진. 소담 괜찮아요? 철주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야~ 너거 아빠 주먹 꽤나 쓴다. 소담 화 많이 난 것 같네. 하긴, 우리가 잘못했지. 말도 없이 나갔으니까. 아저씨가 이해해요. 입장바꿔서 생각해보니까 나라도 화 많이 날 것 같애. 게다가 나 감기 걸리면 큰일 이잖아요. 서운하면서도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철주. 머뭇거리면서 안방으로 들어가는 소담을 바라보는 철주, 씁쓸하다. 인상을 쓰면서 맞은 곳을 만져보는 철주, 찢어진 입술에서 피가 맺혀있다. S# 48. 동진네 안 방 등을 보이고 있는 동진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소담. 소담 아빠... 동진 ...... 소담 잘못했어...(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으면서) 에이..한심한 머리, 에이...이런게 왜 여기 달려 있지...생각도 못할꺼면서...(동진이 바라보자) 나, 아저씨만 보고 있음 내가 다 나은 것 같거든. 왜 그렇지? 이 머리 어디 갖다 버릴까? 소담이 애써 기분을 풀어주려고 해도 화가 단단히 난 동진, 다시 외면한다. 소담 (뒤에서 안으면서) 아빠...나 잘못한 거 알고 있으니까, 이제 화 풀어. 소담, 피곤하고 힘든지 가쁜 숨을 몰아쉰다. 동진 너...왜 그래? 안 좋아? 소담 아빠가 이렇게 화 나 있으니까 가슴이 답답해....나 답답해서 죽는 거 보려면 계속 삐쳐있어. S# 49. 소담의 방. 침대에 누워있는 소담을 걱정스럽게 내려다 보고 있는 동진. 소담 시내에 사람들 되게 많더라. 치여 죽는 줄 알았다니까. 희귀병에 걸린 내가 인파에 치여 죽으면 말이 안 되지...하고 겨우 살아왔어. 장하지? 동진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그래...장하다. 한 숨 푹 자. 소담 (동진의 손을 잡으면서) 아빠 이 손으로 사람을 때렸다고 생각하니까 가슴이 아파. 나 때문에, 그것도, 우리한테 고마운 사람을. 아빠가 사과할꺼지? 동진 그래. 만족한 듯 웃으면서 눈을 감는 소담. 문 밖에서 지켜보고 있는 철주. 돌아보는 동진과 눈이 마주친다. S# 50. 욕실. 거칠게 세수를 하는 철주 위로 소담(E) 난 아빠랑 하고 싶은 게 아주 많아. 여행도 다니고, 운동도 다니고. 거울을 들여다 보는 철주 위로, 소담(E) 그러고보니까 내가 세워놓은 인생의 계획중 대부분이 아빠랑 같이 하는거잖아. 아빠가 내 애인인데..아저씨 몰랐구나. 피씩 웃는 철주, 그러다가 끓어오르는 질투심에 인상이 굳어진다. 이리 저리 맞은 곳을 살펴보는데, 약봉지를 들고 들어서는 동진. 동진 아까는 미안했소. 괜찮소? 철주 (이죽 거리면서) 병 주고 약 주고, 이럴때 쓰는 말 맞재? 동진 앞으로 그러지 말아요. 소담인 환자고, 당신.. 철주 그래, 아요. 아는데, 나도 딸래미하고 짜장면 한 그릇 묵을 권리쯤은 있는 거 아이요? 동진 (서늘한 표정으로) 권리? 당신한테 그런 게 어딨어? 간 좀 떼어준다고 뭐라도 되는 줄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웃기지 마. 철주 착각은 당신이 하고 있다 아이가. 몇 년동안 끼고 키아다꼬 소담이가 진짜 딸 인줄 착각 하는 거는 당신 아이가? 노려보는 동진을 밀치고 나가는 철주,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동진을 바라본다. 문 밖에 서 있는 소담. 당황한 동진, 다가가려고 하자 획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가는 소담. S# 51. 소담의 방. 힘없이 침대에 털썩 걸터앉는 소담.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책상 위의 사진을 엎어버리는 소담, 벽에 걸린 철주의 옷도 거칠게 걷어낸다. 들어서는 동진과 문 밖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철주. 소담 결국에는...이야기가 이렇게 되는 거였어? 동진 아빠 말 들어봐. 응? 소담 들을 게 뭐가 있어? 다 들었는데... 소담이 쳐다보자 외면하는 철주, 서서히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 소담, 입술을 앙다물고는 감정을 자제한다. 소담 나가..... 동진 소담아.. 소담 (버럭!) 나가. 나가. 나가라고 했잖아. 소담의 서슬에 흠칫 놀라는 동진과 철주, 철주 슬그머니 동진의 손목을 끌고 데리고 나가려고 하자, 뿌리치는 동진. 안타까운 듯 소담을 바라보고는 나간다. 눈물을 글썽이면서 철주를 노려보는 소담. 철주 있다 아이가.. 소담 당신도요....(철주가 바라보자) 이 방에서 나가. 외면하는 소담. 철주, 우물쭈물 거리면서 방에서 나온다. S# 52. 동진네 거실/ 밤. 철주, 불도 켜지 않은 어두운 실내에서 멍하니 앉아 있다. 쥐 죽은 듯 조용한 집안. 꼼짝도 않고 앉아있던 철주, 겨우 몸을 일으켜 소담의 방 앞으로 간다. 들여다 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돌아서는 철주. 이번에는 동진의 방문을 살며시 열어본다. 반쯤 열린 문 사이로 보이는 동진의 모습, 침대에 멍하니 앉아 있다. 철주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리는 동진. 철주, 살며시 문을 닫는다. 이불을 까는 철주, 입술을 실룩이다가 결국에는 소리 죽여 운다. S# 53. 아파트 외경 /아침. 소담을 찾는 동진의 외침 소리. 동진(E) 소담아! S# 54. 소담의 방. 덩그러니 비어있는 침대. 책상위에는 핸드폰과 철주에게 주려고 했던 핸드폰 줄이 놓여져 있다. 찾지 말라는 무언의 항변같은 소담의 핸드폰을 집어드는 동진. 살짝 건들기만 해도 울음이 터질 것 같다. 당황스러운 철주.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S# 55. 납골당 안. 단 앞에서 울고 있는 유가족들. 좀 떨어진 곳, 현미의 사진앞에 서 있는 소담. 눈물만 뚝뚝 흘리다가, 이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눈물을 훔치고는 현미의 사진을 보고 어색한 미소를 보낸다. 그러다가 울먹거리는 소담. S# 56. 동후네 거실. 문을 열어주는 동후처, 소담이 서 있자 놀란다. 동후처 야! 너... 소담 (힘없이 들어서면서) 나 며칠간만 데리고 있어줘. 말 잘 들을께. 동후처 안 돼. 니네 집 놔두고 왜 우리 집에 와서 이래? 빨리 집에 가. 소담 (고개를 푹 숙인 채 힘없이) 귀찮게 안 하고 얌전히 있다 갈게... 걱정스럽게 소담을 바라보다가 따뜻하게 안아주는 동후처. 동후처 별 일 아니야. 그러니까 마음 아파 하지마. 달라 질 껀 아무것도 없으니까. (소담을 보면서) 좀 더 강한 어른이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해. 덤덤한 표정으로 동후처를 바라보기만 할 뿐 대답 없는 소담. S# 57. 동진네 거실. 전화를 끊고 돌아서는 동진, 철주 삼촌 집에 갔다 카요? 하 참. 콩 알 만한게 애 되게 멕이네. 대꾸도 안하는 동진. 동후 그나마 우리 집에라도 가서 다행이다. 걱정마. 그러다 말 거야. 처음에야 충격 먹었겠지만. 충격 안 받았으면 그게 사람이냐. 그래도 별 일 없을 거야. 우리가 소담일 모르냐? 동진이 방으로 들어가자 잡아 먹을 듯이 철주를 노려보는 동후. 철주 (애써 외면하면서) 그래도...개 새끼도 아니고 사람 새끼가 근본은.. 동후 (말을 끊으면서) 뚫린 입이라고 그런 말이 나오냐? 철주 막 말로, 갸를 누가 만들었는데, 다 죽어가는 거 누가 다시 살리는데, 와, 내가 못할 말 했나? 아도 알껀 알아야 안 되나? 방문을 소리나게 열고 나오는 동진. 철주를 노려보는데, 철주 와 또 한 대 칠라꼬? 맞장 한 번 떠까? 동후 이 새끼가 진짜 보자 보자 하니까. 철주 그래, 내가 참는다... 더러바서 내가 참는다. 소담의 방으로 들어가는 철주. S# 58. 소담의 방. 엎어진 사진을 바로 세우는 철주, 씁쓸하게 웃으면서 눈물을 떨군다. S# 59. 동후네 단독 주택 외경/ 아침. 동후처(E) 진짜 안 먹을 거야? S# 60. 동후네 안 방. 밥상을 들고 있는 동후, 먹지 않겠다고 돌아누워 있는 소담. 동후처 너 이러면 약속이 틀리잖아. 말 잘 듣고 신경 안 쓰이게 한다면서. 소담 진짜 먹기 싫어서 그래. 동후처 뭐라도 먹어야 약을 먹지. 엊저녁도 안 먹었잖아. 동후 이 놈의 기집애, 빨리 안 먹어? 아침 내내 작은 엄마 이 몸으로 주방에서 너 줄려고 힘들게 만들었구먼..너 이럴려면 집에 가. 겨우 일어나 앉은 소담. 핏기가 하나도 없는 게 병색이 완연하다. 동후처 세상에 하룻 밤 사이에 꼴이 이게 뭐야...괜찮아? 소담 (고개를 끄덕이면서) 조금만 먹어도 되지? 동후가 소담의 앞에 밥상을 갖다 놓으려고 하는데 들어서는 철주와 동진. 소담, 다시 돌아 눕는다. 동진 몸은 괜찮은거야? (억지로 돌리면서) 어떤 거야? 밥은 왜 안먹고 그래. 귀찮은 듯 동진을 떼어 내고는 이불을 뒤집어 쓰는 소담. 철주 (단호하게) 일나라. (거칠게 이불을 걷어내면서) 일나라 말이다. 갑작스러운 철주의 행동에 어안이 벙벙해서 바라보는 동진. 소담을 억지로 일으켜 앉히는 철주, 동후 손에서 밥상을 받아 앞으로 내민다. 소담 아저씨가 뭔데 이래요? 철주 내가 뭐든 묵어라. 이런 투정도 살아 있어야 한다. 내가 미버 죽겠재? 그라믄 그만큼 살아라. 그것도 엄청나게 잘 살아라. 너거 아빠하고 여행도 다니고, 새벽마다 약수터도 가고, 그렇게. 당신이 버린 자식, 이렇게 잘 산다. 약 오르재 함서, 니가 그렇게 살아줘야 내가 평생 후회 하면서 안 살겠나? 눈물을 글썽이면서 철주를 노려보는 소담. 동후와 동후처 가슴이 아픈지 밖으로 나가고, 동진, 착찹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버린다. S# 61. 동진네 주방. 마주 앉아 밥을 먹고 있는 동진과 철주, 밥 맛이 있을 리가 없다. 동진 술 한 잔 할래요? 철주 내일 모레 검사 받으러 가요...그래도 한 잔 하소. 나는 물 마시면 되지. 와? 술친구가 마음에 안드는교? S# 62. 동진네 거실/ 밤. 괴로운 표정으로 술을 마시고 있는 동진. 물 잔을 앞에 두고 앉아 있는 철주의 마음도 편치 않다. 동진 이런 게 아니었다구. 당신도 알지? 우리..이런게 아니었잖아. 연신 술잔을 비우는 동진, 이미 많이 취한 것 같다. 철주 고마 들어가 자소. 동진 당신 같으면 잠이 와? 하긴 무슨 상관이 있겠어. 당신은 장사꾼인데. 물을 마시는 철주. 동진 후회 막급이지? 소담이처럼 예쁜 딸 버린 거. 당신이 어디서 그런 딸을 얻어? 철주 자꾸 그렇게 갈구면 소담이 팍 델꼬 가삐는 수가 있다. 동진 (멱살을 잡으면서) 뭐라고? 다시 한 번 말해봐. 눈이 풀린 동진, 혀까지 꼬였다. 철주 (떼면서) 농담도 못하나? 나 혼자 먹고 사는 것도 고달픈 인생이요. 잘 알면서. 술상 위로 무너지는 동진. 이내 옅은 코를 곤다. 철주 참말로, 대책 안 서는 집 구석이구먼. 철주, 동진을 바로 눕히고는 술상을 정리하는데, 술병에 남아 있는 술. 마실까 말까 입맛을 다시면서 망설이는 철주, 그러다가 이내 다시 술상을 들고 일어선다. S# 63. 아파트 입구 /새벽. 어두운 새벽 거리를 물통을 들고 뛰고 있는 철주. S# 64. 동진네 주방. 비틀거리면서 들어서는 동진,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는데, 신문지가 덮혀져 있는 식탁. 동진이 들쳐보자, 계란 프라이, 어묵 조림, 콩나물 국, 반찬과 국이 놓여져 있다. 운동복 차림으로 철주가 들어서자 무안한 듯 희미하게 웃어 보이는 동진. 철주 (앉으면서) 묵읍시다...속은 좀 괜찮은교? 동진 (앉으면서) 나 어제 뭐 실수 한 거 없어요? 철주 (못들은 척) 밥이나 제대로 묵고 있는 지 모르겠네. 동진 (보다가) 걱정하지 마요. 숙모가 잘 해주니까. 철주 콩 알 만 한 게 없다고 집이 절간이네. 애써 동진의 눈길을 피하면서 덤덤한 표정으로 꾸역 꾸역 밥을 먹는 철주. S# 65. 동후네 거실. 출근하는 동후를 배웅하는 동후처. 동후 (배에 대고) 아빠 갖다 올게. 자랑스럽게 배를 더욱 내미는 동후처. 소파에 힘없이 앉아 있는 소담, 동후 부부의 행복한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동후 삼촌 출근하는데 배웅도 안 해줘? 씩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주는 소담. 동후 (나가면서) 작은 엄마 말 잘 듣고 있어. 알았지? 소담에게 다가오는 동후처, 창 밖을 바라보고 있는 소담을 측은하게 내려다 본다. 소담 (동후처의 배를 쓰다음으면서) 나는 어땠을까? 이렇게 배 안에 있었을때....나도 아빠 인사 받아 보고 그랬을까. 우리 엄마나 아빠...나 때문에 행복했을까... 눈물을 글썽이는 소담, 하지만 이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동후처를 올려다 본다. 동후처 아마도...그랬을 거야... 그런데 소담아, 엄마 뱃속에 있을때를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러니까, 기억나는 것만 생각해. 그것도 좋은 것들만. 너 잘 생각해봐. 아빠, 엄마가 너 때문에 얼마나 행복해 했는지... 씁쓸하게 웃는 소담. 동후처 과일이라도 좀 갖다 줄까? 고개를 가로 젓는 소담. 동후처 참...별이 새끼 났데...5마리나...어제 사진 왔더라... S# 66. 동후네 서재. 컴퓨터 앞에서 강아지들 동영상을 보고 있는 소담. 귀엽고, 대견한 듯, 하지만, 미안하면서도 안타깝다. 꼬물 꼬물 움직이는 강아지들에게 눈을 떼지 않는 어미 개 별. 울 듯 말 듯. 하지만 미소짓는 소담. 그러다가 결국에는 울먹인다. 철주(E) 니 생각만 하지 마라....막말로, 니가 끝까지 끼고 있었다 치자, 그라믄 가가 행복했겠나? 진짜로 사랑하고 위하는 기는 그런게 아이다. S# 67. 동진네 주방 앞치마를 두르고 음식을 만들고 있는 동진, 철주는 콩나물을 다듬고 있다. 들떠 있는 두 사람. 초인종 소리에 벌떡 일어나는 철주, 동진이 먼저 뛰쳐 나가자 다시 앉는다. 무심한 표정으로 다시 콩나물을 다듬는 철주. 들어서는 소담,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철주를 바라보는데. 소담의 그런 눈길이 감당할 수 만큼 버거운 철주, 어떻게 할 바를 모른다. 소담 한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철주 (딴청을 피우면서) 국 끓이라고 하면 이 콩나물 너무 뚜껍다. 이렇게 통통한 콩나물은 찜이나 해야재. 소담 나...왜 버렸어요? 멈칫 거리는 철주...고개를 들지 못한다. 소담 엄마와 나...왜 버렸냐구요. 동진 소담아.. 철주 자식이, 야, 내가 버렸으이까니 니가 지금 이나마 행복하게 살고 있는 줄 알아라. 나하고 살았으봐라. 니 결식 아동 알재? 밥 굶는 얼라들. 꼭 그짝 났재. 고맙게 생각해라. 동진 들어가자. 너 지금 안색도 안 좋고...약은 안 빼먹고 먹었지? 동진의 손길을 뿌리치는 소담. 철주를 노려보는데. 철주 니..내 한테는 뭐라 캐도 된다. 지금처럼 꼴쳐보고, 욕하고, 그래 화나면 한 대 치삐라. 내가 니한테 맞아 죽기라도 하겠나. 그란데, 그란데 말이다...너거 아빠한테는 그라믄 안된다. (조금씩 감정이 복받쳐서) 와? 나는 아주 나쁜 어른이지만, 니 아빠는 ...니 아빠는 말이다..아빠 아이가. 차마 소담을 바라보지 못하는 철주, 눈길을 어디에 둬야 할지 허둥거리다가. 후다닥 가스 불을 끈다. 철주 까딱 잘못했으면 넘칠뻔 했네.. 힘없이 방으로 들어가는 소담. 철주 (혼잣말) 나라고...나라고 ..이렇게 살고 싶었는 줄 아나? 동진 나라고 행복했던 건 만은 아니었소.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철주, 바라보는 두사람. S# 68. 소담의 방. 세운 무릎 사이로 얼굴을 파묻은 채 웅크리고 앉아 있는 소담. 고개를 들면서 크게 숨을 내 쉰다. 오랫동안 숨을 참고 있은 듯. 가쁜 호흡을 하면서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는 소담. S# 69. 병원 외경. S# 70. 입원실. 기쁨에 겨운 표정으로 소담의 손을 잡고 있는 동진. 동진 삼 일 뒤로 잡혔어. 그동안 우리 소담이 잘 참고 견뎌줘서 고맙다. 수고 많이 했어.. 소담 아...아저씨는...? S# 71. 병실앞 복도 벽에 기대 서 있는 철주. 동진 (나오면서) 왜 이러고 있어요? 들어갑시다. 철주 됐수다. 아 보고 나면 마음만 더 심란해 질 것 같고..나머지 돈은 준비 다 됐는교? 그때 소담이 나오자, 돈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아 당황하는 철주. 철주 (허둥거리면서) 내도 오늘부터 입원하라고 카던데, 수속 밟고 그래야 되는 거 아인가? 돌아서는 철주 위로, 소담(E) 나도 발톱이 길면 살을 파 먹어요. 가슴이 아픈지 인상을 쓰는 철주. 소담 잘 때는 벽에 붙어서 자고, 왼 손 잡이인 날, 엄마가 왜 그렇게 싫어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애. 그래도 어떡해. 그렇게 태어났는데. 돌아보는 철주, 목이 매여 제대로 말조차 나오지 않는다. 소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난 민 소담이예요. 다시 한 번 현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철주,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듯 씩 웃어보인다. 철주 난 강씬데. 강 철주. 니 이자 처음 알았재? 처음으로 딸에게 자신의 이름을 밝힌 철주, 감정이 복받쳐 말을 잇지 못한다. 누가 잡기라도 할세라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빠져나가는 철주의 얼굴이 일그러져있다. S# 72. 입원실. '금식' 이라는 푯말이 부쳐진 침대 앞에 밥상을 앞에 둔 소담과 동진. 미역국과 나물 그리고 조각 케잌이 놓여진 조촐한 생일 밥상이다. 소담 진짜 안 먹을 거야? 동진 됐어. 하루종일 쫄쫄 굶은 딸 앞에서 어떻게 생일상을 받어. 생일도 아직 멀었는데. 소담 그때 되면 내가 챙겨 줄 수가 없으니까 그렇지. 이거 준비한다고 내가 작은 엄마한테 얼마나 아부를 했는데. 동진 그러게 왜 쓸데 없는 데 신경쓰고 그래. 억지로 동진의 손에 수저를 쥐어 주는 소담. 할 수 없이 수저를 건네 받은 동진, 겨우 밥 한 술을 푸는데, 소담 (반찬을 얹어주면서) 아빠...다음에 태어나도 소담이 아빠로 태어나 줄꺼지? 바라보는 동진. 소담 나도..아빠 딸로 태어날게. 그래서 다음에도 아빠라고 불러줄게. 울먹이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동진, 밥을 입 안으로 밀어넣고는 억지로 웃어보인다. S# 73. 철주의 입원실. 티비를 보고 있는 철주, 마음이 불안한 지 연신 리모콘을 누르고 있다. 인기척에 돌아보는 철주, 소담이 서 있자 외면한다. 철주 내일 수술인데 일찍 안 자고 와 자꾸 쏘댕기노? 핸드폰을 소담, 줄이 달랑 달랑 매달려 있다. 뭐냐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철주. 소담 내꺼예요. 철주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받으면서) 당분간은 전화 못받을끼다. 철주가 재소자라는 걸 모르는 소담, 조금 서운한 기색이다. 철주 휴가 받아서 어디 좀 가 있을라꼬. 그라이까니..나중에 연락해라. 그때는 내가 꼭 받을끼다. 이해 해 줄 수 있재? 영문도 모르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소담. 핸드폰을 바라보는 철주, 우는지 웃는지 모를 표정이다. S# 74. 수술실 앞. 나란히 누워있는 철주와 소담.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철주 나, 지금 무지 떨리는데, 아저씨 손 한번만 잡아 줄 수 있나? 소담, 손을 뻗는데 닿지 않는다. 소담의 침대를 철주곁으로 밀어주는 동진. 소담 힘내요...아빠.. 철주의 침대 미끄러지듯 수술실로 들어가고, 뒤따라 소담의 침대도 들어간다. 천천히 닫혀지는 수술실 문 ................ (F.O) S# 75. 아파트 외경. 낮게 드리워진 하늘에서 진눈깨비가 흩날리고 있다. S# 76. 동진네 거실. 커튼을 열어젖히는 동후, 망연한 눈길로 창 밖을 바라보다가 돌아보면, 짐을 싸고 있는 철주. 통증이 채 가시지 않은 지 움직이는 게 불편해 보인다. 동후가 바라보자 어색하게 웃는 철주. 철주의 가방을 들어주는 동후. 철주, 나가려다 말고 아쉬운 듯 실내를 둘러본다. S# 77. 소담의 방. 들어서는 철주, 딸의 흔적을 하나라도 눈에 담아 놓으려는 듯, 천천히 둘러본다. 침대 시트를 바로 잡아주고, 책장의 책들을 바르게 정리해주고, 옷가지의 냄새를 맡아보고, 손때가 묻은 물건 하나 하나를 쓰다듬어 본다. 현미와 함께 찍은 가족 사진을 보면서 싱긋이 웃는 철주. S# 78. 달리는 동후의 차 안. 소담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는 철주, 희미하게 웃다가 아련한 눈길로 창 밖으로 눈길을 돌린다. 위로, 철주(E) 새해 복 많이 받아라. 새해에는 더욱 건강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S# 79. 소담의 방. 들어서는 소담과 동진. 책상 위에 놓여져 있는 봉투와 일출 사진. 봉투를 열어보는 소담, 연하장과 동진에게 받은 돈이 잔돈까지 들어있다. 철주(E) 세뱃돈이다. 너무 많으면 아빠한테 맡겼다가 나중에 써라. 하고 싶은 거 할때도 쓰고, 대학 갈때도 쓰고, 시집갈때도 써라. 나중에 세배 받으러 가면 해줄꺼재? 잘 쉬었다 간다고 아빠한테도 전해 도라. 눈물 가득한 눈으로 사진을 바라보는 소담. S# 80. 교도소 앞. 동후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들어가려는 철주, 핸드폰을 꺼내 본다. 소담에게서 온 문자 메시지. <휴가 잘 보내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요.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아빠 -소담> 눈물을 참으면서 하늘을 올려다 보는 철주. 낮게 드리워진 하늘에서 흩날리고 있는 진눈깨비.